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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review

2023년 대한민국 트렌드 대예측

김명희 기자

2022. 11. 19

트렌드코리아 2023 
김난도 외 지음, 미래의창, 1만9000원

라이프트렌드 2023 
김용섭 지음, 부키, 1만8000원

21세기 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를 꼽자면 ‘트렌드(trend)’를 빼놓을 수 없다. 트렌드를 알아야 인싸가 되고 재테크에도 성공할 수 있다. 트렌드는 원래 ‘경계’를 의미하는 중세 게르만어 ‘trint’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경계는 바람이나 조류 등 주변 환경에 따라 조금씩 바뀌고, 그 변화를 잘 포착하는 사람이 항상 중심에 서게 된다. 결국 트렌드를 안다는 것은 시대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며 그 안에서 발생하는 기회에 가까워진다는 걸 의미한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다음 해의 트렌드를 전망하는 책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트렌드 전망 서적 가운데 가장 많이 읽히는 책은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가 이끄는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에서 2007년부터 내고 있는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다. 김 교수 팀은 매년 간지에 해당하는 동물을 키워드로 그해 트렌드를 제시하는데, 2023년 계묘년(癸卯年)은 ‘Rabbit Jump’의 해로 정의했다. 경기침체가 계속되는 가운데 지혜롭게 탈출구를 모색하고 도약을 준비하는 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 교수는 10월 5일 열린 ‘트렌드 코리아 2023’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교토삼굴(狡兎三窟·영리한 토끼는 굴을 3개 파고 위험에 대비한다)’이라는 사자성어를 언급하며 “토끼는 항상 포식자에 대비해야 하는 숙명이다. 내년 같은 위기 상황에서 위험을 피하려면 교토삼굴의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 팀은 책에서 내년 우리 사회를 관통할 핵심 키워드로 ‘평균 실종’을 제시했다.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5000원짜리 모바일 상품권 거래가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외식비를 아끼기 위해 마트에서 밀키트를 사는 사람이 늘어나는 와중에도, 한 끼에 몇십만 원을 호가하는 한우 오마카세와 고급 호텔의 망고빙수 열풍은 나날이 뜨거워지고 있다. 양극화, 더 나아가 취향이 여러 갈래로 나뉘는 N극화 현상 때문에 더는 통상적인 평균 기준이 무의미해지고 있다는 것. 책은 “평균을 정확히 낼 수 없다면, 다수를 대상으로 한 매스 마켓보다는 타깃을 정확히 잡고 타깃에 일치하는 상품을 개발하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이 책은 또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고 출퇴근과 재택이 뒤섞이며 워라밸을 중시하는 등 달라진 일터 문화를 ‘오피스 빅뱅’이라는 키워드로 진단하고, MZ세대를 잇는 알파 세대가 소비 시장의 중요한 변수로 등극할 것이라 내다봤다. 2010년 이후 태어난 알파 세대는 ‘전교 1등’, ‘엄친아’ 같은 타이틀보다 자신의 개성을 중시하며 스스로를 셀럽이라 여긴다. 이들의 정서와 잘 맞아떨어지는 소비 기제로는 틱톡, 무인 문구점, 다이소, 셀프 사진관 등이 꼽힌다.

소비하지 않는 것도 취향을 드러내는 방법

이 밖에도 관계에 있어 오프라인과 온라인이 동등한 수준으로 중요해졌다는 의미를 지닌 ‘인덱스 관계’, 젊음을 미화하고 우상시하는 분위기를 뜻하는 ‘네버랜드 신드롬’도 주요 트렌드로 꼽았다. ‘체리슈머(알뜰하게 소비하는 전략적 소비자)’, ‘선제적 대응 기술(요구하기 전 미리 제공하는 기술)’, ‘공간력(매력적인 콘셉트와 테마를 갖춘 공간의 힘)’, ‘디깅 모멘텀(좋아하는 것에 과몰입하는 것)’, ‘뉴 디맨드 전략(불경기 속 새로운 수요 창출 전략)’도 주요 키워드에 포함했다.

한편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의 김용섭 소장은 ‘라이프 트렌드 2023’에서 과시적 비소비를 내년 메인 키워드로 제시했다.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자산가치 하락으로 인해 사람들이 욜로 대신 새로운 취향으로 무지출과 비소비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과시적 비소비는 소비를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하는 것이다. 또한 베블렌 효과, 스놉 효과 등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중심적인 소비를 한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중고와 리퍼브 마켓의 성장과 소식 먹방의 인기, 골프보다 비용이 덜 드는 테니스의 유행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과시적 비소비의 핵심은 돈을 적게 들이면서도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고 다른 이들과의 차별화를 보여주는 것이다.

#여성동아 #트렌드예측 #김난도

사진 박해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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