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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개미군단, 최고 고수는 누구?

글 윤혜진

2021. 02. 22

전통적으로 톱스타들은 빌딩 투자로 고수익을 누렸다. 그런데 최근 주식투자 붐이 일면서 연예인들도 주식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전문가 뺨치는 숨은 주식 고수들의 투자법을 살펴봤다.

최근 한 TV 프로그램에서 아이돌 그룹 ‘몬스타 엑스’ 멤버 셔누가 아침 기상 후 곧바로 주식 시황을 확인하는 장면이 전파를 탔다. 주식으로 돈을 벌어 40대 은퇴를 꿈꾸는 2030 ‘파이어족’이 증가하는 가운데 또래에 비해 자금이 넉넉한 아이돌 가수가 주식에 투자하는 모습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지난 2019년 카카오M 유상증자 공시 당시 현빈, 이민호, 에이핑크 손나은, 씨스타 소유 등 스타들도 참여해 화제가 됐다. 

최근에는 아예 연예인이 직접 주식투자에 나서는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콘텐츠까지 인기다. 이따금 토크쇼에서 “하루아침에 증권이 휴지 조각이 됐다”며 주식투자 실패담만 밝히고 돈을 번 이야기는 쉬쉬했던 예전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그렇다면 연예인 개미군단 중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투자 고수는 누구일까.

학구파 < 전원주·래퍼 알피큐·권영찬

워런 버핏과 함께 월가의 살아 있는 전설로 꼽히는 투자자 피터 린치는 투자 아이디어를 생활 속에서 발견해 장기간 투자하면서 꾸준히 수익을 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물론 좋은 기업을 알아보기 위해 피터 린치는 펀드매니저 생활을 하는 동안 매년 수백 곳의 기업을 탐방하고 역사, 심리학 등 인문학까지 공부했다. 

연예계 자산가로 알려진 전원주 역시 노력파 주식 고수다. 1987년 종잣돈 5백50만원으로 주식투자를 시작해 지금의 위치에 오른 전원주의 성공 비결은 공부다. 전원주는 자신에게 조언을 구하는 사람들에게 늘 “덮어놓고 투자하면 안 된다. 회사가 우량한지, 직원들은 얼마나 성실한지 봐야 한다”고 알려준다. 특히 강조하는 부분은 직접 알아본 바를 믿고 남의 말은 듣지 않는 것. 물론 자신보다 투자 식견이 뛰어난 사람의 얘기는 귀담아듣지만 종목을 추천받아도 절반 정도만 투자했다. 대신 시간이 날 때마다 증권회사 객장에 가서 시세와 흐름을 보고 꼼꼼히 메모하며 공부한 후 다음 투자를 결정했다. 

원금 대비 6배가 올라 대박을 낸 SK하이닉스에 투자할 때도 재테크 강연을 갔다가 회사 분위기를 직접 느껴보고 결정했다. 전원주는 11년 전 2만원대에 사서 지난 2월 기준 12만원대로 오른 SK하이닉스 주식을 지금까지 보유하고 있다. 최근 그는 “일단 욕심을 버려야 한다. 보통 10% 정도 수익이 나면 빼는 것도 방법”이라며 “안 오른 주식은 참을성 있게 갖고 있으면 오른다. 이윤이 적은 것부터 시작하면 실수가 없다”고 비결을 밝혔다. 




