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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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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도시 넘어, 더불어 사는 맏형 도시 만들 것”

품격도시 강남, 정순균 구청장

EDITOR 정혜연 기자

2020. 03. 05

강남구는 그야말로 ‘세계 속의 강남’으로 부상한 지 오래다. 싸이의 노래 ‘강남스타일’ 덕을 보긴 했지만 직접 강남을 찾아 눈으로 보고 경험한 외국인들은 감탄을 쏟아낸다. 1등 도시를 이끄는 정순균 강남구청장을 만나 강남의 현주소와 목표에 대해 들었다.

서울시 강남구는 왠지 모르게 특별하다. 접경지를 넘어서면 다른 차원의 도시에 발을 디딘 듯 색다른 분위기가 느껴진다. 트렌드세터들의 핫 플레이스 강남역 사거리, 아찔한 고층 빌딩이 빼곡히 들어선 테헤란로, 고급 명품 숍들이 즐비한 청담동 명품 거리 등 강남만의 분위기로 관광객은 물론 내국인을 홀린다. 

지난 1월에는 강남구에서 특별한 브랜드를 만들어 눈길을 끌었다. 강남구는 ‘미미위(ME ME WE) 강남’이라는 브랜드 네임 아래 ‘나, 너, 우리가 함께하고 배려하고 존중하는 품격강남’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도시 곳곳에 자체 브랜드를 알리고 있다. 테헤란로에 깃발을 내거는 등 어디서든 자체 브랜드를 볼 수 있도록 꾸몄고 성수대교 남단, 강남역 주변 등에 미미위 강남 조형물을 설치할 예정이다. ‘I♡NY’ ‘I amsterdam’과 같이 도시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키우는 것이 강남구의 목표다. 

강남구가 자체 브랜드를 만든 것은 2020년을 제2도약의 원년으로 삼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올해 상반기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착공을 시작으로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 수서역 역세권 개발, 구룡마을 개발 등 대형 프로젝트 사업이 순차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지금도 서울 시내 독보적인 지역구인 강남구는 향후 5~6년 내 천지개벽하게 된다. 

2월 중순 도약의 출발선에 선 강남구를 진두지휘하는 정순균(69) 강남구청장을 만났다. 그는 2018년 6월 구청장 당선 이후 1년 7개월 동안 구청 살림을 챙겨왔다. 보통 구청장실에서 인터뷰를 진행할 법한데 그는 논현1동 주민센터 내 문화공간을 인터뷰 장소로 정했다. 장소 선정 이유에 대해 묻자 정 구청장은 “지난해 강남구 내 22개 주민센터 가운데 20개소에 주민 문화공간을 조성했다. 각각의 콘셉트가 있는데, 논현1동 주민센터 문화공간은 ‘북카페’ 콘셉트여서 아늑한 느낌을 준다. 여성동아 독자들에게 특별히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세심한 부분까지 챙기는 정순균 강남구청장과 구청 현안 및 지향하는 바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요즘 코로나19 문제에 관심이 높습니다. 강남구에서는 아직까지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는데 구청 차원에서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요. 

확진자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초반에 3번째 확진자가 강남구 내 병원, 호텔 등 곳곳을 거쳐 간 것이 알려져 난리가 났습니다. 구청에서 즉시 대책본부를 꾸려 대응에 나섰고, 특히 확진자가 거쳐 간 장소는 모두 방역과 소독 작업을 마쳤어요. 강남구 관내에 1만5천여 식품 접객업소가, 1백60여 숙박업소가 영업 중이에요. 이들 역시 방역을 철저히 하고 종사자들도 각별히 예방 수칙을 지킬 것을 당부하고 있어요. 문화재단이나 시설관리본부에서 계획했던 프로그램들은 일제히 중단했고요. 강남구 보건소에서는 매일 아침저녁으로 비상대책 회의를 하는데 저 역시 매일 상황을 체크하고 있습니다. 바이러스 확산을 막는 것은 물론 가짜뉴스를 막고, 지역 경제를 챙기는 일도 같이하고 있어요. 



미세먼지에 대한 우려도 높은데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요. 

취임 후 역점을 두고 시행하는 정책이 바로 ‘미세먼지 해소’와 ‘하수 악취 근절’입니다. 강남구 하수 시스템이 정화조 물과 하수가 섞여서 나가는 곳이 있어 찌꺼기가 고여 있다든지 하면 악취가 심하게 났어요.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쓰는 중이고 미세먼지는 강남구 곳곳을 깨끗이 청소해 줄이려 하고 있어요. 지난해 미세먼지 흡입차 4대와 물 청소차 4대를 증차했고, 올해는 물 청소차를 11대 증차할 예정입니다. 물 청소차 가운데 7대는 소형으로 도입해 대로변뿐 아니라 집 앞 이면도로까지 청소할 예정이죠. 지난해 9월 내놓은 ‘더 강남’ 앱을 내려받으면 ‘환경정보’ 메뉴를 통해 강남구 내 1백45곳의 대기질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요. ‘나쁨’인 곳은 5분 미세먼지 청소 대기조가 투입돼 바로 청소에 들어가죠. 또 지하철 청담역 지하 650m 구간을 지하정원으로 만들고 미세먼지 프리존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양재동에는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는 에어돔을 만들어 미세먼지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어요. 올해는 이런 미세먼지 셸터를 강남구 내 곳곳에 설치할 계획입니다. 

