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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TATTOO

청춘을 아로새기다

NEW FASHION ACCESSORY TATTOO

기획 · 안미은 기자 | 사진 · 홍태식 REX

2016. 07. 12

마조히즘적 행위로 여겨지던 타투가 패션 피플 사이에서 대체 불가능한 패션 액세서리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지금 패션계가 타투를 바라보는 흥미로운 시선.




처음 타투이스트가 생겨난 건 20세기 초다. 그 시절 타투는 배를 타는 선원들의 전유물이었다. 생사를 넘나드는 바다와의 거친 사투에서 무사염원을 바라는 부적과 같은 존재. 전 세계를 돌며 수집한 원시적인 모티프를 타투로 승화시킨 것은 바로 그들이다. 많은 아티스트들의 손에 의해 타투가 비약적인 발전을 보이며 예술의 경지에 오른 건 추후의 일이니까.

이제 사람들은 개성을 드러내기 위한 ‘수단’으로 타투라는 비밀스런 신체 코드를 활용한다. 타투가 대중으로 무대를 옮겨온 건 셀레브러티들의 공이 가장 크다. 안젤리나 졸리는 입양한 매독스와 팍스, 자하라를 위해 그들이 태어난 고국의 위도와 경도를 좌표처럼 왼팔에 새겨 넣었다. 남편인 브래드 피트의 이니셜을 허벅지 안쪽의 은밀한 부위에 새겨 화제가 되기도 했다. 평소 가족에 대한 끔찍한 사랑으로 유명한 데이비드 베컴 역시 등과 팔에 커다란 천사를 새기고, 양 날개에 산스크리트어로 아내와 아이들의 이니셜을 새겨 넣었다. 이외에도 리한나, 레이디 가가, 시에나 밀러, 스칼렛 요한슨 등 해외 셀렙들과 이효리, 정려원, 공효진, 현아 등 국내 셀렙들이 무수히 많은 타투 패션을 선보였다. 타투가 하나의 액세서리로 우리에게 각인된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타투에 대한 시선이 긍정적으로 바뀌자 스타일의 변화도 생겨났다. 예전엔 가슴이나 골반, 등처럼 옷을 벗어야 보이는 내밀한 부위에 타투를 새겼다면, 이제는 쇄골과 어깨, 손목, 발목, 손가락처럼 완전히 드러나는 부위에 타투를 새기는 게 추세다. 취향에 따라 모양과 크기도 갖가지. 치카노나 이레즈미처럼 크고 험악한 전통 타투가 아닌, 작고 귀여운 동식물과 레터링 같은 모티프가 대중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지금 그리고 앞으로 패션계가 바라보는 타투의 전망은 희망적이다. 타투만큼 확실하고 스타일리시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도구는 없으니까. 자신의 이야기가 담긴 타투는 그 어떤 값비싼 주얼리로도 대체할 수 없다. 그리고 대체 불가능한 것엔 중독이 따른다. ‘처음 하는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하는 사람은 없다’는 말이 타투 세계에서도 통용될 정도다. 무조건 신중하고 볼 일이다. 목걸이나 귀걸이처럼 지겹다고 똑딱 뺄 수 있는 게 아니다. 한번 새기면 평생 함께 가야 한다. 단지 멋 부리고 싶은 마음에, 언제 헤어질지 모를 남자친구와의 커플 표식으로 즉흥적으로 타투를 결심했다면, 몸에 바늘을 갖다 대기 전 반문해봐야 한다. 선택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자신의 몫이니까!



Interview

▼ 고난도 테크니스트 타투이스트 난도를 만나다 ▼
인터뷰 내내 휴대폰 알림이 끊이질 않았다. 타투 상담 메세지가 하루에도 수 백 번은 날아든다. 그러나 답장은 결코 일주일을 넘기는 법이 없다. 많은 연예인들이 그의 손을 거쳐갔고, 방금 전에는 아이돌 가수 한 무리가 다녀갔다. 타투를 향한 열렬한 관심은 타투를 서서히 음지에서 양지로 끄집어냈다. 현재 타투는 합법과 비합법의 경계에 놓여 있다. 의료법상 국내에선 아직까지 의사만 시술이 가능하도록 규제하고 있지만, 한국타투협회와 많은 타투이스트들이 합법화 추진에 힘쓰고 있으니 ‘타투길’이 열릴지 두고 볼 일이다.




▼ 이름이 특이하다. 난도가 설마 본명은 아니겠지?


