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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special #moon_style

‘아이돌’ 인기 능가하는 문재인 대통령 스타일 분석

삼시 세끼부터 문 블렌딩 커피, 패션 전략과 퍼스트캣 입성까지

editor 김지영 기자

2017. 05. 29

문재인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이 화제다. 식사 메뉴를 비롯해 패션 취향, 소소한 일상까지 뉴스 검색어 순위에 오를 정도. 문 대통령을 둘러싼 궁금한 모든 것을 취재했다.

대선이 끝난 뒤 국민들의 관심은 딱딱한 정치 이슈에서 마치 ‘미드’를 보는 듯한 대통령의 하루로 옮겨갔다. 청와대 직원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참모들과 테이크아웃 커피를 마시며 산책을 하고, 옷을 받으려는 경호원의 도움을 마다하는 문 대통령의 행보가 감동을 자아내고 있어서다. 사소한 몸짓까지 화제가 되고 있는 문재인(64) 대통령의 라이프스타일을 살펴봤다.




#3천원짜리 점심

청와대로 출근한 지 사흘째이던 5월 12일, 문재인 대통령이 점심 식사를 위해 찾은 곳은 위민2관에 있는 구내식당이었다. 문 대통령은 다른 직원들과 함께 줄을 서서 직접 식판을 들고 배식을 받았다. 메뉴는 달걀볶음밥과 메밀소바, 치킨샐러드, 물김치, 김치였다. 한 끼 가격은 3천원.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위민2관 소속 수송부, 시설부, 조리부 직원들과 함께 ‘겸상’을 했다.

이전에는 보기 힘든 풍경이었다. 한 청와대 출입 기자는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당황하는 직원도 있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며 “문 대통령은 치아 상태가 좋지 않아 메밀소바를 드시기가 불편했을 텐데 전혀 내색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대통령 선거 기간 ‘문재인 캠프’에 몸담았던 더불어민주당의 한 인사는 “새 정부가 내건 슬로건처럼 문 대통령의 식사 취향도 뭐든 가리지 않고 잘 드시는 ‘대통합’형”이라며 “유세를 다니느라 바쁠 때는 김밥 한 줄로 때웠을 정도로 식성도 소탈하시다”고 말했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를 출입한 기자도 “그 당시 문 대통령은 치아 때문에 고기를 잘 드시지 못했고, 청와대 인근 식당에서 가정식 백반과 소주를 약주로 즐기셨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문재인 블렌딩

문 대통령은 커피 마니아다. 특히 콜롬비아, 브라질, 에티오피아(모카), 과테말라 원두를 4:3:2:1 비율로 블렌딩한 커피를 좋아한다. 이 비율은 대선 당일인 5월 9일, 문 대통령이 참여정부 시절 자주 이용한 커피숍 주인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관련 글을 올리면서 처음 알려졌다. 그 주인공인 마은식 클럽에스프레소 사장은 이날 “문재인 후보가 우리 커피숍의 단골손님이었다. 하루 3번씩 오고 원두도 사 갔다”며 문 대통령이 늘 주문한 커피 블렌딩 비율을 공개했다. 이어 그는 “그때부터 이걸 문재인 블렌딩이라 생각했다”며 “이 비율은 20년, 아니 30년 이상 된 커피 오리지널 마니아들만 아는 블렌딩 비율”이라고 평했다.

이후 서울 종로구 부암동에 자리한 그의 커피숍엔 문 대통령 스타일의 블렌딩 커피를 찾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예전에는 없던 ‘문 블렌딩 커피’가 메뉴판에 등장하고, ‘문 블렌드’ 원두 매대가 새로 생겼을 정도. 이곳 직원들은 “찾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문 블렌딩 커피는 3:3:2:2 비율의 클럽에스프레소 블렌딩 커피보다 재료비 차이로 1천원이 비쌌다. 색깔은 여느 커피와 별반 차이가 없었는데 그윽한 향기와 마시고 나서도 입안을 감도는 신맛이 독특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20년 단골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중년 여성은 “2012년 대선에서 낙선하고 한 달 뒤쯤 김정숙 여사와 함께 와 다정하게 커피를 마시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며 “대통령의 커피 취향이 궁금했는데 문 블렌딩 커피가 생겨 반갑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커피 사랑은 지금도 한결같다. 문 대통령은 5월 11일 점심식사를 마친 후 신임 수석비서관들과 함께 산책할 때도 손에 테이크아웃 커피를 들고 있었다. 흰 와이셔츠 차림의 이들이 환하게 웃으며 청와대 뜰을 활보하는 모습에 네티즌들은 “백악관을 배경으로 한 미국 정치 드라마 의 한 장면 같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재임 시절이 오버랩됐다” “꽃보다 청와대” 등 다양한 반응을 쏟아내며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 "제 옷은 제가 벗겠습니다."

