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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work out

좋은 PT 트레이너를 찾는 완벽한 방법

신한슬 에세이 작가

2022. 07. 02

운동은 취미라고 생각하던 호시절이 있었다. 젊고 기운차고 신진대사가 활발하던 시절. 30대를 지나면서 새로운 세계가 열렸다. 이제 운동은 생존을 위한 치열한 발버둥이다. 살기 위해 퍼스널 트레이닝을 고민하고 있다면 잠시 이 얘기에 귀기울여보자. 

퍼스널트레이닝(PT)은 직장인 생존 운동으로 좋은 선택지다. 일단 내가 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 항상 같은 시간에 시작하는 그룹 강습은 불가피한 야근과 공존하기 어렵다. 다른 운동에 비해 돈이 많이 드는 것도 생각지 못한 PT의 장점이다. 강력한 강제성을 갖기 때문이다. 트레이너와의 일대일 약속이라는 것도 강제성 부여에 도움이 된다. 그룹 운동은 나 하나 빠져도 문제없이 진행된다. PT는 그렇지 않다. 트레이너와 나, 둘만 있으면 할 수 있고, 둘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만큼 PT에 필수적인 존재가 트레이너다. 트레이너는 무슨 말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는지에 따라 회당 최소 6만원 이상이 아깝지 않은 구세주가 될 수 있고, 오히려 없는 게 나은 존재가 될 수도 있다. 슬프게도, 인생사가 다 그렇듯이, 기대 이상의 만남보다는 실망스러운 만남이 흔하다.


거친 모욕, 다이어트 강요, 경험·지식 부족

직장인 7년 차, 생존 운동 7년 차. 많은 운동을 거쳤고, 한쪽 손으론 세기 힘든 수의 PT 트레이너를 겪어봤다. 친구들끼리 모이면 ‘구남친썰’보다 열띤 ‘구트레이너썰’이 이어지곤 한다. 그중에서 꼭 피해야 할 트레이너 이야기를 꼽아봤다. 이름하여 최악의 트레이너 불명예의 전당. 우승자는 여러분이 선정해달라.

최악의 트레이너 첫 번째 후보. 
모욕하는 트레이너.

어떤 트레이너는 회원 모욕이 자기 역할인 걸로 착각한다. 내 친구의 친구는 트레이너한테 팔뚝 살을 붙잡힌 적이 있다. “본인이 날씬한 줄 알죠? 이게 다 지방이에요, 지방!” 친구의 친구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 헬스장을 나왔다. 손님은 왕이라는데, 종종 헬스장에선 오래된 격언이 힘을 못 쓴다.

‘나 헬스 많이 해봤는데, 그런 모욕적인 말을 하는 트레이너는 한 번도 못 만났어. 지어낸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신다면 다행이다. 세상은 나아지고 있다. 7년 전엔 이쪽이 우세종이었다. 2022년이면 이제 사라질 때도 됐는데, 아직도 멸종되지 않은 공룡처럼 일부 헬스장에서 발견되곤 한다.



건강해지려고 간 헬스장에서 누가 들어도 불쾌할 언동을 일삼는 트레이너를 만난다면, 당장 환불을 요청하고 도망 나오자. 심지어 체중 감량이 목적이었다 해도, 모욕을 참을 필요는 없다. 스트레스는 오히려 체중 감량을 방해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1시간에 최소 6만원을 낸 손님을 망설임 없이 모욕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트레이너가 유능할 리 없다.

최악의 트레이너 두 번째 후보.
살 빼기 싫다는 말을 도저히 못 알아듣는 트레이너.

처음 PT를 시작하며 한 설문조사에서부터 자세 교정과 체력 증진이 목표라고 강조하고 또 강조했건만. 다른 회원과 헷갈렸는지 아니면 자고 일어나면 대뇌피질이 재부팅되는지, 다음 세션부터는 “다이어트가 목적이시면 이 정도는 해야 하는데~”를 입에 올린다.

이들은 “다이어트는 여자의 평생 숙제” 같은 말을 믿는다. 체지방이 적을수록 건강하다는 잘못된 믿음을 갖고 있다(전혀 사실이 아니다. 특히 여성은 체지방량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건강에 문제가 생긴다). 헬스장 문턱을 넘는 모든 사람이 매일같이 체중을 재볼 것이며, 눈금 위 숫자가 줄어들수록 기뻐할 거라고 숨을 쉬듯 당연하게 생각한다. 모든 여자가 살을 빼고 싶어 하는 게 아니라, 이런 트레이너가 존재하는 탓에 여자들이 살을 빼야 할 것 같은 강박에 시달린다는 사실을 간과한다.