재테크 전문가로도 활동 중인 방송인 권영찬은 자신이 점찍은 기업을 최소한 1년 이상 지켜보고 분석한 뒤 투자하는 편이다. 그는 평소 “자신과 주식 종목이 결혼, 연애처럼 성향이 맞아야 성공한다. 내가 투자 후 묵묵히 기다리는 스타일인지, 아니면 6개월~1년에 한 번씩 매매하는 스타일인지 등을 파악하라”며“투자 후엔 목표 수익률과 손실률을 정해 목표치에 도달하면 매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만약 자신의 투자 결정에 확신을 갖지 못한다면 그만큼 투자를 위해 사전 준비가 미진했다는 방증이라고. 모두 경험을 통해 얻은 교훈이다. 실제로 권영찬은 잘못된 M&A 정보를 믿고 투자했다가 30억원을 날리기도 하고 상장 폐지도 두 번이나 겪었다고 한다. 이후 공부에 공부를 거듭하며 스스로 기업 분석이 가능한 투자처를 선별해 집중하고, 무엇보다 여유 자금 내에서만 투자하는 패턴으로 바꿔나갔다. 그 결과 한 종목 투자를 통해 최대 500% 이상의 순수익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주식 공부는 얼마나 어떻게 해야 할까. 힙합신에서 본업은 래퍼지만 주식하는 유튜버로도 유명한 데뷔 15년 차 뮤지션 알피큐가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이 될 수 있겠다. 알피큐는 주식을 공부한 지 벌써 10년이 넘었다. 그의 주식 분석 영상을 보고 따라 투자해 수익을 냈다는 팬이 있을 정도로 그는 수준급 투자자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알피큐는 “주식에서는 ‘전문가’가 있을 수 없다”며 “주식 공부는 의사, 변호사처럼 정해놓은 시스템을 따라야 하는 것도 아니고, 주식 전문가 자격증이 있는 것도 아니다. ‘정도’가 없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알피큐가 유튜브에 주식 콘텐츠를 꾸준히 업데이트하는 이유는 공부하는 과정을 기록하고 팬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다. 

많은 주린이(주식투자자와 어린이의 합성어)들이 주식 계좌를 만들고 용어를 익히는 시작 단계부터 머리를 싸매다가 무작정 남을 따라 투자하기 십상이다. 연예인들도 꾸준히 공부하는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사실을 유념하자.

때를 아는 승부사 < 이가돈·장동민·딘딘

카카오TV에서 방영 중인 주식투자 쇼 ‘개미는 오늘도 뚠뚠’이 주린이들 사이에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주식투자의 기초 지식을 쌓는 시즌1에 이어 실전 투자 공략법을 알아보는 시즌2가 방영되고 있는 가운데 엄청난 수익률을 자랑하는 인물들이 속속 등장 중이다. 그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이는 MBC 예능 ‘신비한TV 서프라이즈’에서 재연 배우로 출연 중인 이가돈이다. 

이름은 낯설지만 얼굴을 보면 알 수 있을 정도의 인지도를 지닌 이가돈은 큰 액수는 아니지만 출연료를 받을 때마다 바이오 의약품 제조업체 셀트리온 주식을 사 모았다. 시작은 2000년대 초반 ‘바이오시밀러’(바이오 의약품 복제약)라는 단어조차 생소하던 시기였다. 당시 셀트리온의 주가가 2만~3만원 할 때부터 꾸준히 매수해 주당 30만~40만원 사이를 오르내리는 지금까지 보유했더니 주당 40만원대일 때 기준 1200% 수익률에 이르렀다고. 

‘개미는 오늘도 뚠뚠’에서 이가돈은 “미래의 먹거리라고 생각해 한두 주씩 모으기 시작했다. 한 우물만 팠다”며 “셀트리온의 자가면역 치료제인 ‘렘시마’, 혈액암 치료제 ‘트룩시마’, 유방암·위암 치료제 ‘허쥬마’, 렘시마의 피하주사형인 ‘렘시마SC’ 등 올해부터 내년까지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는 계속 출시될 것”이라고 설명할 만큼 투자한 기업에 대한 신뢰와 더불어 전문가적 식견도 갖춰 눈길을 끌었다. 가능성 있는 종목을 일찌감치 알아본 혜안과 묵묵히 기다린 끈기, 해박한 지식 등 3박자가 갖춰졌을 때 대박이 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개그맨 장동민의 경우 여러 차례 실패를 통해 일희일비하지 않는 평정심을 길렀다. 20대 때는 지인 추천으로 어떤 종목인지도 모르고 일단 투자했다 본전도 건지지 못한 적이 수두룩했다고. 지난해에도 연예계 동료가 추천한 종목에 투자했다가 반토막이 났음을 고백했다. 그러나 그는 뼈아픈 실패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았다. ‘스스로’ 주식을 해야겠다고 결심한 것. 이후 장동민은 지난 한 해 주식시장에서 뜨거웠던 제약 분야와 연료전지 업체인 ‘두산퓨얼셀’에 투자해 수익률 500%를 달성했다. 성공 비결은 이른바 ‘강형욱 매매법’이라고 밝힌 그는 “평소 강아지한테 먹이를 줄 때 기다리라고 훈련하는데, 못 기다리면 먹지 못한다는 걸 가르쳐준다”며 “주식 할 때도 주가가 ‘먹어’라는 신호를 줬을 때만 판다”고 밝혔다. 깨달음을 얻은 장동민은 과감하게 단타도 감행한다. 방송에서 공개한 지난해 매매 내역서를 살펴보면 7월 8일에 매수하고 이틀 후 7% 수익이 났을 때 매도했다. 

