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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STORY

사만다 ♡ 아나이스

지구 반 바퀴 돌아 25년 만에 재회한 쌍둥이

글 · 정희순 | 사진제공 · 엣나인필름 | 참고도서 · 〈어나더 미〉(책담) | 디자인 · 유내경

2016. 04. 14

기적이다. 축복이다. 행복이다. 서로의 존재도 모르던 쌍둥이 자매가 25년 만에 서로를 만난 후 느꼈던 감정들이다. 영화 같은 일을 겪은 쌍둥이 자매가 다큐멘터리 영화의 주인공이 되어 나타났다.

나와 똑같이 생긴 쌍둥이의 존재를 어느 날 갑자기 알게 된다면 어떤 기분일까?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실제 이야기가 영화 〈트윈스터즈〉로 탄생했다. 영화의 주연 배우는 이야기의 실존 인물인 사만다 푸터먼과 아나이스 보르디에다. 1987년 부산에서 쌍둥이로 태어나 각각 미국과 프랑스로 입양된 사만다와 아나이스는 4년 전 SNS를 통해 극적으로 재회했다. 배우로 필모그래피를 쌓아가던 사만다는 자신의 기적 같은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고자 당시의 모든 상황을 영상으로 촬영했다. 이를 편집해 만든 이번 다큐멘터리 영화에는 두 사람이 서로를 그리워하며 메시지를 주고받는 장면부터 처음 재회하는 장면, 이후 함께 한국에서 생모를 찾는 장면까지 생생하게 담겨 있다. 그리고 두 사람이 영화 개봉에 맞춰 2월 말 한국을 방문했다. 일란성 쌍둥이가 아니라는 생각은 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꼭 닮은 두 사람은 오랜만의 만남이 그렇게나 좋은지 서로를 향한 애틋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처음부터 우리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워낙 사적인 이야기다 보니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그보다 이 기적 같은 이야기의 큰 키워드인 ‘가족, 사랑, 유대감, 소통’을 관객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어요.” (사만다)

“영화 제작 이야기가 나오기 전부터 우리의 만남을 전부 영상으로 촬영하자는 이야기는 이미 나눈 상태였어요. 우리의 추억을 간직하려고 했던 거죠. 나중에는 제가 느낀 이 행복한 감정을 다른 사람들과도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로 만들어보자는 사만다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인 것도 그 때문이죠.” (아나이스)



놀라지 마, 우리 쌍둥이인 것 같아

이야기의 시작은 지난 2012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파리에서 영국 런던으로 건너가 패션 디자인을 공부하던 아나이스는 친구로부터 페이스북 메시지를 받았다. 유튜브 동영상에서 캡처한 사진 속에는 자신과 꼭 닮은 여성이 웃고 있었다. 화면 속 그녀는 분명 모르는 사람이었지만, 피부색은 물론 눈, 코, 헤어스타일, 심지어 웃는 모습까지도 자신과 판박이였다. 그녀는 그날부터 해당 영상에 등장하는 여배우 사만다에 대해 조사를 하기 시작해 어렵게 정보를 찾아냈고, 여배우의 생일이 1987년 11월 19일로 자신과 같다는 것을 알고는 쌍둥이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됐다.



‘놀라지 마, 우리 쌍둥이인 것 같아!’

아나이스는 쿵쾅거리는 가슴을 겨우 진정시키고 사만다에게 페이스북 메시지를 보냈다. 사만다의 답장을 기다리는 동안 아나이스의 시간은 더디게 흘러갔다. 영화 시사회 준비가 한창이었던 사만다는 아나이스가 보낸 메시지를 보고 거의 기절할 뻔했다. 자신과 똑같은 사람이 어딘가에 존재할 거라는 것은 상상조차 못 했던 일이기 때문이다.

SNS를 통해 조금씩 서로에 대해 알아가던 두 사람은 자신들이 분명 쌍둥이일 거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영화 속에서는 두 사람이 영상 통화를 하며 서로를 그리워하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장거리 연애를 하는 연인같다. 기억에도 없는 누군가를 이토록 그리워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결국 둘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유전자 검사를 받았고, 결과가 나올 무렵 사만다는 아나이스가 머물고 있는 런던으로 건너갔다. 두 사람의 첫 만남이었다. 25년 만에 처음 만난 쌍둥이 자매의 상봉 장면에 눈물은 필수라고 으레 짐작하겠지만, 두 사람은 그 순간을 웃음으로 대신했다. 외로웠던 과거에 대한 분노나 안타까움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새로운 가족이 생겼다는 것에 대한 행복과 사랑뿐이다.

“우리가 마침내 같은 공간에 있게 되었다는 것이 정말 이상했어요. 아나이스는 분명 낯선 사람인데, 눈앞에 있는 그녀는 그냥 저였으니까요.” (사만다)

두 사람이 함께한 자리에 유전자 검사 결과가 도착했다. ‘일란성 쌍둥이’라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받는 순간이었다. 

“너무도 훌륭한 양부모님이 계시지만, 저는 마음 한구석이 늘 외로웠어요. 어딘가 나의 가족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상상을 하며 유년기를 보냈죠. 사만다를 만난 건 제 인생에 정말 큰 변화를 가져왔어요. 이제는 사만다의 양부모님에 두 명의 오빠까지 제 가족의 범주 안에 들어온 거잖아요. 더 이상 외로울 일은 없을 것 같아요.” (아나이스)



또 다른 나를 발견하다

제아무리 일란성 쌍둥이라 해도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만큼 생각이나 취향이 완벽하게 같을 순 없을 터. 서로 충돌한 적은 없냐는 질문에 “제2차 세계대전에 대한 견해가 다른 것 외에는 논쟁하는 일이 없다”며 방긋 웃는다. 방금 대답한 사람이 사만다였는지 아나이스였는지 이제는 헷갈린다. 

“오늘 아침에 처음으로 아나이스가 제게 화를 냈어요. 제가 아나이스 양말을 훔쳐 신었다는 걸 그녀가 알아버렸거든요(웃음). 아나이스는 유명한 디자이너잖아요. 아무리 봐도 정말 옷을 잘 입는 것 같아요.” (사만다)

두 사람의 여정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사만다는 입양아와 그 가족들을 돕는 비영리단체인 킨드레드(www.kindredadoption.org) 활동과 연기, 영화 제작을 계속할 계획이다. 아나이스는 대학원에서 마케팅과 경영을 공부하며 패션 디자이너로서 역량을 펼칠 예정이다. 올여름엔 사만다와 아나이스의 가족이 함께 휴가를 보낼 계획도 세우고 있다.

“사만다를 만나 제 뿌리를 찾아다니면서 제가 어떻게 존재하게 됐고 사랑받았는지 깨닫게 됐어요. 제 자신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할 수 있게 된 거죠. 저희가 성공적인 입양의 예가 되어 다른 입양아와 입양 가족에게 희망을 주기를 진심으로 바라요.” (아나이스)

쌍둥이 자매의 이야기는 이미 여러 언론을 통해 보도됐고, 국내에서 영화로도 개봉돼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그녀들은 여전히 생모와 연락이 닿지 않고 있는 상태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이유로 입양 보내졌는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너무나도 좋은 가족과 만나게 됐고 아나이스와도 재회했다는 사실이 훨씬 더 중요하죠. 만일 입양되지 않았더라면 지금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을 몰랐을 테니까요. 가족 사이엔 어떤 장벽도 없어요. 사랑은 모든 것 위에 존재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사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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