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ONEY

investment

슈퍼개미 김정환의 고금리 시황분석 “반등은 이미 시작됐다”

오홍석 기자

2022. 11. 24

계속되는 금리인상과 다가오는 경기침체. 요즘 경제 뉴스는 먹구름으로 가득한 일기예보와 비슷하다. 어둡기만 한 시기에 ‘슈퍼개미’ 김정환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의 돈은 어디를 향해 굴러가고 있을까.



김정환 케이공간 대표는 “반등은 시작됐다”는 긍정적인 예측을 내놓았다.

김정환 케이공간 대표는 “반등은 시작됐다”는 긍정적인 예측을 내놓았다.

전 재산인 전셋집 보증금 7000만 원으로 주식 투자를 시작해 5년 만에 100억 원대 자산가가 된 ‘슈퍼개미’ 김정환의 인생 스토리는 이제 너무 유명하다. 2004년부터 주식 투자를 시작했으니 최근의 하락장은 그에게는 그저 거쳐 가는 또 다른 전환점일 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주식 투자를 시작해 근래 어려움을 겪고 있을 개미 투자자들을 위한 팁을 물으려 그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인터뷰는 김정환 대표가 소유한 서울 강남구 논현동 건물 5층에서 이루어졌다. 1~4층은 사무실로 사용하고 5층은 그가 거주하는 개인 공간이었다. 그는 장이 끝나자마자 헬스장에 갔다 인터뷰 시간에 맞춰 허겁지겁 돌아왔다. 옷을 갈아입는 그를 기다리며 잠시 주위를 둘러보니 곳곳에 웅장하게 서 있는 ‘태권 V’ 피규어가 눈에 띄었다. 김 대표에게 “피규어를 모으냐”고 묻자 “어릴 때 못 가져본 게 한이 돼서 하나둘씩 모은 겁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대화가 계속되면서 그도 여느 투자자와 다름없이 하락장에 ‘물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슈퍼개미도 우리와 같은 사람인데 100억 원대 자산가인 그와 대다수 투자자의 차이는 무엇일까. 이어지는 그와의 일문일답.

“하락장에서는 일부러 계좌 잔액 잘 안 본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 김정환 케이공간 대표는 “금리인상이 내년 초까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 김정환 케이공간 대표는 “금리인상이 내년 초까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개괄적인 질문입니다. 요즘 시장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나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소비자물가지수(CPI)가 급등했습니다. 지난해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2021년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고 했는데 금리가 벌써 4%까지 올라왔죠. 터미널 레이트(terminal rate·금리 종착점)가 4.75%에서 5%까지 이야기가 나오다 보니 시장 내 금리에 대한 우려가 컸습니다. 다행히 최근 소비자물가지수 상승세가 꺾이면서 이제 서서히 주가가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면 인플레이션에 대한 걱정은 이제 좀 접어두어도 괜찮은 걸까요.

여전히 올해와 내년에 걸쳐 두세 번 정도의 금리인상이 더 이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연준이 12월에는 50bp, 1월에 25bp 인상하고 그때 봐서 더 할지 안 할지 고민할 것 같네요. 소비자물가지수로 가늠하건대, 인플레이션의 공포는 점차 사그라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우리가 모르는 변수가 또다시 튀어나올 수 있어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완벽하게 해소됐다고는 볼 수 없겠네요.



내년 경기침체가 예상되는데요. 시장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경기침체나 스태그플레이션이 온다는 사실은 이미 기정사실이 된 것 같습니다. 과연 얼마나 강력하게 올 것이냐, 또 얼마나 지속될 것이냐에 따라 시장의 하드랜딩, 소프트랜딩 여부가 결정될 것 같습니다. 다행히 주가는 바닥을 찍고, 이제 서서히 올라오는 것 같네요.

지난해 6월 긴축이 예상되자 “인플레이션은 축복이다. 2% 인플레이션이 4~5년 지속되면 초호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르죠.

금리인상이 이렇게 가파르게 이루어질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이번 인플레이션은 20년 만의 현상이었고, 당시는 디플레이션 국면에 시장 상황도 좋아 인플레이션이 오면 증시에도 호황이 올 줄 알았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같은 변수가 상황을 많이 바꿔놓았습니다.

