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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art fair

완판 또 완판! ‘아트부산’에서 배우는 아트페어 활용법

윤혜진 프리랜서 기자

2022. 05. 20

국내 3대 아트페어 중 하나인 ‘아트부산’이 올해 10만 인파를 동원하며 새 역사를 썼다. 예술 투자 전성시대를 맞아 MZ세대 컬렉터가 대거 등장하며 화제를 쏟아낸 아트부산 뒷이야기부터 하반기 아트페어 정보까지 총정리했다. 

성황리에 끝난 ‘아트부산 2022’ 현장.

성황리에 끝난 ‘아트부산 2022’ 현장.

올해로 11회를 맞은 ‘아트부산’이 5월 13일부터 15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렸다. 아트페어는 미술품을 사고파는 장터를 뜻한다. 이번 행사에는 21개국 133개 갤러리가 참여해 대성황을 이뤘다. 국내에서는 국제갤러리, 갤러리현대, PKM갤러리, 학고재 등 101개 갤러리가 부스를 마련했다. 해외에서도 영국 런던 타데우스로팍, 미국 뉴욕 투팜스, 홍콩 화이트스톤갤러리 등 32개 갤러리가 내한해 국내 컬렉터에게 작품을 선보였다.

아트부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조치가 대폭 완화된 뒤 열리는 첫 대규모 미술 행사라 개막 전부터 흥행 성공이 점쳐졌다. 뚜껑을 열고 보니 기대 이상이었다. 5월 12일 VIP를 대상으로 개최한 프리뷰에만 1만2000명이 다녀갔다. 이후 3일간 이어진 본 행사장에 또 9만 명이 방문해 총 10만2000여 명이 아트페어를 찾은 것으로 집계됐다. 행사를 주최한 ‘아트쇼 부산’에 따르면 전시 작품 판매액도 당초 예상 600억원을 훌쩍 뛰어넘은 746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판매액(350억원)의 2배가 넘는 역대급 실적이다.

무서운 기세의 MZ세대 작가·컬렉터

아트부산 성공 요인으로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건 ‘풍성한 밥상’이다. 독일 추상화 거장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Abstraktes Bild(551-6)’와 일본 인기 작가 쿠사마 야요이의 대형 호박 부조 등 세계적으로 주목할 만한 작품 다수가 행사 기간 부산을 찾았다. 우리나라 스타 작가 박서보, 유영국을 비롯해 실험적인 신진 작가 작품들도 많았다. 컬렉터들은 다양한 장르, 크기, 가격대를 가진 5000점 이상의 그림을 비교하며 아낌없이 지갑을 열었다.

고가에 판매된 작품들

 유영국의 ‘워크’,

유영국의 ‘워크’,

하종현의 Conjunction 09-010’,

하종현의 Conjunction 09-010’,

김희수의 ‘Untitled’.

김희수의 ‘Untitled’.

국제갤러리는 유영국의 ‘워크’를 14억원대에, 하종현의 ‘Conjunction 09-010’을 8억원대에 각각 판매했다. 갤러리현대는 정상화·이강소·이건용의 작품을 행사 첫날 모두 팔았다. 학고재 역시 김현식 작가의 ‘현-선 피스트’ 연작 9점을 첫날 팔았는데, 1점당 2200만원인 작품 전체를 한 컬렉터가 다 사 갔다.

이번 아트부산에서는 MZ세대 작가들의 활약도 두드러졌다. 국제갤러리가 솔로 부스를 차린 1988년생 이희준 작가의 수백만~수천만원대 작품 10여 점이 개막 5분 만에 다 팔린 사례가 대표적이다. 1984년생 김희수 작가 작품만으로 아트부산을 찾은 갤러리 애프터눈의 경우 입장 첫날 VVIP들의 ‘오픈런’이 연출되며 개막 3시간 만에 121점을 완판했다. 김희수 작가는 미술 애호가인 방탄소년단 리더 RM이 ‘픽’한 작가로 유명하다. 그의 작품은 대부분 40대 이하 컬렉터가 행사가 시작되자마자 싹쓸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예상하지 못한 갤러리 애프터눈은 둘째 날부터 실물 없이 드로잉 작품의 이미지만 보여주고 예약을 받는 방식으로 50점 이상을 추가 판매했다.