올초 ‘미미위 강남’이란 자체 브랜드를 만들어 화제가 됐습니다. 브랜드를 만든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요즘은 물건만 브랜드가 있는 시대가 아니죠. 도시도 하나의 브랜드가 될 수 있어요. 지난 한 해 동안 스타일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준비를 했어요. 싸이의 노래 ‘강남스타일’ 때문에 남아메리카든, 아프리카든 강남이라는 지역을 어딜 가도 알아요. 그러나 강남의 진면목이 알려진 건 아니에요. 강남구는 올해를 제2도약의 원년으로 삼고 세계 속의 강남으로 알리려고 합니다. 특히 올해는 GBC 타워 착공,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 수서역 역세권 개발, 구룡마을 개발 등 대형 프로젝트가 시작되죠. 앞으로 5년 뒤에는 강남구가 지난 40년간 발달한 것에서 한 단계 더 올라갈 거예요. 연간 7백만 명의 관광객이 앞으로는 1천만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요. 그러려면 강남만의 브랜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모아진 거죠. 

‘미미위’라는 단어의 어감이 매우 친근한데 무슨 뜻을 담고 있나요. 

‘나, 너, 우리’라는 뜻인데 사람들이 ‘너라면서 왜 미(ME)를 쓰냐’고 물어봐요. 두 번째 ‘미’는 당신의 또 다른 나, 나의 또 다른 당신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요. 미미위 강남의 슬로건도 ‘함께하고 배려하고 존중하는 품격강남’이거든요. 사실 강남 사람들은 깍쟁이 이미지가 강하고, 외부에서도 그들만의 세상으로 바라보죠. 하지만 강남구는 2007년부터 거둬들이는 세수를 서울시의 나머지 24개구와 나눠 쓰고 있어요. 지난해에는 5천8백억원 가운데 2천3백억원을 다른 구에 나눴어요. 일부 주민들은 ‘내가 낸 세금을 왜 다른 동네에 퍼주냐’는 부정적 시각을 가지고 있죠. 하지만 제 생각에 강남은 1등 도시인 동시에 맏형 같은 도시가 되어야 한다고 봐요. 같이 어울려 살아야 하지 않겠어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부유한 파리 16구 주민들처럼 나누고 베푸는 따뜻한 강남 이미지를 미미위 강남 브랜드를 통해 구축하고 싶었어요. 


현재 강남구청에서 챙기는 다양한 사업들

2018년 6월 당선 당시, 지방자치가 실시된 1995년 이후 처음 민주당 출신 구청장이 선출돼 화제였습니다. 취임 초반 소감이 남달랐을 것 같은데요. 

지방자치 23년 만에 민주당 출신 강남구청장이 처음 선출된 것은 제가 잘나서가 아니라 구민들이 변화를 갈구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구민들의 뜻을 받아들여 강남을 새로이 변화시키고 품격 있는 강남, 강남다운 강남을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죠. 그동안 가랑비에 옷 젖듯이 서서히 변화를 해나간 결과 주민들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취임 초반에 강남 곳곳이 태극기로 덮여 있었어요. 외국 관광객도 많이 찾는데 여러 나라 국기가 걸려 있는 것이 의미 있을 것 같아 테헤란로, 영동대로 등 곳곳에 걸린 태극기를 만국기로 교체했어요. 반응도 좋았죠. 지금은 미미위 강남 깃발로 교체했어요. 이처럼 임기 동안 눈에 확 띄지 않아도 의미 있는 변화를 서서히 이끌어낼 생각입니다. 

기자, 국정홍보처장, 한국방송광고공사 사장, 문재인 대통령 캠프 언론특보 등 다양한 일을 하다가 구청장으로 취임했는데 일의 성격이 달라서 어렵지는 않았나요. 

전혀요. 구청장은 균형 감각을 가져야 해요. 그런 측면에서 23년 동안 신문사에서 기자 생활을 한 것이 세상을 균형적으로 보는 데 크게 도움이 됐어요. 또 중앙 부처에서 일한 경험도 도움이 됐어요. 매출 2조3천억원의 공기업에서 경영한 노하우는 구청장을 하는 데 매우 도움이 됐죠. 구청장은 정치인이 아니에요. 한 집안의 살림을 챙기는 어머니 같은 역할을 해야 하죠. 57만 강남구민들이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지역 현안 및 다양한 이슈를 챙기며 불편함이 없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또한 강남구청에서 일하는 공무원이 2천7백여 명인데 구민들에게 충분히 봉사할 수 있도록 이들도 내부 고객이라 생각하고 직원 복지도 철저히 챙기고 있죠. 

지난 1월 강남구는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주관한 ‘2019년도 공공기관 부패방지 시책평가’에서 1등급(최우수)을 받았습니다. 보람을 많이 느끼셨을 듯합니다.
 
