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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driving

씨름 선수가 달리기도 잘하네! 더 뉴 벤츠 GLS

글 정혜연 기자

2021. 03. 04

SUV를 선호하는 사람들이라면 가슴속에 하나씩 로망으로 삼는 최고급 사양의 모델이 있다. ‘더 뉴 메르세데스 벤츠 GLS 580 4MATIC’ 역시 그런 대형 럭셔리 SUV 가운데 하나다.

서 있는 것만으로도 시선을 빼앗는 차들이 있다. 덩치가 큰 차일수록 쉽게 눈에 띄는 건 당연지사. 특히 최고급 사양의 대형 SUV는 위풍당당하고 범접하기 어려운 존재감을 뽐낸다. 높은 차체, 주행 도로 한 칸을 가득 채우는 너비, 질주할 때 거대하게 번쩍이는 대형 휠 등을 보노라면 마치 도로 위의 포식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BMW ×7,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링컨 내비게이터, 람보르기니 우르스, 벤틀리 벤테이가 등이 그러한 최고급 대형 SUV 라인에 포진해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에는 GLS가 있다. SUV 라인업 GLA, GLB, GLC, GLE를 잇는 최상위 모델로 2016년 첫 출시됐다. GLS는 대형 SUV 수요가 많은 미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메르세데스 벤츠에서 전략적으로 만든 차량. 국토가 방대해 사막과 같은 오프로드를 일상적으로 달려야 하고, 많은 짐을 실은 채 장거리를 이동하는 게 일상인 미국에서는 대형 SUV의 인기가 높을 수밖에 없다. 신속한 수급을 위해 생산도 독일이 아닌 미국 앨라배마주 현지 공장에서 이뤄진다. 메르세데스 벤츠가 이러한 수요자들의 니즈를 전략적으로 반영하고 고급화시킨 모델이 바로 GLS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5월 말, 3세대 완전 변경 모델인 ‘더 뉴 메르세데스 벤츠 GLS 580 4MATIC(이하 더 뉴 GLS)’이 출시됐다. ‘SUV 세그먼트의 S클래스를 표방하는 플래그십(최상·최고급 기종) SUV’라는 슬로건에 걸맞게 크기와 사양 면에서 두드러진 변화를 보였다. 더 뉴 GLS는 전장 5220mm, 전폭 2030mm, 전고 1840mm로 크기 면에서 여느 럭셔리 대형 SUV에 뒤지지 않는다. 휠베이스도 3135mm로 넉넉한 내부 공간을 확보했다. 엔진 역시 공차 중량 2640kg에 걸맞게 V형 8기통 가솔린 엔진을 장착해 최고 출력 489마력, 최대 토크 71.3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무엇보다 국내 최초로 48볼트 전기 시스템 EQ 부스트를 결합해 가속 시 내연 기관에 추가적으로 최대 출력 22마력과 최대 토크 25.5kg·m의 힘을 더해 강력한 퍼포먼스를 지원한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출시 당시부터 화제를 모으며 국내 소비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더 뉴 GLS를 2월 중순 시승했다.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동아일보 사옥에서 출발해 경기도 양평까지 올림픽대로를 타고 달리는 내내 ‘SUV는 둔하고, 승차감이 좋지 않다’는 생각은 편견에 불과하다는 걸 실감했다.


#1 EXTERIOR
모던 럭셔리의 끝판왕

깔끔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 요소가 적용된 후면부. 중앙을 가로지르는 크롬 바가 안정감을 준다(왼쪽). 럭셔리 차량의 트레이드마크라고 볼 수 있는 큼직한 알로이 휠이 세련된 분위기를 풍긴다.

깔끔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 요소가 적용된 후면부. 중앙을 가로지르는 크롬 바가 안정감을 준다(왼쪽). 럭셔리 차량의 트레이드마크라고 볼 수 있는 큼직한 알로이 휠이 세련된 분위기를 풍긴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디자인일수록 세련된 인상을 주기 마련. 그래서 전자제품도, 홈 인테리어도 심플함에 특징적인 요소를 더한 디자인이 미학적으로도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편이다. 자동차 디자인 역시 시대 흐름에 따라 변화해온 가운데 메르세데스 벤츠는 세단과 SUV를 아우르는 본연의 디자인 기조를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메르세데스 벤츠는 감각적 순수미(Sensual Purity)를 디자인 철학으로 삼아 단순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모던 럭셔리를 각 라인업마다 구현해내고 있다. 



