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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석’ 아닌 ‘약국’ YG는 왜 오명의 아이콘이 됐나

EDITOR 이미나

입력 2019.07.08 17:11:26

빅뱅·2NE1·위너·블랙핑크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아이돌 그룹을 키워내며 아성을 지켜왔던 YG엔터테인먼트가 1998년 설립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YG는 어쩌다 ‘약국’의 약자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됐을까.
‘양현석’ 아닌 ‘약국’ YG는 왜 오명의 아이콘이 됐나

‘뒤집어놓겠어/널 마주 보겠어/우리는 YG 패밀리 패밀리 패밀리.’

1999년 YG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이 프로젝트 팀을 결성해 발표한 노래의 이 같은 구절은 국내 3대 연예기획사 가운데 하나인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의 정체성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것이었다. 그동안 소속 연예인들과의 끈끈한 의리를 바탕으로 한 패밀리십은 YG의 근간을 형성해왔다. 이 결속력은 동시에 지하 단칸방에서 시작된 YG가 아이돌 그룹 빅뱅과 2NE1·위너·블랙핑크 등을 키워낸 명가로 거듭난 비결이기도 했다. 

그러던 YG가 창립 이래 최대 위기에 놓였다. 간판 스타 중 한 명인 빅뱅의 승리(29·본명 이승현)가 ‘버닝썬 게이트’의 핵심 인물로 거론되는 데 이어 아이콘의 멤버 비아이(23·본명 김한빈)가 마약을 구매해 투약하려 했다는 폭로가 나오면서다. 이 과정에서 YG의 설립자이자 대표 프로듀서인 양현석(49)이 해외 유력 재력가들에게 성매매를 알선·접대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비아이의 마약 수사를 무마하기 위해 직접 개입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최근 불거진 잇단 논란으로 21년간 YG의 정점에 있던 양현석 대표 역시 좋은 리더라는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쟁점 1_성접대 의혹이 ‘버닝썬 게이트’ 연결고리?

성접대 의혹에 대해 해명하고 있는 양현석.

성접대 의혹에 대해 해명하고 있는 양현석.

양현석 대표의 이름이 처음 거론된 건 5월 27일 방영된 MBC 시사 프로그램 ‘탐사기획 스트레이트’에서다. 방송은 2014년 7월 양 대표가 YG 소속 가수와 함께 동남아시아 재력가 2명을 만나 접대했고, 이 과정에서 성접대도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 프로그램의 취재진이 만난 한 목격자는 “YG 측 사람들과 재력가들을 포함해 남성 8명 정도가 식당 가운데 앉아 있었고 그 주변으로 초대된 여성 25명이 있었는데, 이 중 10명은 유흥업소 종사자로 알고 있다”며 “초대된 일반인 중에는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 황하나 씨도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놀라움을 안긴 건 이날의 접대와 ‘버닝썬 게이트’의 연결고리다.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는 양 대표가 만난 동남아시아 재력가 중 한 사람은 클럽 ‘버닝썬’에서 일어난 약물 성폭행 사건의 피의자이며, 성폭행 사건이 일어난 날 술자리에 YG 산하 레이블인 YGX의 임원도 동석했다고 전했다.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가 최근 성접대 의혹을 제기한 2014년 7월 식사 자리에 있었던 가수 싸이(오른쪽 사진)와 싸이의 친구로 알려진 동남아시아 재력가 조 로우(가운데 사진 오른쪽)는 해당 의혹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는 입장. 이 자리가 ‘버닝썬 게이트’와 관련이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가 최근 성접대 의혹을 제기한 2014년 7월 식사 자리에 있었던 가수 싸이(오른쪽 사진)와 싸이의 친구로 알려진 동남아시아 재력가 조 로우(가운데 사진 오른쪽)는 해당 의혹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는 입장. 이 자리가 ‘버닝썬 게이트’와 관련이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또 다른 인사의 면면도 화려하다. 의혹에 연루된 또 다른 동남아시아 재력가의 정체는 바로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전 총리의 측근 조 로우다. 그는 나집 전 총리가 부패한 방법으로 모은 5조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관리하는 데 깊숙이 관여한 혐의로 현재 인터폴의 수배를 받고 있다. 그는 이렇게 모은 돈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킴 카다시안·미란다 커 등 셀레브러티들과 교류하는 데 흥청망청 쓰며 한때 할리우드에서 존재감을 떨치기도 했다. 

앞서 승리가 일본 투자자들에게 성접대를 하면서 YG 법인카드를 사용한 사실이 밝혀진 뒤 일각에선 YG에도 불신의 눈길을 보냈는데, 이날 방송에서 제기된 YG에 대한 의혹으로 수사 마무리 국면에 있던 ‘버닝썬 게이트’ 사건이 다시 한 번 수면 위로 끌어올려졌다. 

사건 당사자들은 세간에 불거진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YG는 ‘탐사기획 스트레이트’에 “양현석 대표가 당시 식당과 클럽에 간 것은 사실이지만 지인 초대로 참석했을 뿐이며, 식사비를 계산하지 않았다. 양현석 대표가 주선한 접대 자리가 아니었고 실제로 성접대로 이어졌는지도 전혀 모른다”고 반박했다. 그런가 하면 조 로우는 자신의 실명이 공개된 뒤 변호사를 통해 “조 로우는 싸이의 친구이고, 싸이를 통해 양현석을 만났다. MBC 보도에서 제기된 것과 관련해 어떤 행동에도 관여하지 않았으며 알지도 못한다”고 밝혔다. 당시 동석한 것으로 밝혀진 가수 싸이(42·본명 박재상)도 “조 로우는 내 친구가 맞다. 지금 와서 그가 좋은 친구였는지 아니었는지를 떠나 내가 그의 친구였다는 점은 명백한 사실”이라면서도 성접대 의혹에는 선을 그었다. 

