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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wear what

취향 분명한 합리적 패션 엘리트 한동훈 장관

김명희 기자

2022. 07. 03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얻고 있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패션템과 슈트 스타일을 살펴봤다.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하던 날 ‘훈민정음 넥타이’를 착용한 한동훈 장관.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하던 날 ‘훈민정음 넥타이’를 착용한 한동훈 장관.

한동훈(49) 법무부 장관의 패션 스타일이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포털 디시인사이드에는 한 장관의 출근 룩을 매일 공유하는 갤러리가 있는가 하면, 한 장관의 16가지 룩을 모아 ‘한동훈 슈트 월드컵’을 개최한 갤러리도 있다. 그가 착용하는 아이템, 브랜드에 대한 문의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한 장관의 패션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교과서 같은 슈트 착장부터 안경·머플러·구두 등 취향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소품과 디테일까지, 지금까지 정치인들이나 공직자에게서는 볼 수 없었던 비주얼을 구사하기 때문이다. 그의 패션이 화제가 되기 시작한 건 1월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명예훼손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날부터다. 검정색 코트, 머플러, 뿔테 안경 차림에 서류 가방을 들고 포토 라인에 등장한 한 장관(당시 사법연수원 부원장)에 대해 “스타일이 좋다” “코디 센스가 뛰어나다” 등의 평이 이어졌다. 이후 인터넷 카페에서는 한 장관의 패션템에 대한 정보 공유가 빠르게 이뤄졌는데, 고가 명품일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머플러는 이탈리아 스카프 브랜드 아큐리의 16만원대 제품, 서류 가방은 컨템퍼러리 클래식을 표방하는 국산 브랜드 데이빗앤헤넬의 제품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호감도가 상승했다.

데이빗앤헤넬의 오승열 대표에 따르면 한 장관의 서류 가방은 이 브랜드가 2011년 론칭 당시 선보인 제품으로, 온라인몰과 신세계백화점·현대백화점 등의 남성 편집 숍에서 판매됐다. 당시 판매가는 21만원 선. 오 대표는 “올해 2월경부터 제품에 대한 주문이 증가해 의아하게 생각했는데 지인이 한 장관 사진을 캡처해 보내줘 알게 됐다. 해당 모델은 우리 회사 스테디셀러 제품으로 20회 이상 재생산됐는데, 한 장관이 들고 나온 모델은 초반에 출시된 버전이다. 10년 이상 들었다는 얘긴데 굉장히 관리가 잘돼 있어 놀랐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의상학을 전공한 오승열 대표는 한 장관의 패션 센스에 대해 “자신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을 잘 알고, 비싼 명품으로 도배하지 않고도 합리적으로 멋을 낼 줄 아는 것 같다. 이는 본인이 패션에 대해 잘 알아야만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한 장관이 착용하는 안경테(올리버골드스미스 바이스컨설·커틀러앤그로스, 40만원대), 빈티지 시계 등은 고가는 아니지만 마니아를 보유하고 있으며 유행을 타지 않는 아이템들이다.

비스포크 업계에서도 관심 갖는 한 장관의 슈트 룩,
가격은 200만~300만원 선

1 스트라이프 슈트에 노타이 차림의 출근 룩. 
2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서울고검으로 출근하던 날에는 슈트에 베이지색 맥코트를 걸쳤다.

한동훈 장관의 슈트 룩은 비스포크 양복점 마네킹에 비견될 정도로 높은 완성도를 보인다. 슈트와 타이를 같은 계열 컬러의 톤온톤으로 매치하는 것은 기본. 넥타이 딤플(타이를 맬 때 가운데 부분이 쏙 들어가도록 매듭짓는 것)을 잡고, 넥타이핀을 꼭 사용하는 점도 눈길을 끈다. 바지의 칼주름과 턴업(밑단을 3.5~5cm 정도 접어 올려 봉제하는 방식) 디테일도 화제가 됐다. 턴업은 바지 밑단의 무게중심을 잡아줘 슈트 핏을 살릴 뿐 아니라 바지에서 구두로 이어지는 라인의 멋을 더하는 요소다. 구두는 슈트의 스타일과 컬러에 맞춰 스트레이트 팁 같은 기본형부터 버클 장식이 발등을 감싸는 몽크 스트랩까지 다양하게 변주한다.



