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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김우주 교수 “정부 오미크론 대응 체계, 사실상 방역 포기 선언”

글 오홍석 기자

2022. 01. 27

정부가 우세종으로 자리잡은 오미크론 변이에 대응하기 위해 ‘오미크론 대응 방역체계’를 가동했다. 이번 조치에 대해 감염병 전문가 김우주 고려대 의대 교수는 어떻게 생각할까?

1월 2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만 4518명 쏟아졌다. 역대 최다 기록이다.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종이 되면서 바이러스 확산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국내 하루 확진자 수는 1월 18일 4072명에서 일주일 만에 8571명(1월 25일)으로 두 배 이상이 됐다. 전문가들은 확진자 수가 앞으로 더욱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정부는 이에 대응하고자 1월 26일 오미크론 변이 우세 지역인 광주광역시, 전라남도, 경기도 평택·안성시 등에 ‘오미크론 대응 방역체계’를 우선 가동했다. 1월 29일부터는 전국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오미크론 대응 방역체계가 적용되면 만 60세 이상 고위험군 코로나19 의심 환자만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 만 60세 미만 의심 환자는 신속항원검사(자가검사키트)에서 코로나19 양성이 나와야 PCR 검사 대상이 된다. 현재 국내 PCR 검사 역량은 하루 85만 명이다. 확진자가 폭증하면 검사에 과부하가 걸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 대상 범위를 좁힌 셈이다.

자가격리 수칙에도 변화가 생겼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자(3차 접종자 또는 2차 접종 후 14일이 경과하고 90일 이내인 사람)가 확진 판정을 받으면 자가격리 기간이 기존 10일에서 7일로 줄어든다. 접종 완료자는 확진자와 밀접 접촉해도 자가격리가 면제된다.

“신속항원검사 후 또 PCR? 불필요한 일”

정부의 이번 조치에 대해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말로는 ‘오미크론 대응 방역체계’라고 하지만, 실상은 정부가 코로나19 방역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오미크론 변이가 치명적이지 않다고 판단하고 바이러스가 확산한 뒤 저절로 수그러들기를 바라는 것 같다”는 게 김 교수의 진단이다. 그와의 일문일답.



-이번 대책의 어떤 부분이 문제라고 생각하나.

“진단, 격리, 치료 등 전 과정에 문제가 있다. 먼저 진단부터 보자. 정부는 60세 미만 코로나19 의심 환자의 경우 신속항원검사를 받게 하고, 거기서 코로나19 양성으로 판정되면 다시 PCR 검사를 하겠다고 한다. 이 부분을 이해하기 어렵다. 신속항원검사의 민감도(정확도)가 PCR에 비해 크게 낮긴 하다. 하지만 요즘처럼 코로나19 유병률이 높은 시기에는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이 나온 사람을 사실상 확진자라고 보고 대처해야 한다. 이들을 대상으로 또 한 번 검사를 실시하는 건 대응 속도만 늦출 뿐이다. 정부가 확진자 수를 줄이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된다.”

-환자 격리 부분에서는 무엇이 문제인가.

“백신을 두 번 맞은 사람과 3차 접종까지 끝낸 사람을 동일하게 취급하는 부분이다.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하면서 돌파감염 사례가 급증했다. 이제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 기준은 2회가 아니라 3회로 봐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부스터샷을 맞지 않은 사람도 2차 접종 후 90일이 경과하지 않으면 백신 접종 완료자로 봐준다. 확진자와 밀접접촉 해도 자가격리 대상에서 제외한다. 이 틈을 타고 코로나19가 더욱 빠르게 확산할 수 있다.”

-방역당국은 최근 “오미크론 변이 치명률은 0.16로, 0.8%인 델타변이의 5분의 1수준”이라고 발표했다. 이를 감안해 대응 방침을 세운 것 아닌가.

“바로 그 점이 문제다. 질병관리청이 이번에 발표한 데이터는 국내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처음 발견된 지난해 11월 24일 이후 확진자를 대상으로 집계한 것이다. 연령 분포 등을 세밀하게 반영해 분석한 결과가 아니라는 점에서 정확한 통계로 보기 어렵다. 현재 상황에서는 ‘오미크론은 치사율이 낮다’고 확언할 수 없다. 그런데 방역당국이 나서서 ‘오미크론이 크게 위험하지 않다’로 느껴지는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그러면서 오미크론 변이에 대응하려면 3차 접종이 필요하다고 독려한다. 이래서야 국민을 설득할 수 있겠나. 이번에 발표된 치사율 정보를 보고 백신접종을 거부하는 사람이 늘어날까 걱정이다. 그렇게 되면 방역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지금이라도 코로나 전담 클리닉 만들어야”

-마지막으로 치료에 대해 묻겠다. 이 부분은 무엇이 문제인가.

“코로나19 환자 수가 급증하면 의료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워진다. 대학병원에 코로나19 환자가 쏟아져 들어오면 다른 병에 걸린 환자들이 치료 순위에서 밀려 위험에 처하게 된다. 이걸 막으려면 1차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전담 클리닉’을 확충해야 한다. 오미크론 변이로 확진자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경증환자가 2차·3차 의료기관에 가지 않고도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데, 아직도 이 부분이 정비되지 않고 있다.”

-진단, 격리, 치료 모든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말씀으로 들린다.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걱정이 크다. 방역에 성공하려면 첫째 진단검사를 제대로 해서 코로나19 확진자를 최대한 많이 찾아내야 한다. 둘째, 이들을 가능한 한 빨리 사회에서 격리해야 10만~20만 명까지 치솟을 수 있는 확진자 수를 3만~4만 명 수준으로 통제할 수 있다. 셋째, 코로나19 확진자가 걱정 없이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재택치료와 동네 병·의원에 의존하는 현재 치료체계로는 바이러스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방법을 제안한다면.

“방역당국은 오미크론 확산을 가벼이 보지 말고 유행을 억제하기 위한 시스템을 하루빨리 갖추기 바란다. 시민들은 설 이후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 예상되는 만큼, 개인 방역에 더욱 철저히 신경 써야 한다. 불필요한 모임을 삼가고, 다중이 모이는 장소에 갈 때는 마스크를 꼼꼼히 착용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부스터샷 접종도 필요하다. 영국 사례를 보면 오미크론 변이가 크게 확산한 상황에서도 백신을 3차까지 맞은 사람의 경우 예방률이 70%를 상회했다. 일부 돌파감염 사례가 있긴 하지만, 부스터샷의 코로나19 감염 예방 효과는 과학적으로 검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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