간혹 워런 버핏 같은 대부호도 하락장에서 재산 수조 원이 증발했다는 기사가 나기도 하는데요. 대표님도 이번 하락장에서 손해를 보셨는지요.

똑같죠(웃음). 하락장은 피할 수 없습니다. 투자금이 큰 사람들은 투자 종목에서 쉽게 빠져나올 수가 없어서요. 이런 하락장도 몸으로 견뎌 맞서야죠. 많이 빠졌을 때 한 70억~80억 원 정도…. 저도 하락장에서는 일부러 계좌를 안 보려고 노력합니다. 불안하고 두려우니까요. 하지만 확정된 손실이 아니니 일시적인 사이버 머니의 마이너스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투자는 어렵고, 공부해야 성공한다”

김정환 케이공간 대표는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신용경색은 정부의 발 빠른 대처로 안정세에 접어든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김정환 케이공간 대표는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신용경색은 정부의 발 빠른 대처로 안정세에 접어든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하락장이 오기 전, 주식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한 전 세계 중앙은행들의 유동성 공급의 여파로 역대급 호황을 맞았다. 2019년부터 ‘동학개미운동’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나며 너나 할 것 없이 많은 사람이 주식 계좌를 개설하고, 주식 투자에 뛰어들었다. 주식 투자에 입문한 사람 중에는 20~30대가 대다수를 이뤘다.

조정장에 접어든 최근, 이들이 받아든 성적표는 처참하다. 6월 한 대형 증권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대 남성의 1~5월 투자 수익률은 -17.6%로 전 연령대에서 꼴찌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10.13% 하락했다. 반면 20대 남성의 회전율은 272.4%로 가장 높았다. 30대 남성도 수익률 -15.4%, 회전율 262.6%를 기록하며 20대 남성과 크게 다르지 않은 투자 양상을 보였다, 20대 여성의 수익률은 -13.6%, 회전율 93%. 30대 여성은 수익률 -13.8%, 회전율 121.6%를 기록했다. 하락장에 접어들며 전 연령대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특히나 20~30대가 전반적으로 낮은 수익률과 높은 회전율을 보였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주식 투자를 시작해 최근 쓴맛을 본 투자자들이 많습니다. 조언을 한마디 건넨다면요.

세상에 쉬운 게 없죠. 좋은 대학을 가려면 밤새워가며 남들보다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하듯, 열심히 살아야 결과가 나오는 건데 동학개미들이 투자를 너무 쉽게 본 것 같습니다. 남들이 다 하니까 따라 하고, 대강 해도 시장이 좋아 주가가 오르니 ‘내가 잘해서 돈을 벌 수 있었어’라는 착각에 빠졌던 것 같습니다. 지금 형국은 수영장에 물이 빠지니 속옷을 안 입은 사람들이 보이게 되는 거죠.

힘들어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네. 이번 장에서 심리적 고통을 굉장히 받으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주식시장이 쉽지 않구나. 인생만큼 힘들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하셨을 것 같아요. 이제부터라도 철저하게 공부하셔서 ‘열심히 하면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성취감을 경험하는 투자자가 되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상승장도 한번 겪어봤고 하락장도 겪지 않았습니까. 이제 이렇게 한 사이클 정도 돌이야 투자자로서 입문했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너무 실망하지 말고 포기하지 말고, 이번 경험을 인생의 보너스로 생각하고 꾸준히 투자하시면 좋겠습니다.

투자는 디테일에 있다고 강조하시는데, 디테일 공부는 어떻게 하는 건가요.

저는 오랫동안 한 기업의 주식을 보유하기 위해서는 ‘회사에 대해 그 대표이사만큼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의 경우는 오랫동안 추적한 기업이 이미 10년이 넘었고요. 과거부터 현재까지 그 기업의 직원이 몇 명인지, 그 기업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떤 파트에서 실적이 얼마큼 나오는지까지 파악하고 있습니다. 한 기업은 주식 담당자와 통화를 500번까지도 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한다 해도 10년이 넘게 걸리는 횟수죠. 기업 탐방을 열 번 넘게 가본 적도 있고요. 긴 시간을 관찰하면서 회사의 세부 사항을 알고 있어야 마음 편한 투자를 할 수 있다고 봅니다. 디테일이 떨어지면 기업에 대한 확신도 떨어집니다. 요즘 같은 하락장에서는 주가가 떨어지는 걸 보고 두려워 팔게 되는 거죠.

