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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노무사는 처음이라서요” 98년생 막내 노무사의 '갓생’

글 김선미 노무법인 위너스 공인노무사

2022. 05. 06

공인노무사 시험에 합격한 지 햇수로 3년, 시험만 합격하면 노무사가 되는 줄 알았다. 현실은 “공만살!”. 수험 생활할 때와 다를 바 없이 지금도 공부만이 살길이다.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 김선미 공인노무사.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 김선미 공인노무사.

“직업이 어떻게 되세요?” “노무사입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직업을 밝히면 백 중에 팔십은 “노무사는 어떤 일을 하느냐”고 되묻는다. 그럴 때마다 “음…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서 발생하는…”으로 시작해 말이 길어진다. 노무사가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서 발생하는 일만 다루는 건 아니니까.

사실 내가 하는 일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기란 참 어렵다. 주변 노무사 동기들도 같은 경험을 하고,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 이 직업을 어떻게 쉽게 풀어낼 수 있을까. 노무법인에 몸담은 지 이제 갓 4개월이 된 막내 노무사로서 나의 일주일을 공개해본다.

흘러가는 대로 살지만, 방향은 정하고 갈래요

월요일 | 노동 이슈 파악
한 주의 시작은 ‘이 주의 노동 이슈’를 담은 뉴스레터 메일 작성. 자문사 전용 뉴스레터다. 지난 뉴스레터 내용을 요약해보면 금주에는 어떤 질문이 나올지 대략 짐작이 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해 확진 시 무급휴가, 유급휴가, 재택근무 등을 어떻게 처리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이런 질문도 노무사가 답변해줘야 하나?’ 싶은 것들도 있어 당황스럽다. 수험생 시절, 툭하면 답안에 적어내던 경영학자 ‘애덤 그랜트(Adam Grant)’가 한 말, “모든 직무는 연결돼 있다는 관계적 직무설계(relational job design)”가 이런 일들로 도출된 걸까.

화요일 | 자문사 급여 업무
매달 5일, 10일, 25일, 말일. 기업이 급여를 지급하는 날들이다. 급여 아웃소싱을 하는 노무법인은 급여 날 1~2일 전부터 기업 인사 담당자가 보내는 근태 자료 확인으로 분주하다. 대부분의 사람이 돈 때문에 회사를 다니지 않나! 내 손에서 여러 명의 급여대장 파일이 만들어지니 책임감도 크다. 세상 사람 모두가 개근만 했으면 좋겠다. 노무법인은 고객, 즉 자문사 여러 곳과 법률 자문·급여 아웃소싱 계약을 하고 매월 일정액의 자문료를 받는다. 자문사에서 노동, 임금, 지원금 등 인사노무 관리와 관련한 문제가 발생할 때면 해당 기업의 인사 담당자 혹은 대표가 노무법인으로 연락을 취하는 방식이다. 관련 문의가 잦은 날에는 업무 시간(오전 9시~오후 6시) 내내 자문사와 통화를 하고, 해당 내용을 작성 하느라 바쁘다. 그사이 손도 대지 못한 다른 업무는 어쩌겠나. 업무 시간 외에 처리하는 수밖에 없지.