네티즌들이 ‘한동훈 슈트 월드컵’에서 최고로 꼽은 착장은 4월 13일 법무부 장관 지명 당일 입었던 검정색 정장에 차콜 계열 실크 타이 조합으로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4월 15일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서울고검으로 출근하던 날 입었던 클래식 슈트에 베이지 컬러 맥코트 조합도 높은 점수를 받았으며, 슈트 월드컵 후보에 오르지는 않았지만 스트라이프 정장에 화이트 셔츠, 노타이 차림도 굉장히 인상적이라는 평이다. 연예인을 제외한 한국 중년 남성이 출근 룩으로 스트라이프 정장을 선택하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스트라이프 슈트는 자칫 과하게 멋을 냈다는 인상을 남길 수 있지만 한 장관처럼 전체적인 밸런스가 잘 맞으면 세련되고 활동적인 느낌을 준다. 전문직 남성들이 많이 찾는 서울 강남 테일러 숍의 한 관계자는 “한 장관의 스타일이 워낙 화제가 되다 보니 비스포크 종사자들도 주의 깊게 살피고 있는데, 맞춤 양복이 확실하며 가격은 200만~300만원 선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 장관은 신체 조건이 좋아 기성복도 잘 소화할 것 같다”고 말했다.

1 한 장관의 빈티지 시계도 마니아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2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재판 출석 당시 한 장관의 스타일링. 머플러부터 서류가방까지 큰 관심을 모았다.
3 한 장관이 즐겨드는 서류 가방은 국내 브랜드의 10년 이상 된 제품이다.

슈트는 원래 영국 귀족이 입던 군복에서 유래했다. 영화 ‘킹스맨’의 주요 무대가 이 비밀 조직을 탄생시킨 옥스퍼드 공작의 단골 양복점이었던 데서도 알 수 있듯, 옷차림은 일에 임하는 데 있어 신사가 반드시 갖추어야 할 매너(“Manner maketh man”) 중 하나로 인식됐다. 국내에서도 동일한 제목으로 리메이크된 미국 드라마 ‘슈츠(Suits)’는 고가의 맞춤 양복을 입는 일류 로펌 변호사들 이야기다. 선배가 후배에게 자신의 단골 테일러 숍을 알려준다거나, 양복을 사 입으라고 신용카드를 건네주는 건 “실력을 인정하고 내 사람으로 받아들인다”와 동일한 의미다. 영어 suit는 ‘한 벌의 정장’이라는 의미와 더불어 ‘소송’이라는 뜻도 지니고 있다. 양복이 신체 사이즈에 맞춰 정확하게 재단을 하는 것이라면 소송은 정해진 기준(법)에 의거해 결론을 낸다는 점에서 둘은 서로 의미가 통한다.

영화 ‘킹스맨’이나 드라마 ‘슈츠’에 등장한 일종의 제복 개념의 연장선에서 한동훈 장관의 슈트 룩을 해석하는 시선도 있다.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대학 4학년 때인 1995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한 장관은 2001년 서울지방검찰청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해 2019년 최연소 검사장, 3년 후 최연소 법무부 장관에 이르기까지 조직 내에서 줄곧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 반듯한 슈트 차림은 이런 그가 직(職)에 임하는 자세를 보여주는 게 아니겠냐는 것이다. 실제로 그가 슈트에 빼놓지 않고 매치하는 넥타이핀은 멋을 내기 위한 용도로도 쓰이지만 재킷을 벗고 일할 때 타이가 걸리적거리지 않도록 고정하는 역할도 한다. ‘한동훈템’으로 화제가 됐던 연필 클립은 서류에 연필을 꽂아놓을 때 사용하는 것으로, 서류를 많이 보는 법조인들이 즐겨 쓰는 소품이다.

물론 패션은 패션일 뿐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말해주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국민들이 한동훈 장관 패션에 뜨거운 관심을 보내는 이유는, 이에 걸맞은 업무 능력을 기대하는 열망이 반영된 것 아닐까.

#한동훈패션 #비스포크슈트 #여성동아

사진 뉴스1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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