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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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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온라인 탑골공원 스타들

EDITOR 두경아

2020. 04. 05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일명 ‘탑골공원 스타들’의 역주행 인기가 심상치 않다. 시곗바늘을 돌려 그들을 현재로 소환해보았다. 

요즘 핫한 신조어 중 하나는 바로 ‘온라인 탑골공원’이다. 온라인과 노년층이 많이 모이는 서울 종로 탑골공원을 합친 말로, 1990~2000년대 유행했던 음악 방송 영상을 보면서 그 시대를 그리워하며 추억을 나누는 데서 유래했다. 지난해 트렌드를 이끌었던 뉴트로(New+Retro, 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경향)의 대표 현상 중 하나로, 이제는 당시 영상을 보여주는 각종 채널과 이런 문화를 일컫는 말로 외연이 확대됐다. 온라인 탑골공원을 대표하는 그 시절 그리운 스타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무대를 초토화시켰던 쌍권총 춤
심신

훤칠한 키와 깔끔한 얼굴의 심신(53)은 꽃미남으로만 표현되기엔 너무나 아쉬운 비주얼 가수였다. 1990년 ‘그대 슬픔까지 사랑해’로 데뷔해, 모델 같은 패션 감각과 카리스마 있는 무대 매너로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 ‘오직 하나뿐인 그대’ ‘욕심쟁이’ ‘성격차이’ ‘갈망’ 등이 연달아 인기를 끌면서 1990년대 초반까지 가요계를 장악했다. 특히 ‘오직 하나뿐인 그대’를 부를 때는 검은 선글라스와 쌍권총 춤, 스탠딩 마이크를 활용한 퍼포먼스로 전 국민의 사랑을 받았는데, 당시 독특했던 무대 매너는 지금까지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전성기 시절 톱스타였던 가수 강수지와의 공개 연애로 화제를 모았고, 이어 이별까지 고스란히 방송을 타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두 차례의 대마초 사건과, 급변하는 가요계에 적응하지 못하고 연예계를 떠난 그는 미국으로 건너가 오랫동안 사업에만 전념했다. 

이후 2007년 ‘그림자’를 발표하며 음악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고, 예전만큼의 명성은 아니지만 간간이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활동을 이어왔다. 2016년에는 ‘복면가왕’에 출연했고, 2018년에는 음반을 발표하는 등 꾸준히 활동 중이다. 지난해에는 ‘TV는 사랑을 싣고’에 출연했으며, 최근에는 예능 프로그램 ‘비디오스타’에 나와 그때 그 이야기를 풀어냈다. 특히 2020년 버전 ‘오직 하나뿐인 그대’ 무대를 공개했는데,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가죽 재킷과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쌍권총 춤을 재연해 환호를 받았다.

원조 걸 크러시
이본

다른 탑골공원 스타들이 유튜브의 과거 영상 속에 머물러 있는 것과 달리 이본(48)은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올드(Old) K팝을 소개하고 있다. 뉴트로를 표방한 SBS FiL 채널에서 ‘올드송 감상실 콩다방’을 진행하며 1990~2000년대 인기 가요를 소개하는 중이다. 가요 프로그램 MC이자 인기 라디오 DJ로 활동했던 당시의 생생한 이야기와 함께 엄정화, 차태현, 김원준, 지누션 등 탑골공원 가수들을 소환 중이다. 김원준의 ‘Show’ 뮤직비디오를 감상한 후 “원조 꽃미남이다. 지금도 한 달에 한 번씩 꼭 보는데, 육아하랴 DJ 하랴 바빠서 얼굴이 반쪽이 됐다. 그래도 X세대의 아이콘이다”라는 이야기를 전하는 식이다. 



그러나 정작 오랫동안 대중이 궁금해한 스타는 이본이었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당돌한 매력으로 ‘까만콩’이라 불리며 1990년대를 풍미했던 그는 당시 보기 드물었던 걸 크러시로 큰 사랑을 받았다. 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 ‘순수’ 등에서 강렬한 연기를 선보였으며, 음악 프로그램 인기 MC이자 DJ로도 활약했다. 두 장의 앨범을 내며 가수로도 활동하던 그는 2004년 라디오 ‘이본의 볼륨을 높여요’를 마지막으로 방송계를 떠났다. 어머니의 병간호가 그 이유였다. 그로부터 10년 뒤, 2014년 ‘무한도전-토토가’에서 MC로 모습을 드러냈고, 이후 ‘돌 아이텐티티’ ‘앞치마 휘날리며’ 등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여전한 입담을 과시하고 있다.