체중 감량을 위해 PT를 하는 경우에도 이런 트레이너는 추천하고 싶지 않다. ‘회원님’ 말에 귀를 기울이며 그의 필요에 맞춰주지 않고 자기 경험이나 세상의 편견이 만들어놓은 공고한 선입견에 더 익숙한 사람은 ‘퍼스널’ 트레이너로서 전문성이 떨어진다.

최악의 트레이너 세 번째 후보.
경험과 지식이 부족한 트레이너.

친구가 최근 겪은 일이다. 식이조절을 고민하는 친구에게 트레이너가 심드렁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매끼 닭 가슴살만 먹으면 살은 무조건 빠져요.” 진심인가? 2022년에 원 푸드 다이어트를 권한다고? 아마추어의 상식에 비춰봐도 영양 균형 무너지는 소리다. 건강이 무너지는 체중 감량을 위해 헬스장에 큰돈 바쳐 PT를 하는 게 아닌데 말이다. 체중을 효과적으로 감량하려면 오히려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등 영양소 균형이 잡힌 식사가 필수다.

꼭 이렇게까지 무식한 말은 안 하더라도, 나는 무리한 식단을 제안하는 트레이너는 추천하고 싶지 않다. 극단적인 경우 30일치 90끼 식단을 다 짜주고 이대로 먹으라고 하는 사람이 있다. 매일 도시락을 싸 가지고 다니면서 세끼를 챙겨 먹으라니! 직장을 안 다녀본 프리랜서 체육인이 할 만한 발상이다. 이런 식이 요법은 도와주는 전업주부 없이는 불가능하다.

경험 많은 트레이너들은 직장인에게 무리한 식단을 강요해봤자 스트레스만 받을 뿐이라는 걸 잘 안다. 그래서 지킬 수 있을 법한 구체적 조언만 한다. 예를 들어 체중을 조절하고 싶으면 밥을 조금 덜어내고 먹으라든가, 튀긴 음식이나 지나치게 기름진 음식을 피하라든가, 적어도 라면과 야식만은 끊으라든가.


고객에게 귀 기울이고,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공부하는

좋은 트레이너는 가르치려 하지 않고 내게 먼저 질문한다.

좋은 트레이너는 가르치려 하지 않고 내게 먼저 질문한다.

여기까지 나와 친구들이 만났던 ‘구린’ 트레이너들 욕을 신나게 써봤다. 하지만 세상에는 훌륭한 트레이너가 만들어낸 미담도 별처럼 많다. 그런 트레이너들은 ‘벤츠 같은 애인’ 못지않게 인생에 소중한 존재다. 이사를 하거나, 트레이너가 다른 헬스장으로 옮기는 바람에 헤어져야 할 때는 눈물을 흘리며 매달리고 싶을 정도로. 그래서 최고의 트레이너 명예의 전당 후보들도 골라봤다.

최고의 트레이너 첫 번째 후보. 
고통을 없애주는 트레이너.

내 친구가 끝없는 야근이라는 불치병으로 허리 통증에 시달려 삶의 질이 바닥에 떨어졌을 때 만난 귀인이다. 친구는 체중 감량이고 자시고 그저 고통 없는 삶을 원했다. 그래서 이렇게 물었다. “저 허리가 너무 아픈데 운동을 해도 되나요?”

귀인이 말했다. “일단 엎드려보시겠어요? 제가 회원님께 마사지해드려도 될까요?” 정중히 허가를 구한 뒤에는 친구가 태어나서 경험한 것 중 가장 전문적이고 정확한 마사지를 시작했다. 그는 단언했다. “회원님은 지금 운동하실 때가 아니시네요.” 그래서 친구는 한 시간 내내 마사지만 받았다. 그다음 세션도, 그다음 세션도. 한 달 정도 지난 후부터 운동을 시작했던 것 같다. 트레이너는 결코 무리하지 않으면서도 착착 나아가는 운동 강도와 신의 손길 같은 마사지로 친구의 통증을 없애버리고, 스쾃 100개를 해도 끄떡없는 하체 근력까지 키워주었다.

최고의 트레이너 두 번째 후보. 
매번 새로운 기구 사용법이나 운동 방법을 알려주는 트레이너.

