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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love #be_with_you

소지섭이 사랑을 대하는 자세

editor 정희순

2018. 04. 10

영원히 ‘공공재’로 남아줬으면, 싶은 배우 소지섭을 만났다.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우진으로 잔잔한 울림을 줬던 소지섭도, 알고 보니 ‘츤데레’ 오빠였다.

맨투맨 티셔츠에 푹 눌러쓴 모자. 메이크업도 안 한 수수한 차림이었지만 특유의 다부진 어깨선은 감춰지지 않았다.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개봉일을 이틀 앞두고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배우 소지섭(41)은 마치 봄날의 오후를 즐기기라도 하는 것처럼 여유로워 보였다. 

“개인적으로 이번 영화가 정말 좋아요. 나중에 제가 기분이 우울할 때 보면 행복해질 것 같달까. 촬영도 즐거웠고, 행복했고, 완성도 면에서도 매우 만족해요. 물론 결과는 하늘에서 주시는 거겠지만요.” 

그의 바람이 통한 걸까. 지난 3월 14일 개봉한 소지섭, 손예진 주연의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개봉일 직후 예매율 1위를 차지하며 초반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연예계를 대표하는 멜로킹 소지섭과 멜로퀸 손예진이 만났으니 어찌 보면 그럴 만도 했다. 동명의 일본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앞서 일본에서도 영화로 제작돼 큰 사랑을 받았다. 이번에 개봉한 한국판이 일본판의 감동을 뛰어넘는다는 평도 많다. 요즘 충무로에서 보기 드문 멜로 영화라는 점에서도 관심이 뜨겁다. 인터뷰는 자연스레 소지섭의 사랑 얘기로 흘러갔다.

영화에 대한 호평이 많아요. 특히 손예진 씨와의 멜로가 인상적이었고요. 

예진 씨 덕분에 설레는 감정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었어요. 연기 호흡이 무척 잘 맞았고 편했어요. NG가 거의 없었을 정도로 촬영이 순조로웠죠. 17년 전 신인 시절, 드라마 ‘맛있는 청혼’에서 함께했을 땐 둘 다 자기 거 하기 바빴는데 말이에요.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일본판 영화의 주연 배우들은 촬영이 끝난 후 결혼에 골인했대요. 혹시 재현 가능성은(웃음). 

하하. 사람의 감정은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지 않나요. 0%라고 말하는 것도 웃기고 그렇다고 굳이 에둘러 얘기할 것도 아닌 것 같아요. 진행형은 아니지만, 여자로서 손예진 씨 매력은 당연히 많죠.

손예진 씨는 클래스가 다른 미모를 자랑하는 배우인데, 소지섭 씨가 느낀 손예진 씨 매력도 ‘예쁨’일까요(웃음).
 

음, 사랑에 있어서 상대가 잘생기고 예쁘고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지 않나요. 내가 좋으면 그만이죠. 그 사람의 외모가 어떻든 내겐 최고로 아름다운 사람일 테니까요. 

영화를 보면 손예진 씨와 함께 20대 시절의 모습을 연기하는 장면도 등장해요. 

후반 작업의 도움을 좀 많이 받았습니다(웃음). 외적인 것은 제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니까요. 연기할 땐 지금까지 살면서 경험해왔던 것들을 녹이려고 노력했어요. 그래서인지 옛날 생각이 많이 나더라고요. 제가 20대 때만 해도 누군가를 만나기도 힘들고, 손 한번 잡으려면 아주 긴 시간이 걸렸잖아요. 아닌가요(웃음)? 저는 그랬거든요. 그때의 기억들이 촬영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영화를 찍으면서 ‘사랑’에 대한 가치관이 바뀐 부분이 있나요. 

사랑에 관해서 많은 걸 배운 느낌이에요. 감독님이 하신 말씀 중 가장 여운이 남았던 것이 “사랑하는 사람은 곁에만 있어도 좋다”였어요. 이장훈 감독은 굉장히 낙천적이면서도 섬세하고, 또 여자와 아이들의 감성을 잘 이해하는 분이시더라고요. 촬영장에 있는 것이 무척 행복해서 촬영이 안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었어요. 20년 넘게 배우 생활을 해왔지만 이런 감정을 느낀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소지섭의 연애 스타일은 어떤가요. 참고로 저는 소지섭 씨가 영원히 ‘공공재’로 남아주셨으면 합니다만(웃음). 

저는 늘 상대방에게 노력하고 신경 쓴다고 하는데 이건 사실 제 생각이고요. 솔직히 상대방 입장에서 어떻게 느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재미없다는 말은 많이 듣는 것 같네요(웃음). 음, 다정하다는 이야기도 그다지 많이 들어본 것 같지는 않아요. 이벤트도 할 줄 모르고, 애교도 없고요. 그런데 표현만 못 할 뿐이지 마음속으로는 늘 생각하고 있어요. 일단 공공재는 정중히 거부하겠습니다(웃음). 

이번 영화에서 관객의 가슴에 오래 남을 것 같은 명장면을 꼽자면. 

버스 정류장 앞에서 우진과 수아가 손잡기 직전요. 그 떨림은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장면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누구에게나 다 첫사랑의 경험은 있을 테니까요. 

