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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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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이 야무진 66만 크리에이터 ‘에바’

이진수 기자

2022. 10. 04

“내 동년배들 다 에바 보면서 컸다~ 한 번쯤 에바 사랑해봤잖아.” 에바의 SNS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구독자들의 주접 댓글. 이들은 출근·등굣길은 물론 시험기간, 잠들기 직전까지 에바의 영상을 찾는다. 요즘 Z세대의 롤 모델 중 한 명인 에바를 만났다.



2학기 중간고사 기간이 쓱 찾아올 무렵이다. ‘개강’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라이프스타일 크리에이터 ‘에바’(EVA·본명 김혜원·26). 에바를 소개할 때 ‘대학생의 하루’ 콘텐츠를 빼놓을 수 없다. 말 그대로 대학생 에바의 평범한 일과를 다룬 영상이다. 아침에 일어나 화장을 하고, 학교에서 강의를 듣고, 집에 돌아와 과제를 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그저 평소 일상을 영상으로 찍어 올렸을 뿐인데 얼떨결에 조회수 350만을 기록하며 채널을 대표하는 대박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에바의 매력은 똑 부러짐. 고양이 같은 눈매에 세련된 인상을 보면, 한 치의 오차 없이 평탄한 삶이었을 것 같지만 고등학교 자퇴, 대학교 재입학 등 산전수전을 겪으며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왔다. 유튜브도 대충 하는 법이 없다. 2015년부터 자신의 채널 영상에서 패션, 뷰티, 인간관계, 가치관 등 자기 이야기를 꼼꼼하게 정리해 공유해왔다. ‘옆집 언니’처럼 구독자들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그를 마침, 9월 1일 대학 개강 날 만났다.

영상편집도 몰랐던 시절

학교 가는 날 아닌가요.

다행히 오늘은 수업이 없어요. 졸업까지 두 학기 정도 남아서 강의를 몇 개 안 듣거든요. 내일부터 시작이죠.

‘대학생의 하루’ 이전에는 주로 뷰티 영상을 찍었는데요.

맞아요. 등교 준비하면서 GRWM(Get Ready With Me · 같이 준비해요) 영상을 찍긴 했는데 지금처럼 개인적인 이야기를 많이 하진 않았어요. 다른 유튜버들도 뷰티 콘텐츠를 주로 하던 시기거든요. 그 틈에서 저만의 색을 찾고 싶어 기존의 GRWM 영상에 눈뜨고 일어났을 때부터 잠들기 직전까지 바로 옆에서 들여다보는 것처럼 일상 클립 영상을 붙이기 시작했죠. 영상 네이밍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대학생이고 학교 가는 게 내 일상이니 그냥 ‘대학생의 하루라고 하자’ 해서 올렸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어요.



2015년, 남들보다 빨리 크리에이터의 길에 들어선 비결은 뭔가요.

우연히 유튜버 ‘다또아’님이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 글을 봤어요. 유튜브 크리에이터라는 게 있는데, 본인 소속 회사에서 크리에이터 발굴 프로그램을 한다는 내용의 홍보 글이었어요. 그 소속사가 지금 제가 속해 있는 ‘레페리’예요. 소속사 측에 “해당 프로그램에 지원하고 싶다”고 연락한 뒤 대표님을 만나 얘기를 나눴죠. 유튜브가 어떤 플랫폼이고, 이걸 통해서 사람들이 무엇을 하는지 그때 제대로 알게 됐어요.

어떤 것부터 배웠나요.

영상 찍고, 편집해서 유튜브에 업로드하는 전 과정을 알려줬어요. 대학에서 영화연출을 전공하고 있지만, 그때만 해도 신입생이라 편집 프로그램을 배우고 실습하는 시기가 아니었거든요. 당시 회사에 대표님, 전무님, 매니저님 한 분씩만 계실 땐데 가까이서 많이 배웠죠.

활동명 에바의 의미는 뭐예요.

큰 의미는 없어요. 외국인들이 들었을 때도 이해하기 쉽고, 발음하기 쉽고, 뇌리에 남는 간단한 이름을 짓고 싶었어요. 원래 ‘이브(Eve)’로 하려다가 이미 활동하고 계신 분이 있어서 뒷부분 알파벳만 바꿔 에바로 지었죠. 짧고, 간결하고, 일상 속에서 많이 쓰이는 이름이잖아요.

영상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뭔가요.

편집에 신경을 많이 써요. 아무래도 ‘필로 토크(잠들기 전 이야기를 나누는 영상)’나 GRWM처럼 말을 많이 하는 콘텐츠를 찍다 보니까 개인적인 생각과 의견으로 누군가에게 상처 주면 안 되잖아요. 말하는 방식에 따라서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고요. 무엇보다 있는 그대로를 전달하려고 애써요. 정보를 전달할 때나 제 생각, 어떤 현상에 관해 얘기할 때 최대한 감정적인 부분을 배제하려고 하죠. 이미 주관적인 의견에 감정까지 섞으면 한쪽으로 치우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면 구독자들은 보는 게 불편할 수 있거든요. 같은 얘기라도 차분하게 하는 게 전달력 면에서 더 좋다고 생각해요.

