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ONEY

investment

김형호 한국채권투자운용 대표 “30년 만에 온 기회… 국채 · 美 채권 ETF 추천”

오홍석 기자

2023. 01. 27

수익률이 낮은 안전자산이라는 이미지로 인해 인기 없던 채권. 그러나 최근 고금리·고물가 여파로 동학개미들의 투자처가 주식에서 채권으로 옮겨가고 있다. 채권이 이토록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채권 전문가 김형호 한국채권투자운용 대표를 만나 물었다.

김형호 한국채권투자운용 대표는 “고금리·고물가 국면은 장기 국채 투자의 적기”라고 말했다.

김형호 한국채권투자운용 대표는 “고금리·고물가 국면은 장기 국채 투자의 적기”라고 말했다.

“제가 채권투자만 30년 했지만, 이런 기회는 잘 오지 않습니다.”

1988년부터 30년 넘게 채권투자 외길 인생을 걸어온 김형호 한국채권투자운용 대표는 현재 채권시장 상황을 진단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국내 채권시장 규모는 약 2500조 원대로 코스닥(KOSDAQ)과 코스피(KOSPI)를 합친 액수보다 크다. 그렇지만 채권은 여전히 개인투자자들에게는 생소한 투자처다. 안정적이지만 수익률이 낮다는 인식 때문.

하지만 최근 들어 분위가 바뀌었다. 김형호 대표는 “최근 6개월 동안 상황이 급변했다”며 “요즘처럼 사람들이 채권투자에 대해 많이 문의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최근 채권시장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해가 바뀐 이후 국내 증권사들은 계속해서 개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채권 상품을 내놓는데, 출시되기 무섭게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자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가 지난해 장외 채권시장에서 기록한 순매수액은 총 20조6113억 원. 지난해 4분기부터 거래량이 가파르게 증가하며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이는 2021년 대비 4배 넘게 증가한 규모이기도 하다. 반대로 주식 거래 대금은 올해 첫째 주 6조4200억 원에 그치며 지난 3년 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동학개미들의 투자처가 주식에서 채권으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그럼에도 채권은 여전히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투자처다. 김 대표에게 채권투자의 A to Z를 물었다.

“채권은 로우 리스크 미디엄 리턴”

채권은 아직 생소하다는 사람이 많은데요.

간략하게 설명하면, 채권은 말 그대로 돈을 빌려주고 받을 수 있는 권리입니다. 돈을 빌려주고 원금과 이자를 받습니다. 채권은 발행 주체에 따라 나라에서 발행하는 국채, 서울시 같은 지방자치단체에서 발행하는 지방채, 삼성전자 같은 기업에서 발행하는 회사채, 산업은행이나 한국은행 같은 공기업에서 발행하는 특수채로 나뉩니다.



정기예금이나 주식과의 차이는 뭔가요.

원금과 이자를 돌려받는다는 점에서 채권은 정기예금과 비슷합니다. 변동성이 큰 주식과는 거리가 멀죠. 채권은 대체로 안정성이 높아요. 국채는 국가가 파산하지 않는 이상 원금이 보장됩니다. 회사채의 경우 종종 회사가 파산하면 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정기예금과의 차이가 있다면 유동성입니다. 예를 들어 정기예금은 1년짜리를 가입했다고 했을 때 6개월 만에 찾으면 원금과 큰 차이가 없잖아요. 하지만 채권은 오늘 샀다가 내일 팔 수도 있고, 차액으로 수익을 낼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채권은 로우 리스크 로우 리턴이라고 보면 되나요.

로우 리스크 미디엄 리턴이죠(웃음). 국채는 정기예금보다는 최소 1~2% 높은 수익률을 보여줍니다. 현재도 은행 채권은 0.5%, 한전 채권도 1% 높습니다. 1년에 1~2%씩 수익을 늘려나가면 나중에는 차이가 커지기 마련이지요.