김둥지(1992년생)·그라플렉스(1982년생)·제임스 진(1979년생) 등 국내외 핫한 작가를 전면에 내세운 갤러리스탠도 아트부산 첫날 출품작의 90%를 팔았다. 김둥지와 제임스 진 역시 RM이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진 작가들이다. 대만계 미국인인 제임스 진은 지난해 방탄소년단 소속사 하이브 뮤지엄 개관 기념 전시에서 방탄소년단을 모티프로 한 작품 ‘가든’을 선보인 바 있다.

이 외에도 행사장 곳곳에서 젊은 컬렉터들이 사랑하는 차세대 작가들의 완판 행렬이 이어졌다. 아뜰리에아키는 지난해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키아프)에서 완판을 기록한 채지민(1983년생)과 정성준(1981년생), 콰야(1991년생)의 작품을, 이길이구갤러리는 권한나(1988년생) 작품을 가져와 일찌감치 모두 판매했다. 손영희 아트쇼 부산 이사장은 “지난해부터 미술시장에 본격적으로 유입된 MZ세대의 미술에 대한 관심과 뜨거운 구매 열기를 이번 아트부산에서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특별전과 개성 넘치는 부스로 호평받은 아트부산 현장.

특별전과 개성 넘치는 부스로 호평받은 아트부산 현장.

쏟아지는 완판 행진 속에 작품 ‘득템’에 성공하지 못한 MZ 컬렉터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현장 방문 인증 숏과 브이로그 등을 남기며 아쉬움을 달랬다. 이승기·소유진·전혜빈 등 유명 연예인도 다수 SNS에 아트부산 관련 게시물을 올렸다. 특히 전혜빈은 클림트의 ‘더 키스’ NFT(대체불가능토큰) 작품을 구매했다고 직접 알려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여러모로 달라진 풍경에 대해 ‘나의 첫 미술 공부’ 저자이자 미술 강연가인 최연욱 서양화가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요즘 젊은이들은 몇 해 전부터 불기 시작한 인문학 열풍 속에 풍성한 미술 지식을 쌓았다. 그들은 미술을 감상의 대상으로만 여기지 않으며, SNS에 관람 경험을 공유하고 재테크 수단으로도 활용하는 문화에 익숙하다.”

한편에선 속도전을 방불케 하는 ‘싹쓸이 쇼핑’을 불편하게 여기는 목소리도 나온다. 5월 12일 아트부산을 찾은 한 관람객은 “입장하자마자 그동안 관심 있게 지켜본 작가들 작품을 판매하는 부스에 찾아갔는데 이미 모두 팔린 뒤였다”며 “초고가 작품 일부를 제외하곤 남은 게 없는 걸 보고 놀랐다”고 밝혔다. 그는 “예전에는 아트페어에 가면 다양한 부스에 들러 작품을 비교하고 갤러리스트와 대화를 나누며 어떤 작품을 구매할까 고민해보는 게 가능했다. 지금은 그런 여유가 다 사라져버린 것 같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선방한 미국 리처드 그레이의 아시아 신고식

데이비드 호크니의 ‘전시풍경’

데이비드 호크니의 ‘전시풍경’

이번 아트부산에서는 해외 유명 갤러리 부스에도 많은 이의 관심이 쏠렸다. 영국 타데우스로팍은 약 8억원대에 팔린 안토니 곰리의 신작 스탠딩 조각을 포함해 알렉스 카츠, 이불, 맨디 엘사예의 작품을 선보여 모두 팔았다. 홍콩의 탕컨템포러리아트는 중국 작가 자오자오의 ‘하늘’ 2점을 각각 1억원대에, 아이 웨이웨이의 ‘행잉맨’을 2억원대에 새 주인에게 넘겨줬다. 독일 페레스프로젝트도 훌륭한 판매 실적을 거뒀다. 도나 후앙카의 회화 4점과 애드 미뇰리티의 대형 회화 2점을 포함해 부스 내 대부분 작품을 판매한 것은 물론 리처드 케네디, 라파 실바레스 등의 베를린에 있는 작품까지 판매했다.

안토니 곰리의 스탠딩 조각.

안토니 곰리의 스탠딩 조각.

