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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driving

가성비 따지는 한국인 스타일 제대로 저격한 BMW 더 뉴 5 시승기

글 정혜연 기자

2020. 10. 22

매년 우리나라에서 많이 팔린 외제 차에 상위 랭크되는 BMW 5 시리즈. 최근 풀 체인지급 디자인 변경과 신기술 적용을 단행한 새로운 5 시리즈를 직접 몰아봤다.

여성들이 운전을 못할 거란 믿음은 매우 부당하고 기분 나쁜 편견이다. 운전 경력 10년 차 여성 운전자인 기자도 고속도로에선 시원하게 밟을 수 있고, 주차도 한 번에 칼같이 할 수 있다. 그러나 여성이 남성에 비해 거리감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특히 후진할 땐 목을 길게 뺀 채 전후방을 확인하느라 정신이 없어진다. 앞으로도, 뒤로도 가기 어려운 처지에 놓였을 땐 그냥 차가 알아서 움직여줬으면 하는 바람도 생긴다. 

이런 상상이 현실이 됐다. 10월 초, 국내에 본격 출시된 BMW ‘The new 5’ 시리즈에 ‘최근 주행 50m’를 그대로 뒤돌아 가는 ‘파킹 어시스턴트’ 기능이 탑재된 것. BMW코리아에서 배포한 동영상 홍보 자료에 따르면 운전자가 핸들(스티어링 휠)에서 두 손을 떼고 액셀만 밟아도 저절로 핸들이 좌우로 꺾여 차량이 왔던 길을 되돌아간다. 꽤 긴 거리인 50m를 후진하는 동안 차량은 주변에 설치된 어떤 장애물에도 부딪히지 않았다. 영상만 보면 “에이, 거짓말~” 소리가 절로 나올 법 했다. 

이외에도 이번 5 시리즈에는 두드러지게 변화한 부분이 많다. 통상 풀 체인지 모델에 단행했던 외부 디자인 수정을 부분 변경 모델에 적용한 것이 가장 눈에 띈다. 헤드램프와 전면 그릴, 배기 파이프 등은 전체적으로 강렬하게 바뀌었다. 하드웨어는 물론 소프트웨어 역시 업그레이드됐다.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프로페셔널, 제스처 컨트롤, 디지털 카 키 등 새로운 기능들이 추가돼 운전자 편의성을 높였다. 지난 10월 중순 진보된 기술과 디자인으로 주목받고 있는 ‘The new 5’ 시리즈 가운데 BMW 트윈파워 터보 4기통 가솔린 엔진에 배기량 1998cc, 최고출력 252hp, 최대토크 35.7kg·m, 복합연비 12km/l 사양 모델인 ‘530i M 스포츠 패키지’를 시승해봤다.


#1 EXTERIOR
역동적인 느낌의 볼드체 디자인

3D 형태의 테일 램프가 돋보이는 후면.

3D 형태의 테일 램프가 돋보이는 후면.

기존의 5 시리즈가 부드럽고 매끄러운 이미지에 가까웠다면 새롭게 출시된 5 시리즈는 역동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한글 파일 글자를 진하게 바꿨을 때의 느낌이다. 대표적으로 전면부 디자인이 크고 강렬하며 시원스럽게 바뀌었다. BMW를 상징하는 디자인 키드니 그릴은 이를 감싸는 스틸 가니시와 안쪽의 세로 스틸 바가 더 굵고 선명해졌다. 헤드라이트 역시 U자형에서 L자형으로 더욱 간결하면서도 깔끔하게 변화했다. 특히 어댑티드 LED 헤드라이트를 기본으로 적용하고, LED 매트릭스 기술과 하이빔 어시스트, 코너링 라이트를 더해 어두운 운전 환경에서도 운전자의 가시 영역을 더욱 넓게 확보했다. 더불어 범퍼 아래쪽 공기 흐름 통로 입구인 에어 인렛의 크기도 위아래로 넓어져 시원스러워 보였다. 

또 하나의 특징은 스포츠 에디션인 M 패키지에만 적용되던 6각 배기 파이프가 5 시리즈 전 트림에 확대 적용됐다는 점. 프리폼 형태의 배기 파이프가 장착된 리어 에이프런은 확실히 럭셔리한 느낌을 배가시켰다. 또 테일 램프 역시 3D 형태로 제작돼 낮에도 굵고 선명하게 빛나 두드러져 보였다. 측면에는 도어 상단부와 하단부에 직선형 에지가 잡혀 있어 세련되게 느껴졌다. 특히 전면 도어 하단의 L자 형태로 꺾인 부분에 스틸 가니시가 부착돼 있어 감각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2 INTERIOR
특유의 아날로그 & 디지털 감성 조화 이뤄

모던한 느낌의 내부 디자인.