그러나 방송 이후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자 경찰은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사실 관계를 확인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또 5월 29일 KBS 보도에 따르면 내사에 착수한 경찰은 “당시 양 대표 측이 식사 자리에 유흥업소 여성들을 부른 것은 사실이며, 한 군데가 아니라 여러 군데 유흥업소 여성들이 불려 나왔다.

 그러나 실제 성관계가 있었다면 서로 간에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일로 안다”는 YG 사업 관계자 증언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쟁점 2_양현석 대표가 비아이의 마약 혐의를 무마했나?

비아이는 마약과 관련해 의혹이 불거진 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공식 사과글을 올렸다.

비아이는 마약과 관련해 의혹이 불거진 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공식 사과글을 올렸다.

성매매 알선·접대 의혹의 여파가 사라지기도 전에 YG의 차세대 주자로 꼽히던 아이돌 그룹 아이콘의 리더 비아이가 마약을 구매해 투약하려 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인터넷 연예 매체 ‘디스패치’는 6월 12일 비아이와 지인 A씨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공개하며 비아이의 대마초 흡연 및 마약 구매 시도 의혹을 제기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는 YG의 경찰 유착 의혹을 비롯해 양현석 대표가 적극적으로 사건 무마를 시도하려 했다는 의혹으로 확산됐다. A씨를 대리해 최근 국민권익위원회에 사건을 공익 신고한 방정현 변호사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A씨가 1·2차 피의자 조사에서 비아이에게 마약을 구해줬고 같이했다는 얘기를 다 했는데 신문조서에 이와 관련한 내용이 없다”며 경찰 유착 및 부실 수사 의혹을 제기했다. 

방정현 변호사는 또 “A씨가 진술 직후 YG 사옥으로 불려가 양현석 대표를 만났는데, 양 대표가 ‘네가 처벌받는 일 없게 하고 사례도 충분히 할 테니 경찰에 가서 (비아이에 대한) 진술을 번복하라’고 압력을 가했다”며 “당시 양 대표는 ‘우리는 어떤 방법을 써서 마약 성분이 몸에서 검출되지 않도록 할 수 있다’ ‘내가 너 같은 애한테 불이익을 주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고도 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뒤늦게 전담 팀을 꾸려 양현석 대표와 비아이 등에 대한 전방위 수사를 벌이겠다고 밝혔으며, YG는 비아이의 아이콘 탈퇴와 전속 계약 해지를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언론에 의해 공익 신고자 A씨의 신상이 밝혀지기도 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이 같은 보도에 위법 소지가 있다고 경고하는 한편, 언론 관계 기관 등에 실명 보도 자제를 요청한 상태다. A씨의 신상을 드러낸 보도가 사건의 본질을 흐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A씨 역시 직접 SNS를 통해 “내 이름이 이렇게 빨리 알려질 줄 몰랐다. 당황스럽고 무서운 건 사실”이라며 “양현석이 이 사건에 직접 개입하며 협박한 부분, 경찰 유착이 핵심 포인트인데 제보자가 나라는 이유만으로 나에게만 초점이 쏠릴 것이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쟁점 3_시가총액 반 토막 난 YG, 영향력 회복할까?

양현석 대표가 6월 14일 YG의 모든 직책에서 물러난 데 이어 YG의 경영 전반을 맡고 있던 동생 양민석 대표(사진)도 사임했다.

양현석 대표가 6월 14일 YG의 모든 직책에서 물러난 데 이어 YG의 경영 전반을 맡고 있던 동생 양민석 대표(사진)도 사임했다.

한편 이번 논란을 두고 그동안 소속 연예인들을 엄격히 관리하기보다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창의성을 발휘해줄 것을 주문하고, 논란이 터져도 사회적 책임을 묻기보단 대중의 비난으로부터 감싸려는 모습부터 보인 YG의 사내 풍토가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그동안 2NE1의 박봄, 빅뱅의 지드래곤·탑·승리, 스타일리스트 양갱, 전 프로듀서 쿠시 등 약물 문제로 구설에 오른 YG 소속 연예인 및 관계자만 6명에 이르면서 ‘약국’이라는 조롱 섞인 별명이 따라오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논란이 거듭되면서 한때 1조원이 넘던 시가총액도 절반가량으로 줄어들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혹에 양현석 대표는 6월 14일 “입에 담기도 수치스럽고 치욕적인 말들이 무분별하게 사실처럼 이야기되는 지금 상황에 대해 인내심을 갖고 참아왔지만 더 이상은 힘들 것 같다. 현재의 언론 보도와 구설의 사실 관계는 향후 조사 과정을 통해 모든 진실이 반드시 밝혀질 것”이라며 자신이 맡고 있던 YG의 모든 직책과 업무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고, YG의 경영 전반을 맡고 있던 그의 동생 양민석 대표도 뒤이어 사임 의사를 전했다. 하지만 여전히 회사 운영에 있어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일각에선 YG 불매 운동을 시작하려는 조짐마저 일고 있다. 여기에 오는 10월까지 주가가 회복되지 않으면 2014년 프랑스 명품 업체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로부터 받은 투자금 6백10억원에 이자를 포함해 6백70억원을 돌려줘야 하는 만큼, YG가 눈앞에 놓인 난관을 헤쳐나가기가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기획 김지영 기자 사진 동아일보 사진DB파트 뉴시스 뉴스1 디자인 최정미 
사진제공 YG엔터테인먼트 비아이 인스타그램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방송 화면 캡처




여성동아 2019년 7월 6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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