사생활 등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게 부담스럽진 않나요.

부담이 없다고 말하긴 힘들죠. 때때로 저도 제 생각이 바뀔 수 있잖아요. 과거에 했던 얘기와 지금의 생각이 다를 수 있고, 때로는 그게 문제가 될 수도 있고요. 그래서 말을 조심스럽게 하는 편인데, 구독자분들이 그 모습을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요. 제가 어떤 생각을 얘기하면 댓글에 의견을 남겨주시고, 그러면서 (소통의) 장이 만들어졌어요. 거기에 용기를 얻어서 ‘이런 식으로라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믿음이 생겼고요. 요즘에는 여러 사람의 의견을 다양하게 들을 수 있는 주제에 대해서도 얘기해요.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얘기들은 저 역시 귀담아들으려고 해요. 이렇게 독자분들과 소탈하게 소통하는 게 좋아요.

에바의 인생에는 두 번의 큰 도전이 있었다. 고등학교 자퇴와 유튜브다. 경북 경주에 살던 그는 고2 때 처참한 자신의 내신과 모의고사 성적을 마주하자 ‘이대론 안 되겠다’ 싶어 자퇴를 결심하고 부모님을 설득했다. 서울에 올라와 이모 집에서 3개월 정도 독학하다 그해 12월 기숙학원에서 약 1년간 수험생 생활을 하고, 세종대 영화예술학과에 진학했다.

하지만 대학 생활과 성적에 맞춰 들어온 학과 공부는 그가 생각했던 것과 달랐다. 학교 밖에서 할 만한 재미있는 활동을 찾던 중 1학년 여름방학에 유튜브란 존재를 알게 됐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대학생 신분을 8년째 유지하고 있다. ‘학교를 놀러다녔나’라는 의심을 살 수도 있지만 그는 대학생인 동시에 유명 인플루언서, 여성 권익 NGO 단체(WNC) 대표로 누구보다 바쁜 삶을 살았다. WNC 대표직은 지난해 5월 그만뒀다.

어쩌다 길어진 가방 끈

휴학 기간이 꽤 기네요.

처음에는 이렇게 길게 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어쩌다 보니 길어졌어요(웃음). 유튜브 하느라 대학교 2학년 때 1년을 휴학하고, 3학년 때 다시 1년 휴학했죠. 유튜브에 집중하느라 학점을 놓쳤거든요. 이후에는 엔터테인먼트 소프트웨어(ES) 융합 복수전공을 시작해서 더 길어졌어요.

WNC 일은 왜 그만뒀나요.

학교, 유튜브, WNC까지 세 가지 일을 한다는 게 너무 욕심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유튜브와 WNC 일을 병행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혼자 생각할 시간도 부족하고요. WNC는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을 했는데, 오전에 출근했다가 저녁이 돼서 집에 오면 유튜브 촬영이 너무 늦어지더라고요. 편집까지 하면 새벽 2시를 넘길 때가 많았어요. 다음 날 아침에 학교도 가야 하니 저만의 시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죠. 체력적으로 힘들고 유튜브 콘텐츠나 프로젝트에도 영향을 미치더라고요. 결단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어려서부터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주변 환경이 많이 작용했어요. 고등학교 자퇴할 때도 그렇고, 제가 어릴 때부터 집에서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많았거든요. 중3 끝날 무렵에는 부모님의 권유로 겨울방학에 인도 어학연수를 다녀왔어요. 그러다보니 어려서부터 제가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 많았어요. 어떤 문제가 생겨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없는데, 징징거려봤자 소용없잖아요(웃음).

요즘 우스갯소리로 ‘어른스러운 첫째’를 보고 ‘K장녀’라고 하잖아요.

저도 맏이에요(웃음). 동생이 둘 있어요. 언니니까 알아서 하자는 마음가짐이 독립심을 키우는 데 한몫한 것 같아요. 스스로 뭔가를 해냈을 때 만족감을 많이 느껴요.

부모님으로부터 경제적으로도 독립했다고 들었어요.

네, 등록금도 제가 해결해요. 그래서 부모님이 휴학하는 것에 대해 터치 안 하시는 것 같아요(웃음). 이전에는 생활비만 조금씩 받았는데 대학교 2학년 때쯤 혼자 해결이 가능해지더라고요. ‘대학생의 하루’ 콘텐츠를 찍기 직전에 경제적으로 독립했죠. 등록금은 장학금이나 국가장학금 받아서 해결했어요.

부모님이 대견해하겠어요.