김정환이 눈여겨보는 종목들은 뭐?

요즘 젊은 세대 사이에서 일반인들은 워런 버핏이나 피터 린치처럼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니 장기 투자가 적합하지 않다는 말이 떠돕니다. 어떻게 생각하나요.

주식에 갓 입문한 분이 워런 버핏이나 피터 린치처럼 투자할 수 없는 건 당연하죠. 초등학생이 대학수학능력시험 문제를 풀 수 없듯이 말입니다. 주식은 종종 입문자들이 빠르게 치고 올라가는 경우가 있어요. 워런 버핏, 피터 린치만큼은 아니어도 공부를 통해 흉내는 낼 수 있는 거죠. 디테일을 살피는 연습을 해야 하는데, 요즘 동학개미들은 주식을 게임같이 합니다.

왜 그럴까요.

일종의 포모(FOMO·뒤처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현상이죠. 또 투자만 하면 돈이 복사되는 시기에 짧은 시간 동안 수익을 내다 보니 젊은 분들은 주식시장이 재미가 없죠. 그래서 좀 더 레버리지가 큰 코인 시장으로 옮겨가고, 다음엔 코인 마진 거래를 하죠. 서학개미들이 미국의 레버리지 ETF 상품, TQQQ나 SOXL 같은 고위험 고수익 상품을 엄청 사들였다고 합니다. 그러다 하락장이 오니 속수무책으로 마이너스 80%, 90%를 기록하는 거죠. 기초 베이스를 쌓지 않고 투자에 뛰어드는 것 같아 우려가 큽니다.

금리인상으로 인한 하락장과 더불어 최근 뉴스는 미중 무역 갈등, 레고랜드 사태 등 시장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이슈로 가득하다. 흔히 주식은 떨어졌다는 뉴스가 나오면 사고 호황이라는 뉴스가 나오면 팔라고 하는데, 지금이 과연 그 기회의 순간일까. 김정환 대표에게 다양한 이슈가 주식시장에 끼칠 영향과 그가 생각하는 저평가된 종목들에 대해 물었다. 그는 질문이 끝나기 무섭게 산업별로 종목 이름과 실적을 줄줄 읊어댔다.

금리인상으로 전반적인 시장이 침체기인데, 요즘은 어떤 종목을 눈여겨보시는지 궁금합니다.

이런 상황에도 좋은 기업들은 많습니다. 제가 말하는 기업들은 사상 최고 실적을 내고 있습니다. 반도체 시장이 안 좋은데도 불구하고 최근 이 기업들은 실적이 좋습니다. 주가도 20~30%씩 급등했고요. PCB 기판 쪽에 ‘심텍’ ‘코리아써키트’, DDR5 분야에 ‘GST(글로벌스탠다드테크놀로지)’, 그다음 후공정의 ‘LB세미콘’. 이런 기업들은 실적이 굉장히 잘 나왔고요. ‘해성DS’라는 기업도 소유하고 있습니다. 시장이 반등세에 접어들면서 이 기업들이 빠르게 치고 올라가고 있습니다.

반도체 외에 눈여겨보는 분야가 있다면요.

‘계룡건설’ 같은 기업이 저평가돼 있는데 건설 경기가 되살아나면 굉장히 좋아질 거라 봅니다. 미용 기구 종목들도 최근 굉장히 좋습니다. ‘바이오플러스’ ‘제이시스메디칼’ ‘클래시스’ ‘루트로닉’ 정도가 있겠네요.

말씀한 기업들은 직접 연락도 하고 탐방도 한 거죠.

