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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nd story

“내가 진짜 삼호어묵이다”

39세 논객 삼호어묵의 원조는 35년 전통의 어묵 브랜드

글 이현준 기자

2020. 09. 29

최근 삼호어묵이라는 닉네임의 논객(필명 윤세경)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일침을 가하며 인터넷 스타로 떠올랐다. 그는 6월 15일부터 네이버 카페 ‘부동산스터디’에 ‘정부가 집값을 안 잡는 이유’라는 제목으로 총 18편(번외편 1개 포함)의 글을 올렸는데, 9월 29일 기준 조회 수가 2백15만 회에 달한다. 속이 시원하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정부가 비판적인 글을 쓰는 삼호어묵을 탄압할지도 모른다”는 루머에 해당 카페에서는 ‘삼호어묵을 지켜야 한다’는 여론이 일기도 했다. 9월 18일 펴낸 단행본 ‘정부가 집값을 안 잡는 이유’(이레퍼블리싱)는 1쇄 5천부가 예약 판매 단계에서 완판됐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왜 하필 닉네임이 삼호어묵일까. 윤세경 씨는 자신을 ‘한 아이를 키우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워킹맘’이라고 밝혔다. 삼호어묵이라는 닉네임으로 유명세를 떨치긴 했지만 삼호어묵과 관련이 있는 건 아니다. 윤씨가 한 매체에 밝힌 바에 따르면 삼호어묵을 자주 먹는 것도 아니고, 세일하면 가끔 구입하는 정도라고 한다. 닉네임으로 삼호어묵을 택한 이유도 밥을 하다 우연히 삼호어묵 봉지가 눈에 띄었기 때문일 뿐이라고. 어쨌든 윤씨 덕분에 마트에서 오다가다 마주치는 친숙한 어묵 브랜드, 삼호어묵에도 관심이 쏠린다. 


삼호어묵은 35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어묵 브랜드다. 삼호어묵의 역사는 1985년 삼호물산이 경기도 안성에 15억원의 자금을 투입해 어묵을 생산하면서 시작됐다.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수산 가공식품의 주류는 오징어포, 쥐포, 맛김 정도였지만 삼호물산이 어묵을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소비자들의 수요 역시 다양해졌다. 80년대 초 연간 4백억원 정도였던 어묵 시장은 삼호물산의 참여로 89년 1천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삼호물산은 삼호어묵을 앞세워 어묵시장에서 대림수산, 동원산업 등 쟁쟁한 기업에 우위를 점했지만 무리한 사세 확장을 거듭하다 1992년 회사정리절차로 돌입해 법정관리를 받게 된다. 법정관리 동안 1천9백 명에 달했던 종업원 중 1천 명을 내보내는 진통을 겪었지만 결국 2002년 삼원가든에 인수됐다. 그 후 2004년엔 삼호 F&G로 사명을 변경했다가 2006년 CJ에 매각되고 2010년엔 CJ제일제당의 수산식품 계열사인 CJ씨푸드로 이름을 바꿨다. CJ는 삼호 F&B를 인수하기 이전 자체 어묵 브랜드가 없었다. 따라서 삼호어묵은 이 인수로 자연스레 CJ제일제당의 어묵 브랜드가 됐다. 사명을 변경하고 나선 더욱 승승장구했다. 시장조사기관 닐슨 기준 삼호어묵은 2011년부터 내리 8년간 어묵시장 판매량 1위를 사수하고 있다. 식품업계 1위인 CJ제일제당의 명성에 걸맞은 어묵으로 굳건히 자리 잡은 모양새다. 그렇다고 안주하지도 않는다. CJ제일제당은 올해 5월 삼호어묵 브랜드의 대표 제품인 ‘삼호 부산어묵’과 ‘삼호어묵 오뎅 한 그릇’을 리뉴얼해 판매하는 등 계속해 삼호어묵에 공을 들이고 있다.

CJ제일제당 “우린 ‘논객 삼호어묵’에 무관심”

이러한 역사와 실적을 자랑하는 삼호어묵이지만 올해 화제성면에서 논객 ‘삼호어묵’에게 밀린 건 분명해 보인다. 포털사이트에 ‘삼호어묵’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해보면 윤씨가 글을 올린 6월부터는 90% 이상이 윤씨 관련 기사다. 윤씨는 자신으로 인해 특정 브랜드가 지칭되는 것이 부담스럽다며 근래엔 ‘삼O어묵’이라고 닉네임을 표기하고 있다. 윤씨가 삼호어묵이라는 닉네임을 쓰면서, ‘원조’ 삼호어묵엔 어떤 영향이 미쳤을지도 관심의 대상이다. 



하지만 정작 CJ제일제당은 윤씨에 큰 관심이 없다고 말한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윤씨가 ‘삼호어묵’이라는 닉네임으로 이슈가 된 것도 최근에 알았다. 우리로선 그에게 무관심하다 말하겠다”고 못 박았다. “논객 삼호어묵이 매출에 영향을 주었냐”는 질문에는 “매출에 딱히 영향을 준 것 같진 않다. 설령 매출에 변동이 있었더라도 그것이 윤씨의 영향이라고 볼 근거가 없다”고 답했다. ‘원조’ 삼호어묵과 ‘논객’ 삼호어묵 사이는 다소 싱겁게 결판이 나버린 듯하다. 윤씨가 ‘삼호어묵’을 닉네임으로 정한 이유가 ‘그냥 눈에 보여서’였던 것처럼.

사진 CJ제일제당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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