더 뉴 GLS 역시 외관을 보면, 벤츠의 SUV 라인업에서 공통적으로 찾을 수 있는 곡선형 에지에 대담한 디자인 요소를 적용해 플래그십 SUV의 정점을 찍었다. 새롭게 디자인된 전면부는 수직 형태의 8각형 라디에이터 그릴과 2개의 파워 돔이 적용된 보닛, 수평으로 정렬된 대형 공기 흡입구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라디에이터 그릴에는 벤츠의 대형 삼각 별 로고 옆으로 2개의 가로로 긴 금속 장식이 적용돼 단단하고 안정적인 느낌을 준다. 범퍼를 비롯한 전면부 곳곳에는 고성능 튜닝 브랜드인 AMG 라인에 쓰이는 디자인이 다수 채용돼 럭셔리함을 배가시켰다. 무엇보다 기본 사양으로 탑재된 멀티빔 LED 헤드램프는 각각 1백12개의 LED가 적용됐는데 야간뿐 아니라 주간에도 빛을 발했다. 또한 헤드램프 안에 일렬로 들어찬 3개의 LED 주간 주행등 역시 크기 및 밝기 면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냈다. 

측면은 라인을 덜어내 더욱 선명해진 인상을 줬다. 이에 더해 백미러 옆으로 뾰족하게 내려오는 그린하우스, 짧은 오버행은 역동적인 느낌을 더했다. 후방 도어부터 리어 램프까지 이어지는 근육질의 숄더 부분 역시 탄탄하고도 강인한 분위기를 풍겼다. 여기에 안정감과 실용성이 돋보이는 사이드 스텝, 큼직한 알로이 휠이 고급 SUV를 특징적으로 부각시켰다. 후면 디자인 역시 깔끔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 요소가 적용됐다. 특히 중앙을 가로지르는 직선 형태의 크롬 바가 안정감을 주는 동시에 햇빛에 반짝이며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마치 ‘처진 눈’처럼 보이는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와 맨 아래쪽 듀얼 타입 머플러 팁은 구조적으로 대칭을 이루면서 안정적인 느낌을 선사했다.


#2 INTERIOR
2·3열 접으면 성인 셋도 누울 수 있는 넉넉한 공간

각종 버튼이 집약된 스티어링 휠, 일체형 디지털 계기반과 디스플레이, 정돈된 모습의 센터 콘솔이 모던 디자인의 정수를 보여준다.

각종 버튼이 집약된 스티어링 휠, 일체형 디지털 계기반과 디스플레이, 정돈된 모습의 센터 콘솔이 모던 디자인의 정수를 보여준다.

2열과 3열을 모두 접으면 성인 남성 셋은 누울 수 있을 정도의 넉넉한 공간이 확보된다(왼쪽).  2열에 장착된 각종 디바이스들이 탑승자의 편의를 높인다.

2열과 3열을 모두 접으면 성인 남성 셋은 누울 수 있을 정도의 넉넉한 공간이 확보된다(왼쪽). 2열에 장착된 각종 디바이스들이 탑승자의 편의를 높인다.

운전석 도어를 열자 육중한 무게감이 전해졌다. 키가 163cm인 기자의 경우 사이드 스텝을 밟지 않으면 한 번에 운전석에 앉기 힘들 정도로 차체가 높게 느껴졌다. 운전석은 그간 시승했던 여느 차량보다 넉넉하고도 안정적인 느낌이 들었다. 내부가 넓은 국산차량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을 정도였다. 

벤츠의 다른 모델과 마찬가지로 스티어링 휠에 대부분의 버튼을 집약해 정돈된 디자인을 적용한 것이 세련되게 느껴졌다. 대시보드는 디지털 계기반과 중앙부 디스플레이가 일체형으로 연결돼 시원해 보였다. 넓고 높은 센터 콘솔은 천연 가죽 마감과 더불어 대시보드 하단과 동일한 나무 자재로 부분 마감해 클래식한 느낌이 들었다. 손바닥 크기의 터치패드가 장착돼 앙증맞게 느껴졌다. 2개의 음료를 꽂을 수 있는 음료 거치대에는 냉온 유지 설정을 할 수 있도록 버튼이 장착돼 있었다. 이외 2열 탑승자가 각각 사용할 수 있도록 1열 시트 헤드에 풀 HD 터치스크린을 장착해 편의성을 높였고, 중앙부 팔걸이에도 차량 제어가 가능한 미니 태블릿이 장착돼 있었다. 뒷좌석에서도 해당 기기를 통해 차량 내부 온도 조절, 음향 기기 설정 등 1열에서만 가능했던 차량 제어를 할 수 있게 해 초등학생 이상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 유용할 것 같다. 

