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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부대’ 괴력의 아이콘 SSU 황충원

글 이현준 기자

2021. 05. 25

큰 키에 떡 벌어진 어깨, 우람한 근육까지. 한눈에 봐도 ‘장사(壯士)’인 황충원. 장군이라 일컬어지는 그는 강인한 겉모습에 부드러움을 품은 매력남이다.



“오, 굿! 그냥 찍어도 그림이 나오네.” 사진기자의 입에서 연신 감탄이 흘렀다. 5월 13일 만난 그의 모습은 기대보다 더 우람하고 멋졌다. 채널A, SKY예능 ‘강철부대’ 힘의 상징인 해군 해난구조전대(SSU) 예비역 황충원(32) 이야기다.

‘강철부대’가 5월 11일 방송에서 전국 시청률 5.9%, 특히 2049 시청률에선 3.25%를 기록하며 지상파 포함 전체 프로그램 1위(닐슨코리아 제공)에 등극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최강의 특수부대를 가린다는 흥미로운 주제, 두려움을 모르고 몸을 사리지 않는 군인 정신 등 여러 가지가 이유가 있지만 그중 빼놓을 수 없는 건 각각의 출연자가 내뿜는 개성이다.

황충원은 그들 가운데서도 단연 눈을 사로잡는다. 용인대학교 사회체육학과 출신인 그는 SSU 56차 교육훈련대를 병장 전역(2010년 1월~2012년 2월)하고 현재는 서울과 인천의 사무실 두 곳을 오가며 유압 호스를 피팅, 납품하는 중장비 오퍼레이터로 일하고 있다.

3월 23일 첫 방송의 ‘참호격투’ 미션에서 선보인 압도적인 피지컬은 시작에 불과했다. 압권은 6화 대테러 구출작전에서의 활약이었다. 황충원은 육군 제707특수임무단(707)의 이진봉, 임우영이 함께 든 해머로 여러 번 강타해 겨우 연 문을 혼자 해머를 들고 일격에 부숴 VCR을 지켜보던 MC들의 경악을 자아냈다. 교관으로 출연하고 있는 최영재 마스터도 “절대 한 번에 안 열리게 세팅했는데…”라며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고, SSU 동료 정해철은 “그걸 한 방에 열더라고요. 역시 엄청난 친구구나 싶었죠”라며 혀를 내둘렀다. 뿐만 아니라 군장 산악 행군에선 하나 메기도 어려운 40kg 군장을 2개 메고서 평온히 걷는 장면을 보이기도. 시청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그에겐 ‘여포’ ‘장비’ ‘황장군’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강철부대’가 흥행하며 그의 인기도 올랐다. 방송 전 천 단위였던 인스타그램 팔로어는 5월 15일 기준 2만5천 명을 넘었다. 그는 이러한 별칭이 마음에 든다고 했다. 인스타그램 아이디도 ‘generalhwang’이다. 황충원은 “졸병이면 모를까, 장군이라 불러주는데 싫지 않다. 나랑 잘 어울린다고도 하니까 그렇게 불리면 기분이 좋다”며 웃었다.




포기하지 않는 이유? 부대를 대표한다는 책임감!

황충원의 키는 182cm, 체중은 99~100kg을 오간다. 이렇듯 건장한 체격을 유지하는 비결은 크로스핏(여러 종류의 운동을 섞어 단기간 고강도로 시행하는 운동법. 온몸의 다양한 근육을 발달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그는 크로스핏 선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황충원은 “제 몸은 크기만 하지, 사실 좋은 몸인지 모르겠다”며 쑥스러워하면서도 “매일 크로스핏을 한다”고 했다. 황충원의 인스타그램 또는 유튜브 채널 ‘황충원 크로스핏 시합 기록 제출용’에서 그가 크로스핏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고강도의 운동을 쉼 없이 이어가는 모습에서 그의 건장한 신체와 힘이 허투루 나온 것이 아님을 짐작하게 한다.

‘군대’는 남자라면 누구나 가야 하지만 두 번은 가고 싶지 않은 게 솔직한 마음이다. 조금 더 편한 보직으로 가고자 하는 지원자도 많다. 하지만 황충원은 쉬운 길을 가지 않았다. 그는 SSU 지원 이유에 대해 “남자라면 특수부대 경험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특히 SSU는 수영에 특화된 부대다. 대학에서 수영을 전공했기 때문에 이를 살려서 군 생활을 해보자는 마음도 있었다”고 말했다.

