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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influencer #interview

왜 나는 ‘미운 오리 새끼’가 되었나

스타 정신과 전문의 김현철이 답하다

editor 김지영 기자

2018. 02. 08

2013년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을 통해 유명해진 정신과 전문의 김현철 씨는 최근 고 샤이니 종현과 유아인에 관한 SNS 글로 화제의 중심에 섰다. 

혹자는 이를 의사로서의 본분을 넘어서는 행동이라며 비난하고, 어떤 이들은 외과 의사가 길에 쓰러진 환자를 모른 척 지나치지 못하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받아들인다. 

그의 진심은 무엇이었을까.

지난해 12월 18일 샤이니 멤버 종현이 안타까운 선택을 했다. 

종현은 우울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았으나 큰 도움을 받진 못한 듯 유서에 주치의에 대한 원망을 남겼다. 그해 12월 19일이 유서가 언론에 보도된 직후 정신과 전문의 김현철 씨는 트위터에 관련 기사를 링크하고 ‘저는 그 주치의를 동료로 인정할 수 없습니다. 운동해라/햇볕 쬐라에 이어 최악의 트라우마입니다’라는 글을 올려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이하 실검) 1위에 올랐다. 김 전문의는 2013년 MBC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출연자들의 정신건강을 진단하며 유명해진 후 각종 방송 패널과 언론의 기고가로 활발한 활동을 해왔다. 그는 지난해 탄핵 정국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의 정신건강에 대한 소견을 언론과 방송을 통해 밝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그의 이름은 지난해 11월 28일에도 실검 1위에 올랐다. 그해 11월 24일 네티즌과 ‘애호박’을 언급하며 설전을 벌이다 여혐논란에 휩싸인 배우 유아인을 두고 ‘급성 경조증 유발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해서다. 이는 그가 사흘 동안 유아인의 SNS 이용 빈도와 설전의 내용 등을 걱정하던 끝에 트위터에 올린 글이었다. 글을 올릴 때마다 ‘유아인’이란 실명 대신 ‘ㅇ아ㅇ’이라고 표현한 것은 그 나름의 조심스러운 접근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의 트윗은 앞뒤 맥락 없이 ‘유아인 경조증 진단’이라는 제목으로 인터넷과 SNS에 퍼져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대한정신건강의학과 봉직의협회는 그해 11월 30일, “정신과 진료의 특성상 개인을 진료실에서 면밀히 관찰하고 충분히 면담하지 않고는 정신과적 진단을 함부로 내리지 않는다”는 성명을 내고 김현철 전문의를 윤리규정에 따라 조치해달라고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 요구했다. 다음 날인 12월 1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있던 유아인 관련 글을 모두 삭제하고 “어떤 처벌도 달게 받겠다”며 사과문을 올린 김 전문의는 최근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 탈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대구에 사는 그와 이메일로 주고받은 일문일답이다.
 
어떤 경위로 유아인 씨에 관한 트윗을 올리게 됐나요. 

당연히 그분 및 불특정 다수에게 미칠 수 있는 정서적 영향을 예방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메인 포털 사이트 기사 중 일부는 마치 제가 유아인 씨의 당시 정서를 진단한 것처럼 되어 있던데 이는 사실상 오보입니다. 진단을 하려면 당사자를 진료하며 어느 정도의 경과 관찰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정신의학의 경우, 자·타해의 우려가 있으면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 전이라도 보호병동 입원 조치가 가능합니다. 저 역시 처음에는 (유아인 씨가 논쟁의 상대에게) 반말로 대응(이를테면 “애호박으로 맞아볼래?”)하는 걸 보고 평소 알던 유아인 씨치고는 좀 지질해 보여 실망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그분 트위터의 타임라인이 예전의 그것과 많이 달라지고 있었습니다. 



