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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단순하고 간결한 컬러 포인트 미니멀 하우스

백민정 프리랜서 기자

2023. 03. 15

나무와 철제, 팝아트 작품이 어우러진 김재성 · 안주희 부부의 148㎡ 아파트를 찾았다. 집주인 취향에 맞춘 최소한의 데커레이션만으로 한 끗 차이 색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낸 공간은 활용도가 높고 감각적이다.

화이트와 우드로 채운 공간에 팝아트 그림으로 포인트를 준 LDK형 거실.

화이트와 우드로 채운 공간에 팝아트 그림으로 포인트를 준 LDK형 거실.

성질이 다른 재료의 믹스 매치는 공간을 더욱 감각적으로 보이게 하는 힘이 있다. 스틸, 유리, 목재 등 결이 다른 소재를 조합해 시각적인 재미를 만들어내는 ‘미드센추리 모던’ 스타일이 인테리어 분야에서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김재성·안주희 부부의 집은 이 같은 디자인적 요소를 잘 살려 매력적이다.

“이전 집은 분양받아 입주한 새 아파트였어요. 새집이니 당연히 리모델링은 염두에 두지 않았죠. 살림도 모두 새것이라 살면서 교체할 일이 거의 없었고요. 하지만 저희 취향이 반영되지 않은 획일화된 공간에서 생활하다 보니 사는 내내 아쉬움이 컸어요. 아이들이 자라면서 더 넓은 공간으로 이사를 결정했고, 이번에는 고민할 것도 없이 리모델링을 계획했어요. 가족의 라이프스타일은 물론 저희 부부의 취향을 담아 공간을 꾸미고 싶었거든요. 생활의 흔적이 잔뜩 남아 있는 집이 아닌, 미니멀하고 편안하고 깨끗한 집. 그게 저희 부부가 생각한 리모델링 방향이었어요.”

설계를 맡은 이유디자인 허유진 실장은 이들 부부와 대화를 나누면서 쉼이 있는 미니멀한 공간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생활의 흔적을 최대한 지우고 집이 주는 편안함을 제대로 누릴 수 있는 공간. 그 고민에 대한 답은 과할 정도로 많은 수납공간과 따뜻한 분위기를 내는 마감재, 그리고 조명에서 찾을 수 있었다.
“김재성 씨가 평소 취미로 그림을 그리는데, 작품을 집 안 곳곳에 걸어 따뜻한 분위기의 갤러리 같은 공간을 완성하기를 원했어요. 그런 분위기를 내기 위해서는 부부의 바람이기도 한 미니멀한 디자인이 필수였죠. 아이들을 키우며 줄일 수 있는 살림의 양은 한계가 있으니 미니멀한 디자인을 해치지 않고 늘 깔끔함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으로 수납력을 키웠어요. 수납공간을 가능한 한 많이 확보했고, 다른 디테일은 최대한 줄이되 집 전체 분위기를 결정짓는 마감재와 조명 선택에는 공을 들였어요.”

미니멀한 느낌을 더하는 개방형 구조

폭이 넓은 대면형 아일랜드 식탁 설치로 수납력을 높이고 효율적인 동선을 만들었다. 정면으로 보이는 벽 전체는 수납장.

폭이 넓은 대면형 아일랜드 식탁 설치로 수납력을 높이고 효율적인 동선을 만들었다. 정면으로 보이는 벽 전체는 수납장.

갤러리 같은 느낌의 심플하고 깔끔한 집을 만들기 위한 핵심 요소는 바로 개방감이다. 개방감이 뛰어난 집은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시야를 가리는 것 없이 시원하게 뚫려 있어 공간을 더 넓어 보이게 하는 것은 물론 그곳의 첫인상을 결정짓는다. 하지만 이 집이 탁 트인 느낌을 주는 것은 주방과 다이닝 공간 역할을 하는 LDK형 거실 때문만은 아니다. 중문 옆 자투리 공간의 영리한 변화가 거실 분위기에 확실한 시너지를 만들어준 것.

활용도 떨어지는 작은 가족실은 유리 가벽을 세워 서재로 활용한다. 내부가 보이는 공간이라 개방감이 뛰어나다.

활용도 떨어지는 작은 가족실은 유리 가벽을 세워 서재로 활용한다. 내부가 보이는 공간이라 개방감이 뛰어나다.