이외에도 지난해 서울시에서 가장 깨끗한 구로 선정됐고, ‘더 강남’ 앱으로 ‘스마트 시티’에 선정되기도 했어요. 대외적으로 수상을 하게 되면 물론 안 받는 것보다야 기분은 좋죠(웃음).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대외적인 평가보다 57만 강남구민들이 편안하고 깨끗하게 생활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싶어요. 

그런 의미에서 강남구 내에는 곳곳에 미디어 조형물이 설치돼 구민들의 호평을 받고 있는데요. 이런 시도는 어떻게 하게 됐나요. 

대기업이 운영하는 호텔이든 사옥이든 대표적인 공간에 가보면 느낌이나 분위기가 사뭇 달라요. 강남도 그런 색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런 의미에서 청담동 미디어 폴, 신사역 미디어 조형물, 양재천문대 발광 다이오드 조명 등 다양한 조형물을 설치했죠. 서초구, 송파구에서 강남으로 들어서면 ‘역시 강남은 다르구나’ 하는 느낌을 받게끔 하는 것이 목표예요. 

2020년도 벌써 두 달이 지나가고 있는데요. 올해 강남구는 어떤 일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일단 미미위 강남 브랜드를 통해 강남을 세계적인 도시로 알리고 싶습니다. 현재 8천만 가구가 시청하는 싱가포르 방송 ‘채널 뉴스아시아’에 일주일에 한 번 30분씩 ‘강남 인사이드 픽’이라는 프로그램을 내보내고 있어요.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 거리 등 다양한 문화 체험 관련 내용을 알리고 있죠. 또 올해 역점을 둔 일은 강남을 스마트 시티로 만드는 것입니다. 요즘은 인공지능 스피커로 독거노인을 돌보기도 하는데, 이런 스마트 기술을 강남구 정책 전 분야에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또 도시민들이 ‘문화적으로 향유할 것이 많은 도시에 살고 싶다’는 요청이 많은 만큼 각종 문화 이벤트, 강남 페스티벌, 연주회 등 50여 문화 행사를 준비해 구민들이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준비 중입니다. 


‘소통장’이라는 닉네임이 있으시던데, 구청장님만의 소통 노하우가 궁금합니다. 

동별로 구민들을 직접 찾아가서 올해 예산 내역, 주요 사업 등에 대한 설명회를 열고 있죠. 구청 차원에서 선정한 명예 구청장, 명예 부구청장 등 명예 행정관이 있어요. 그분들을 만나 올해 살림에 대해 설명해드리죠. 또 주민센터에 ‘순균C에게 바란다’는 민원함을 만들어 구민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하고 어떤 민원이 있는지 직접 챙기고 있어요. 강남구청 1층 로비를 열린 공간으로 만들고, 무대를 설치해 독서회를 여는 등 소통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죠. 

강남 하면 높은 집값 문제를 빼놓을 수 없는데요. 이 때문에 재건축 사업이 묶여 있습니다. 구민 불만이 많을 것 같은데 구청에서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재건축 문제는 구청의 큰 숙제죠. 1970년대 강남은 계획도시로 개발됐어요. 그 당시 지어진 아파트들은 이제 40년 된 주거 공간이라 녹물이 나오는 등 매우 열악한 상황이에요. 집값 안정화라는 목적으로 재건축 사업이 묶여 진척이 되지 않는 것은 매우 안타깝습니다. 강남 주민들의 주거 복지 증진을 위해서라도 빨리 추진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중앙 정부와도 협의를 하고 있어요. 구청은 서울시와 주민들의 가교 역할을 해서 설계 단계부터 진척이 잘될 수 있도록 돕고 있어요. 

10여 년 전 개설된 ‘강남구청 인터넷 수능방송’이 지금까지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향후 운영 방침도 궁금합니다. 

여전히 전국적으로 인기가 높아요. 사교육 기회가 적은 지방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죠. 올해는 시스템을 바꾸고, 자재도 현대화된 기계들로 전면 교체해서 양질의 방송을 하려고 준비 중이에요. 또 지금은 수능 인터넷 강의만 제공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강의 목록도 다양화하려고 합니다. 스탠퍼드 등 세계 유수 대학들이 인터넷 강의를 공개하고 있는데, 이런 곳들과 제휴를 해서 강남구민뿐 아니라 서울시민들이 온라인 강의를 통해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학점제도 도입한다면 금상첨화겠죠. 

지금까지 구청장으로 재임하면서 가장 보람됐던 일은 무엇인가요. 

재임 3년 차에 들어서면서 후보 시절 약속했던 ‘기분 좋은 변화’가 서서히 드러나고, 주민들이 그런 변화를 피부로 느끼고 있어서 보람됩니다. 품격 있는 강남을 향해 한 발씩 나가고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 것 역시 기분 좋은 일이죠. 남은 임기 동안 열심히 달려서 강남구를 1등 도시, 맏형 도시로 변화시키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사진 지호영 기자 디자인 김영화
사진제공 강남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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