소지섭도 사랑에 빠지면 올인하나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러려고 하는 편이에요. 아무래도 ‘옛날 사람’이라 그런가 봐요. 전 머리로 계산하는 사랑보다는 가슴이 뛰는 사랑을 하고 싶어요. 나이 들면서 점점 머리가 먼저 움직이는 사실이 슬플 뿐이죠. 

스스로를 “옛날 사람”이라고 말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가끔 젊은 친구들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보면 제 가치관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언젠가부터 이게 시대 혹은 세대 간의 갭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연기도 그렇고 일도 그렇고, 사랑에 관해서도 마찬가지예요. 영화에 나오는 장면만 봐도 손잡으려고 한참 뜸을 들이잖아요. 요즘 친구들은 많이 빨라지지 않았나요. 빨리 사랑했다 빨리 헤어지고. 그런 점에서 전 옛날 사람인 셈이죠. 

2008년부터 매년 힙합 앨범도 발매해오고 계시죠. 단순히 취미라고 치부하기엔 진지해 보이는데, 혹시 계속 힙합을 하는 이유도 ‘세대 간의 갭’을 줄이기 위한 일환인가요(웃음). 

힙합은 그냥 좋아해서 하는 일이에요. 세대 간의 갭을 줄이기 위한 일환도 물론 아니에요. 항상 작업하는 사람들이 동일하기 때문에 결국 저와 비슷한 또래들과만 교류하거든요. 처음엔 왜 힙합을 하냐고 만류하는 시선들도 많았는데, 지금은 팬들도 많이 응원해주세요. 힙합 예능 프로그램 출연 제의를 받기도 했는데 거기 나갈 계획은 없어요. 좋아서 하는 일을 평가받긴 싫어서요(웃음). 

그럼 ‘요즘 친구들’과 소통하기 위한 ‘옛날 사람’ 소지섭의 처방은 없는 건가요(웃음). 

일단 말을 많이 안 하고요. 모임이 있으면 늦게 가서, 지갑을 열고, 빨리 옵니다. 그게 옛날 사람이 가장 환영받는 길이더라고요. 특히 회사에서(웃음). 

요즘에는 꽤 흔한 일이 됐지만, 1인 기획사를 설립한 것도 2009년 당시로서는 참 센세이셔널한 일이었던 것으로 기억해요. 이렇게 다양한 일을 벌이는 게 배우를 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를 푸는 소지섭만의 방식일까요. 

연기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다른 것으로 해소할 수 없어요. 해소가 안 돼요. 좋은 시나리오와 감독님을 만나야 고민을 덜하게 되는 거죠. 연기 이외에 것들은 그냥 좋아서 하는 일들이에요. 배우 생활을 시작한 지 20년도 넘었고, 좋은 배우가 되는 법에 대해 계속 고민하고 있지만 사실 아직 못 찾았어요. 어쩌면 그걸 너무 쉽게 찾아버리면 연기를 그만두고 싶어질지도 모르죠. 다만 요즘은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고민을 하고 있어요. 배우 활동을 하든, 힙합을 하든, 회사 일을 하든 저와 같이하는 사람들은 다 잘되면 좋겠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소지섭과는 뭐든 함께하고 싶어지도록요. 

소지섭의 일상은 어때요. 

회사를 만든 후로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늘 똑같은 패턴이에요. 집, 운동, 회사. 회사도 가게 되면 가고 못 가게 되면 다시 집. 만나는 지인도 거의 없어요. 친한 연예인이 송승헌 씨 한 분인데, 며칠 전에도 만났어요.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진지하게 하는 편은 아니고, 둘 다 골프를 좋아해서 골프 얘길 많이 해요. 둘 다 못 치긴 하지만요(웃음). 

영화 개봉일인 화이트데이엔 뭐 하세요. 

일이죠, 뭐.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에 누가 누구한테 주는 건지 기억도 잘 안 나요, 사실(웃음). 화이트데이가 남자가 여자에게 사탕을 주는 날인가요? 그렇다면 사야겠네요. 가장 얼굴 많이 보는 우리 회사 직원들을 위해서요. 

슬슬 결혼 생각도 하셔야죠. 

공공재로 남아달라고 하지 않으셨나요(웃음)? 이번 작품에서 아빠 역할을 맡고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들긴 했어요. 처음엔 아빠 역할을 잘해낼 수 있을까 고민스러워서 배역을 고사했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아역 배우와 촬영장에서 아빠와 아들 관계로 지내보니 이게 생각했던 것보다 ‘기분 좋은 힘듦’이더라고요. 주변에 이런 관계를 물어보니 백번 설명해도 모른다고, 결혼해서 아이 낳아보면 그때 알 거라고 하시던데요(웃음). 혹시 나중에라도 아들이랑 놀아주려면 체력이 받쳐줘야 할 텐데… . 

그렇다면 올해 목표는… 백돌이(골프에서 스코어가 100타 주변에서 맴도는 사람을 이르는 말) 탈출인가요. 

에이, 백돌이 탈출은 오래전에 했죠. 이제는 갭을 좀 줄이는 게 관건이라고 봅니다(웃음). 일단 개봉하는 작품이 잘되면 좋겠고, 앞으로도 좋은 작품으로 인사드릴 수 있었으면 해요. 개인적인 소망은… 혼자서 해결하겠습니다. 공공재는 싫어요(웃음).

designer 김영화
사진제공 피프티원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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