“리모델링 전 중문을 열고 들어서면 왼쪽으로 작은 공간이 있었어요. 일종의 서브 거실 내지는 오픈된 알파룸 같은 곳인데, 자칫 창고처럼 쓰거나 버려두는 자리가 되기 쉬웠죠. 그런데 시공을 담당하신 실장님이 유리 가벽 아이디어를 내셨어요. 일반 가벽을 세워 방처럼 써도 좋겠지만 집에 들어서자마자 벽을 만나면 답답한 느낌이 들 테니, 개방감 있는 유리 벽으로 파티션을 만들어 공간을 활용해보자고 하셨죠. 마침 서재로 쓸 곳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었던지라 흔쾌히 그러자 했어요.”



부분 장식장으로 리듬감을 준 현관.

부분 장식장으로 리듬감을 준 현관.

그렇게 완성된 미드센추리 모던 스타일의 서재는 부부는 물론이고 아이들에게도 가장 사랑받는 곳이 됐다. 실내 디자인에 재미가 느껴지는 것은 덤이다. 이 집에서 서재에 이어 가장 크게 구조를 변경한 곳은 주방. ‘ㄱ’ 자였던 주방을 대면형으로 바꾸니 동선이 편해짐은 물론 수납공간도 대폭 커졌다. 가장 만족도가 높은 곳은 아일랜드 조리대. 아일랜드 조리대와 식탁 사이에 오가는 동선까지 고려해 아일랜드의 폭을 최대한 넓혔더니 반대편 바닥에 물이 튀지 않고 수납할 수 있는 공간까지 넉넉해졌다.

재미를 더하는 디자인 포인트

화이트와 우드로 채운 공간에 팝아트 그림으로 포인트를 준 LDK형 거실.

화이트와 우드로 채운 공간에 팝아트 그림으로 포인트를 준 LDK형 거실.

이 집이 유독 세련돼 보이는 것은 포인트가 되는 소품 덕분이다. 식탁 옆 벽면에 걸린 팝아트 그림, 침실 한쪽에 자리한 앤티크 무드의 붉은색 서랍장, 서재 바닥을 채운 블루 컬러 카펫 등 톡톡 튀는 포인트 소품들은 화이트와 우드로 채워져 자칫 뻔할 수 있는 디자인에 색다른 재미와 에너지를 준다.

화이트와 우드로 채운 공간에 컬러가 있는 서랍장과 대형 그림으로 포인트를 주었다.

화이트와 우드로 채운 공간에 컬러가 있는 서랍장과 대형 그림으로 포인트를 주었다.

“그림 그리기가 제 취미이기도 하고 보는 것도 좋아해서 벽에 그림을 많이 걸고 싶었어요. 그래서 벽지는 디테일이 없는 흰색으로 골랐고, 별도의 벽 장식도 배제했죠. 고급스럽고 모던한 분위기를 좋아하지만 실내를 채울 마감재로 타일을 선택하고 싶지도 않았어요. 타일이 가진 특유의 차가운 성질이 싫었거든요. 그래서 언제든 따뜻한 기운이 느껴지도록 바닥재는 물론이고 공간마다 원목 디테일이 들어갔으면 했죠. 부드럽고 편안한 느낌을 내는 데 실내등도 큰 힘을 발휘하기에 집 안에는 따뜻한 분위기의 간접조명을 다양하게 설치했어요.”

조적으로 디자인해 호텔 느낌이 물씬 나는 욕실.

조적으로 디자인해 호텔 느낌이 물씬 나는 욕실.

호텔식 레이아웃에서 영감을 받아 재구성한 욕실도 이 집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핫 스폿. 세면 수전과 샤워 수전 모두 매립으로 설치해 집 분위기와 어울리는 간결하면서도 깔끔한 욕실을 완성했다. 이 밖에도 이 집 곳곳에는 무수한 디테일이 숨어 있다. 침대의 헤드보드부터 옷장, 화장대까지 원목보다 더 원목 같은 필름 시공, 마치 하나의 벽처럼 빈틈없이 채운 주방의 수납장, 리듬감 있게 디자인한 곡선 형태의 유리 가벽 등 집의 완성도를 높인 다양한 아이디어를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1가지 스타일에 매몰되지 않고 자신의 취향에 따라 다양하게 변주한 김재성·안주희 부부의 집. 이 가족의 집은 쉽게 질리지 않고 천천히 그리고 오랫동안 사랑받을 것 같다.

#인테리어 #미니멀하우스 #여성동아

기획 최은초롱 기자 
사진제공 이유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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