물론 가명이다. 영화 〈얼라이브〉를 굉장히 감명 깊게 봤다. 영하 40℃를 밑도는 안데스 산맥에서 72일을 버틴 생존자들의 이야기인데, 거기 등장하는 주인공 이름이 ‘난도’다. 에단 호크가 연기했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그가 좋았다.   

▼ 미술을 전공했다고 들었다. 유학까지 떠났고. 촉망받는 인재가 굳이 비주류 장르인 타투이스트의 길을 선택해야 했을까?

그림을 언제부터 그렸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항상 연필과 지우개와 캔버스를 달고 살았다. 안양예고를 거쳐 경희대 미대를 졸업했다. 이 모든 게 당연한 수순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모든 미술학도가 그렇듯 원대한 꿈을 안고 스페인으로 유학을 떠났다. 스페인 사람들은 다들 몸에 타투 하나씩 가지고 있더라. 만약 종이 캔버스에서 사람의 몸으로 붓을 옮겨간다면? 왠지 모를 쾌감에 휩싸였다. 그렇게 타투와의 운명이 시작됐다. 한국으로 돌아와 당장 홍대의 유명 타투이스트를 찾아갔다. 내게 타투는 예술의 연장이다.

▼ 타투는 보통 어떤 식으로 작업이 진행되나?


먼저 고객의 의뢰가 들어오면 상담부터 시작한다. 일일이 시간을 내 만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메신저로 대화를 나눈다. 각자 머릿속에 그리는 생각을 어떻게 하면 타투로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을까, 가장 고뇌하는 작업이다. 일단 모티프가 정해지면 그 다음은 일사천리다. 몸의 부위에 맞는 사이즈로 스케치해 피부에 전사시킨 다음 타투 머신을 이용해 아웃라인을 따라 타투를 새겨나간다.  

▼ 타투를 받는 사람 입장에선 타투이스트를 믿고 몸을 내주는 거나 마찬가지다. 고객과의 의견 차가 생길 땐 어떻게 극복하는가?

타투이스트마다 지향하는 스타일이 다르다. 나 같은 경우 작고 섬세한 터치를 즐긴다. 그래서 여성 고객들이 많다.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에 업로드된 작업본을 보고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의견 차는 거의 없다. 간혹 생긴다 하더라도 최대한 정중하게 설득한다. 이젠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기 때문에 대부분 나의 의견에 따른다. 타투는 사람 대 사람이 하는 작업이다. 서로 믿지 못하면 차라리 일찌감치 포기하는 게 맞다.


▼ 타투이스트는 타투와 아티스트를 합친 말이다. 스스로 아티스트라 생각하는가?

물론이다. 타투는 덧없고 추상적인 것을 사적이고 변함없는 그림으로 옮기는 행위 예술이다. 나에게 타투는 시간 그리고 특별한 감정과 연관돼 있다. 그런 점에서 인생의 철학과 예술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아티스트로서 전시회를 여는 날이 오지 않을까.    

▼ 타투이스트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밤하늘 별처럼 하루에도 무수히 많은 꿈들이 생겨나고 또 그만큼 사라진다. 필요한 건 당신의 의지다. 타투에 대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전문 타투이스트들이 많이 양성됐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



STREET FASHION SCENE

포토그래퍼 니콜라 브륄레가 만난 스웨그 넘치는 타투


And More!


타투리얼리스트


젊고 유능한 패션 크리에이터들과 함께 유니크한 스타일을 제안하는 웹사이트 ‘인앤아웃(in&out)’의 설립자이자 편집장인 니콜라 브륄레. 사진작가로도 활동하며 ‘타투리얼리스트 프로젝트’를 추진, 1백명의 타투리얼리스트들을 만나 찍은 사진을 책으로 엮어냈다. 동아일보사.


사진제공&참고도서 · 타투리얼리스트(동아일보사) | 디자인 · 최정미





아름다운 여인의 초상

여인의 몸에 꽃과 나무, 나비를 새겨 넣었다. 이번 여름을 기억하는 가장 로맨틱한 방법이다.



기획 · 안미은 기자
사진 · 홍태식
디자인 · 최정미
헤어 · 김재화
메이크업 · 제롬
스타일리스트 · 장지연
타투이스트 · 난도
모델 · 홍지수
제품협찬 · 갭(02-6911-0792) 끌로디피에로(02-3444-1709) 로맨시크(02-3446-7725) 스타일난다(02-508-6033) 에트로(02-3018-2312) 오즈세컨(02-546-7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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