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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vegan

신발부터 자동차까지, 신박한 비건 아이템

글 이나래

2021. 03. 03

세상에 이런 비건 제품도 있다니! 패션부터 뷰티, 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점점 진화된 비건 아이템이 등장하고 있다.

비건 퍼 코트로 유명한 비건 패션 브랜드 아파리스.

비건 퍼 코트로 유명한 비건 패션 브랜드 아파리스.

‘비건(Vegan)’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단순히 채식주의자만을 떠올린다면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사전적인 의미의 비건은 육류를 비롯해 달걀이나 우유 같은 동물성 식재료를 배제하고 채소나 과일 등 식물성 음식만 섭취하는 강도 높은 채식주의를 의미한다. 그러나 현시점의 비건은 먹는 것을 넘어 입고 바르고 생활하는 과정에서 사용하는 모든 아이템에 동물성 원료를 쓰지 않는 것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중이다. 좀 더 명확하게 설명하자면, 비건 아이템은 동물실험을 하지 않으며 동물성 원료나 유전자변형식품(GMO)을 쓰지 않는 제품을 통칭한다. 비건 화장품은 동물실험을 하지 않았다는 의미를 담고 있고, 비건 패션은 동물성 원재료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뜻을 내포한다. 가치 있는 소비를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가 동물복지와 환경보호를 내포한 비건 지향적인 아이템에 눈을 돌리면서 비건 관련 시장도 점차 다채로워지고 있다. 제품 구매 전 비건 여부를 살피는 작은 노력만으로도 지구의 생명 연장에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파인애플 가죽 스니커즈·캐시미어… 비건 패션의 진화

파인애플 잎사귀로 만든 가죽인 ‘피나텍스’로 제작한 휴고보스의 스니커즈.

파인애플 잎사귀로 만든 가죽인 ‘피나텍스’로 제작한 휴고보스의 스니커즈.

패션계에서 널리 쓰이는 동물성 소재는 단연 가죽이다. 신발부터 가방, 지갑, 코트 등 대부분의 패션 아이템에 적용되고 있다. 동물보호는 물론이거니와 생산 과정에서 소비되는 어마어마한 양의 물, 태닝 과정에서 사용되는 화학물질까지 고려한다면 대안은 더욱 절실해진다. 하이엔드 브랜드부터 패스트패션 브랜드까지 너나 할 것 없이 ‘진짜 가죽 같은 인조 가죽’을 찾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그 때문이다. 

휴고보스는 2018년 파인애플 잎사귀로 만든 ‘피나텍스(Pinatex)’로 친환경 스니커즈 컬렉션을 선보였다. 파인애플 열매를 얻기 위해 농사짓는 과정에서 생기는 부산물인 잎사귀를 활용하는데, 잎사귀의 섬유질을 벗겨내 씻어 말린 뒤 가열·압축하는 단계를 거친다. 감촉이 부드럽고 유연해 착용감이 뛰어난 것이 특징. 또한 염색 과정에서도 식물성 염료만을 사용하며, 신발 밑창은 재활용 소재, 끈은 100% 유기농 순면, 포장 상자는 재생섬유로 만들어 비건 철학을 철저하게 지켰다. 


바이오 스타트업 볼트 스레드는 버섯으로 만든 가죽 소재 ‘마일로’를 스텔라 매카트니, 아디다스 등 여러 패션 브랜드에 독점 공급하고 있다.

바이오 스타트업 볼트 스레드는 버섯으로 만든 가죽 소재 ‘마일로’를 스텔라 매카트니, 아디다스 등 여러 패션 브랜드에 독점 공급하고 있다.

파인애플 가죽과 더불어 근래 많은 브랜드에서 주목하는 가죽 대체재는 버섯이다. 바이오 스타트업 볼트 스레드는 버섯 뿌리에서 발견되는 섬유질인 균사체를 활용해 가죽 대체재를 개발하고 있다. 볼트 스레드는 지난해 10월 아디다스와 스텔라 매카트니, 룰루레몬, 프랑스 패션 그룹인 케링과 파트너십을 맺고 버섯으로 만든 가죽 소재 ‘마일로(Mylo)’를 독점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아디다스와 스텔라 매카트니, 룰루레몬이 스포츠웨어 업계에서 차지하고 있는 지분만 해도 대단한데, 케링 그룹에 소속된 구찌·생로랑·보테가베네타·발렌시아가 등의 명품 하우스까지 더해진다면 버섯 가죽이 갖게 될 영향력이 얼마나 막강할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버섯 가죽을 활용한 제품이 출시될 예정이라고 하니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대만 배우 린즈링이 입어 화제가 된 H&M의 오렌지 섬유 드레스.

대만 배우 린즈링이 입어 화제가 된 H&M의 오렌지 섬유 드레스.

패스트패션 브랜드 역시 비건 가죽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대만 배우 린즈링이 2018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제3회 글로벌 체인지 어워드’ 시상식에서 입었던 H&M의 오렌지 섬유 드레스를 꼽을 수 있다. H&M은 2015년부터 매년 지속 가능한 패션을 주제로 친환경 패션에 대한 아이디어를 모집하는 ‘글로벌 체인지 어워드’를 지원하고 있는데, 오렌지 섬유 역시 지난 우승자의 아이디어였다. 오렌지 섬유는 오렌지를 가공하는 과정에 버려지는 껍질에서 셀룰로오스를 추출해 만든다. 