오죽하면 언론에서 ‘1년 치 SNS 분량을 며칠 만에 채웠다’라고 했겠습니까. 그리고 몇몇 유아인 씨 팬 분이 제게 ‘평소와 달리 격앙된 어조와 만연체(설명적인 어구를 많이 써서 문장의 호흡이 긴 문체)가 유달리 많아 보인다’는 내용의 쪽지를 여러통 보내왔습니다. 그제야 (유아인 씨가) 일면식도 없는 분에게 반말을 한 것이 그저 장난이 아니었을 수도 있겠다 싶어 그분의 트위터를 쭉 훑어보았습니다. 참고로 정신의학의 소견 혹은 진단은 심리검사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로지 정신과전문의의 판단으로 이뤄지는 것입니다. 당시 유아인 씨의 글을 보면 사고의 비약(Flight of Idea)이 두드러지며 자의식 과잉이 현저히 드러났습니다. 경조증(경미한 조증) 증상이 일시적으로 생긴 것 같았고, 그 와중에도 논점은 페미니즘이 아니라 익명성의 폭력이었는데 아마 유아인 씨는 익명을 빌려 함부로 말하는 사람들에게 화가 났던 것 같아요. 이후 분노를 표현한 것이 인터넷 매체에 의해 페미니즘에 대한 설전으로 왜곡되었는데, 유아인 씨의 반응이 곡해되어 보도되고 있어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없었습니다. 다들 유아인 씨가 어떤 말을 할까 관심을 보일 때 저는 내용에는 하등 관심이 없었고, 경조증 증상의 특정 부분이 포착된 이상 그대로 방치하는 것이 비윤리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정신과 의사들 사이에서도 본인에게 직접 연락을 취했어야 한다는 의견이 의외로 많아 깜짝 놀랐습니다. 경조증이 맞다면 분명 말을 해도 본인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거의 없거든요. 그래서 가족들에게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사람을 찾습니다’ 수준으로 SNS에 글을 올린 겁니다. 

경조증이 의심스럽다는 견해를 SNS를 통해 경고한 이유는 무엇인지요. 

당분간 ‘안정가료(심신을 편안히 하여 병이나 상처를 잘 다스려 치료한다는 뜻)’가 필요할지 모른다는, 의사로서의 매우 기본적인 소견이었습니다. 덧붙이자면 본인 가족들에게 알릴 유일한 수단이었고, 특히나 그분은 유명인이고 개념 배우로 알려진 만큼 그가 이례적으로 쏟아낸 매우 광범위한 발언들이 실은 일시적인 정서불안에서 기인했다는 것을 대중들에게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야 당사자는 물론, 그의 수많은 팬들도 안심할 것이며, 나아가 자칫 끊어질지 모를 직업적 생명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라 판단했습니다. 개인적인 경험상 유명인의 정서적 건강 악화는 베르테르 효과를 포함, 예측할 수 없는 나비 효과가 생길 수 있음을 수차 보았습니다. 

경조증 증상은 아티스트들에게 매우 흔한 증상입니다. 무력한 분노와 그로 인한 우울의 과잉 보상으로 생겨나는 정서 신경의 일시적 기능 이상일 뿐입니다. 대략 5일간 잠을 못 자면 우리들 중 대부분은 일시적으로 경조증 증상을 겪습니다. 유명인의 경우 그 당시 발언들이 자칫 그의 가치관으로 평생 각인될 위험이 큽니다. 그래서 정서 불안이 의심되는 한 정신과 의사 한 사람 정도는 “이러이러한 가능성이 있다” 정도의 언급을 해줘야 차후 그를 향한 대중의 오해가 풀릴 수 있는 것입니다. 

샤이니 종현의 유서가 공개된 직후 SNS에 그의 정신과 주치의를 ‘동료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밝힌 이유는요. 

유서는 생전에 남길 수 있는 마지막 글입니다. 그 글에는 정신과 의사를 향한 실망감이 전체 분량의 반을 차지하고 있었고 구체적인 면담 기록까지 적혀 있어요. 타 과와 달리 정신 의학적 소견은 직접 대면하지 않아도 가능합니다. 반드시 대면하고 심리검사를 해야만 소견을 말할 수 있다는 정신과 의사가 있다면 정신 치료에 그리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리고 정신 치료는 크게 지지 요법과 분석 요법으로 나누어지나 지지라는 큰 틀 속에서 자아가 불안을 견딜 수 있을 정도의 직면과 해석을 해드리는 것이 정신 치료의 보편적 모습입니다. 

아이돌 스타들은 무한 경쟁 체제에 있어서인지 심리적 압박과 스트레스가 심한 것 같습니다. 인터넷 댓글로 상처받는 경우도 많고요. 그런 것들이 우울증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까. 