모던한 느낌의 내부 디자인.

하이글로시 재질로 마감한 기어 스틱(왼쪽). 입체감이 느껴지는 디지털 계기반.

하이글로시 재질로 마감한 기어 스틱(왼쪽). 입체감이 느껴지는 디지털 계기반.

내부는 모던하면서도 정돈된 느낌이었다. 운전석은 다소 좁게 느껴지기도 했으나 시트가 인체공학적으로 디자인돼 있어 운전자 피로를 덜어주는 듯했다. 12.3인치 고해상도 디지털 계기반은 기존 모델과 동일하지만 센터 콘솔 디스플레이는 기존 10.25인치에서 12.3인치로 확대돼 시원스러웠다. 그 아래로 음향 기기, 공조 장치가 아날로그 다이얼식으로 마련돼 있어 신구 조화가 잘 이뤄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하이글로스 블랙 컬러의 기어 스틱과 컨트롤 다이얼 및 버튼들이었다. 단순하고 깔끔한 디자인에 하이글로스 재질이 포인트가 되면서 반짝였고, 실버 컬러의 가니시가 적절하게 적용돼 세련미 또한 물씬 풍겼다. 나파 가죽 시트와 스포츠 레더 스티어링 휠도 5 시리즈만의 고급스러움을 보여줬다. 센사텍과 하이글로스 자재를 혼합한 블랙 컬러의 대시보드 역시 내부를 깔끔하게 보이는 데 한몫했다.


#3 DRIVING
비서가 운전 돕는 듯한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기능

시승이 진행되던 날 BMW코리아 관계자는 “BMW는 직접 몰아보면 어떤 편견도 사라지는 차”라고 소개했다. 단순히 성능 좋은 외제 차라고 판단하기에는 부족한, 그 이상의 무엇이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실제로 운전을 해보니 관계자의 말이 이해가 됐다. 시동을 걸었을 때 엔진음부터가 묵직하게 들렸고, 핸들링은 일반 운전 시에는 가볍다가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프로페셔널’ 기능을 작동할 때는 알아서 매우 묵직하고 뻣뻣하게 변했다. 특히 액셀을 밟을 때마다 즉각적으로 반응해 계기반 숫자가 올라가니 매우 경쾌한 느낌이 들었다. 제로백이 6.1초로 웬만한 스포츠카 뺨치는 가속 성능을 보여줬다. 

가장 기대가 컸던 ‘파킹 어시스턴트’ 기능은 그야말로 놀라웠다. 기어를 후진으로 바꾸자 센터 콘솔 디스플레이에 서라운드 뷰와 함께 후진 관련 4개 버튼이 떴다. 그 가운데 ‘주차 보조 장치’ 버튼을 누르고 액셀을 밟자 핸들이 절로 움직이며 차가 지나온 길을 그대로 뒤돌아 갔다. 처음에는 ‘정말 핸들을 놓고 액셀을 밟아도 되나’ 싶어 당황스러웠으나 핸들이 정확하게 돌아가는 것을 보니 마음이 놓였다. 지나온 길이 직선형이 아닌 S자 형태였는데 그대로 기억하고 후진한다는 게 매우 색다른 경험이었다. 

주행할 때도 각종 주행 보조 장치들은 명민하게 기능했다.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 버튼을 누르면 설정한 거리대로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하며 달렸고, 차선 유지 어시스턴트 기능 설정 시 정확하게 차로 중간을 유지하면서 달려 안정감이 느껴졌다. 주행 속도까지 설정해두니 핸들을 살짝 쥐고 전방만 주시하면 차가 절로 나가니 피로감이 덜했다. 디지털 계기반에 앞과 옆 차량의 형태를 파악해 3D로 보여주는 드라이빙 어시스트 뷰 기능 역시 신기했는데, 차선 변경을 할 때 백미러가 아닌 계기반으로 확인하면 돼서 매우 유용했다. 안전 운전을 한 탓에 충돌 회피 조향 어시스트 기능은 확인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다.


