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EOPLE

#coverstory

배우의 품격, 윤소이

EDITOR-FASHION 한여진 기자 EDITOR-FEATURE 조윤

2019. 03. 28

“욕먹지 않는 악역은 실패한 것”이라 말하는 열정. 그러나 화면 밖에선 배우가 가진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길 바라는 진정성. 윤소이가 보여주는 배우의 품격이다.



화이트 드레스 에이벨.

화이트 드레스 에이벨.

체크 드레스 문제이.

체크 드레스 문제이.

핑크 민소매 톱, 화이트 팬츠 모두 노이스트.

핑크 민소매 톱, 화이트 팬츠 모두 노이스트.

화이트 플라워 자수 드레스 바네사브루노. 베이지 샌들힐 스튜어트와이츠먼. 실버 링 타티아나쥬얼리.

화이트 플라워 자수 드레스 바네사브루노. 베이지 샌들힐 스튜어트와이츠먼. 실버 링 타티아나쥬얼리.

옐로 드레스 앤아더스토리즈. 골드 진주 링 앰스웨그.

옐로 드레스 앤아더스토리즈. 골드 진주 링 앰스웨그.

악역에 희열 느끼는 착한 배우

“드라마와 전혀 다른 콘셉트로 입혀주시니 정말 감동입니다. 하하.” 

봄의 정취가 한껏 느껴지는 하늘하늘한 시폰 드레스로 갈아입고 카메라 앞에 선 배우 윤소이(34)의 첫마디에 화보 촬영장에선 웃음이 터졌다. 그도 그럴 것이 이날은 SBS 수목드라마 ‘황후의 품격’ 종영(2월 21일) 바로 다음 날이었다. ‘황후의 품격’은 현재가 입헌군주제의 대한제국이라는 가정 하에 황실 안에서 벌어지는 음모와 암투, 사랑과 욕망을 그린 작품. 윤소이는 황제(신성록)의 딸 아리 공주를 낳고도 그 사실을 숨긴 채 유모로 살며 황실 권력을 잡기 위해 온갖 악행을 서슴지 않는 서강희 역을 맡아 드라마가 높은 시청률(최고 시청률 17.9%)을 기록하는 데 견인차 역할을 했다. 

드라마 속에서는 태후(신은경)와 ‘누가 더 악인일까’ 대결이라도 하듯 거친 언사와 몸싸움도 불사하는 그였지만 화보 촬영장에선 연신 환한 미소로 스태프를 챙겼으며 카메라의 움직임에 따라 능수능란하게 포즈를 취했다. 

“사진 찍는 걸 좋아해요. 드라마의 경우 피부가 하얗고 얼굴에 각이 없으며 동그란 눈에 오똑한 코, 앵두 같은 입술을 가진 전형적인 미인이 시청자분들이 보기에 편할 수 있잖아요. 드라마 PD님들 중에는 제 얼굴의 각을 숨겨주길 바라시는 분들이 있었어요. 턱을 당기면서 연기해달라고 주문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사진 찍을 때는 그런 걸 다 드러내도 개성으로 봐주셔서 움츠러들지 않아 편해요. 계산을 하지 않아도 되니 자유롭죠.” 



당초 주위의 권유로 모델학과에 진학했던 그는 어릴 때부터 품어왔던 연기에 대한 열정을 포기할 수 없어 연극영화과로 옮겼다고 했다. 그렇게 연기에 욕심 많은 그에게도 15년 배우 생활 중 이번 작품에서 맡은 캐릭터는 스스로에게 전례 없는 도전이었다. ‘아내의 유혹’을 집필한 김순옥 작가 특유의 선악 구분이 확실한 캐릭터들 특징이 이번에도 여실히 담겼다. 흡입력 높은 전개 덕분에 통쾌하다는 시청자도 많았지만 자극적인 요소로 인해 막장 드라마라는 평을 듣기도 했다. 그간 맡아온 역할이나 평소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옷을 입은 것이 힘들지 않았냐는 물음에 그는 “재미있었다”고 답했다. 특히 서강희에 대해 남편조차 “정말 무섭다”고 했다는 이야기도 유쾌하게 건넸다. 윤소이는 2017년 동갑내기 뮤지컬 배우 조성윤과 결혼했다. 

“서강희 캐릭터는 처음 기획 의도에서 많이 바뀌었어요. 원래는 황후(장나라)를 조력하는 역할이었는데 중간부터 황제와 황후의 케미를 위해 이 둘을 몰아붙여야 하는 인물이 필요해 좀 더 극악무도하게 변한 거예요. 그런 엄청난 권력욕을 가진 여성을 시각적으로 다 표현해야 했어요. 1차적으로 시청자가 인물의 의도와 심리를 다 알아볼 수 있게요. 덕분에 악플은 어마어마했죠. 복수를 위한 악역은 해봤지만 누군가를 끊임없이 괴롭히는 맹목적인 악역은 처음이었어요. 안 해봤던 거라 어려움이 있었는데 해내고 나니 희열도 느껴지더군요. 시청률도 좋다 보니 많은 분들이 욕을 하시는데, 사실 욕을 먹어야 하는 캐릭터예요. 악역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생각되면 선한 주인공들의 힘이 빠지는 거예요. 신은경 언니랑 “우린 욕 못 먹으면 실패하는 거야”라면서 맘껏 장나라 언니를 괴롭히자고 했죠. 집에서 연신 소리를 지르며 대본 연습을 하는 저를 보고 남편도 무섭다고 하더라고요(웃음).”

