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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pet♥signal

“동물 혐오와 학대는 달라…처벌 규정 강화해야”

문영훈 기자

2022. 09. 27

소중한 내 댕댕이, 산책하다 다른 사람을 물면 어떡하지? 애인과 함께 기르던 고양이, 헤어지면 누가 갖게 되는 거지? 반려동물 인구가 늘면서 관련 법적 분쟁도 증가하고 있다. 반려동물 전문 조찬형 법무법인 청음 대표변호사에게 반려인이 참고할 만한 질문을 던졌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20년 11월 기준,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 수는 312만을 넘어섰다. 반려동물 시장이 날로 커지면서 관련 법적 분쟁도 증가하고 있다. 법무법인 청음은 ‘반려동물 로이어그룹’(반려동물 그룹)을 운영하고 있다. 로펌 내 반려동물 관련 법률 자문, 소송, 교육 등을 진행하는 전문 조직이 만들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 이 그룹에는 조찬형(51) 법무법인 청음 대표변호사를 비롯한 세 명의 변호사와 한 명의 연구원이 속해 있다. 조 대표변호사를 만나 반려동물 그룹을 만들게 된 계기와, 자주 발생하는 분쟁에 대응하는 방법을 들어봤다.

“공익 활동의 일환”

전문 분야가 반려동물이 아닌 부동산, 기업 M&A라고요.

반려동물 그룹에 속해 있지만 관련 사건만 맡을 수는 없습니다. 반려동물 관련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소송 가액은 400만~500만원 선인데, 사실 변호사 수임료가 이를 상회하거든요. 반려동물 그룹은 공익에 기여한다는 의미가 큽니다. 그래서 수임료를 상담료 수준으로 책정하고 비교적 적은 금액의 성공 보수금을 받습니다. 수익 창출의 의미는 크지 않아요.

변호사가 할 수 있는 많은 공익 활동 중 반려동물 분야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아내가 오복이라는 강아지를 15년간 키웠습니다. 제게 처남이라고 소개할 만큼 애착이 컸죠. 오복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나서 아내 가족들이 ‘펫로스 증후군(반려동물이 사망한 이후에 겪는 상실감)’을 겪었어요. 또 4년 전 반려동물이 의료사고를 당한 사건을 상담한 적이 있었어요. 회사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변호사와 관련 사건을 어떻게 다룰지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상담료 수준으로 소송을 돕자는 합의에 이르렀습니다. 변호사 한 사람으로는 들어오는 모든 사건을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에 십시일반으로 일을 나눠서 상담 및 소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근 반려동물 관련 자문을 요청하는 기업도 늘었을 것 같아요.

한국애견협회, 반려동물 분양 업체 ‘도그마루’ 등에 자문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칼빈대학교에서 수도권 최초로 반려동물학과를 만들었는데, 업무 협약을 체결해 학생들 교육도 하고 있습니다. 반려동물 관련해 상담을 계속 진행하다 보니 알음알음 입소문이 퍼져 개인적인 문의도 늘고 있습니다.

지금은 수익이 발생하시겠네요.

자문·교육 등 업무는 반려동물 그룹 운영에 도움을 주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모시고 있는 반려동물 전문 연구원님 인건비를 충당하는 정도입니다(웃음).



한 달에 몇 건 정도 사건 의뢰가 들어오나요.

매달 상담은 10~20건 사이입니다. 소송 비용을 부담스러워하시는 분들도 많아서 소송 전 조정에 이르도록 법적 조언을 드리고 있습니다.

어떤 의뢰가 제일 많나요.

개 물림 사고나 반려동물 의료사고에 대한 문의가 꾸준히 들어오는 편입니다. 최근에는 소유권 분쟁 관련 상담도 늘었습니다. 그만큼 반려동물을 가족의 일원으로 생각한다는 의미겠죠.

댕댕이 법적 분쟁에 대처하는 법

개 물림 사고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보행자의 경우 개가 공격적인 행동을 보인다면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움직이는 것보다 가만히 있는 편이 좋고요. 뒤돌아서 도망치면 개에게 자극을 줄 수 있습니다. 백이나 점퍼 등을 개를 향해 던져 움직이는 물건에 먼저 집중할 수 있게 하거나, 그럼에도 다가온다면 개의 목을 감싸서 체중으로 제압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개 물림 사고가 발생하면, 견주 처지에서는 동물 점유자로서 책임을 져야 합니다. 보호자의 관리 부실로 타인에게 위해를 가한 거니까요. 사고 해결은 손해배상 청구 소송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피해자는 적극적 손해에 해당하는 치료비를 받을 수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 상당 기간 입원이 필요하다면 그 기간 동안 벌 수 있었던 소득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합니다. 극단적으로 사망에 이르게 되는 경우 유가족이 위자료 청구도 가능합니다.

견주는 어떤 점을 유의해야 하나요.

우선 산책을 시킬 때 목줄을 잘 착용해야 합니다. 맹견 5종(도사견, 아메리칸 핏불 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스태퍼드셔 불테리어, 로트바일러)을 기른다면 입마개도 착용해야하고요. 하지만 이건 최소한의 장치일 뿐입니다. 반려동물이 공격성을 띠는 것은 보호자와 애착 관계가 형성된 상황에서 보호자를 지키기 위한 행동일 수 있습니다. 평소 적절한 훈련과 교육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집 안에 있으면 반려동물이지만 외출할 때는 사회적 일원이 되는 거니까요. 반려동물뿐 아니라 견주 역시 위급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둬야 하고요.

의료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이 있나요.

