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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명동에 공룡이 등장한 이유, 7월의 OTT 추천작

문영훈 기자

2022. 06. 29

‘O!리지널’은 OTT 플랫폼 오리지널 콘텐츠 및 익스클루시브 콘텐츠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범람하는 콘텐츠 세상 속 등대까진 못 돼도 놓치고 갈 만한 작품을 비추는 촛불이 되길 바랍니다.

스티브 잡스를 꿈꿨던 미국판 황우석
‘드롭아웃’

엘리자베스 홈즈는 미국 의료 스타트업 ‘테라노스’의 창업자다. 스티브 잡스를 동경한 그는 사업 아이템을 찾자마자 스탠퍼드대를 중퇴한다. 단 몇 방울의 피로 240가지의 질병 유무를 확인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겠다는 사업 구상. 20대 여성 CEO는 수십억 달러 투자 유치와 함께 언론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포브스’ ‘포춘’ 등 경제지 커버를 장식했다. 그의 바람대로 ‘여자 스티브 잡스’ 혹은 그 이상이라 불렸던 홈즈의 성공 신화는 또 다른 언론에 의해 붕괴된다. 2015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테라노스가 만든 키트 성능이 과학적으로 검증된 바 없다는 내용을 폭로했기 때문이다. 홈즈는 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투자자와 고객, 심지어는 테라노스 직원들을 속여 왔던 것.

엘리자베스 홈즈 역을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맡았다. 투자자뿐 아니라 자신마저 기만하려 하는 그의 눈빛은 섬뜩하다. “이건 고무적인 발걸음을 내딛는 거야(This is an inspiring step forward)”라며 거울을 보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거는 듯한 장면이 대표적이다. 아만다 사이프리드는 특유의 저음과 말을 꼭꼭 씹어 뱉어내는 발음을 구사하는 실제 홈즈의 목소리를 100%에 가깝게 구현해냈다.

정점에 이른 사업가의 몰락은 모든 콘텐츠 제작자가 눈독 들이는 소재다. ‘위워크’의 흥망성쇠를 다룬 애플tv+의 ‘우린 폭망했다’, ‘우버’ 창업자 트래비스 캘러닉의 야망과 기행을 다룬 티빙의 ‘슈퍼 펌프드: 우버 전쟁’과 함께 ‘실리콘밸리형 창업자의 몰락 3부작’으로 묶을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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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애플TV+ ‘우린 폭망했다’


윤여정이 윤여정하다
‘뜻밖의 여정’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PD가 묻자, 윤여정이 답한다. “너 살던 대로 살아.”



윤여정이 전 세대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이런 솔직담백함 때문이다. 김태호 PD는 ‘서울체크인’ 기자회견에서 “이효리 자체가 콘텐츠”라고 했지만, ‘뜻밖의 여정’이야말로 ‘윤여정 자체가 콘텐츠’인 프로그램이다.

내용은 단순하다. 윤여정의 미국 로스앤젤레스 출장 10박 11일 동행기. 그런데 모든 에피소드를 시청한 뒤 머릿속을 맴도는 것은 화려한 할리우드 풍경보다 윤여정이 일에 임하는 태도다. 그는 한국의 역사를 다룬 드라마 ‘파친코’ 영어 인터뷰에서 자칫 실수할까 답변을 미리 작성해 외우고 또 외운다. 연기할 수 있는 체력을 유지하고자 매일 아침 팔굽혀펴기와 스쾃을 한다. 그의 자신감 넘치는 애티튜드와 꼿꼿한 허리 뒤에는 지겹도록 반복됐을 노력이 있다.

“우리는 나이가 들수록 인생에 목표가 없어지잖아요. 근데 여정 언니가 보여줬죠. 무언가를 이루기에 우리는 결코 늙지 않았다는 걸요.”