그는 “살 때부터 목표 수익률을 정한다. 수익률 10%를 보고 매수했으면 7~8%만 되어도 매도한다”며 “주가가 떨어져도 아쉬워하지 않는다. 엄청나게 많은 종목이 있는데 굳이 목맬 필요가 있나. 가격이 변화하는 걸 계속 지켜본다”고 설명했다. 


래퍼 딘딘 역시 주린이들에게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준다. 평소 ‘단타 마니아’로 불리는 딘딘은 코로19 백신으로 유명한 ‘모더나’와 코로나19 치료제 렘데시비르를 개발한 ‘길리어드 사이언스’에 동시 투자했다. 사실 이는 한쪽이 오르면 다른 한쪽은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 전문가로부터 두 종목이 서로의 수익률을 상쇄시킬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딘딘도 예전처럼 무조건 ‘사팔사팔’(‘사고 팔고 사고 팔고’라는 뜻의 주식 관련 신조어)하지 않았다. 일단 모더나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코로나19 백신 승인 신청을 하기까지 약 두 달을 기다렸고, 또 모더나 주가가 상승하는 것을 보고 길리어드 사이언스를 매도한 후 모더나를 추가 매수했다. 그 결과 수익률이 66.44%로까지 껑충 뛰었다. 

수익의 짜릿함을 맛본 주린이일수록 하루에도 몇 번씩 게임하듯 사팔사팔에 빠져들기 쉽다. 그러나 거래 수수료나 증권거래세를 고려한다면 잦은 매매가 생각보다 큰 득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주식을 매도할 때 코스피는 양도 가액의 0.08%, 코스닥은 0.23%의 증권거래세를 낸다. 또 해외 주식이라면 환전 수수료가 발생할 수 있으며 증권사 수수료도 국내 주식 수수료보다 비싸다. 따라서 ‘주식세끼’(하루 3번 매매), ‘오치기’(5% 수익률 또는 5만원 벌면 매도)를 하고 있다면 딘딘처럼 조금씩 거래 텀을 벌려보는 연습을 할 필요도 있다.

안전주의 분산 투자파 < 현영·송은이

주식투자 고수들도 자칫 잊기 쉬운 투자의 기본 상식은 바로 ‘분산 투자’다. 연예계에도 ‘몰빵’의 유혹을 이겨내고 고르게 투자해 일정 기준 이상의 수익이 나면 거둬들이는 모범 투자자 유형이 있다. 재테크 잘하기로 소문난 방송인 현영이 대표적이다. 주택 관련 통장, 두 자녀 교육 연금 등 목적을 달리하는 통장 수십 개를 가진 현영은 주식투자 역시 안정적으로 해내고 있다. 

물론 현영도 50% 이상 손실을 본 적이 있다고. 하지만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현영은 투자 원금의 10~15% 수익을 내면 바로 팔고 빠진다는 원칙을 세우게 됐다. 또 자신의 재테크 서적에 “전반적인 주식시장 흐름에 대한 정보를 메모하거나 스크랩해서 붙여두고, 내가 투자한 종목 정보도 자세히 기록해둔다. 그렇게 전체적인 흐름을 이해하면서 주가를 체크해야 빠지는 시점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고 조언할 만큼 고수로 성장했다. 