동물권(동물도 인권에 비견되는 생명권을 지니며 고통을 피하고 학대당하지 않을 권리 등을 지니고 있다는 견해)의 대척점에 있는 상징을 꼽으라면 모피 코트를 떠올리는 데 주저함이 없을 것이다. 뉴욕을 기반으로 한 비건 패션 브랜드 아파리스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랜 시간 고민해왔다. 루이비통 출신의 아멜리에 브릭과 생로랑 머천다이저(MD)로 일했던 로렌 누치가 2016년 손잡고 설립한 이 브랜드는 인조 모피를 100% 비건으로 만드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동물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만들어지는 패션 제품을 고품질로 생산해 기존의 제품을 대체하는 것’을 목표로 시작한 아파리스의 도전은 퍼 재킷과 코트를 넘어 점차 적용 범위를 넓혀나가는 중이다. 2020 F/W 시즌에는 크루얼티프리(Cruelty- free, 동물실험을 하지 않거나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고 만든 제품이나 서비스) 캐시미어를 선보여 또 한 번 이목을 집중시켰다. 아파리스의 캐시미어는 비스코스와 폴리에스테르, 폴리아미드 소재를 활용해 제작됐다. 지난해 말에는 쥬시꾸뛰르와 협업해 인조 퍼 트랙슈트와 인조 퍼 코트를 출시하기도 했다.

BMW·테슬라·현대차·볼보·벤틀리… 비건 자동차

BMW와 볼보 등 세계 각국의 자동차 브랜드에서 비건 자동차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BMW와 볼보 등 세계 각국의 자동차 브랜드에서 비건 자동차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자동차와 비건, 언뜻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이 조합도 최근 인기다. 비건 자동차는 동물 가죽을 대체하는 인조 가죽을 쓰거나 식물성 천연 원료를 사용하는 등 환경 친화적으로 제조된 자동차를 일컫는다. 세계 각국의 자동차 브랜드 역시 비건 자동차를 통해 환경을 보호하는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가장 널리 알려진 비건 자동차는 차 내부에 다양한 친환경 소재를 도입한 BMW의 전기자동차 ‘i3’다. 호주의 코알라 나무로 유명한 유칼립투스를 내장재로 사용했고, 아욱과 식물에서 추출한 친환경 소재인 ‘케나프’를 도어 패널과 대시보드에 적용했다. BMW 측은 i3 1대당,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발자국을 120kg 절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볼보는 재활용한 플라스틱 소재를 SUV ‘XC60 T8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에 적용했다. 시트는 페트병에서 추출한 섬유로 제작했고, 바닥 매트는 페트병을 재활용한 섬유 소재와 의류업체들이 쓰고 남은 면섬유를 재활용했다. 볼보는 2025년부터는 차량 내부의 플라스틱 부품 중 25%를 친환경 소재로 대체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한다. 테슬라는 시트나 패널 등 자동차 내부에 동물 가죽 대신 착석감이 뛰어난 인조 가죽을 고안해 도입하고 있으며, 벤틀리는 참나무와 포도 껍질을 합성한 친환경 소재를 마감재로 활용 중이다. 

현대자동차는 2009년부터 친환경 소재 연구를 시작했는데 ‘넥쏘’의 경우 시트는 식물성 인조 가죽, 대시보드에는 미생물에서 추출한 바이오 플라스틱을 적용했다. 제네시스의 신형 모델도 시트에 가죽 대신 재활용이 가능한 고기능성 플라스틱을 활용하고 있다.

100% 비건을 향한 뷰티 업계의 도전

아베다는 제품 전체를 100% 비건으로 만들 계획이다.

아베다는 제품 전체를 100% 비건으로 만들 계획이다.

비건 트렌드의 중심에 서 있는 뷰티 업계에서는 더 많은 제품군, 더 다양한 품목에서 비건을 도입하는 추세다. 가장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브랜드는 아베다. 2019년 7월 이후 출시한 모든 라인에서 꿀이나 밀랍, 밀랍에서 유래한 성분을 배제했으며 얼마 전에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현재 보유 중인 제품 전체를 100% 비건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완벽한 비거니즘을 위해 아베다에서는 3년 이상 9백여 가지가 넘는 원료를 확인하며 제품을 연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헤어 케어, 헤어 컬러링, 보디 케어, 메이크업, 아로마 등 다양한 라인에서 총 5백여 개 이상의 제품이 비건으로 전환될 전망이다. 

신규 론칭하는 뷰티 브랜드들은 아예 비건을 메인 키워드로 삼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 사회적인 파급력이 높은 팝 스타들의 비건 브랜드를 눈여겨볼 만하다. 세계적인 뮤지션이자 패션 아이콘인 퍼렐 윌리엄스는 지난해 11월 젠더리스 비건 화장품 휴먼레이스를 론칭했다. 제품 패키지는 그린 컬러로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더했고, 패키지 역시 50% 이상 재활용 플라스틱을 사용했다. 팝 스타 셀레나 고메즈도 지난해 9월 자신의 앨범 ‘Rare’에서 따와 비건 메이크업 브랜드 레어뷰티를 선보였다. 베이스부터 색조, 뷰티 소품 등 17가지 제품으로 구성됐다.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제공 아파리스·볼보·볼트스레드·BMW·H&M 홈페이지, 아이에스이커머스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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