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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stray cat center

길고양이를 위한, 사람에 의한 모두의 ‘서길동센터

오홍석 기자

2022. 09. 30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면 고양이 수만 늘어나는 게 아닐까? 길에서 새끼 고양이가 울고 있으면 집으로 데려와야 할까? 길고양이를 위한 쉼터 ‘서대문구 길동물센터’를 찾아 궁금증을 해결해봤다.

서울 서대문구 아현동 뒷골목에 위치한 서대문구 길동물센터.

서울 서대문구 아현동 뒷골목에 위치한 서대문구 길동물센터.

고양이 ‘동궁’(2)이가 커튼 뒤에서 햇살을 맞으며 발만 내밀고 자고 있다. 3일 전 길에서 구조됐지만 입양자를 찾지 못해 안락사를 앞뒀던 고양이라고는 믿기 힘들 만큼 평화로워 보인다. 동궁이는 서대문구 길동물센터(서길동) 덕에 죽음의 문턱에서 빠져나와 새로운 집을 찾아가기 위한 적응 기간을 가지는 중이다.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문화체육센터 뒷골목에는 길고양이들의 쉼터 서길동이 있다. 8월 1일 문 연 서길동은 길에서 구조됐지만 주인을 찾지 못해 안락사 위기에 처한 길고양이를 임시 보호하고 입양까지 연계하는 시설이다. 가정집을 개조해 만든 이곳은 고양이와 동물권 중심으로 큐레이션된 도서를 소장한 북 카페이기도 하다. 고양이도 보고 동물에 대한 견문도 넓힐 수 있는 공간인 셈이다.

서길동은 길고양이에 대한 인식 개선 교육 프로그램은 물론, 고양이 석고 방향제 만들기 같은 어린이용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해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길고양이 복지에 관심 있는 사람은 자원봉사도 가능하다.

“개인과 단체 차원의 구조와 치료는 끝이 없었다”

서길동을 운영하는 서대문구 길고양이동행본부(서동행)의 조은영 대표는 영어 강사 일을 병행하며 길고양이 복지에 힘쓰고 있다. 김채영 서길동 센터장 또한 동물권에 관심이 많아 평범한 직장인에서 길고양이를 위한 삶으로 방향을 틀었다.

30년째 서대문구에 거주해온 토박이 조은영 대표는 서길동 설립 취지에 대해 “개인과 단체 차원에서 (고양이들을) 구조하고 치료하는 일은 쳇바퀴 돌듯 끝이 없었다. 시민들의 인식을 개선하고 제도를 마련하기 위해 서길동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서동행은 길고양이 복지에 관심 있는 서대문구 거주민들이 모여 설립한 비영리단체로, 역시 전액 후원금으로 운영된다.




조은영 서대문구 길고양이동행본부 대표(왼쪽)와 김채영 서대문구 길동물센터장.

조은영 서대문구 길고양이동행본부 대표(왼쪽)와 김채영 서대문구 길동물센터장.

서길동은 고양이 화장실·급식소 설치 외에도 2017년부터 15개 노선 마을버스 10대에 길고양이 인식 개선을 위한 광고도 싣고 있다. 고양이 중성화(TNR)도 서길동의 주요 활동이다. TNR은 길고양이 개체수 조절을 위해 길고양이를 포획(Trap)해 중성화(Neuter)하고 방사(Return)하는 것을 의미한다.

조은영 대표는 “발정기에 접어든 고양이는 영역 싸움이 심해진다. 울음소리에 민원도 늘어나고, 개체수가 많아지면 관리도 어려워진다. TNR이 최선책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도심 내 인간과의 공존을 위한 차선책 정도는 된다”고 말했다. 길에서 마주친 고양이의 귀 끝에 잘린 흔적이 있다면 TNR 과정을 거쳤다는 의미다.

서길동은 고양이 입양을 주선하는 데 보호자가 고양이를 책임질 수 있는지 꼼꼼히 확인하는 절차를 진행한다. 보호자가 입양 의사를 표하면 입양담당팀은 면담과 가정 방문을 통해 고양이 거주 환경을 살핀다. 이후 보호자는 입양확인서를 작성한 뒤 고양이를 집으로 데려간다. 서동행은 3개월간 매주 한 번씩 보호자로부터 고양이 근황 글을 게재하도록 하는 등 입양 후 모니터링까지 전담한다. 서길동은 길동물센터라는 이름에 걸맞게 추후 고양이 외에 다른 길동물도 보호하는 시설로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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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밥을 줘야 하는 이유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면 개체수가 늘어나지 않을까 걱정하는 시민들이 있다. 이는 오해다.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면 영역 동물인 고양이 특성상 배급소 주변 고양이 개체수 파악이 용이하다. 이는 개체 조절을 위한 TNR 수요를 예측하는 척도가 된다. 또 굶주린 고양이가 음식물 쓰레기통을 뒤지거나 쓰레기봉투를 뜯는 것을 방지한다.

화장실이 필요한 이유
고양이는 태어날 때부터 배변 장소로 모래밭을 선호한다. 마땅한 장소가 없으면 길에서 용변을 해결하고 이로 인한 악취 등의 피해는 주민들에게 돌아간다. 지역 주민들이 고양이 화장실을 마련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함부로 ‘냥줍’ 하면 안 되는 이유
길고양이를 집에 주워 온다는 뜻의 ‘냥줍’은 일종의 유행어가 됐다. 조은영 서동행 대표는 냥줍이라는 말에 경계심을 표한다. 길에서 새끼 고양이가 운다고 집에 데려갔다가는 자칫 낭패를 볼 수 있다. 사람 냄새가 묻어 새끼 고양이를 어미 품으로 다시 돌려보내지 못하는 경우도 벌어질 수 있다. 조 대표는 “길에서 우는 새끼 고양이가 보여도 어미 고양이가 잠시 자리를 비웠을 가능성이 크니 집으로 데려오는 일은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사진 홍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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