1월 2일 동아일보는 ‘검은 토끼의 해’ 계묘년을 맞아 투자 전문가 15인에게 올해의 투자전략을 물었다. 이 중 11명은 올해 상반기 가장 유망한 투자상품으로 우량 등급 채권을 꼽았다. 이른바 정부가 보증하는 국채나 신용등급이 높은 회사채를 일컫는 것이다.

채권이 발행 주체에 따라 다르게 분류된다는 사실은 쉽게 이해가 간다. 하지만 금리와의 관계는 여전히 아리송하다. 금리와 채권 가격은 반비례한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이렇게 상황이 좋다면 아무나 투자해도 괜찮을 것일까. 김 대표에게 헷갈리는 금리와 채권 가격의 상관관계를 비롯해 국채와 회사채 그리고 미국 국채까지 다양한 채권투자 전략을 물었다.

최근 채권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금리가 많이 올라서 그렇습니다. 채권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입니다. 지난 1년간 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채권 가격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보통 10년에 한 번씩 국채 시장에 기회가 찾아오는데요. 30년간 투자하며 요새처럼 좋았던 적은 없었습니다. 제가 채권투자 1세대이니, 한국 채권투자 역사상 이렇게 환경이 좋았던 적은 처음이네요.

그렇게 말씀하시면 아무나 다 투자해도 좋다고 볼 수 있는 건가요.

주로 정기예금을 하시는 분들 중 정기예금보다 조금 높은 수익률을 목표로 하는 분께 추천드립니다. 10% 이상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시는 분들께는 권장하지 않습니다. 주식은 변동성이 큰 만큼 기대수익도 높지요. 저는 높은 기대수익을 원하시는 분에게는 채권 말고 주식에 투자하라고 말씀드립니다.

“금리인하 직전 시점은 장기채 투자 적기”

흔히 채권투자는 많은 자본을 가진 투자자가 한다는 인식이 있는데요.

그런 인식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1997년 외환위기 이전까지는 개인이 투자할 수도 없었으니까요. 2000년대 초반에 들어서야 증권사에 ‘리테일 채권’ 부서가 생기기 시작했어요. 채권을 도매로 떼서 개인에게 판매하기 시작한 거죠. 당시만 해도 여전히 액수가 큰 단위로 판매했는데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로 대부분 증권사 채권 부서가 문을 닫았어요. 이후 저금리 시대에 접어들면서 예금 수익률에 만족하지 못하는 투자자들의 수요가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죠. 이전보다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은 장내거래가 많아졌다는 거예요.

장내거래가 많아진 현상은 무엇을 의미하나요.

채권은 증권사와 개인 간 장외거리가 일반적이었어요. 수요가 증가하다 보니 개인과 개인 간의 거래, 장내거래가 활발해진 거죠. 지금 장내거래 1위 종목이 국채인데, 정부에서는 국채를 10억 원 단위로 발행합니다. 이제 많은 참여자가 생겨 적게는 1000원 단위로도 채권을 사고팔 수 있어요. 불과 최근 6개월 사이 일어난 변화입니다. 이제는 채권투자의 진입장벽이 많이 낮아졌고, 누구나 투자할 수 있게 됐다고 보면 됩니다.

장기채와 단기채 중에는 어디에 투자해야 할까요.

정말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채권은 발행 시점의 금리에 따라 수익이 달라집니다. 똑같이 100만 원을 투자해도 발행 시점의 금리에 따라 누구는 10만 원을 벌고 누구는 20만 원을 벌죠. 지금 자산운용 전문가들이 투자를 권하는 채권은 장기 국채입니다. 금리가 오른 시점에 발행된 채권이 시장에서 아무래도 수요가 높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금리가 오르면 왜 채권이 인기인 거죠.

금리가 잔뜩 올라 있고, 지금 정점이 가시권에 들어왔습니다. 대다수의 전문가가 내년 하반기에는 금리가 하락할 것으로 내다보죠. 금리가 하락하면 높은 이율의 채권을 원하는 사람이 많지 않겠어요. 그러니 고금리일 때 장기채를 사두면, 금리가 낮아졌을 때 유통시장 내 채권의 가격이 올라가겠죠.