SSU는 해양 재난, 사고시에 인양 및 구조 임무를 수행하며 해양 국가 재난 시 최우선으로 투입되는 소수 정예부대다. 1993년 서해 페리호 침몰사건,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사고,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고 등에서 활약했다. “SSU는 전군 유일 비전투부대이며 한국의 항만, 해양에서 사고가 일어날 시 출동해서 구조 임무를 수행합니다. ‘강철부대’에서도 SSU는 유일한 구조부대로서 다른 부대는 공격성이 짙지만 저희는 생명을 살리는 일을 합니다. 이러한 점이 SSU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지함을 가득 담아 말하는 황충원에게서 부대에 대한 깊은 자부심이 느껴졌다.

부대뿐 아니라 팀원들에 대한 애정도 컸다. 팀 미션을 하다 보면 누군가는 뒤처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몫은 고스란히 다른 팀원이 감당할 수밖에 없다. SSU의 경우 정성훈 팀장이 체력적 문제를 종종 드러내곤 했고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그에 대한 비난이 일기도 했다.

“저희 역시 사람인지라 원망스러울 때가 있죠. 하지만 저희 4명은 SSU를 대표해서 나온 겁니다. 목표는 우승이고요. 그러기 위해선 그 대원을 나무랄 게 아니라 다독이고 격려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체력은 개인의 영역이지만 멘탈은 팀원들이 도와줄 수 있어요. 저희들끼리도 뒤처지는 팀원이 생기면 나머지 팀원들이 끌어주자고 이야기하며 나아가고 있습니다. 팀워크에 있어선 어느 부대보다 끈끈해요. 저와 정성훈 팀장, 정해철 대원은 같은 차수로 동기입니다. 오래전부터 잘 알고 지내던 사이죠. 김민수 대원은 저와 같은 교육대 조교 출신으로 통하는 점이 많아요. 특히 김민수 대원은 전체 출연자 중 같은 남자가 봐도 단연 에이스라고 생각해요. 저는 제가 특화된 부분에서 깜짝 활약을 했을 뿐이지만 김민수 대원은 올라운드 플레이어로서 모든 걸 다 잘합니다.”

‘강철부대’가 매회 부여하는 극한의 미션은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도록 한다. ‘장군’이라 불리는 그 역시 버티기 힘들었던 순간이 있었다.

“군장 산악 행군이 가장 힘들었어요. 10km를 40kg의 군장을 메고 걸었는데, 지면 탈락한다는 생각에 정신적으로도 힘들었지만 육체적으로 너무나 힘들었어요. 사실 촬영할 때 몸이 좋지 않았거든요. 저 때문에 다른 팀원에게 피해가 갈까 봐 더 마음이 쓰였죠. SSU가 생존해 정말 다행이라 생각되긴 하지만 다시는 하고 싶지 않아요.”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게 버겁고 힘겨웠지만 그를 포기하지 않게 해준 건 부대를 대표한다는 책임감이었다.

“‘강철부대’는 최강의 특수부대를 가리는 프로그램이잖아요. 출연을 결정하면서 절대 포기하면 안 된다고 다짐했어요. 저뿐 아니라 다른 출연자 23명 모두 같은 생각일 겁니다.”

알고 보면 부드러운 장군님

그는 SSU에 대해 말할 땐 더없이 진지하고 굳건했다. 방송을 통해 드러내는 듬직한 ‘황장군’의 모습처럼. 하지만 군대 이야기가 끝나자 언제 그랬냐는 듯 부드러워졌다. 황충원을 실제로 만난다면 누구나 그의 부드러움에 놀랄 것이다. 거칠고 강인한 겉모습과는 딴판인 반전 매력의 소유자다. 기자도 그를 만나기 전엔 이를 알지 못했다. 방송을 보며 느꼈던 압도적인 힘 때문일까. 이번 인터뷰는 평소보다 더 긴장됐었다. 일정을 논의하기 위해 그에게서 첫 전화가 걸려왔을 때 솔직히 좀 무섭기도 했다. 그러나 곧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상냥한 목소리와 나긋나긋한 말투에 놀랐다. 실제로 만나니 더 부드러웠다. 인터뷰 현장을 지켜보고 싶다며 동행한 아내를 촬영 내내 챙기고 미소를 보내는 그에겐 스위트함이 넘쳤다.