더 뉴 GLS의 최대 장점은 이전 모델 대비 대폭 넓어진 실내 공간에 있다. 휠베이스가 기존보다 60mm 늘어난 데다가 7인승 SUV로서의 기능을 최적화하기 위해 공간을 최대한 빼낸 것. 3열에 2개의 개별 좌석을 적용했는데, 2열 좌석에 한 뼘 정도의 레그 룸을 확보하면 3열에 180cm가 넘는 남성 2명도 충분히 앉을 수 있을 걸로 보였다. 또한 3열 헤드룸도 주먹 정도의 공간이 확보됐다. 무엇보다 2열 및 3열 시트를 전자식으로 손쉽게 접고 펼 수 있어 편리했다. 2열 좌석을 앞으로 이동하거나 접어 3열 좌석으로 수월하게 탑승할 수 있게 한 이지 엔트리 기능이 기본 사양으로 탑재됐다. 트렁크 양 옆으로 2열 및 3열 시트를 부분 혹은 전체 작동할 수 있는 버튼이 있는데, 버튼을 누르면 10초 만에 시트를 접을 수 있다. 시트를 모두 접었을 때 공간은 성인 남성 3명이 나란히 누울 수 있을 정도로 넉넉했다. ‘이 정도 크기면 2박 3일 차박(차에서 숙박) 캠핑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3 DRIVING
V형 8기통 가솔린 엔진의 위엄

시승 전부터 ‘아무리 수입차라도 차체가 워낙 크다 보니 차가 액셀에 민첩하게 반응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올림픽대로를 달리는 내내 차체의 크기나 무게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가뿐하게 달려 나가는 느낌이었다. 공인 제로백이 5.3초인데 측정해보지 않았지만 실제 그 정도로 치고 나가는 듯했다. 비유하자면 덩치 큰 씨름 선수가 100m 달리기까지 잘한다고나 할까. 또 약간 경사진 언덕을 올라갈 때 통상 엔진에 힘이 들어가는 듯한 거친 소음이 나고 진동도 느껴지기 마련인데 그런 불편함 없이 순식간에 올라가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V형 8기통 가솔린 엔진의 위엄이 이런 것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 지형에 맞춤형으로 출시된 차량이다 보니 오프로드 패키지가 기본적으로 장착된 것도 두드러진 특징이다. 사실 한국에서는 오프로드를 달릴 일이 거의 없지만 까다로운 도로 상황에 맞춰 안전 주행을 돕는다는 측면에서 믿음직스러웠다. 특히 진흙이나 모래밭에 빠졌을 때 차체를 높여 탈출할 수 있도록 만든 기능에도 눈길이 갔다. 정차 상태에서 차량의 높이를 조정할 수 있도록 한 센터 콘솔 중앙부의 버튼을 위쪽으로 누르면 미세하게 차량이 들리는 느낌이 들었다. 밖에서 보니 최대 3cm 정도 차량이 올라가는 게 눈에 보였다. 운전할 때는 큰 차이를 몰랐으나 차선 변경이나 코너링 시 움직임이 둔해지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4 DRIVE IN
SUV 편견 사라지게 만드는 정숙한 승차감

더 뉴 GLS는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승차감이 여타의 SUV에 비해 한결 부드러웠다. 특히 저속 주행 시 전기차 특유의 소리를 내면서 미끄러지듯 움직였다. 속도를 60km/h 이상으로 달릴 때 약간의 떨림이 느껴졌으나 거슬리는 정도는 아니었다. 더 뉴 GLS는 운전 조건, 속도 및 하중에 따라 서스펜션을 자동으로 조절할 수 있는 지능형 서스펜션인 어댑티브 댐핑 시스템(ADS, Adaptive Damping System)이 기본 적용된 에어매틱 서스펜션을 탑재하고 있다. 때문에 노면의 상태와 주행 환경에 구애받지 않아 다소 울퉁불퉁한 도로를 달릴 때도 큰 떨림 없이 최적의 승차감을 느낄 수 있었다. 

