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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 구매에 리셀러까지 등장, 스타벅스 ‘서머 레디백’ 난리 난 진짜 이유

EDITOR 윤혜진

2020. 06. 05

요즘 스타벅스에 커피가 아닌 가방 때문에 출근 도장을 찍는 사람들이 많다. 올 여름 유독 과열 양상을 보이며 도마 위에 오른 스타벅스 사은 행사, 그 이면을 들여다봤다.

5월 22일, 서울 여의도 한 스타벅스 매장에서 약 1백30만원치 커피 3백 잔을 주문한 구매자가 딱 한 잔의 커피와 사은품 여행 가방 17개만 챙겨간 일이 벌어져 논란이 됐다. 이 주객이 전도된 상황은 스타벅스가 5월 21일부터 7월 22일까지 진행하는 ‘e-프리퀀시 이벤트’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스타벅스는 7월 22일까지 전국 매장에서 계절 음료 3잔을 포함한 17잔의 음료를 구매하면 사은품으로 ‘서머 레디백’과 ‘서머 체어’ 중 한 가지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핑크색 서머 레디백이 인기가 높다. 

가방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 수준임에도 이미 온라인 사이트마다 득템기가 꽤 많이 올라와 있다. 선착순 증정이라 자칫하다간 음료 2잔 쿠폰으로 바뀌는 비극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 서두르는 분위기다. 이를 위해 인터넷 상에는 ‘꿀팁’도 떠돈다. 일명 ‘에스프레소 신공’. 사은품 교환권을 받을 수 있는 방법 중 가장 빠르고 저렴하면서도 뒤처리가 간편해 인기다. 에스프레소(3천6백원) 14잔과 지정 음료 중 가장 저렴한 바닐라 크림 프라푸치노(4천8백원) 3잔을 주문해 에스프레소는 미리 챙겨간 텀블러에 담아오면 된다. 총 드는 비용은 6만4천8백원. 에스프레소는 얼음 틀에 얼려두었다가 큐브라떼나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그때그때 마실 수 있다.

음료 17잔 마셔도 손에 넣기 힘든 핑크 가방

품절 대란에 대리구매까지 등장한 스타벅스의 사은품, 서머 레디백.

품절 대란에 대리구매까지 등장한 스타벅스의 사은품, 서머 레디백.

교환권 미션이야 어찌어찌 완성하더라도 문제는 또 있다. 원하는 사은품, 특히 핑크색 가방은 손에 넣기 어렵다. 매장 오픈 시간에 맞춰 방문하거나 수시로 재고를 문의해야 겨우 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중고품 거래 사이트에는 수고비 1만원 정도를 받고 대리 교환을 해주겠다는 이들까지 등장했다. 교환권을 대리 교환할 사람에게 먼저 보내줘야 하는 위험부담이 있지만 시간은 없고 가방은 갖고 싶은 사람들은 이용한다. 지인을 동원해 재고 정보망을 공유하는 경우도 많다. 

이처럼 별의별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여행 가방을 꼭 갖고 싶은 이유는 ‘스타벅스’이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 자신을 ‘스벅호갱’이라 표현한 학원장 오모(38) 씨는 “커피도 커피지만 스타벅스의 로고 디자인을 좋아한다. 진열대 위 예쁜 굿즈를 보면 갖고 싶다”고 말했다. 

과시 욕구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스타벅스는 다른 프랜차이즈 카페에 없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 소비자가 스타벅스 브랜드 정체성과 자신을 연결하고 또 주위에 이를 과시하려는 욕구도 있어 보인다”며 “이처럼 자발적으로 이슈화 해주는 스타벅스 팬들 덕분에 브랜드 가치가 더 높아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런데 이번 과열 양상에 한 가지 의문점이 생긴다. 몇 해 전부터 스타벅스는 매년 여름, 겨울마다 고객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사은품을 건 ‘e-프리퀀시 이벤트’를 해왔다. 왜 유독 이번 여름 시즌 ‘서머 체어’와 ‘서머 레디 백’이 인기인 것일까. 일각에서는 코로나19로 억눌렸던 여행 욕구에 예쁜 가방과 캠핑의자가 불을 지폈다는 분석도 나온다. 스타벅스 측은 “이번 사은품은 집에서 가족들과 혹은 한적한 곳에서 나 홀로 휴식을 통해 일상에서 벗어나 여름을 느낄 수 있는 콘셉트로 여기에 실용성을 더했다”고 밝혔다. 생활 속 거리두기로 캠핑이 인기를 얻자 트렌드에 민감한 프랜차이즈 커피 업체마다 여름 시즌 굿즈로 캠핑 용품을 선보였다. 할리스는 지난 5월 음료 주문 시 추가 구매할 수 있는 ‘릴렉스체어&파라솔 세트’를 선보여 완판했고, 투썸플레이스는 ‘썸머 매트’와 ‘텀블러 키트 2종’을 출시했다.

