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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번가에 들어온 아마존, 반쪽짜리인 이유

글 정혜연 기자

2021. 09. 16

세상의 모든 물건이 다 거래되고 있다는 세계 최대의 온라인 상거래 사이트 ‘아마존’이 드디어 국내에 입성했다. 하지만 기대가 컸던 탓일까. 아쉬움의 목소리도 크다. 

해외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국내보다 저렴하게 구입하는 ‘직구’는 그간 알뜰족의 필수 요건이었다. 특히 세계 최대 온라인 상거래 사이트 ‘아마존’에서는 다양한 브랜드의 전자제품부터 주방·식품·건강·스포츠·아웃도어 등의 각종 인기 상품을 살 수 있어 국내 직구족에게 꾸준히 호응을 얻어왔다. 그러나 홈페이지 검색이 익숙지 않고, 영어로 주문 정보를 입력해야 하며, 달러 기준으로 결제해야 하고, 배송 대행지를 따로 이용해야 하는 등의 불편함이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진입 장벽으로 작용했다.

지난 8월 31일, 이런 어려움을 겪은 국내 소비자들에게 반색할 만한 소식이 들려왔다. 국내 커머스 포털 ‘11번가’에서 자사 웹 혹은 앱을 통해 미국 아마존 사이트 내 상품을 직접 주문받고 배송까지 해주는 서비스를 선보인 것. 30대 워킹맘 박 모 씨는 “부모님 영양제와 아이들 장난감, 보디 제품 등 수수료를 내고 배송 대행으로만 구매했던 상품들을 원스톱으로 구매할 수 있다고 해서 기대감이 높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11번가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아마존 카테고리가 따로 생성돼 있다. 메인 화면에서 가장 먼저 아마존이 시간을 정해 최저가로 판매하는 ‘타임딜’ 제품을 확인할 수 있다. 콜맨 캠핑용품, 지퍼락 보관팩, 세타필 로션, 캘빈클라인 속옷 등 국내에서도 친숙한 브랜드의 제품이 타임딜로 판매돼 눈길을 끌었다. 타임딜 제품은 매일 품목이 달라지는데, 이틀 전부터 어떤 제품이 판매될 예정인지 확인할 수 있다. 하단에는 현재 접속자들이 실시간으로 구매하고 있는 상품, 검색한 단어를 기반으로 한 추천 상품, 인기 시즌템, 아마존 여성 인기 브랜드 등이 카테고리별로 정리돼 있다. 또한 미국 내에서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 구글 번역투의 리뷰를 통해 확인할 수 있어 쇼핑에 도움이 됐다.

구매에 앞서 아마존 내 판매되는 상품이 국내 온라인 최저가보다 싼지 일일이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일례로 센트룸 멀티비타민 포우먼 200정 제품의 경우 국내 최저가에 비해 아마존 판매 상품이 2천원가량 저렴했다. 반면 LG그램 16인치 노트북의 경우 아마존 판매 상품이 국내 최저가보다 20만원가량 저렴했으나, 제품이 과세 기준인 2백 달러를 넘는 탓에 국내 통관 시 세금과 통관 대행료 30만원가량이 더 붙어 결과적으로 국내 최저가보다 10만원 비쌌다.

이번 11번가에 오픈한 아마존의 강점은 ‘무료 배송’이다. 배송 대행비를 지불해야 했던 직구족에게는 희소식. 그러나 이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우주패스’에 필수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멤버십은 두 종류다. 월 9천9백원짜리 ‘우주패스 all’은 아마존 해외 배송 무제한 무료, 11번가 3천 포인트, 구글원 멤버십 100GB 1년 무료는 기본, 스타벅스 등 제휴처를 선택해 추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월 4천9백원짜리 ‘우주패스 mini’는 아마존 해외 배송 무제한 무료, 11번가 3천 포인트는 기본, 구글원 멤버십 100GB 1년 무료 혹은 웨이브 구독 중 선택해 이용할 수 있다. 현재 첫 달 1백원 가입 및 매월 1만원 쿠폰을 주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파격 조건으로 가입자가 몰려 일주일 만에 15만 명을 돌파했다. 11번가에 따르면 해외 직구 카테고리 거래액은 우주패스 출시 후 일주일간 전월 동기간 대비 3.5배 이상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몇 가지 아쉬운 점이 눈에 띈다. 무엇보다 아마존의 모든 제품을 구매할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단점이다. 미국 아마존 홈페이지에서 ‘스마트TV’를 검색하면 2백여 종의 모델이 뜨지만 11번가 아마존 홈페이지에서는 리모컨, 연결선 등 관련 기기만 1백여 종이 검색될 뿐이다. 이 외 유모차, 산악자전거, 스키 장비 등은 검색되지 않았는데 부피가 크거나 무게가 무거워서 무료 배송이 어려운 제품군은 애초에 서비스되지 않는 한계가 있었다.

멤버십 요금제와 배송 기간도 다소 아쉬운 점으로 지적된다. 우주패스에 가입해야 무료 배송을 이용할 수 있는데, 매월 구입한 제품이 인터넷 최저가보다 4천9백원 이상 저렴하지 않으면 우주패스 가입을 지속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수 있다.

또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쿠팡의 경우 국내 로켓배송 서비스를 하는 ‘로켓와우’와 무료로 해외 직구를 할 수 있는 ‘로켓직구’를 포함하는 와우멤버십 이용료가 월 2천9백원이기 때문에, 아마존 독점이긴 해도 해외 무료 배송 서비스만 포함된 우주패스 멤버십과 비교된다. 더불어 당초 11번가에서 아마존 직배송 상품을 4~6일 만에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알렸으나 현재는 주문 증가로 배송에 10~15일이 소요돼 이용자 불만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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