운전석보다 2열 승차감이 더욱 좋았다. 더 뉴 GLS의 운전석과 2열 좌석에는 마사지 기능이 적용돼 있었는데 시트를 뒤로 비스듬히 젖힌 채 마사지 기능을 작동시키자 잠이 솔솔 올 지경이었다. 웬만한 세단보다 시트 착용감이 좋은 것은 물론이거니와 럭셔리 세단과 비교해도 넉넉한 레그 룸에 차체까지 높아 색다른 편안함이 느껴졌다. 또 운전석 앞부터 2열 끝까지 이어진 선루프가 시원하게 확보돼 비행기에 탄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또 내부 공간 분위기를 전체적으로 조절해 아늑하게 만들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온도 조절 장치, 열선, 통풍, 마사지 시트, 조명, 오디오 시스템, 에어 밸런스 패키지 등을 유기적으로 조절해 최적의 환경을 만들도록 한 에너자이징 패키지 플러스가 바로 그것. 탑승자는 상쾌함, 활력, 트레이닝, 따뜻함, 기쁨, 안락함 등 총 6가지 프로그램 중 하나를 기분과 상태에 따라 직접 선택할 수 있다.


#5 STRENGTH
신박하게 진화한 주행 보조 시스템

더 뉴 GLS는 풀 체인지 모델답게 더욱 향상된 주행 보조 시스템과 다양한 편의 기능이 적용됐다. 우선 최신 버전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MBUX(Mercedes-Benz User Experience)가 탑재돼 중앙부 12.3인치 대형 스크린을 통해 직관적으로 차량을 제어할 수 있다. 여기에 실시간으로 교통 정보를 업데이트하는 내비게이션도 지원된다. 운전할 때 요긴하게 사용되는 헤드업 디스플레이에 자신이 원하는 주행 정보를 배치해 주변 상황을 관찰하게 한 것도 유용하다. 

안전을 위한 세심한 기능들도 눈에 띈다. 측면 충돌 위험을 감지해 보호하는 프리 세이프 임펄스 사이드가 추가된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패키지 플러스를 기본으로 탑재했다.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하며 자동 속도 조절, 제동 및 출발을 지원하는 액티브 디스턴스 어시스트 디스트로닉 기능도 개선됐다. 정차 후 자동 출발이 작동하는 시간 범위가 3초에서 30초로 연장돼 운전자가 불편함을 덜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이외 교차로 기능이 적용된 액티브 브레이크 어시스트, 액티브 차선 이탈 방지 패키지, 하차 경고 어시스트, 프리 세이프 플러스 등이 포함돼 사고를 방지하도록 했다. 

스마트폰과 연계해 차량을 관리하도록 만든 편의 기능 역시 눈에 띄는 변화다. 메르세데스 미 앱을 스마트폰에 설치해 연동하면 손쉽게 차량을 제어할 수 있다. 주차 후 잠금 상태에서 차량을 지속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도난 방지 패키지, 부메스터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 64개 색상을 선택할 수 있는 앰비언트 라이트, 레인 센서가 적용된 파노라믹 선루프, 무선 충전 시스템 등 여러 기능을 앱으로 관리 가능하다.


#6 WEAKNESS
완벽에 가까운 차, 약점 굳이 찾자면…

SUV를 선호하지 않는 편이지만 더 뉴 GLS 시승 이후 생각이 바뀌었다. 직접 운전하는 내내 시승 차량이 기자에게 여러 선입견과 편견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러나 운전이 미숙한 사람이라면 폭이 넓고 길이까지 긴 육중한 차체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 꽉 끼는 듯한 지하 주차장 출입구를 통과하기가 난감한 데다 도심 속 빡빡한 주차장에서 여유 공간을 찾기 어려워 매번 난관에 봉착할 수 있기 때문. 도로가 좁은 곳이나 주차장이 협소한 경우 구입이 꺼려질 수 있다. 차량 가격은 1억6천6백60만원인데 다소 비싸게 느껴질 수 있으나 여타의 최고급 SUV에 비하면 오히려 가성비가 좋다고 볼 수도 있다.

총평

돈만 있으면 사고픈, 믿음직한 럭셔리 SUV

사진 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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