블루 스트라이프 드레스 문제이. 화이트 샌들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블루 스트라이프 드레스 문제이. 화이트 샌들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민트 카디건 톱 아워코모스. 실크 스커트 앳코너.

민트 카디건 톱 아워코모스. 실크 스커트 앳코너.

윤소이가 대중에게 크게 이름을 알린 건 영화 ‘아라한 장풍대작전’(2004)을 통해서다. 이후 ‘무영검’ ‘무사 백동수’ ‘아이리스2’ ‘신분을 숨겨라’ 등 영화와 드라마를 옮겨가며 액션 배우로서의 이미지가 크게 부각됐다. 배우에게 직관적으로 연상되는 이미지가 있다는 건 큰 장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한계가 될 수도 있는 법. 그는 “어릴 땐 하고 싶은 작품만 했지만 지금은 달라졌다”면서 자신의 작품관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어렸을 땐 연기의 폭이 좁았기 때문에 제가 할 수 있는 영역과 할 수 없는 영역을 구분해놓았던 것 같아요. 할 수 있을 땐 자신 있게 ‘이거 할래요’ 했지만 할 수 없다고 생각되면 이런저런 핑계를 댔죠. 그러다 보니 연예계 생활을 한 기간에 비해 출연 작품 수가 많지 않았죠. 그러다 2016년 김수현 선생님의 작품(‘그래, 그런 거야’)을 하면서 대본을 해석하는 재미를 알게 됐어요. 20대 때는 행간을 못 읽었고, 캐릭터를 온전히 이해한 적이 드물었죠. 김수현 선생님 작품은 주옥같은 대사 속에서 작품이 완전히 이해되니 거기서 오는 희열이 아주 컸어요. 이후 주변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마저 재미있어졌어요. 예전에는 타인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잘 보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면 이젠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지 궁금해요. 액션, 악역, ‘캔디’형 다 해봤으니 이제 안 해본 건 뭐든 재미있을 것 같아요. 판에 박히지 않은, 단 한 신만 나와도 재미있게 표현할 수 있는 거면 좋겠어요.” 

악역을 하며 희열을 느꼈다는 그에게 “평소 선행을 많이 하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니냐”는 말을 건네자 쑥스러운 듯 웃음을 보였다. 윤소이는 2005년부터 국제 구호단체 JTS에서 제3세계 어린이들의 빈곤 퇴치를 위해 힘쓰는 등 국내외 각종 자선·봉사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2014년부터는 세이브더칠드런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고 동료들과는 자선단체 ‘더 호프’를 결성해 어린이들의 개안 수술을 지원하고 있다. 

“2009년 SBS ‘희망TV’를 통해 아프리카 봉사 활동을 갔어요. 거기는 생존을 위해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사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에요. 당장 물이 없어서 땅에 고인 썩은 물을 먹는 아이, 죽은 소의 사체 옆에 흐르는 물을 먹는 아이의 모습은 태어나 처음 보는 광경이었죠. 제가 살아온 인생에 한 방 맞은 느낌이었어요. 좀 더 좋은 작품이나 캐릭터, 상대 배우, 감독님을 만나지 못해 불평했던 게 다 사치였죠. 드라마 ‘굿바이 솔로’를 함께한 노희경 작가님의 소개로 JTS에서 제3세계 어린이를 돕기 시작했어요. 이사장이신 법륜 스님의 말씀이 아주 좋았어요. 우리가 가진 걸 꼭 반으로 떼어줘야 하는 게 아니라 아주 작은 것부터 나누자는 거예요. 

더 호프는 친한 언니들이랑 국내 아이들도 도와주고 싶은데 어떤 단체를 통해 해야 하나 고민하다 그냥 우리가 직접 만든 거예요. 어느 분야를 지원할까 보니 심장병이나 백혈병 등에 비해 안과 질환은 정부나 기업의 지원이 많이 부족해서 저희가 돕기로 했어요. 이후 제 삶은 확실히 긍정적으로 바뀌었어요. 이젠 타인을 보면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겠지, 저렇게밖에 안 되는 사연이 있겠지 하고 이해하게 돼요. 나의 1백원, 나의 1시간이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내어주고 싶어요.” 

화면 안과 밖 어디에서나 스스로의 삶에 충실한 윤소이. 좋은 연기를 보여주는 것과 동시에 자신이 가진 온기를 세상에 나누는 것은 배우로서의 또 다른 목표다. 대중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배우가 되고 싶단 그의 바람은 어쩌면 이미 실현된 걸지도 모르겠다. 

“몇 년 전 휴대전화 액정 화면이 깨졌는데 주변에서 자꾸 바꾸라더군요. 그런데 액정을 만드는 데 환경오염 물질이 아주 많이 나온다고 해요. 기부와 선행으로 유명한 홍콩 배우 주윤발은 휴대전화를 17년이나 바꾸지 않았대요. 쉬는 날엔 쓰레기를 주우러 다니고요. 그를 보면서 저도 깨진 휴대전화라도 좀 더 쓰고, 제가 버리지 않은 쓰레기도 줍게 됐어요. 주윤발처럼 대단한 사람이 되진 못해도 좋은 사람들을 따라 하다 보면 우리도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저도 한구석에서나마 좋은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사진 김외밀 디자인 김영화 제품협찬 노이스트 바네사브루노 문제이 스튜어트와이츠먼 아워코모스 
앤아더스토리즈 앰스웨그 앳코너 에이벨 타티아나쥬얼리 
헤어 신선아(뮤제) 메이크업 이선민(뮤제) 스타일리스트 장지연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