#4 DRIVE IN
고속에서도 편안, 한층 부드러워진 승차감

사실 BMW는 운전을 즐기기엔 최상이지만 승차감은 떨어진다는 게 중론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출시된 신형 5 시리즈는 승차감도 한층 좋아졌다. 시승을 함께한 사진기자는 뒷좌석에 앉아 이동하던 도중 “서스펜션이 좋아서 그런지 생각보다 편안하다”고 평가했다. 내부 공간도 뒷좌석에 허리를 곧게 펴고 앉았을 때 성인 남성의 경우 주먹 하나 정도의 레그룸이 확보돼 여유로운 느낌이었다. 

운전석과 보조석에서도 승차감은 나쁘지 않았다. 시승 차량은 M 스포츠 패키지로 속도감이 남달랐는데, 브레이크 역시 매우 민감하게 반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레이크 작동 시 쏠림이 거북할 정도로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가속 반응과 브레이크 반응이 서로 즉각적으로 주행에 반영될 경우 멀미가 느껴질 수도 있지만, 속도 변화가 부드럽게 이어져 승차감이 좋은 편이었다. 특히 100km/h 이상 속도를 올릴 때 공기 저항이 적게 느껴지고, 흔들림 없이 뻗어나가 주행 내내 안정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5 STRENGTH
허공에 손가락을 휘저으면 음악이 켜진다?

신형 5 시리즈와 6 시리즈에는 특별한 기능이 추가로 탑재됐다. ‘제스처 컨트롤’ 기능은 운전자가 센터 콘솔 디스플레이 앞에서 손을 움직이면 기기가 반응하도록 한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검지와 중지를 앞으로 찌르는 듯 향하면 음향 기기가 작동하고, 엄지를 들어 올려 오른쪽으로 향하게 하면 메뉴 선택을 달리할 수 있다. 디스플레이에 여러 손동작에 따른 기능들이 설명되기 때문에 따라 하기만 하면 됐다. 그러나 몇 차례 시도에도 작동이 되지 않을 때가 있어 정확도 면에서는 조금 아쉬움이 남았다. 

디지털 키를 적용한 것도 눈에 띄었다. 차량 소유주가 아이폰에 앱을 깔고 차량을 등록하면 디지털 키가 생성되는데, 카 키 없이 스마트폰을 차에 가져다 대기만 해도 운전할 수 있다. 또 디지털 키를 4개까지 생성해 가족과 공유할 수 있게 한 점도 매우 편리해 보였다. 다만 애플 아이폰에서만 가능하게 한 점은 아쉽다. 또 애플 카플레이, 안드로이드 오토 앱을 이용해 차 안에서 음악을 즐길 수 있어 매우 유용하다. 

출시 가격을 기존 모델보다 낮춰 합리적으로 제시한 것도 강점이다. 520i 럭셔리와 520i M 스포츠 패키지는 각각 1백만원 낮춘 6천3백60만원, 6천5백90만원이다. 530i M 스포츠 패키지와 530i xDrive M 스포츠 패키지 역시 각각 1백40만원 낮춘 7천6백20만원, 7천9백80만원이다. 


#6 WEAKNESS
신형 벤츠 E클래스 동시 출시가 변수

솔직히 말해 신형 5 시리즈 모델은 흠잡을 데 없다. 풀 체인지 모델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외관 디자인도 훌륭한 수준이고,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프로페셔널 기능도 대거 업그레이드돼 운전을 매끄럽게 돕는다. 거기다 외제 차는 기본 옵션이 전무해 국산 차에 비해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편견도 불식시킨다. 가장 저렴한 520i 럭셔리의 경우 헤드업 디스플레이, 컴포트 액세스, 컴포트 시트, 센사텍 대시보드, 제스처 컨트롤, 후진 어시스턴트,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프로페셔널 기능이 기본 옵션으로 들어가 있다. 원래 헤드업 디스플레이만 추가해도 1백만원 정도 들기 마련이다. 또 출시가를 1백만원, 1백40만원씩 낮춘 것도 매력적이다. 

다만 10월 중순 벤츠 E클래스의 부분 변경 모델이 출시된 것이 유일한 복병이다. BMW코리아 관계자에 따르면 국내에서 동일한 시기에 벤츠의 동급 모델이 출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때문에 소비자들은 선택의 기로에 놓일 수밖에 없다. 신형 BMW 5 시리즈와 벤츠 E클래스는 40~50대 소비자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차량으로 운전자의 사소한 취향에 따라 선택이 달라지기 마련. 이러한 이유로 양사도 두 모델의 하반기 판매 기록을 놓고 자존심 싸움을 벌이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총평

가성비 따지는 한국인 스타일 제대로 파악했네!

사진 지호영 기자 사진제공 BMW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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