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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공감하고 소통하는 리더 정희진 고려대구로병원장

오홍석 기자

2022. 11. 28

팬데믹 한가운데 취임해 정신없는 임기를 보낸 정희진 고려대학교구로병원장.그에게 새로 문을 연 미래관이 고대구로병원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물었다.

정희진 고려대 구로병원장.

정희진 고려대 구로병원장.

내년이면 설립 40주년을 맞이하는 고려대학교 구로병원이 올 9월 ‘미래관’을 개관했다. 고려대 구로병원은 1983년 독일 정부로부터 차관을 들여와 서울시 구로구 구로동 군 보충지 부지에 세워졌다. 이후 구로공업단지에서 산업재해를 당한 근로자들을 치료하며 지역 내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의료기관으로 자리 잡았다. 지금도 중증 환자 비율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수치인 61%를 유지하고 있다. 중증외상 전문의 수련센터,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 서울시 중증외상 최종치료센터 등을 운영하며 수익이 보장되지 않지만 지역엔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병원장에 취임한 정희진 고려대 구로병원장을 만난 건 미래관 오픈이 계기가 됐다. 정 병원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유행으로 취임 1년을 ‘전시 체제’로 보내야 했다. 고려대 구로병원이 이처럼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그는 “고려대 구로병원은 독일 차관으로 지어졌기에 태생부터 사회적 공헌이 운명이었다”며 “병원의 소명에 공감하고 이를 위해 똘똘 뭉치는 교직원들의 헌신 덕분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정 병원장에게 고려대 구로병원 미래관의 향후 역할과 지난 1년에 대해 들어봤다.

직원들 스트레스 감소·번아웃 예방 위해 노력

병원장으로 취임한 지 1년이 됐습니다. 임기를 어떻게 보냈나요.

예상하시겠지만, 정신없이 보냈습니다. 일단 코로나19 상황은 여전히 변수가 많았습니다. 교직원들의 피로도도 굉장히 높아져 있는 상태였고요. 지친 교직원들을 격려하면서 동시에 병원을 안전하게 지키는 데 주력했어요. 둘 사이의 균형이 고민이 많이 되는 지점이었죠. 또 미래관 신축을 앞두고 있다 보니 여러 상황에서 평상시와 다르게 병원을 운영해야 했습니다.

원래 감염내과 전문의이다 보니 팬데믹이 남다르게 다가왔을 것 같습니다.

그렇죠. 특히 코로나19는 여느 팬데믹과 많이 달랐습니다. 제가 ‘신종플루’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을 모두 경험해봤지만 환자 위중증도나 환자의 수에서 차이가 컸어요. 감염병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이다 보니 고민과 스트레스도 많았고, 조금 더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감염내과 전문의가 되기로 결심한 계기도 궁금한데요.

저는 학생 때는 원래 병리를 연구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인턴 생활 중 임상 실습을 하면서 ‘이렇게 환자들과 호흡하는 일이 내게 더 맞겠다’ 싶더라고요. 제가 전공을 선택할 당시만 해도 감염내과 전문의가 많지 않았는데요. 감염내과가 임상뿐만 아니라 실험실 연구도 많이 한다는 점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성향이 병원을 운영하면서도 나타났나요.

감염내과는 타 부서 교수님, 직군과 소통이 많은 편이에요. 그러다 보니 환자를 보는 본업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게 경영, 관리 등 다양한 일을 맡게 됐어요. 병원이라는 곳이 다양한 직종들의 협업을 통해 24시간 운영되잖아요. 직원들은 환자들의 절박함을 마주하면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늘 긴장 상태에 놓이고 피로도가 가중되죠. 저는 병원장이 되기 전부터 직원들이 스트레스를 덜 받는 방법과 ‘번아웃’을 줄일 방안이 없을까 많이 고민했습니다.

고민은 어떤 결과물을 낳았나요.

코로나19로 힘들어하는 직원이 많아지면서 이전보다 문제점이 극명하게 드러났어요. 그래서 소통과 공감을 통해 직원들이 조금이라도 즐겁고 보람 있는 직장 생활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려 노력했죠. 원내 상담 센터인 ‘행복센터’를 만들었고, 자유롭게 소통이 가능한 분위기를 꾸리는 데 집중했습니다.

의사가 되고 나서 ‘나는 병원장이 되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나요.

그런 생각하면서 의사가 되는 사람이 있을까요(웃음). 한 번도 병원장이 되고 싶단 생각을 해본 적은 없어요. 일반적으로 교수들이 병원 경영이나 시설 관리에 관심을 갖고 시간을 투자하기가 쉽지 않아요. 저 같은 경우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직책을 맡게 됐죠. 조직에 대한 애정이 밑바탕에 있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아요. 여러 훌륭하신 후보들이 계셨지만 운이 좋게 제가 병원을 위해 일할 기회를 얻은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책임을 다하고 좋은 후배, 선생님들을 서로 잇는 다리 역할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근 여성 병원장이 늘어나는 추세인데,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여자 의사 수가 이전보다 증가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능력 있고 병원 운영에 관심이 많은 선생님도 늘어난 것 같아요. 또 한 가지 이유가 있다면, 말씀드렸다시피 병원 운영 업무 중에는 구성원들을 위로하고 공감해야 하는 일이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그러다 보니 병원이 엄마 같은 리더를 원하는 면이 있는 것 같네요. 물론 남자 선생님 중에도 잘 공감해주시는 분이 많지만요.

미래관, 환자 중심 병원 만드는 계획의 일환

미래관이 문을 열었습니다. 앞으로 고려대 구로병원에서 미래관은 어떤 역할을 할 예정인가요.

고려대 구로병원 같은 상급 종합병원의 역할은 1·2차 의료기관에서 치료하기 어려운 중증 환자를 적극 수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강조하는 점이 공급자보다는 수요자(환자) 중심의 병원을 만드는 것이라서요. 미래관 설립은 보다 효율적인 환자 수용을 위한 시스템 재편의 일환입니다. 미래관에는 소아청소년과, 이비인후과처럼 입원환자보다는 외래환자가 많은 10개 과가 확장 이전됐습니다. 효율적인 공간 재배치로 협진이 용이해지고, 도로변에 있어 환자들의 접근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미래관에 이어 누리관이 내년 착공을 앞두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미래관이 외래환자 중심의 공간이라면, 누리관에는 권역응급의료센터, 수술실이 확장 이전되고 각종 특성화센터가 생겨날 예정입니다. 미래관과 누리관이 만들어지면서 국내 최고의 중증질환 특화 병원으로 거듭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고려대 구로병원이 환자들에게 어떤 병원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라는지 말씀해주세요.

고려대 구로병원은 태생적으로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병원’이라는 소명 의식을 밑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구성원들의 자부심도 강하고요. 앞으로도 지역 내 의사, 병원이 중증 환자를 믿고 맡길 수 있는 병원으로 만들어나갈 계획입니다. 의학이 발달해도 여전히 진료가 어려운 분야인 중증외상, 고위험 산모 치료에도 전념해 사회적 역할을 다하는 상급 종합병원이 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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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지호영 기자 사진제공 고려대 구로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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