청순가련형 가수에서 스타 셰프로!
이지연

여고생 가수로 데뷔해 청초한 외모와 수준급 가창력으로 인기를 얻었던 원조 책받침 스타다. 이지연(50)의 등장은 가요계의 판도를 바꿔놓을 정도로 센세이셔널했다. 1987년 ‘그때는 어렸나 봐요’로 데뷔한 후 ‘그 이유가 내겐 아픔이었네’ ‘난 아직 사랑을 몰라’ ‘바람아 멈추어다오’ 등 잇따라 히트곡을 내며 최고의 스타로 사랑받았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 너무나 큰 성공을 거둔 탓일까. 1992년 돌연 활동 중단을 선언하고, 드러머 정 모 씨와 결혼해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 

이후 요리에 입문한 그의 근황은 ‘가수 이지연’이 아닌 ‘셰프 이지연’으로 알려졌다. 2007년 고추장 양념을 넣어 개발한 돼지고기 샌드위치가 인기를 끌면서 셰프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2008년 미국 조지아주 요리대회 1위, 2009년 미국 동남부 요리대회 대상, 2009년 전미요리대회 2위, 2011년 애틀랜타 베스트 요리 10선 국제부문 6위 등 마치 가요계를 평정하듯 셰프로서도 승승장구했다. 그런 와중에 남편과 2008년 이혼했으며, 2014년 요리 학교에서 만난 9세 연하 미국인 셰프 코디 테일러와 재혼했다. 

이지연은 셰프로 새 인생을 살고 있지만, 노래를 아예 그만둔 건 아니다. 2017년에는 가수 장덕의 노래를 리메이크한 음원을 발표했는데, 당시 그는 “이번 활동이 본격적인 가수 컴백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2018년에는 ‘슈가맨’ 시즌2의 첫 번째 슈가맨으로 등장해 큰 이슈가 됐고, ‘레전드 7080’에서 히트곡을 열창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남편과 함께 요식업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2020 제임스 비어드(JAMES BEARD)’에 노미네이트되는 영광도 안았다.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최근 자신의 SNS를 통해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따른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글을 게재하기도 했다. 그는 ‘I have allergy. No Coronavirus’라고 쓴 마스크를 착용한 사진과 함께 ‘마스크를 쓴 날 보고 소리 지르거나 (발길로) 차지 말라. 마스크를 쓰고 있는 동양인이라고 해서 아프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고 썼다.

30년을 뛰어넘은 뉴트로 아이콘
양준일

지난해 연말부터 올해 초까지 펭수에 대적할 만한 화제를 뿌린 스타는 양준일(51)이 아닐까. 그는 오랫동안 온라인 탑골공원에서 레전드로 추앙받았다. 여러 차례 ‘투유 프로젝트-슈가맨 3’(이후 슈가맨) 출연을 고사해오다 어렵게 다시 무대에 섰다. ‘슈가맨’ 출연 이후 그의 삶은 완전히 바뀌었다. 생애 첫 팬미팅을 성황리에 끝냈으며, 에세이집 ‘Maybe, 너와 나의 암호말’을 출간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기업에서도 잇따라 러브 콜을 보내 모델로도 변신했다. 롯데홈쇼핑을 시작으로 시원스쿨, 피자헛, 베로카 비타민 등 종류와 분야도 다양하다. 게다가 그의 패션 센스를 알아본 신세계인터내셔날에서는 전속 모델로 발탁해 자사의 패션 브랜드 제품을 자유롭게 입을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배철수 잼’과 ‘라디오스타’ ‘해피투게더’ 등 음악·예능 프로그램에 두루 출연하며 팬들과 만나고 있다. 이 모든 일은 역주행 팬덤 덕분이다. 그의 말과 활동이 잔잔한 울림을 주면서 10대부터 60대까지 폭넓고 두꺼운 팬층을 갖게 됐다. 

양준일은 재미교포 출신 가수로, 1991년 ‘리베카’로 데뷔했다. ‘가나다라마바사’와 ‘Dance with me 아가씨’ 등이 잇달아 성공했으나, 여성스러운 외모에 미국식 퍼포먼스는 당시 트렌드에 맞지 않아 호불호가 갈렸다. 그러던 중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공연 비자 연장을 불허해 활동에 차질을 빚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이후 2000년 완전히 다른 모습인 V2(활동명)로 컴백해 ‘판타지’로 활동했으나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소속사와 분쟁을 겪고 가수 활동을 하지 못하다가 2015년 다시 미국으로 돌아갔다. 그러던 중 유튜브를 통해 과거 영상이 인기를 끌면서 지드래곤 닮은꼴로 주목받았다. 너무도 세련된 외모와 패션, 시대를 앞서간 감각, 음악적인 실력 등이 재평가 되면서 이제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독보적인 존재, 언제 컴백하나요?
심은하

