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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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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속 이야기, 떠오르는 성수동 ‘핫플’ LCDC

글 이지은 프리랜서 기자

2022. 01. 24

이 세상 모든 ‘힙’은 서울 성수동으로 모여든다. 지난해 12월 오픈 후 성수동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떠오른 LCDC에 기자가 방문했다.

카페 이페메라 바깥쪽 야외 테이블.

카페 이페메라 바깥쪽 야외 테이블.

무심한 콘크리트 벽과 따스한 조명이 스며져 나오는 통창으로 둘러싸인 네모반듯한 공간. 내부로 들어서면 대왕참나무 한 그루가 방문객을 반긴다. 1월 11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성수역에서 10분 거리, 은은한 기름 냄새를 풍기는 자동차 정비소가 즐비한 골목 사이 ‘LCDC 서울’(이하 LCDC)을 찾았다.

LCDC는 지난해 12월 3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연무장길에 문을 연 복합문화공간이다. 1층 자동차 정비소, 2·3층 구두 공장이 있던 1652㎡(약 500평) 규모 건물이 카페와 편집 숍, 브랜드 전시장이 모인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인기 브랜드 ‘캉골’ ‘헬렌카민스키’ 등을 론칭해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패션 회사 SJ그룹의 새로운 프로젝트다.

지금은 주말만 되면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성수동은 본래 준공업지역이다. 1960년대부터 공업단지가 조성돼 인쇄소, 자동차 공업사 등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기름 냄새가 풍기고 기계음이 배경처럼 깔렸던 거리에 젊음이 수혈된 것은 2010년 이후. 젊은 아티스트들이 작업공간으로 성수동을 이용하기 시작하면서다.

최근에는 인기 신생 브랜드와 스타트업이 성수동에 속속 자리를 잡으면서 MZ세대 사이 ‘핫플레이스’가 됐다. LCDC는 그 가운데서도 단연 입소문을 모으고 있는 공간이다. 론칭 두 달이 채 안 됐지만 인스타그램에서 ‘LCDC’를 검색하면 관련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 4만5000여 개가 주르륵 나온다. ‘힙스터’들은 다 이곳으로 모인다는 얘기다. 전연서(30) 씨는 충북 청주시에서 성수동까지 찾아왔다. 전 씨의 말이다.

“요즘 SNS에서 핫한 장소라는 걸 알고 방문했어요. 볼거리도 많고 ‘성수동 감성’이 잘 느껴져서 찾아온 보람이 있네요.”




향과 빛의 감각

1 LCDC 서울 창 너머로 카페 이리메라가 들여다 보인다. 2 카페 이페메라에서 판매하는 딸기 타르트

1 LCDC 서울 창 너머로 카페 이리메라가 들여다 보인다. 2 카페 이페메라에서 판매하는 딸기 타르트

LCDC의 이름은 ‘이야기 속의 이야기’를 뜻하는 프랑스어 ‘Le Conte Des Contes’의 줄임말이다. 이탈리아 시인 잠바티스타 바실레(Giambattista Basile)가 낸 동명의 이야기책에서 착안한 콘셉트다. 각각의 단편이 모여 하나의 이야기책이 만들어졌듯, 각기 다른 스토리를 가진 브랜드가 모여 새로운 이야기를 펼치는 공간이 되길 의도했다.

감각의 균형과 조화에도 신경 썼다. 이 공간을 찾는 이들이 자연스럽지만 분명하게 드러나는 감각을 느낄 수 있도록 배려했다. 대표적인 사례는 향이다. LCDC에 둥지를 튼 브랜드마다 각각 다른 향을 뿜어낸다. 동양적인 향부터 은은한 비누 향까지, 나름의 특색을 담은 향기가 거슬리지 않고 어우러지며 꽤 오랫동안 코끝을 맴돈다.

LCDC 서울 간판의 노란빛 조명이 성수동 밤거리를 비춘다.

LCDC 서울 간판의 노란빛 조명이 성수동 밤거리를 비춘다.

빛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 역시 방문객의 감각을 자극하는 요소 중 하나다. 인위적인 조명을 최소화하고, 자연광을 적극 받아들여 통창 너머로 보이는 성수동의 낮과 밤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좀 더 자세히 LCDC를 살펴보자. 건물 전체는 4층 규모로 A, B, C 동으로 나뉜다. 기존 건물을 개조한 A, B동과 신축 건물 C동 사이에는 회색의 사각 마당이 있다. 많은 사람이 그곳에서 ‘인증 사진’을 찍는다.

카페 이페메라 내부 벽면에 전시된 수집품.

카페 이페메라 내부 벽면에 전시된 수집품.