여행 대신 여행 가방이라도, 서울 시민은 재난지원금 결제 가능

평소 스타벅스에서 제공하던 사은품 중 가장 가성비가 좋아 보인다는 의견도 있다. 그동안 스타벅스는 여름철엔 야외용 매트, 대형 수건과 비치백 등을, 겨울철엔 주로 다이어리를 내걸었는데 이들에 비하면 여행 가방이 쓸모도 있고 제작 단가도 높아 보인다는 것. 서울 노원구에 거주하는 주부 송향주(34) 씨는 ‘에스프레스 신공’으로 얻은 교환권으로 핑크색 레디백을 노리고 있다. 송씨는 “보통 보조 가방이 5만원 정도이니 커피 17잔 값으로 가방까지 생기는 게 비싼 느낌은 아니다”라며 “일부는 스타벅스 카드로 결제해 샷을 무료로 추가했고, 일부는 재난지원금 카드로 결제해 더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스타벅스 마니아지만 이번 행사는 건너뛰겠다는 이도 많다. 주부 송향림(37) 씨 역시 스타벅스 행사에 자주 참여했지만 이번 여름은 다른 길을 택했다. 송 씨는 “아침 일찍 가야 간신히 바꿀 수 있는데 출근 때문에 힘들다”며 “이번 대란은 한정판에 대한 소유욕이 불러온 결과로 보인다. 괜히 웃돈 붙여 되파는 장사꾼만 생기는 세태가 씁쓸하다”고 말했다. 

송 씨의 말처럼 ‘리셀러’(Re-seller)들의 사재기가 기승을 부리는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인터넷 중고 거래 장터에는 포장도 뜯지 않은 ‘서머 레디백’을 7만~10만원 선에 팔겠다는 게시물이 수두룩하다. 차익을 노리는 리셀러들에 밀려 사은품 교환에 번번이 실패 중인 한 소비자는 “동네 스타벅스 매장에 가방 16개가 들어왔는데 1번으로 줄선 사람이 커피를 몇 백잔 주문해 가방을 몽땅 받아간 적이 있다. 공교롭게도 잠시 뒤 지역 중고사이트에 직거래 가능 매물로 올라와 분통터졌다”고 말했다. 스타벅스 측은 사재기가 문제되자 6월 5일부터 ‘서머 레디백’에 한해 1회 1개 교환으로 제한했다. 

전문가들은 벌써 몇 해째 반복되는 스타벅스의 사은품 품절 대란에 대한 보완책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는다면 감사의 마음으로 준비한 행사가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직장인 조규원(39) 씨가 그런 케이스다. 평소 직장 근처 스타벅스 매장을 자주 찾는 조씨는 “과도하게 사은품에 집착하는 사람들 때문에 나도 안 좋은 시선으로 비칠까봐 당분간 피하고 싶다”며 “소소하게 몇 잔 마시고 기분 좋게 사은품 받는 이벤트가 더 의미있었다”고 말했다. 

이은희 교수는 “기업 입장에서 이벤트를 하는 것은 당연하고 또 이번 아이템 자체가 디자인도 좋고 시의적절했다”면서도 “그렇다고 본품 대신 부품을 택하는 일이 벌어지도록 만든 건 스타벅스의 잘못이다. 사은품 획득 기간과 수량을 늘리고 국내 커피전문점 시장 1위답게 고품격 커피 문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품절대란 부른 역대 ‘e-프리퀀시’ 사은품

2018년 여름 ‘마이 홀리데이 매트’ 

품귀 현상을 일으킨 첫 여름 한정 사은품은 비닐 돗자리였다. 그전에는 음료 쿠폰이나 리유저블 컵을 제공해온 스타벅스가 2018년 지정 음료 3잔을 포함한 음료 15잔 구매 시 ‘블루’와 ‘옐로우’ 색상 매트 중 한 가지를 받을 수 있는 이벤트를 열자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이벤트 초반에는 ‘핑크’ 색상을 3만1천원에 판매했으나 물량이 부족하자 판매를 중단하고 모두 증정용으로 돌리는 해프닝도 있었다.

2019년 여름 ‘서머 스테이 킷’ 

지난해 여름 스타벅스 한국 진출 20주년을 기념해 선보인 ‘서머 스테이 킷’은 비치 타월과 전용 가방으로 이뤄진 세트 상품. 지정된 미션 음료 3잔 포함 총 15잔 음료 구매 시 무료 제공됐다. 당시 전년 사은품 보다 2.5배 더 많은 물량을 준비해놓았음에도 품절 대란이 일어나자 스타벅스 측은 50% 이상 추가 생산에 들어갔고 제품 교환 기간을 9일 더 늘렸다.

2019년 겨울 ‘라미’ 펜세트 

스타벅스는 겨울 시즌에는 주로 다이어리를 사은품으로 내거는데, 독일 프리미엄 필기구 브랜드 ‘라미’와 협업한 펜세트가 등장하자 스타벅스 팬들 사이에선 “펜세트까지 얻으려면 34잔, 한 달 내내 가야한다”는 ‘웃픈’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펜세트는 펜과 함께 펜 클립에 꽂아서 사용하는 액세서리 2종, 틴케이스로 이루어졌다. 색상은 화이트와 레드 중 특히 화이트가 인기여서 득템하는 이들은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기획 정혜연 기자 사진제공 스타벅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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