그렇습니다. 산업 내부 기술과 용어도 공부해야죠. 산업을 알지 못하면 기업을 알 수 없으니까요. 어떤 기업이 더 많이 성장했고 이 회사는 뭘 하고 있는지, 실적이 얼마큼 좋아질 거라 예상하는지 투자하기 전에 파악해야 합니다. 이런 파악이 그렇게 어렵지 않은 게, 예를 들어 미용 기구 관련주들은 수출이 많기 때문에 수출 데이터를 꾸준히 보고 있습니다. 반도체 관련주들은 매일 회사에 일일이 전화를 해봅니다. 제가 400종목 정도를 보유하고 있는데, 기업 내 숟가락이 몇 개 있는지까지 파악하려고 노력합니다.

‘코인은 확실히 안전자산이 아니다’

최근 레고랜드 사태로 신용경색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 거라 보시는지요.

한 정치인의 잘못된 판단으로 2000억 원이면 막을 걸 수십 조원으로 막게 된 거죠. 지방채는 신용등급이 ‘트리플 에이(AAA)’입니다. 사실상 디폴트가 없는, 안정된 채권으로 인정받는 지방채가 부도가 나버리니 회사채 시장도 얼어붙은 겁니다. 채권시장이 발작을 일으키긴 했지만 정부가 자금을 투입해 회사채를 매입하는 등 빠른 해결에 나서 레고랜드 사태는 안정세에 접어들었다고 봅니다.

공매도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하시던데요.

정책 당국자, 자본시장 연구원들은 공매도가 한국 증시를 누르는 어떠한 근거도 없다고 자주 말합니다. 제 관점은 좀 다릅니다. 국내에서는 정보를 먼저 접하는 세력이 자금력을 앞세워 실적과 상관없이 기업을 누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가가 떨어질 때 즈음 공매도 리포트를 내고 안 좋은 루머를 퍼뜨립니다. 투자자들이 겁에 질려 주식을 내놓으면 자기들은 헐값에 환매수 합니다. 그렇게 막대한 이득을 취합니다.

그런 점을 우려해 금융당국이 공매도 종목을 정해놓은 것 아닌가요.

공매도가 코스피(KOSPI) 200, 코스닥(KOSDAQ) 150 종목으로 제한돼 있다고는 하지만, 이 종목들이 우량주다 보니 공매도 되면 다른 종목들도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에는 과거 장기 투자하는 헤지펀드들이 많았는데, 대다수가 사라지고 최근에는 공매도하는 외국계 헤지펀드들이 늘어 시장이 굉장히 왜곡된다고 생각합니다.

주식, 부동산 말고 다른 자산에도 투자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원래 주식과 부동산을 1:1 비율로 보유하고, 현금은 한 10% 정도 있었습니다. 이번에 많이 잃어서 주식이 3, 부동산이 4 정도 되겠네요.

투자는 주로 주식에 하시는 걸로 압니다. 뜨거웠던 암호화폐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나요.

자산의 1% 정도를 암호화폐에 투자했었습니다. 수익도 보고 손실도 보고 그랬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코인 시장의 변동성을 도저히 견디지 못하겠더라고요. 최근 ‘테라·루나 사태’에 이어 ‘FTX 파산 사태’를 보고 ‘코인은 확실히 안전자산은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주식은 증권사가 파산해도 한국예탁결제원에 남아 있는데, 코인은 거래소가 파산하면 자산이 증발해버리니까요. 과거 ‘닷컴 버블’이 꺼지고 난 다음에도 카카오와 네이버는 살아남았듯 코인도 비트코인을 비롯한 주요 코인은 살아남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증시 전망 부탁드립니다.

반등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코스피 지수가 2150을 찍고 지금 벌써 2500선까지 올라왔습니다. 코스닥 지수도 620을 찍고 지금 740 정도 갔죠. 시장이 흔들릴 수 있어도 저점을 깨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시장에서 가장 위험하게 보던 섹터가 반도체였는데, 뉴욕 증시에서 반도체 섹터가 이틀 만에 14%가 올랐어요. 한 종목도 아니고 전 종목이요. 이유를 생각해보면, 주식시장은 실물경제를 한 6개월 정도 선행한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내년 초가 금리인상의 마지막이라 보고 있고 산업도 내년 초까지만 힘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시장은 이미 소프트랜딩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김정환 #슈퍼개미 #증시전망 #여성동아

사진 지호영 기자 뉴시스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