먼저 1층에 있는 카페 ‘이페메라’를 찾았다. LCDC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들르는 광장 같은 공간이다. 이페메라(ephemera)는 영어로 하루살이, 대수롭지 않은 물건 등을 뜻하는 단어다. 쓰임을 다한 뒤 수집품이 된 전단·티켓 등을 의미하기도 한다. 카페 이름에 걸맞게 벽면을 가득 채운 액자 속 수많은 전단지와 우표, 포스터, 엽서 등이 눈에 띄었다. 시간의 흔적이 묻어나는 다양한 ‘이페메라’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수집가의 추억과 기억이 깃든 사물을 매개로 방문객들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낸다.

따뜻한 느낌의 원목 가구들은 이페메라의 아늑한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킨다. 통창으로 빼곡하게 들어오는 따뜻한 자연광은 온전히 이 자리를 채운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면, 이곳 야외 공간에서 계절의 정취를 느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이페메라의 디저트는 잠봉뵈르부터 샐러드, 수프, 타르트까지 다양하다. 한쪽 벽에 자리를 잡고 앉아 타르트와 음료를 먹어봤다. 딸기 타르트는 새콤했고, 얼그레이 밀크티는 쌉싸름하면서 향긋했다.

카페 중앙, 잔잔한 우드 톤 사이에 다소 튀는 회색 나선형 계단이 2층과 연결돼 있다. 2층에는 SJ그룹 패션 브랜드 르콩트드콩트 편집 숍이 있다. 프랑스 파리 라파예트 백화점이 떠올랐다. 메탈 소재 공간에 반듯반듯하게 진열된 옷가지, 벽면의 말끔한 메탈 소재 진열장 때문이다. ‘힙해 보이는’ 의류뿐 아니라 노트와 룩북, 스노볼 등 개성 넘치는 물건도 함께 판매한다.

일곱 개의 문, 일곱 가지 이야기

편지와 관련된 제품 및 서비스를 선보이는 ‘글월’. LCDC 서울 302호

편지와 관련된 제품 및 서비스를 선보이는 ‘글월’. LCDC 서울 302호

다시 회색 나선형 계단을 따라 3층으로 올라가면 정돈된 긴 복도에 모던한 색감의 민트색 문 7개가 보인다. 수많은 문마다 각각의 세계가 있다는 설정을 담은 영화 ‘몬스터 주식회사’에서 영감을 받은 공간 디자인이다. 오래된 학교 복도 같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방문객들도 다소 엄숙한 분위기로 공간을 둘러본다. 복도 양옆으로 난 문을 열면 다양한 브랜드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중에서 인상적인 브랜드 세 개를 소개한다.

302호 문을 열면 편지와 관련된 제품 및 서비스를 선보이는 ‘글월’이 있다. 조명은 어둡고 차분한 분위기다. 이곳은 얼굴을 모르는 타인과 주고받는 이색적인 펜팔 서비스로 유명하다. 곳곳에서 편지를 쓰고 있는 방문객들 모습이 보였다. 펜팔 서비스를 이용하려고 경기 오산시에서 글월을 찾았다는 20대 최 모 씨는 “평소 편지 쓰는 걸 좋아한다. 다른 사람은 편지에 어떤 생각을 담는지 궁금해 펜팔 서비스를 이용해보려 한다. 글월이 LCDC에 매장을 열었다는 소식을 듣고 일부러 찾아왔다”고 했다.

다양한 색과 향의 핸드메이드 비누를 파는 ‘한아조’. LCDC 서울 304호.

다양한 색과 향의 핸드메이드 비누를 파는 ‘한아조’. LCDC 서울 304호.

303호의 ‘이예하’는 동양적인 아름다움을 담은 앤티크 제품과 공예품을 선보이는 자리다. 동양 느낌의 향과 놋그릇, 액세서리가 수묵화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304호에는 핸드메이드 비누를 파는 ‘한아조’가 있다. 직원 김민영 씨는 “한아조는 샤워하는 시간만이 온전히 쉬는 시간이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탄생한 브랜드”라며 “한아조 제품을 통해 모든 이가 휴식에 더 집중할 수 있게 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곳에는 망고와 녹두, 녹차 등 다양한 향의 수제 비누가 진열돼 있다. 칸칸이 들어찬 비누는 마치 강가에서 주워온 서로 다른 색의 조약돌 같았다. 공간 한쪽에 손 씻는 공간이 있어 비누를 직접 사용해 본 뒤 구매 가능하다.

이 밖에도 과거와 현재의 가치를 잇는 디자인 제품을 제작하는 ‘오이뮤’, 그릇·인테리어 상품 등 아름답고 유용한 물건을 제안하는 ‘셀렉트마우어’, 문구를 비롯해 소중한 일상 소품을 선보이는 ‘요안나’까지. 취향이 다른 친구와 함께 찾아도 선택지가 다양해 각자 스타일에 맞는 쇼핑을 즐길 수 있다.

사진 이지은 프리랜서 기자
사진제공 SJ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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