내가 참 좋아했던 트레이너다. 기왕 오셨으니 헬스장에 있는 모든 기구를 다 써보게 해주겠다는 비밀스러운 목표를 가진 사람 같았다. 각종 운동기구는 물론 핸드폰 진동의 1000배 정도로 강력하게 떨리는 마사지 기구 활용법까지 제대로 알려주고, 거꾸로 매달려 혈액순환을 돕는 기구도 태워줬다. 여기가 롯데월드인지 헬스장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꽤 시설이 좋은 헬스장이었는데, 그와 함께 있으면 이 시설을 200% 뽑아먹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기구만이 아니다. 한 번도 같은 운동을 하는 법이 없었다. 같은 하체 운동도 날마다 루틴이 달랐다. 폼롤러나 스트레칭 밴드 같은 단순한 도구를 쓰더라도, 언제나 새로운 스트레칭 동작 하나를 추가했다. 이런 운동의 가장 큰 장점은 지루할 틈이 없다는 거다. 보통 헬스장에서 하는 실내 근력 운동은 지루하다는 오명을 갖고 있는 만큼 더욱 소중한 장점이다.

최고의 트레이너 세 번째 후보. 
정확한 답을 알려주기 위해 연구하고 공부하는 트레이너.

여성 생활 플랫폼 ‘핀치’에서 ‘운동으로 답하다’ 칼럼을 쓰던 홀리(holly)라는 트레이너 얘기다. 그는 이런 질문에 정확하게 답해줄 수 있는 트레이너였다. “생리 중에 운동을 해도 되나요?” “비건인데 단백질을 잘 챙겨 먹으면서 근력을 키울 수 있을까요?”

이전까지 많은 트레이너를 만나봤지만, 이 질문들에 정확한 답변을 얻은 적은 없었다. 심지어 남성 트레이너들은 생리 중이라서 컨디션 안 좋다고만 말해도 불편한 얼굴을 하고 대화를 종결하기도 했다. 홀리 트레이너는 이 질문에 정확히 답하고자 늘 최신 이론을 공부하고, 실전에 활용하며, 끊임없이 성장했다.
좋은 트레이너는 질문부터 한다

여기까지 쓰고 보니 좋은 트레이너들이 기본적으로 가진 공통점이 보인다. 그들은 모두 질문부터 한다. △어떤 문제를 가장 해결하고 싶은지. 통증인지, 근력 부족인지, 자세 교정인지, 체중 감량인지. △그걸 달성하는 데 제일 큰 어려움이 무엇인지. 운동 부족인지, 운동 시간 부족인지, 잘못된 생활 습관인지. 이 답변을 다 들은 다음에야, 자신이 도와줄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실행한다. 진정한 전문가는 질문하기 전에는 아는 척하지 않는다. 나는 운동의 목적을 질문하지 않는 트레이너는 일단 거른다.

좋은 트레이너들이 공통적으로 입에 달고 사는 말이 있다. “아픈 데 있으세요? 아프면 꼭 말씀하세요.” 그들은 어딘가 아프다고 하면 당장 그 동작을 멈추라고 한다. 그리고 자세를 고쳐주거나 다른 운동을 알려준다. 무리는 부상을 부르고, 부상은 운동을 방해한다. 이 악물고 해내라고 종용하는 트레이너와의 운동은 결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좋은 트레이너는 무리하지 않고도 성취하게 한다. 걷는 것도 힘들던 내 친구가 스쾃 100개를 한 것처럼. 985g짜리 노트북도 버거웠던 내가 50kg짜리 바벨을 번쩍 들어 올린 것처럼.

무엇보다 좋은 트레이너는 나와 잘 맞는 트레이너다. ‘퍼스널’ 트레이닝인 만큼 ‘퍼스널’한 케미스트리가 작용한다. 내가 즐겁고 밝은 분위기의 트레이너와 농담 따먹기를 하면서 다양한 운동을 하고 싶은 사람인지, 말수 없고 진지한 트레이너와 몇 가지 운동만이라도 제대로 ‘조지고’ 싶은 사람인지에 따라 다르다. 결국 좋은 트레이너를 만나려면 나를 잘 알아야 한다. 나는 왜 운동을 하고 싶은 건지, 내 목적은 무엇인지, 그것을 방해하는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지, 어떤 운동을 어떤 사람과 함께 하고 싶은지.

#PT트레이너추천 #퍼스널트레이닝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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