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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prize

PARASITE ‘기생충’ 이 상도 받으시오

EDITOR 조진혁

2020. 02. 27

칸에서 아카데미까지 지구 대륙을 횡단하며 세계 58개 영화제에서 1백60여 개의 트로피를 거머쥔 ‘기생충’. 아무리 칭찬해도 부족함이 없는 이 영화에 ‘여성동아’도 상을 드립니다.

어록 제조기상
봉준호 감독

봉준호 감독의 수상 소감은 하나하나가 영화 속 명대사처럼 감동이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뒤 함께 후보에 오른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는 말을 인용하며 그에게 존경을 표하는가 하면, “오스카에서 허락한다면 이 트로피를 텍사스 전기톱으로 잘라서 5등분해 (다른 후보 감독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이라는 말로 다른 쟁쟁한 후보들과 기쁨을 나눴다. 짧은 시간 동안 언변으로만 웃고, 울고, 소름 돋게 했다. 이에 앞서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는 “1인치 정도 되는 장벽을 뛰어넘으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만날 수 있다. 우리는 단 하나의 언어를 쓴다고 생각한다. 그 언어는 영화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이 수상 소감이 회자될 즈음 이미 자막의 장벽은 무너졌다는 것을 뼛속 깊이 느낀 봉준호 감독은 자신의 명언을 고쳐나가는 인터뷰를 해야만 했다.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자 “(언어의) 경계가 다 깨져 있었는데 내가 뒤늦게 이야기한 것 같다”고 수습한 것.

신 스틸러상
이미경 CJ그룹 부회장

제인 폰다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수상작으로 ‘기생충’을 호명하자 배우와 감독, 제작진 모두가 무대에 올랐고 관례에 따라 제작자인 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 대표가 가장 먼저 수상 소감을 밝혔다. 이어 봉 감독이 마이크를 건네받을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수상 소감을 전한 이는 이미경 CJ그룹 부회장. 이 부회장은 유창한 영어로 수상 소감을 전하며 내내 귀엽게 웃었고, 행복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는 봉준호의 독특한 헤어스타일, 말하는 모습, 걷는 모양을 다 좋아한다고 했는데, 이미경 부회장의 모습도 봉 감독 못지않게 독특했다. 시상식 후 이미경 부회장이 시상식의 주인공이 된 듯한 광경에 설왕설래가 있었다. 논란을 의식한 듯 곽신애 대표는 “만약 작품상을 수상하면 제 다음에는 총괄프로듀서인 이미경 부회장이 소감을 말하기로 약속돼 있었다”고 직접 밝혔다. CJ는 ‘기생충’ 제작비 1백40억원 가운데 거의 대부분인 1백25억원을 투자했고, 이미경 부회장은 세계 문화 예술계 막강한 인맥을 활용해 영화 홍보에도 공을 들였다. 영화 ‘광해’ ‘변호인’ 등에 투자했다가 과거 정권 블랙리스트에 올라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아픔이 있기에 이미경 부회장의 감회는 더욱 특별했을 것. 이 부회장은 시상식 말미에 남동생인 이재현 CJ 회장을 언급하며 “불가능한 꿈일지라도 언제나 우리가 꿈을 꿀 수 있도록 해줘서 고맙다”고 전했다.

글로벌 PPL상
짜파구리

‘기생충’의 세계적 인기에 가장 큰 수혜를 입은 기업 중 하나는 농심이다. 농심 측에 따르면 아카데미 시상식 이후 이틀 동안 짜파게티와 너구리 매출이 평소에 비해 60%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섞은 ‘짜파구리’ 영상은 유튜브에서 조회 수가 80만에 이른다. 농심은 11개국 언어로 짜파구리 레시피를 공유하고 있다. 지금도 소셜 미디어에는 ‘#chapaguri’와 함께 인증샷이 올라오고 있다.

완벽 빙의상
샤론 최

봉준호 감독이 수상 소감을 말할 때마다 맛깔나게 통역을 한 샤론 최. 그녀는 아카데미, 골든글로브 등 시상식에서 위트 넘치는 봉 감독의 한국말을 뉘앙스와 토씨까지 생생히 살려 전달했다. 봉준호 감독이 “그녀는 완벽했고, 우리는 모두 그녀에게 의존한다”고 칭찬했을 정도. 더 놀라운 점은 그녀가 전문 통역사가 아니라는 사실. 샤론 최는 한국에서 외고를 졸업한 후 미국 USC(남가주대)에서 영화예술 미디어학을 전공한 감독 지망생이다. 다만 초등학교 때 2년 정도 미국 거주 경험이 있다고 한다. 그녀가 ‘대치동 빅3’ 중 하나로 꼽히는 유명 어학원 출신이라는 점이 학부모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밀착 보도상
한국 반지하 실태를 취재한 일본 언론

일본 언론은 그간 ‘기생충’의 글로벌 행보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왔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차지하자 ‘기생충’ 특집 기사들이 쏟아졌고 특히 ‘아사히 신문’은 기택(송강호)이네 집과 비슷한 서울의 허름한 반지하 주택의 외부와 내부를 취재하기도 했다. 해당 기사는 한국의 빈부 격차, 직업 차별, 수험 전쟁 등의 심각성을 전하며 반지하는 한국 사회의 현재 모습을 상징하다고 언급했다. 또한 반지하와 고급 주택이라는 빈부 격차는 한국만이 가진 문제가 아닌전 세계적인 현상임을 강조하기도.



인증샷 명소상
서울 아현동 골목

세 가족의 비극은 ‘가맥집’에서 시작된다. 민혁(박서준)이 기우(최우식)에게 과외를 부탁하는 골목 구멍가게이자 작은 테이블이 있는 ‘돼지슈퍼’는 기정이 복숭아를 훔치는 장소로도 등장했다. 특이한 점은 촬영을 위해 만들어진 세트가 아닌 실제 장소라는 것. 서울 마포구 아현동 골목에 있는 오래된 토박이 가게로, 최근 이 장소를 발견한 팬들이 슈퍼와 골목 앞에서 인증샷을 찍고 있다.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지는 것을 깨달은 마포구청은 관광 명소로 조성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조용한 골목길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1인치 높이뛰기상
달시 파켓

봉준호 감독은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수상 소감으로 “1인치 장벽을 넘으면 더 많은 영화를 즐길 수 있다”고 전했다. 이 소감은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후에는 이미 장벽이 허물어졌다는 수습 멘트도 해야 할 정도였다. 영화 ‘기생충’의 1인치 장벽을 만든 주인공은 달시 파켓이다. 미국 출신인 그는 1997년 영어 강사로 한국에 왔다가 한국 영화에 빠져 ‘살인의 추억’ ‘아가씨’ ‘국제시장’ ‘곡성’ 등 1백 편이 넘는 작품을 번역했다. 해외에서 한국 영화의 인기가 높아진 것, 많은 사람들이 한국 영화를 어려움 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던 이유 중에는 그의 노고가 분명 있다. 짜파구리를 라면과 우동을 조합한 ‘람동(Ramdon)’으로. ‘반지하’를 ‘Semi Basement’로 옮긴 것이 대표적이다. 한국 정서를 영어로 표현하는 건 쉽지 않았다. 한국어가 갖는 리듬을 어순이 다른 영어로 바꾸는 것도 어려운 일이었다. 달시 파켓은 이 힘든 작업을 해냄으로써 1인치의 장벽을 무너뜨렸다.

기획 김명희 기자 사진 동아DB 게티이미지 바른손이앤에이 디자인 김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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