문 대통령은 5월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신임 수석비서관 오찬장에서 슈트 상의를 벗을 때 뒤에 있던 청와대 직원이 도와주려 하자 “제 옷은 제가 벗겠습니다!”라며 정중히 사양했다. 문 대통령은 과한 의전을 좋아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보좌관은 “대선 기간 동안 전국 방방곡곡으로 유세를 다녀 고속도로 휴게실의 간이식당에서 식사를 한 적이 많은데 문 대통령은 그때도 직접 식판을 반납하셨다”며 “어떤 때는 보좌진의 그릇도 같이 가져 가셨다”는 목격담을 전했다.


#단종된 등산 재킷, 재출시 발표 #북악산 등반

문 대통령의 취미는 등산이다. 그동안 라다크, 에베레스트, 안나푸르나, 랑탕까지 모두 4번의 히말라야 트레킹을 했다. 청와대에서 맞은 첫 주말인 5월 13일엔 대선 기간 동안 문 대통령을 전담 마크한 기자들과 함께 북악산에 올랐다. 주황색 바람막이 점퍼에 노란 운동화 차림으로 산행에 나선 문 대통령은 북악산 무병장수로 4.4km 구간을 등반한 후 청와대 충정관에서 기자들과 삼계탕 오찬을 함께했다.

목격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날 문 대통령은 64세의 나이에도 등산로를 거뜬히 오르고, 대부분의 기자가 문 대통령을 따라잡느라 녹초가 됐다고 한다. 산행 후 기자들은 “입 열면 토할 정도로 숨이 찼다” “이러려고 산에 올랐나 자괴감이 든다” “체력은 나이순이 아니더라”며 ‘저질 체력’을 자책해 웃음을 자아냈다는 후문이다. 문 대통령이 이날 입은 점퍼는 2013년 블랙야크 창립 40주년을 기념해 출시된 ‘B가디언 재킷’. 문 대통령은 대선 당일인 5월 9일 김정숙 여사와 산을 오를 때도 커플 룩으로 같은 옷을 입은 바 있다. 블랙야크는 대통령이 입은 등산복에 대한 문의가 폭주하자 5월 17일 현재는 단종된 일명 ‘문재인 등산복’을 재출시하기로 결정했다.



#최초의 ‘퍼스트캣’ 입성 #문 집사 #개 아빠

문 대통령 당선에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반려인’들의 기여는 얼마나 될까. 문 대통령은 자신을 ‘문 집사(고양이 주인)’이자 ‘개 아빠’라고 소개한다. 그는 이미 지난 대선 때 반려동물 관련 공약을 내걸었다. 이번 선거 운동 기간 중 문 대통령은 동물보호단체가 구조한 유기견 토리의 입양을 약속했고 청와대는 5월 14일 “토리의 입양 시기와 방법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토리는 문 대통령이 경남 양산 자택에서 키우던 개 ‘마루’와 함께 ‘퍼스트도그’로 낙점됐다.

문 대통령의 반려묘 ‘찡찡이’는 최초의 ‘퍼스트캣’이 됐다. ‘찡찡이’는 딸 다혜 씨가 결혼 전 입양해 기르던 길고양이로, 2007년부터 문 대통령 부부가 경남 양산 자택에서 보살펴왔다. 문 대통령은 트위터에 찡찡이의 입주 소식을 전하며 “관저 유리 창문과 미닫이 한지 창문 사이의 좁은 틈에 딱새가 새끼 5마리를 키우고 있는데 내가 당선된 날 부화했다고 한다. 양산 집에서 때때로 새를 잡아와 기겁을 하게 했던 찡찡이가 이 새끼들을 해칠까 걱정”이라는 ‘문 집사’의 고민을 올렸다.