올해 아트부산에 처음 참가한 미국 시카고의 리처드그레이 갤러리는 개막 전부터 화제였다. 데이비드 호크니와 알렉스 카츠 전시로 유명한 갤러리로, 이번 아트부산을 통해 아시아 시장에 처음 진출하는 것이기 때문. 작품 선정부터 고심한 티가 났다. 당초 예고했던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575만 달러(약 70억원) 상당 작품 ‘퍼플 레인지’는 선보이지 못했으나, 피카소 회화 ‘남자의 얼굴과 앉아 있는 누드’, 그리고 데이비드 호크니의 ‘전시풍경’으로 관객들에게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특히 ‘전시풍경’은 가로 8.7m, 세로 2.7m에 이르는 대작이라 아트부산 기간 동안 인기 만점 포토 존 구실을 했다. 6억원대의 이 그림은 개막 첫날 바로 팔렸다. 리처드그레이 갤러리는 그 밖에도 하우메 플렌자의 5억원대 청동 두상을 비롯해 대작 여러 점을 팔았다. 피카소 회화도 판매 예약 상태다.

세계 유수의 갤러리가 아트부산에 좋은 작품을 가져오는 배경에는 주최 측의 남다른 노력이 있다. 아트부산 관계자는 “다른 아트페어와 차별화된 ‘프리미엄’ 아트페어를 구성하고자 해외 유명 갤러리 유치에 특히 신경을 쓰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국제 미술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유명 갤러리가 아트부산 등 대형 아트페어를 아시아 진출의 계기로 삼으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해외 갤러리들이 아시아 시장에서도 특히 한국을 높게 평가하는 게 느껴진다. 아트부산 참가 갤러리 가운데 일부는 현재 한국에 분점을 내는 것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서울 한남동에 아시아 지역 첫 분점을 개관한 오스트리아 타데우스로팍 갤러리의 경우 2020년 아트부산에 참가한 것이 한국 진출의 결정적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부터 아트부산에 참여하며 지난해 ‘베스트 부스’로 선정되기도 한 독일 페레스프로젝트 또한 4월 서울신라호텔 지하 1층에 분점을 열었다. 포르투갈 두아르테세케이라와 미국 투팜스도 올해 안에 서울에 갤러리를 낼 예정이다.

붐볐지만 쾌적하게 관람할 수 있었던 이유

올해 아트부산이 강조한 포인트는 ‘즐기는 아트페어’. 아트페어는 전시회, 비엔날레와는 출발부터 다르다. 작품을 많이 파는 게 1순위 목적이다. 그러다 보니 주최 측은 판매 부스를 최대한 늘리고 갤러리는 갤러리대로 빽빽하게 작품을 채워 넣어 공간 구성이 단조로운 게 일반적이다. 아트부산은 이 전형을 탈피하고자 노력했다. 아트부산 관계자는 “행사장 곳곳에서 특별 전시회를 열고, 갤러리를 대상으로 부스 디자인 지원 프로그램도 운영했다”고 밝혔다. 장기적 관점에서 관람객이 또 찾고 싶은 아트페어를 꾸미려는 목적이었다고 한다.

특히 올해 처음 도입한 부스 디자인 지원 프로그램은 심사를 통해 선정한 10개 갤러리에 가벽과 페인트, 바닥재 등을 달리 구성할 수 있도록 비용을 지원한 제도다. 이런 노력 덕에 이번 아트부산은 곳곳에 독특한 부스가 자리 잡고, 특별전이 열리며, 지난해 없던 휴식용 벤치까지 마련된 쾌적한 환경으로 호평받았다. 역대급 관람객으로 붐비는 가운데서도 “미술관 같은 분위기”라는 후기가 나온 이유다.

참가자들이 미술 담론을 나누는 장이 된 ‘아트부산 컨버세이션스’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구스타프 클림프 NFT를 발행한 오스트리아 벨베데레미술관 최고재무책임자(CFO)와 미디어아트 작가 비플의 6934만 달러짜리 NFT 판매를 기획한 크리스티 경매의 디지털 세일 총괄디렉터, 인체 표현의 거장 안토니 곰리 등 강사 라인업이 쟁쟁했다. 아트페어장 곳곳에 마련된 특별전도 ‘미술관급’ 유명 작가 전시였다. 장 프루베, 백남준, 오스틴 리, 제임스 터렐, 강이연 등 국내외 이름난 작가 작품을 모았다.

아트부산 가고 키아프 온다

아트부산을 놓쳤다면 다음으로 눈여겨볼 대규모 아트페어는 단연 키아프다. 올해로 20회를 맞는 키아프는 한국화랑협회 주최 행사로 9월 3일부터 6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다. 강산이 두 번 바뀌는 동안 세계 830개 이상 갤러리를 한국에 불러오며 우리 미술시장의 세계화에 앞장선 행사다. 이번 키아프에서는 ‘키아프 플러스’를 신규 론칭한다. 키아프 플러스는 현대미술과 NFT, 미디어아트를 전문적으로 선보이는 신개념 미술 축제. 9월 2일부터 5일까지 서울 학여울역 세텍에서 진행된다.

