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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 초등생에 구상금 청구 소송 제기했다 ‘입길’ 오른 한화손해보험

EDITOR 정혜연 기자

2020. 04. 07

아버지를 잃은 초등생에게 소송을 건 보험사가 어딘지 알려달라는 내용의 청와대 청원.

아버지를 잃은 초등생에게 소송을 건 보험사가 어딘지 알려달라는 내용의 청와대 청원.

3월 24일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고아가 된 초등학생에게 소송을 건 보험회사가 어디인지 밝혀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와 논란이 됐다. 한 보험사가 6년 전 고아가 된 2008년생 초등학생을 상대로 구상권 청구 소송을 냈다는 것.

사고 발생 6년 뒤 고아원에 날아온 이행 권고명령

이번 사건은 교통 사고 전문인 한문철 변호사의 유튜브를 통해 공론화됐다.

이번 사건은 교통 사고 전문인 한문철 변호사의 유튜브를 통해 공론화됐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2014년 전남 장흥의 한 교차로에서 오토바이와 승용차가 충돌해 오토바이 운전자가 사망하고, 승용차 동승자는 크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과실 비율은 승용차와 오토바이 운전자 각각 5대5로 처리됐고, 승용차 운전자 측 보험사인 한화손해보험은 오토바이 운전자 사망 보험금 약 1억5천만원 가운데 자녀 몫을 A군 가족 측에 우선 지급했다. 또 다른 유족인 아내는 사고 전 고향인 베트남으로 돌아가 연락이 끊긴 상태였다. 

그런데 이와 별도로 당시 승용차 동승자 치료비 가운데 절반은 오토바이 운전자 측이 부담해야할 몫이었다. 한화손해보험은 동승자의 치료비와 합의금으로 5천3백33만원을 우선 지급하고, 절반인 2천6백91만5천원을 오토바이 운전자의 미성년 자녀인 A군에게 내라고 구상권을 청구했다. 이행 능력이 없는 A군은 이를 납부하지 못했고, 보험사는 A군을 상대로 소송을 걸어 최근 법원으로부터 전액 납부할 때까지 연 12%의 이자를 지급하라는 이행 권고명령을 받아냈다. 

A군의 가족은 교통사고 소송을 전문으로 하는 한문철 변호사에게 의뢰를 했고, 한 변호사가 3월 22일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사연을 알리면서 공론화됐다. 이후 청와대에 익명으로 해당 사건에 대한 청원이 게시됐고, 18만 명 넘게 동의하며 논란이 확산되자, 한화손해보험은 3월 25일 강성수 대표 명의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강 대표는 사과문에서 ‘소송이 정당한 법적 절차였다고 하나, 소송에 앞서 소송 당사자의 가정 및 경제적 상황을 미리 당사가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고 법적 보호자 등을 찾는 노력이 부족했다’면서 사과했다. 그러면서 ‘회사는 소송을 취하했으며 향후에도 해당 미성년 자녀를 상대로 한 구상금 청구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무보험 사망자 상대로 기계적 과실 비율 책정

논란이 일단락된 것처럼 보이지만 몇 가지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한문철 변호사는 애초에 보험사가 과실 비율 책정을 잘못했다고 지적한다. 통상 신호등 없는 교차로에서 서로 직진하던 차량이 충돌했을 때 넓은 도로 측 차량에 우선권이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 사고는 차대 오토바이 사고인데다 사망사고인 점을 감안해 5대5로 과실비율이 책정됐다. 한 변호사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상대 차량이 브레이크를 밟은 흔적이 없고, 충돌 후 33m 더 나가 멈춘 점을 미뤄볼 때 과속 내지 전방주시 태만이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 경우 승용차 과실이 80%로 결정된 대법원 판례가 있다”고 덧붙였다. 



보험소송을 전문으로 하는 김모 변호사는 “자동차 사고는 통상적으로 적용하는 과실 비율이 있는데, 거기에 갖가지 사정을 취합해 비율을 조정하게 된다. 해당 사고의 경우 오토바이 운전자 측이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관계로 승용차 보험사에서 기계적으로 과실 비율을 적용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사고 처리를 담당한 한화손해보험 측이 구상권 청구의 대상이 고아인 상황을 알았을 것이란 일각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고. 그는 “보통 보험 가입자가 교통사고 보험금을 청구할 경우 보험사 직원은 현장에 가보고, 가해자와 피해자를 만나는 등의 업무를 하게 돼 있다. 아버지가 사망하고, 어머니가 고국으로 돌아가 사망자의 자녀가 사실상 고아가 된 사정을 보험사가 몰랐을 리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화손보 측은 이미 승용차 동승자 치료비와 합의금을 지급했기 때문에 절반을 유가족에게 청구하는 것은 적법한 권리 행사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모 변호사는 “만약 한화손보 담당 직원이 유가족에게 구상권을 행사하지 않았다면 업무상 배임에 해당한다. 때문에 담당 직원이나 한화손보 측을 일방적으로 나무랄 수는 없다. 그러나 A군의 법적 보호자 등을 찾는 노력 없이 초등학생을 상대로 구상권 소송을 제기한 것은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어머니 몫 보험금, 소멸시효 관계없이 지급”

A군 어머니 몫의 보험금 수혜 여부도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한화손보 측은 사과문을 통해 ‘언제라도 정당한 권리자가 청구를 하거나 법적 절차에 문제가 없는 방법이 확인되는 경우 즉시 보험금을 지급할 것이다. 또 미성년 자녀가 성년이 되고 절차에 따라 정당한 권리를 취득하는 경우 자녀에게 보험금이 지급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보험금 소멸시효인 10년 안에 자녀가 성년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어머니 몫의 9천여만원은 결국 한화손해보험이 가져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한화손해보험 측은 “어머니 몫의 보험금은 소멸되지 않고 법적인 상속 관련자에게 지급된다”고 분명히 했다.

사진 청와대 청원게시판 및 유튜브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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