최근 현영은 SBS 예능 ‘집사부일체’에 출연해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버금가는 주식 전도사로서의 면모를 뽐냈다. 올해로 열 살 된 딸의 이름으로 일찌감치 주식 계좌를 만들어주고 재테크 조기 교육까지 하는 것. 현영은 조기 경제 교육을 하는 이유에 대해 “성인이 됐을 때 원하는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시드머니가 되도록 해주고 있다”며 “주식을 건강하게 하면 우리나라 기업도 살고, 나도 산다. 긍정적인 효과가 날 수 있는 투자 중 하나”라고 전했다. 


방송인 송은이 역시 현영과 비슷한 ‘안전제일주의’다. 30대 초반만 해도 단순히 안 쓰고 적금 붓는 게 최고라고 여겼던 송은이는 친한 동료인 김숙과 김생민 덕분에 부동산과 주식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고. 지금도 고수익은 노리지 않고,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수익률 10%에 만족한다. 한 예로 송은이는 몇 해 전 평소 서울과 경기도를 오가며 요금을 내던 외곽순환고속도로가 국가 소유가 아닌 민간 시설임을 알고 바로 그 회사에 투자해 50% 수익률을 기록한 적이 있다. 50%의 수익률을 기록한 것도 대단하지만 해당 주식의 매도 타이밍 역시 놀랍다. 송은이는 투자 이후 꾸준히 관심을 갖고 해당 기업을 지켜보다가 통행료 인하 요구 이슈가 생기자 바로 매도해 차익을 실현했다고 한다. 

보통 고수익을 낸 종목을 내치기란 쉽지 않다. 내가 팔고 나면 주가가 더 오를 것만 같기 때문.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꼭지를 예측해 매도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며 반드시 꼭지에서 매도할 필요도 없다고 조언한다. 염승환 이베스트증권 부장은 한 유튜브 방송에서 “목표수익률에 연연하지 말고 자신이 왜 그 주식을 샀느냐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예를 들어 LG전자 차트를 보고 5% 수익이 날 것 같아 매수했는데 10% 수익이 났으면 매도하는 거고, 전자부품 시장이 잘될 것 같아 투자했다면 계속 지켜봐야 하는 식이다. ‘수익률 10% 원칙’을 고수하는 송은이의 경우 고수익 한 방은 없어도 크게 잃을 확률도 거의 없다.

재미와 공부 2마리 토끼 잡은 주식 예능 BEST 3

MBC 오리지널 디지털 콘텐츠 ‘말년을 행복하게’ 

웹툰 작가 이말년의 노후 대비 주식투자 입문기를 유쾌하게 풀어낸 ‘말년을 행복하게’는 평소 주식시장에 관한 아무런 지식 없이 오직 본능에 따라 이말년 본인이 1천만원을 걸고 주식투자하는 과정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매주 목요일 오후 6시 유튜브 ‘M드로메다’ 채널에서 공개된다. 

tvN ‘미래수업’ 

주식투자 고수로 나아가기 위해선 주식에 영향을 미치는 국제 정세를 비롯해 산업 간의 연관성 등 여러 요인들을 두루 알아야 한다. 특히 5화 ‘코로나 시대 생존 투자법’과 13화 ‘2021 돈의 축이 이동하고 있다’에 출연한 홍익희 전 세종대 교수의 강연을 추천한다. 한 달에 두 번, 월요일 저녁 7시 40분에 방송된다.
 
SBS ‘돈워리스쿨’ 시즌1·2 

2030세대 눈높이에 맞춘 재테크 이슈를 선정해 동명의 책으로도 발간할 만큼 인기를 끌었던 예능형 경제 콘텐츠. 지난해 6월 종영했지만 바이오, 게임주 등 여전히 핫한 주제들을 고루 다뤄 섹터별 배경지식을 쌓는데 제격이다. 유튜브 ‘스브스 뉴스’ 채널, ‘돈워리스쿨’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볼 수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제공 동아DB 게티이미지 각 소속사 각 유튜브 채널 및 방송 프로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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