고등학교 자퇴하고 재수하느라 기숙학원에서 공부하는 바람에 돈이 많이 들었어요. 그때 부모님이 다 지원해주셨죠. 다른 친구들이 대학교 다니며 지원받을 돈을 저는 미리 다 당겨 썼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독립해야 했어요. 때마침 시작한 유튜브가 잘돼서 “이제 용돈 안 주셔도 돼요” 한 것이 차츰 “월세 안 줘도 돼요” “등록금도 알아서 낼게요”가 됐어요. 그렇게 단계를 거쳐서 완전히 독립했죠.

유튜브가 본업이라고 생각하나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본업이라고 생각 안했어요. 취미에 가까웠는데 지금은 어엿한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이걸 통해서 수입이 생기고, 이 일을 함으로써 얻어지는 파생적인 것들을 봤을 때도 그렇고요.

영상에서 졸업 후에 프리랜서 일을 하고 싶다고 했는데, 크리에이터로서의 일인가요.

네. 직장인은 아니잖아요. 내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고, 하는 만큼 업무량을 늘리고 줄일 수도 있고요. 프리랜서라고 언급한 건 콘텐츠 만드는 걸 계속하고 싶다는 의미로 한 얘기예요.

“에바랑 누구랑 친하대”

에바는 78만 뷰티 유튜버 유스뷰티 ‘희주’, 178만 뷰티 유튜버 ‘조효진’과 친하다. 크리에이터들 사이에서 ‘관계’는 매우 중요한 요소. 구독자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유튜버가 어떤 분위기의 사람과 어울리고, 어떤 사람과 친한지 궁금해한다. 또 비슷한 취향의 크리에이터들이 어울리면 자신의 일처럼 환호한다. 유튜버 역시 마음 맞는 새 친구를 찾을 수 있어 좋고, 서로의 팔로어를 끌어올 수 있으니 일석이조. 대부분 평소 눈여겨본 유튜버에게 직접 SNS 메시지를 보내거나 행사에서 만나 친해지기도 하고, 지인에게 소개를 받아 관계를 맺기도 한다고.

유튜버 희주 · 효진과는 어떻게 친해졌나요.

효진 언니가 먼저 연락해서 처음 만났어요. 희주 언니는 우연히 같은 대학동문인 걸 알고 친해졌죠. 알고 보니 효진 언니랑 희주 언니도 한 번 만났더라고요. “셋이 같이 보자”고 해서 자연스럽게 친해졌어요. 서로 잘 맞아서 여행도 같이 가고, 4~5년째 친하게 지내고 있어요.

엠넷 ‘러브캐처 2’에 출연했던 유튜버 송세라 씨와도 친하던데요.

다른 크리에이터 언니의 생일 축하 자리에 갔다가 만났어요. 말도 잘 통하고 재미있어서 따로 몇 번 만나면서 친해졌죠. 최근에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을 자주 만나요.

유튜브 하면서 성격도 달라졌을 것 같아요.

맞아요. 많이 활달해졌어요(웃음). 익숙해져서일 수도 있는데, 유튜브 초반보다 훨씬 낯도 덜 가리고 모르는 사람과 만나는 것도 그리 부담스럽지 않아요. 예전에는 아는 사람들 위주로 자주 만났거든요. 대화의 종류나 주제가 한정적이고, 굳이 그럴 필요가 없겠더라고요.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게 재밌어요.

주로 어떤 분들이 에바의 영상을 좋아할까요.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인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한마디를 하더라도 신중하게 생각해서 할 것 같은. 메시지랑 댓글만 봐도 여러 번 생각하고 꾹꾹 눌러서 보낸다는 느낌이 들어요. “언니 저 평소에는 댓글을 잘 안 다는데” 하면서 시작하는 댓글이 많아요. 이런 분들은 평소에 그리 활발하지 않아도 필요한 순간엔 누군가에게 정성을 다하고 삶에 애정도 클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더 잘 살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하는 분들이죠.

지금 채널을 브랜드화할 계획은 없나요.

에바라는 채널이 회사 같은 느낌이 나는 건 원치 않아요. 지금처럼 계속 콘텐츠로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어요. 재밌어서 하는 일이고, 독자들과 소통하는 것 자체가 공적인 일이 아닌 지극히 개인적인 제 삶의 일부분으로 남았으면 해요.

시도해보고 싶은 콘텐츠가 있다면요.

일단 학교를 졸업해야 새로운 것도 나올 수 있을 것 같아요(웃음). 학교를 너무 오래 다니다 보니 구독자들도 점점 ‘대학생의 하루’에 싫증을 느낄 것 같아요. 지금의 단계를 넘어서야겠다는 생각은 하는데,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있진 않아서요. 좀 더 지켜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유튜버에바 #대학생의하루 #여성동아

사진 지호영 기자
사진출처 인스타그램 에바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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