수요일 | 선택과 집중
내가 다니는 노무법인 위너스는 컨설팅과 노동사건 각 분야에 전문성이 있는 두 명의 대표 노무사가 운영하는 곳이다. 두 대표에게 업무를 배우면서 ‘나는 어떤 경력 경로를 택해야 할까’ 고민한다. 노무법인을 계속 다닐지, 기업에 들어갈지 같은 가장 큰 갈래 고민에서 시작해 생각은 세부적인 고민으로 가지치듯 뻗어나간다(이 와중에 산업안전지도사 공부를 시작한 건 안 비밀). 항상 잠들기 전까지 지금 일하는 노무법인 업무에 최대한 집중하려고 하지만 매일 밤, 내가 흘러갈 방향을 고민한다. 노무사의 경력 경로는 다양하다. 급여 아웃소싱, 법률 자문, 정부 지원금 대행, 노동사건(일반·산업 재해), 인사노무 컨설팅, 기타 노동관계법령과 관련된 업무 전반을 다룰 수 있어 노무사마다 각자 전문 분야가 다르다. 나의 고민은 두 가지. 첫 번째는 노무법인에서 법률 자문과 급여 아웃소싱을 베이스로, 인사 컨설팅·노동조합 컨설팅·노동사건(일반 사건, 산업재해 사건) 중 한 분야에 경력을 쌓는 것. 두 번째는 첫 번째와 같이 경력을 쌓다가 일반 기업 직원 또는 임기제 공무원으로 전향해 인사노무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목요일 | 기업 컨설팅
오늘은 ‘일터혁신 컨설팅’ 1차 선정 기업 발표 후 첫 미팅을 하러 해당 기업에 방문하는 날. 컨설팅 미팅은 처음이다. 전화로만 소통하던 자문사 담당자를 대면하니 감회가 새롭다. 대표 노무사님이 회의를 진행했고, 나는 회의록을 작성했다. 어깨너머로 배운다는 게 이런 걸까. 일터혁신 컨설팅이란, 국내 기업이 컨설팅 운영 기관에 인사노무 컨설팅을 신청하면 정부가 일부 기업을 선별해 컨설팅 비용을 전액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일터혁신 사업에 선정된 회사는 무료로 인사노무 컨설팅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상시 근로자 수 1000명 미만 기업은 무료, 1000명 이상 기업은 소정의 자부담비용이 발생한다. 노무사가 수행하는 컨설팅은 크게 이러한 정부 사업 컨설팅과 일반 컨설팅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정부 사업 컨설팅은 사업주의 의지만 있다면 기업 성장에 활용하기 좋은 제도다.

금요일 | 근로자 상담
해고, 임금 체불 등 노동 사건을 겪은 근로자는 노무사에게 상담을 요청한다. 사업주는 관련 사건 발생을 대응·예방하고자 상담을 청한다. 오늘은 대표 노무사님과 근로자 측 사건 상담에 들어갔다. 부당해고 사건이었는데, 짧은 시간 동안 수많은 질의응답이 오갔다. 어떤 논리구조로 이 사건을 풀어나가야 할까. 상담은 노동사건 처리의 핵심 과정이다. 노동청·노동위원회는 사건 당사자 혹은 대리인(대표적으로 노무사)이 제출하는 서면을 자료로 판단을 내리기 때문에 최대한 세밀한 상담이 필요하다. 부당해고를 당한 근로자 측 상담을 가정해보면, 노무사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질 수 있다. ①일하는 사업장의 상시 근로자 수가 5인 이상인지(5인 미만이면 부당해고 구제신청 제도를 이용할 수 없다), ②해고를 당한 지 3개월이 지났는지(3개월 초과 시 부당해고 구제신청 제도를 이용할 수 없다), ③근무한 지 3개월 이상인지(3개월 미만이면 해고 예고를 할 필요가 없다), ④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원직 복직인가, 금품 보상인가) ⑤구체적인 사실관계….

노무사가 되고 나서 시간이 물 흐르듯이 지나간다는 말을 체감한다. 상대적으로 호흡이 긴 사건과 컨설팅 업무가 있지만, 매주 보내는 뉴스레터, 매달 진행하는 급여 작업처럼 고정 업무 덕분에 한 주가 금방 지나간다.

공부만이 살길, 진짜 전문가 되기

아직 나는 공인노무사 자격증만 가졌을 뿐인데 전문가로 불린다는 데 부담이 있다. 자격증 취득 당시의 지식만으로는 노동관계법령(근로기준법, 노동조합법 등)을 제대로 다루기 어렵다. 법령과 정책이 계속 바뀌므로 끊임없이 공부하지 않으면 자격증이 ‘빛 좋은 개살구’가 돼버릴 수도 있다. 노무사 타이틀에 먹칠하지 않으려면 배움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수험 생활 당시 친구들과 “공만살(공부만이 살길이다)!”이라고 말하며 버텼다. 수험생 때만 쓸 줄 알았던 ‘공만살!’은 노무사가 된 지금도 나의 좌우명이다. 새로 쌓은 지식을 통해 어려운 사람을 도울 때의 뿌듯함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앞으로도 공만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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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현재 노무법인 입사 4개월 차 공인노무사.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회계·세무 공부가 하기 싫어 그나마 자신 있는 ‘사람 관리’를 택했다. 3학년 때 시험 합격. 학교를 마저 다니고 이제야 노무법인에 취업했다. 회사의 막내로서 다양한 업무를 흡수하며 프로 직장인이 되고자 고군분투 중. 최근에는 산업안전지도사 공부를 시작했다. 앞으로도 쭉 배움을 멈추지 않을 계획이다.


사진제공 김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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