제 경험상 모든 증상은 기대가 전제된 관계에서 비롯됩니다. 악성 댓글이 아무리 많아도 자신이 인정받고픈 대상이 포용해주면 절대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습니다. 질문의 맥락상 질환으로서의 우울보다 우울한 감정의 본질을 말씀드리면, 분노라는 화살을 자신에게 겨누는 것이라고 정의 내릴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스타들이 우울한 감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우울 혹은 공황장애를 겪는 가수들의 공통점은 자신이 좋아했던 노래 부르기가 직업이 된 이후 “노력하겠다”라는 말이 입에 붙어버렸다는 겁니다. “노력할게요”라고 하는 아티스트들에게 저는 “노력하지 말고 즐기라”고 합니다. 그게 어렵다면 그때는 “차라리 편의점 알바를 하든, 노력으로 돈 벌 수 있는 걸 하라”고 하고요. 김풍 씨의 사례를 들고 싶은데, 처음에 그는 웹툰 작가라며 jtbc 예능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이하 ‘냉부’)의 러브콜에도 응하지 않았어요. 당시 김풍 씨가 웹툰 ‘찌질의 역사’ 플롯이 죽어도 안 떠오른다고 하기에 “돈 받고 놀러 갔다 오라”고 했는데 그 이후 오늘날의 김풍이 되었습니다. ‘찌질의 역사’는 뮤지컬로도 대성공을 거뒀고요. 

‘냉부’ 시청률이 높아 광고에도 많이 나갔지요. 즐길 수 없을 때 오히려 그것을 후자로 넘기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김현철 씨는 세계적인 정신의학회인 유럽정신약물학회(ECNP)의 정회원으로 위촉됐다. 활동 기간은 2018년 1월 1월부터 12월 31일까지다.

김현철 씨는 세계적인 정신의학회인 유럽정신약물학회(ECNP)의 정회원으로 위촉됐다. 활동 기간은 2018년 1월 1월부터 12월 31일까지다.

정신적 문제를 겪는 사춘기 청소년들에게는 어떤 말을 해줘야 치유에 도움이 될까요. 

중학교 2학년은 뇌 신경망의 발달이 폭발적으로 일어날 때입니다. 이 시기의 자녀들은 우울증이 오기 쉽습니다. 어떤 학생들에게는 그것이 강박 증상으로 오기도 합니다. 시험 칠 때 멍해지거나 집중력이 떨어져 혼자 고민합니다. 까칠해지고 부모에게 대들거나 쉽게 화를 냅니다. 게임 과몰입이 심하거나 별것 아닌 말 같은데 자신을 무시한다고 여기고 학교에서 자신이 왕따가 된다며 등교를 거부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것들은 의학적 개입이 반드시 필요한 청소년기의 우울증입니다. 그러므로 “네가 사춘기가 아니고 정서적으로 취약해서 너도 모르게 행동이 통제가 안 되니 함께 병원에 가보자”고 해야 합니다. 대부분은 유전 성향이 있으니 부모가 먼저 가서 경미하더라도 치료를 받는 모습을 보여도 좋고, 일상에서는 절대 앞서가지 말고 콩을 팥이라 해도 팥으로 믿어줘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악성 댓글로 인해 상처받은 경험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악성 댓글 자체가 시기심에서 비롯되기 때문입니다.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나름의 방법은요. 

그냥 (마음이) 쏠리는 대로 사는 것이죠. 

지난해 직장암 수술을 받으셨다고 들었습니다. 현재 건강 상태는 어떻습니까. 

가족력이 있어서 피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절제술을 받았고 술과 담배를 안 하니 그리 나쁘진 않습니다. 단, 요실금이 심해서 섹시한 팬티 대신 요실금용 팬티를 착용하고 다닌다는 점 말고는요. 

정신과 의사로서 지키며 살아온 철칙이나 나름의 포부는요. 

포부나 세상에 대한 애착을 지우는 것이 철칙이라면 철칙이에요(웃음). 

남모르게 정신적 고통을 앓고 있는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요. 

정신이 아픈 사람은 없습니다. 다만 비인간적인 환경이나 상황으로 인해 만신창이가 된 것뿐입니다. 개인적으로 이를 ‘정서신경질환’이라 부릅니다. 의지와 무관합니다. 오히려 인간적이기에 분노할 수 있고 울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린 사람이지, 로봇이 아니기에 정서적 고통을 겪고 있다면 그건 당신이 ‘지극히 사람답다’는 뜻입니다. 보편성과 악습을 조심하시고, ‘살불살조(殺佛殺祖,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이라)’라는 옛 고승의 말이 있듯 행여나 자살 충동이 심하게 든다면 조금만 시간을 내어 죽이고 싶은 것이 과연 무엇인지 떠올려보시면 좋겠습니다.

designer 박경옥
사진 동아일보 출판사진팀 사진제공 홍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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