의사와 마찬가지로 수의사 역시 진료에 대한 상당한 재량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수의사가 합리적인 범위나 통상 예견되는 범위를 벗어난 진료를 했을 때만 과실이 인정됩니다. 문제는 그 과실 여부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의사와 달리 수의사는 진료 기록을 제공할 법적 의무가 없습니다. 진료나 수술 전후를 비교할 수 있는 사진이나 CCTV 등 기초 자료를 수집하면 의료 과실을 입증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진료 기록을 제공하는 수의사분들도 많습니다.

7월 5일부터 시행된 개정 수의사법에 따라 수의사는 수술·수혈 등 중대 진료를 하기 전 진단명, 진료의 필요성, 후유증과 부작용 등을 설명할 의무가 있습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분들이 치료의 필요성을 판단하게 도와주자는 취지인데, 진일보한 입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유권 분쟁도 많이 발생한다고요. 만일 동거하는 연인이 함께 키운 강아지를 두고 소유권 다툼이 벌어진다면 누가 소유권을 갖게 되나요.

연인뿐 아니라 가족 간에 소유권 분쟁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최근 상담 중에는 친자매 간 분쟁이 발생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동물보호법에 반려동물 소유자는 반려동물을 등록하게 돼 있습니다. 하지만 등록한 사람이 무조건 소유권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 법의 취지는 동물을 유실하거나 유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반려동물을 구입 또는 입양할 때 그 금액을 누가 부담했는지, 평소에 반려동물을 누가 보살펴왔는지도 소유권에 영향을 미칩니다.

하나의 기준이 명확하게 있는 건 아니네요.

지난달에 이런 사건이 있었습니다. 다른 가족이 해외여행을 간 사이에 가족 구성원 중 한 명이 키우던 강아지를 입양 보냈습니다. 입양한 이에게 강아지를 되돌려달라고 했더니 이미 등록 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돌려줄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경우에는 진정한 소유자가 따로 있다고 봐야 합니다. 민사 소송이 진행될 경우 기존 가족의 소유권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려동물 관련 임대차 분쟁도 빈번합니다.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이유로 임대인이 임차인을 내쫓을 수 있나요.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집을 비워달라고 하는 건 임대차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이 때 임대차 계약의 목적을 위반하는 거주를 했다는 귀책사유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임대차 계약서를 작성할 때 반려동물에 관한 언급이 없는 경우에는 반려동물을 기른다는 이유만으로 임대차 계약을 임의로 해지할 수 없습니다. 물론 판례를 살펴보면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이유로 임대차 계약이 해지되고 망가진 주택에 대한 원상회복 의무 역시 인정된 사례가 있긴 합니다. 하지만 이 경우는 아파트에서 동물 생산업(판매를 목적으로 수십 마리의 개를 키움)을 한 것으로 이례적인 케이스입니다.

임대차 계약 시 반려동물을 키울 수 없다는 특약이 있는 경우엔 어떤가요.

반려동물을 키울 수 없다는 내용의 특약이 있다면 임차인에게 불리해집니다. 물론 임대차 계약의 목적을 위반할 정도로 중대한 것이냐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겠지만 이미 서로 약조한 바가 있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동물 학대 처벌 규정 강화돼야”

현행법상 반려동물은 물건으로 규정된다. 민법 제98조는 물건을 ‘유체물 및 전기 기타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유체물에 동물이 포함되는 것. 하지만 반려동물을 바라보는 사회 인식의 변화에 따라 동물의 법적 지위도 달라질 전망이다. 현재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내용을 담은 민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동물의 법적 지위가 인정되면 어떤 부분이 달라질 수 있을까요.

현행법상 동물은 물건에 속하지만, 실제 판례에서는 반려동물은 특수한 위치에 있습니다. 가령 자동차가 파손되면 손해배상금은 받을 수 있지만 위자료는 받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반려동물이 당한 사고로 인해 발생하는 정신적 충격은 법원에서 인정되고 있습니다. 4년간 소송을 진행하면서 보니 그 액수도 점차 늘고 있고요. 사실상 사법부도 반려동물을 여타 물건과 동일하게 보지는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민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유럽에서는 30여 년 전부터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내용의 법 조항이 만들어졌습니다. 반려동물을 잃으신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반려동물과 굉장히 큰 애착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삶을 지탱하는 존재가 되기도 하고요. 민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동물권의 가장 기초가 되는 기준점이 설정될 것입니다. 이후엔 동물 학대에 대한 처벌 규정을 담은 동물보호법도 보다 발전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조 대표는 이른바 ‘고양이 N번방’ 사건 이야기를 꺼냈다. 지난해 11월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에서는 길고양이, 토끼 등을 잔인하게 학대하고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사진과 영상을 공유한 이 모 씨에 대한 선고 공판이 열렸다. 그는 길고양이의 허리를 관통해 칼로 찌르거나 토끼를 참수하는 등의 사진과 영상을 공유했다. 검찰은 이례적으로 그에게 동물 학대 관련 법정 최고형인 징역 3년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징역 4개월 및 벌금 100만원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동물 학대 사건은 해를 거듭할수록 늘고 있다. 경찰이 검거한 동물보호법 위반 사범은 2010년 78명에서 2020년 1014명으로 증가했다. 조 대표의 말이다.

“동물보호법에 형사처벌 규정이 있지만 실형이 구형되는 경우는 드뭅니다. 해당 사건도 재판부가 피의자가 초범이라는 이유 등을 들어 집행유예를 선고했죠. 벌금형을 내리는 것보다 피의 사실을 중하게 여긴 판단이지만 아쉬운 판결입니다. 음주 운전의 위험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처벌 규정이 점차 강화돼온 것처럼, 동물 학대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통해 처벌 규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누구나 동물을 좋아할 수는 없지만, 싫어하는 것과 이들을 잔인하게 학대하는 건 차원이 다르거든요.”

#조찬형 #반려동물 #법적분쟁 #청음 #여성동아

사진 지호영 기자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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