1990년대를 대표하는 배우이자, 청순한 외모에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로 남녀 모두의 사랑을 받은 심은하(48)는 팬들이 복귀를 기다리는 스타 중 하나다. 드라마 ‘마지막 승부’에서 청순가련한 다슬이를 연기해 청춘스타로 급부상했고, 납량 특집 드라마 ‘M’에 이어 남편에게 배신당해 복수하는 역을 맡은 ‘청춘의 덫’은 그를 최고 배우 반열에 올려놓았다. 지금도 ‘M’과 ‘청춘의 덫’ 명장면은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1998년 개봉한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로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받았는데, 이 작품은 2013년 한 차례 더 개봉했을 정도로 한국 영화의 클래식이 됐다. 이후에도 ‘미술관 옆 동물원’ ‘텔 미 썸딩’ ‘인터뷰’ 등에 출연해 독보적인 배우로 자리매김해갔다. 

그러나 2001년 돌연 연예계를 은퇴했으며, 이후 2005년 미래통합당 지상욱 의원과 결혼했다. 남편과 함께 정치인의 아내로 공식적인 자리에만 얼굴을 내비치는 그는 수많은 목격담에 의하면 수수한 가정주부로 평범하게 살고 있다고 한다. 가족들과 함께 극장에서 영화 관람을 하거나 식당에서 식사하는 모습을 봤다는 목격담이 맘카페에 속속 올라온다. 올해 1월에 게시된 글에는 ‘약수시장 해물텀벙집에 어디서 많이 본 사람이 들어왔다’면서, ‘둘째 딸을 보니 ‘아! 심은하가 저랬지’ 할 정도로 예쁜 얼굴이 엄마를 닮았다. 심은하는 평범한 일상을 사는 것 같아서 신기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은퇴한 지 오래지만 심은하는 여전히 러브 콜을 받고 있는 배우다. 

2014년 1월부터 2015년 4월까지 극동방송 라디오 프로그램 ‘심은하와 차 한잔을’의 DJ를 맡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종교적인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팬들의 오랜 기다림이 헛된 희망만은 아닌 듯하다. 한 스포츠지가 지난 2월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모 드라마 제작사 대표가 “최근까지 심은하와 드라마 출연에 대해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눴으나 개인적인 일로 시기를 미뤘다. ‘절대 복귀하지 않겠다’는 뜻은 아니라 가능성을 계속 열어두고 있다”고 전했다고 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엄마의 재능을 물려받은 두 딸이 2016년 영화 ‘인천상륙작전’에 출연했다는 점이다.

노노노노노… 여전한 신비주의
하수빈

과거 이지연의 등장 이후, 비슷한 노선을 걷는 가수들이 있었다. 하수빈(47)과 강수지가 대표적이다. 두 사람 모두 이지연의 ‘청순파 계보’를 이으며 남성 팬들에게는 환호를, 여성 팬들에게는 질투를 한 몸에 받았다. 특히 1992년 열아홉 살에 데뷔한 하수빈은 ‘노노노노노’ ‘더 이상 내게 아픔을 남기지 마’ ‘사랑의 향기’ 등을 연이어 히트시켰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꾸준히 활동해온 강수지에 비해, 불과 1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활동하다가 홀연히 사라졌다. 음악을 넘어 다채로운 예술 활동을 하고 싶다는 게 이유였다. 

가요계를 떠난 그는 캐나다와 호주, 발리, 유럽 등을 오가며 라스텔라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해 건축 사업과 프로듀서로서 대중음악을 계속해왔다. 그러나 너무나 짧고 강렬했던 

활동 덕분인지 시간이 지나도 팬덤은 식지 않았다. 결국 2010년 3집 앨범을 내고 가요계에 컴백했다. 아름다운 외모와 청순미는 여전했다. 당시 ‘라디오스타’에 강수지와 함께 출연해 여장 남자, 본명 등의 소문에 대해 해명하기도 했고, 음악 방송이나 콘서트를 열며 활동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팬들 곁에서 사라져 아쉬움을 자아냈다. 

‘슈가맨’에서 만나고 싶은 가수로 꼽히는 그는, 아주 가끔 팬 카페를 통해 근황을 전할 뿐이다. 사업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40대 후반의 나이에도 트레이드마크인 긴 생머리에 여성스러운 패션은 여전하다.

기획 강현숙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 뉴스1 뉴시스 동아DB 디자인 이지은
사진제공 나무위키 라스텔라엔터테인먼트 양준일팬페이지 유튜브 인스타그램 한국영상투자개발 각 방송 캡처 SBS FiL RIAK발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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