#사선형 넥타이 #슈트발


문 대통령은 선거 기간 짙은 감색 슈트와 사선형 넥타이를 고수했다. 경쟁자들이 당 상징색 점퍼를 입고 유세에 나설 때도 슈트 차림이어서, ‘공감 능력 부족’이라는 공격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슈트발이 좋다(슈트가 어울린다)’는 게 대체적인 평. 그의 의상 전략을 세운 사람은 자원봉사자로 선거 운동을 도운 신지연 미국 변호사였다.

신 변호사는 “내가 패션에 대한 전문적인 식견이 있는 건 아니고 블루 계열 의상과 폭이 좁고 길지 않은 바지를 착용하도록 조언한 정도”라며 “블루는 당색이자 안정감과 신뢰감을 준다. 사선형 넥타이는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이 좋아했는데, 자신감과 강인함을 표현하므로 TV토론 때 권했다”고 밝혔다. 폭이 좁고 길지 않은 바지는 최근의 트렌드로 펑퍼짐한 ‘아재 바지’를 피한 게 ‘슈트발’의 비법이었던 셈이다.

대선 이후 문 대통령은 강렬한 사선 무늬 대신 파스텔 톤 솔리드(민무늬)나 물방울 무늬 넥타이를 즐겨 맨다. 의상 콘셉트를 바꾼 이는 영부인 김정숙(63) 여사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여사가 외부 전문가에게 패션 스타일링에 대한 조언을 받아 대통령에게 옷을 골라드린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의 손목시계는 오메가 드 빌 심볼의 ‘스틸&옐로 골드 콤비’ 모델로 시계 전문 매거진 의 이은경 편집장은 “1990년대엔 예물로 각광받았지만 단종된 빈티지워치로 변함없는 성품과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유쾌한 정숙 씨’의 패션 센스

환하게 웃는 얼굴이 트레이드마크가 된 퍼스트레이디 김정숙 여사의 패션도 예사롭지 않다. 5월 10일 문 대통령의 취임 선서식에 참석한 김 여사는 한복을 입었던 역대 영부인들과는 달리 투피스 정장으로 눈길을 끌었다. 흰색 원피스 위에 검은 꽃무늬가 그려진 새틴 소재 화이트 재킷을 착용한 것.

김 여사의 활동적이고 현대적인 이미지를 잘 녹여낸 의상으로 평가된 이 투피스 정장은 지인이 만든 옷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를 보필하는 청와대 관계자는 “그림을 프린트한 의상으로, 영부인이 오랫동안 알고 지낸 디자이너가 만든 정장”이라며 “기본 바탕인 흰색은 새로운 시작, 경건함을 의미하며 수묵화 같은 문양은 우리나라 고유의 한국적인 미를 잃지 않으려는 의지를 상징한다. 함께 새겨진 많은 꽃들에는 우리 국민의 단합과 화합을 염원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자택을 나와 청와대 관저에서 첫 출근한 5월 15일, 김 여사가 남편을 배웅할 때 입은 진달래색 원피스도 큰 관심을 모았다.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이 원피스는 김 여사가 몇 년 동안 집에서 입은 ‘중고’ 평상복이다. 공교롭게도 이날 문 대통령이 맨 넥타이와 김 여사의 의상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가 2007년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출발할 때 착용한 의상과 색상이 흡사해 ‘모방 패션’이라는 지적이 일기도 했으나 청와대 관계자는 “우연의 일치일 뿐”이라고 답했다.
 
김 여사의 패션 감각이 남다른 것은 미국 뉴욕에 있는 패션기술대학교(FIT)에서 의상디자인을 전공한 친언니의 영향이 크다. 김 여사는 대선을 앞두고 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언니가 뉴욕에서 직접 디자인한 옷을 파는 숍을 운영하는 덕에 언니 옷을 많이 입었는데 남편이 공직 생활을 한 뒤에는 거의 못 입었다. 언니의 의상은 스타일이 남달라 공직자의 아내에게 걸맞은 단정한 스타일로 바꿨다”고 털어놨다. 오랫동안 김 여사를 지켜본 주변 인사의 한 줄 평은 이렇다. “서울 동평화시장이나 홈쇼핑 채널에서 구입한 옷을 입고도 명품 미소를 짓는, 한결같이 유쾌한 정숙 씨!”라고.

사진 지호영 기자 동아일보 출판사진팀 동아일보 사진BD파트 뉴시스 뉴스1 디자인 김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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