금리는 어떤 근거로 떨어지리라고 내다보는 건가요.

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변수는 물가입니다. 지난해 6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곡물가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유가도 당시에 배럴당 128달러까지 갔죠. 지금 곡물가와 유가 모두 30% 이상 떨어졌습니다.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측정하는데, 지난해 7월 물가가 정점이었기에 올해 7월 정도면 마이너스를 기록할 수밖에 없죠. 물가가 떨어지면 금리가 낮아지고, 금리가 낮아지면 채권 할인율이 떨어지니 채권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 채권투자는 어떤가요.

미국 채권도 상황이 좋긴 한데, 국내 투자자들에겐 수수료가 높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엄연히 말하면 미국 채권은 국내에 가져오지 못합니다. 그래서 원화를 달러로 환전해 은행에 주문하면 은행이 채권을 구매한 뒤 예탁증서를 주는 방식으로 거래가 이루어지죠. 이 과정에서 2% 정도의 수수료가 발생합니다. 개인투자자가 소액으로 채권에 투자할 경우 저는 미국 채권을 모은 ETF 상품에 주목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수수료도 적고 훨씬 안전합니다.

국채 말고 회사채 투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회사채는 항상 정기예금보다 수익률이 높습니다. 금리가 낮았던 2002년에도, 2020년에도 그랬습니다. 정기예금이 1%대에 머물 때도 늘 수익률 4% 이상 유지했습니다. 고금리·고물가 국면이 아니라면 개인은 일반적으로 회사채에서 답을 찾는 게 맞습니다. 요즘 같은 드문 기회에 국채 매입을 놓칠 이유도 없어요. 굳이 투자하고자 한다면 부도 날 가능성이 극히 낮은 기업, 가령 대한항공 같은 회사채를 추천드립니다.

회사채 투자, 회사 신용등급 보는 법부터 공부

 김형호 한국채권투자운용 대표는 “미국 국채에 관심이 있다면 ETF에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김형호 한국채권투자운용 대표는 “미국 국채에 관심이 있다면 ETF에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채권투자에 관심이 있다면 어떤 공부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채권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은 정부가 운영하는 ‘국채시장’이나 ‘한국거래소’ 사이트에 잘 설명돼 있습니다. 채권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생겼다면, 국공채는 채권 만기 기간이 가격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공부하면 됩니다.

회사채는 좀 다를 것 같네요.

회사채는 아무래도 부도 날 가능성이 적은 기업들을 고를 줄 알아야겠죠. 그래서 회사 신용등급 보는 법을 먼저 알아야 합니다. 또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기업 정보를 꼼꼼히 공시하니 재무제표 보는 법 등도 익혀야 합니다. 내가 돈 빌려줄 회사인데, 그곳 상황이 어떤지 꼼꼼히 살펴봐야죠. 하나 더 필요하다면, 제도입니다. 기업이 파산했을 시 회생절차, 기업구조조정 제도, 워크아웃 등도 공부하면 좋습니다. 상법 특별법에 해당하는 내용인데 분량이 많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채권투자의 매력에 대해 독자분들께 설명해주세요.

채권의 매력은 비교적 예측이 가능하다는 점에 있습니다. 가령 주식은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너무 많습니다. 채권은 경제성장률, 금리, 물가상승률 같은 거시경제 지표들만 살펴봐도 됩니다. 원금도 보전되고 변동성이 적죠. 개인적으로 주식에 투자 안 한 지 25년 됐습니다. 그렇다고 채권이 무조건 넣어놓고 신경 안 쓰는 정기예금은 아닙니다. 하지만 수익률도 높고 종목을 정할 때 경제 공부를 하게 되는 효과도 있습니다. 각종 경제 지식은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누구에게나 필요한 소양 아니겠습니까. 차분하게 재산을 증식하면서 경제 공부를 하고자 하는 분들께 채권 투자를 추천합니다.

#채권투자 #김형호대표 #고금리투자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 지호영 기자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