윤여정의 친구 김정자 씨의 말이다. ‘뜻밖의 여정’에는 윤여정과 오랜 인연을 맺고 있는 이들이 등장한다. 드라마계의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에미상’을 수상한 김정자 애니메이션 디렉터, 윤여정을 ‘미나리’로 이끈 이인아 PD, ‘미나리’ 번역을 맡은 홍장여울 등. 각자의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이들은 또 다른 세계에 존재하는 수많은 윤여정 같다. 이서진과 나영석 PD가 철없는 매니저 역할을 맡아 윤여정을 보좌하며 프로그램의 양념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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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나리’,
윤여정이 등장한 예능 프로그램들


잠들기 직전 ‘크아아앙’, 공룡 ASMR
‘선사시대: 공룡이 지배하던 지구’

난데없이 서울 명동에 공룡이 등장했다. 거대한 티라노사우르스가 수영하는 모습이 애플스토어 3호점 외관에 재현돼 있다. 알고 보니 5월 23일 애플TV+를 통해 공개된 ‘선사시대: 공룡이 지배하던 지구’(선사시대) 홍보를 위한 것이었다.

애플TV+는 다큐멘터리 명가 BBC와 손잡았다. 누구나 유년기 한때 최대 관심사였을 공룡이 주제다. 모르는 이가 드문 티라노사우르스, 트리케라톱스를 비롯해 오리를 닮은 데이노케이루스, 작은 공룡을 한입에 꿀꺽할 수 있는 크기를 자랑하는 ‘악마 두꺼비’ 베엘제부포 등 선사시대 생물이 등장한다. 전체관람가 수준의 얕은 잔인성으로 약육강식의 선사시대를 보여주므로 아이와 함께 보기에도 좋다.

‘아이언맨 1, 2’를 흥행으로 이끈 존 파브로 감독, ‘캐리비안의 해적’ ‘인터스텔라’ 음악으로 유명한 한스 짐머 등 화려한 제작진이 참여했다. 이 중 눈길을 끄는 것은 내레이션을 맡은 데이비드 애튼버러. ‘아름다운 바다’ ‘살아있는 지구’ 등 BBC 자연 다큐멘터리 애청자라면 익숙한 인물이다. 그는 무려 1926년 출생인데 마릴린 먼로가 그해 태어났다고 하면 감이 잡힐까.

잠들기 직전 시청하는 것을 권한다. 데이비드 애튼버러의 나긋나긋한 목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장엄한 자연경관을 보고 있노라면 오늘 속세에서 처리하지 못한 일은 금세 잊힐 것이다. 애플TV+ 구독자가 아니더라도 1화는 무료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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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경이로운 지구’ ‘아름다운 바다’,
NGC ‘우주 스페셜’


팔자 사나운 개구리 한 마리를 아시나요
‘밈 전쟁: 개구리 페페 구하기’

어쩌다가 귀여운 개구리 캐릭터가 미국 대안 극우(Alt-right)의 아이콘이 됐을까. 페페(Pepe)는 2006년 맷 퓨리가 그린 만화, ‘보이즈 클럽’의 메인 캐릭터다. 친구들과 함께 ‘칠(chill)하게’ 시간을 죽이던 대학 시절을 떠올리며, 자신의 외양을 본떠 페페를 만들었다.

페페가 “기분 ‘개’ 좋아(Feels good man)”라고 말하는 만화 컷이 당시 SNS인 마이스페이스에서 화제에 올랐다. 이후 페페는 온라인 세상을 헤엄치기 시작한다. 그러다 미국 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포챈(4chan)’에 정착하며 일생이 피곤해진다. 초록 개구리의 슬픈 눈은 포챈 이용자들의 패배감, 소외감을 대변했다. 2016년 미국 대선 당시에는 트럼프, 트럼프 지지자를 상징하는 캐릭터가 되기도 했다. 페페가 극우의 상징이자 혐오 표현으로 낙인찍히자 급기야 페페의 창작자는 2017년 페페의 장례식을 만화로 그려 그의 사망을 알린다.

다큐멘터리는 초록 개구리의 탄생과 죽음, 부활(스포일러에 해당하니 다큐멘터리를 확인!)을 따라가며 인터넷 밈(meme) 문화, 저작권 이슈 등 다양한 화두를 던진다. ‘밈 전쟁: 개구리 페페 구하기’를 본 뒤 심화학습이 필요하다면 미국의 문화연구자 앤절라 네이글의 ‘인싸를 죽여라’를 추천한다. 미국 온라인 극우주의가 어떻게 주류 정치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분석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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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익스플레인: 세계를 해설하다’


#드롭아웃 #뜻밖의여정 #선사시대 #개구리페페 #O!리지널

사진제공 디즈니+ 애플TV+ 왓챠 티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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