그의 인스타그램에선 운동하는 모습 외에 가족에 대한 ‘사랑꾼’ 면모도 엿볼 수 있다. 아내와 여행을 갈 때마다 함께 찍은 다정한 사진은 물론 “나의 전부, 천연 부스터”라며 아이(생후 약 9개월)에게 한없이 다정한 ‘아들 바보’의 면모까지, ‘럽스타그램’을 방불케 하는 그를 보고 있노라면 ‘강철부대’의 황장군과 이 모습 중 어느 게 진짜인지 싶을 정도다. 어느 것이 ‘진짜 황충원’인지 물었다. 그는 방송 속 모습은 본인조차 생소한 것이라고 했다.

“‘강철부대’는 경쟁해야 하는 미션이 주어지다 보니 약한 모습을 보이면 살아남지 못해요. 그렇다 보니 저도 모르는 자아가 나오는 것 같아요. 진짜 제 모습은 인스타그램에 비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웃음).”

‘강철부대’ 촬영 현장의 황충원.

‘강철부대’ 촬영 현장의 황충원.

황충원에게 가족은 그가 더 성숙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강철부대’ 출연 후 늘어난 인기만큼 그의 행동은 전보다 더 신중해졌다. 그는 “코로나19 때문에 평소 마스크를 쓰고 다니다 보니 사람들이 그렇게 잘 알아보진 못하지만 내가 혹시라도 실수나 잘못을 하면 가족에게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되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하지만 황충원은 ‘강철부대’ 출연에 후회는 없다.

“제작진이 만들어준 이미지일 수도 있지만 시청자분들이 보내주시는 듬직하다, 같이 있으면 위험한 일은 없을 것 같다 등의 반응이 큰 힘이 돼요. 그리고 현역 시절 저는 ‘특수부대 중 SSU가 최고다’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했어요. 하지만 전역 후 시간이 흐르다 보니 소위 ‘군대 뽕’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것이 많이 사라졌었죠. 그런데 ‘강철부대’에 출연하니 현역으로 돌아온 느낌이에요. SSU에 대한 자부심도 더 강해지고 사람들이 저희 부대를 잘 알게 돼 좋아요. 정말 만족스러워요.”

그를 만난 5월 13일 기준 ‘강철부대’ 마지막 방송은 8화(5월 11일 방송)였다. 8화에선 지금까지 살아남은 4팀이 2팀씩 짝을 이뤘고 야간 연합작전이 새롭게 미션으로 주어졌다. 707과 특전사가 육군 연합, SSU와 UDT가 해군 연합을 결성했다. 9화에 방송된 미션 결과는 육군 연합의 승리. SSU와 UDT는 데스매치 ‘타이어 쟁탈전’을 치렀고 황충원이 소속된 SSU는 이 경기에서 져 탈락 위기에 놓였다. 하지만 아직 끝은 아니다. 9화 말미엔 앞서 탈락한 해병대, SDT와 SSU가 4강의 마지막 한 자리를 놓고 벌이는 패자부활전이 예고됐다. 황충원을 비롯한 SSU의 운명이 이 미션에 달린 것. 그의 의지는 굳건했다. “SSU가 비전투부대라 타 부대에 약체로 평가받는 경향이 있었어요. 그게 아니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 반드시 우승하겠습니다”라며 황충원은 SSU의 구호 “딥 시 다이버!”와 함께 멋진 경례를 펼쳤다. ‘강철부대’ 애청자들에 대한 인사도 잊지 않았다.

“필승! 해난구조전대 황충원! ‘강철부대’가 많은 관심 속에 방영되고 있는데, 앞으로도 재미있고 멋진 미션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출연자 모두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끝까지 본방 사수 부탁드립니다!”

강해야 할 땐 강하고 부드러워야 할 땐 부드러운 매력적인 남자 황충원. 앞으로도 미디어에서 그를 계속 볼 수 있을까.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방송을 전업으로 할 생각은 없지만 삶의 활력소가 되는 것 같아요. 기회가 된다면 계속할 생각입니다.”

사진 박해윤 기자
사진제공 채널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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