무엇보다 미술 애호가들을 설레게 하는 뉴스도 있다. 스위스 아트바젤, 프랑스 피악과 함께 세계 3대 아트페어로 손꼽히는 영국 프리즈가 키아프와 손을 잡은 것. 프리즈는 올해부터 5년간 키아프와 같은 기간, 같은 장소에서 공동으로 열린다. 이와 함께 런던 프리즈 주간에 가장 주목해야 할 위성 아트페어로 선정된 바 있는 런던 사치갤러리의 ‘스타트 아트페어’도 따라온다. 9월 1일부터 6일까지 서울 성수동 갤러리아포레 더서울라이티움에서 첫선을 보일 예정. 이 자리에서 60여 개의 부스에 약 200여 명의 작가 작품을 공개할 계획이다.

미술계에서는 이번 키아프와 프리즈 공동 개최를 서울이 아시아 미술 허브로 발돋움할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다. 황달성 한국화랑협회 협회장은 “이번 행사를 계기로 미술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 같다. 작년 대비 3배 정도의 매출이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아트페어 #키아프 #여성동아

초보도 걱정 없이,
아트페어 100배 즐기기

마음껏 물어보고 사진 찍고
아트페어는 미술 전문가들이 이구동성 추천하는 컬렉터 입문의 장이다. 시장 트렌드를 파악하고 내 미술 취향을 알아보는 자리로 활용하기 좋다. 계절이 바뀌면 한 번쯤 백화점에 아이쇼핑하러 가듯 행사장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얻는 게 많다. 꼭 뭔가를 사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말고 가벼운 마음으로 들러보자. 최연욱 서양화가는 “미술 애호가라면 어느 갤러리에서 어떤 작품을 선보이는지 알고 가는 게 좋겠다. 미술 초보라면 작가 이름이나 미래 전망 등에 신경 쓰지 말고 우리 집 빈 벽을 밝혀줄 작품이 있는지에 집중하며 전시장을 둘러보라”고 추천했다. 또 “무명 작가라도 마음에 드는 그림이 있으면 일단 사진을 찍어두면 좋다. 나중에 그 작가 전시회에 가고 마음에 드는 작품 이미지를 SNS에 공유하면서 내가 유명 작가로 키워나가면 된다”고 조언했다.

놓치면 아까운 위성 아트페어
메인 아트페어가 열리는 동안 시너지를 노리고 함께 개최하는 위성 아트페어는 그 나름의 독특한 매력을 지닌다. 홍콩의 경우 ‘아트바젤 홍콩’이 열리는 동안 도시 곳곳에서 다채로운 예술 전시와 공연이 펼쳐진다. 국내에서도 크고 작은 아트페어가 공생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이번 아트부산 개최 기간에는 ‘제18회 더코르소 아트페어-부산’과 ‘롯데아트페어 2022’가 함께 관객을 맞았다. 9월 키아프·프리즈 기간에는 인사전통문화보존회에서 개최하는 ‘인사동 엔틱 & 아트페어’가 볼만하다. 메인 아트페어 외 서너 곳의 리스트를 참고해 일정을 짤 것. 아트페어 기간에는 근처 숙소가 일찌감치 동나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아트페어+관광=아트투어
해외 여행길에 유명 박물관이나 갤러리를 둘러보면 나중에 그 작품을 접했을 때 여행지 풍경과 추억이 생각나 다시 그곳에 가고 싶어진다. 아트부산은 그 점을 노리고 이번 아트페어 기간 동안 부산 시내 주요 갤러리와 문화예술 공간을 방문하는 투어 프로그램 ‘아트버스’를 운영했다. 올가을에는 광주(10월 6~9일 아트:광주:22), 인천(11월 17~20일 인천글로벌아트쇼), 대구(11월 25~27일 대구아트페어)에서 아트페어가 열리니 여행 계획을 세워보자. 국내 아트페어 순례로 자신감이 쌓였다면 해외 아트페어에도 가보면 좋다. 올해 아트바젤은 6월 스위스 바젤, 10월 프랑스 파리, 12월 미국 마이애미 등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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