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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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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 붙어 있는 TV부터 떼라”

공간 디자이너 조희선의 현실 조언

EDITOR 조윤

2020. 01. 12

셀렙들의 인테리어 멘토로 유명한 조희선 대표를 만나 가성비 높은 인테리어를 완성하는 법에 대해 들었다. 

최근 이전한 조희선 대표의 사무실은 삼성 냉장고 ‘비스포크’의 서울 마포구 망원동 전시 스폿으로 선정됐다. 조 대표는 장 폴 고티에의 푸른 빛깔 벽지 등과 매치해 색감이 다양한 비스포크를 인테리어 요소로 활용했다.

최근 이전한 조희선 대표의 사무실은 삼성 냉장고 ‘비스포크’의 서울 마포구 망원동 전시 스폿으로 선정됐다. 조 대표는 장 폴 고티에의 푸른 빛깔 벽지 등과 매치해 색감이 다양한 비스포크를 인테리어 요소로 활용했다.

공간 스타일링 그룹 바이조희선 대표 조희선은 김명민, 황신혜, 소이현, 김태균, 유준상 등 수많은 연예인들의 집을 꾸민 경력 20년의 스타 인테리어 디자이너다. 3년째 SBS ‘좋은 아침’의 인테리어 코너 ‘하우스’ MC를 맡고 있으며, 2014년부터 신한대 공간디자인학과 특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가 자신의 여덟 번째 책 ‘더 퍼스트 인테리어 쇼핑’을 냈다고 했을 때 ‘이번엔 어떤 인테리어 트렌드가 담겼을까’ ‘연예인들은 어떻게 집을 꾸밀까’ 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그런데 문득 더 궁금한 질문이 뇌리를 스쳤다. 책 제목이 왜 ‘퍼스트 인테리어일까.’ 

인테리어를 향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진 건 사실이지만 여전히 전문가들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은 많다. 그런데 전문가들이 조언하는 수준이 대중의 눈높이보다 지나치게 높다는 게 조 대표의 생각이다. 이에 그는 책에서 인테리어를 처음 시작하는 신혼부부와 1인 가구를 위한 인테리어, 또 집을 마음대로 고치기 힘든 전셋집을 꾸미는 방법 등 20~30평대 공간을 중심으로 초보들을 위한 ‘가성비’ 좋은 인테리어 노하우를 담았다. 

“오랫동안 인테리어를 하다 보니 하이엔드 시장만 바라보게 되더군요. 그런데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홈쇼핑 방송 등을 하면서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인테리어 가이드의 필요성을 절감했어요. 고가 제품들로 화려하게 장식하는 법만 알려주는 인테리어 책이 많잖아요. 제 책에선 인테리어를 처음 시작하는 분들에게 교과서같이 친절하게 알려주는 데 집중했어요.”

‘집이 작다’는 생각을 버려라

1 우드슬랩 테이블과 컬러 및 디자인이 다른 의자 여러 개로 카페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 조 대표의 사무실. 테이블 조명은 빛이 자연스럽게 퍼지면서 전구가 직접 눈에 보이지 않는 반원형 디자인을 선택했다. 2 장 폴 고티에의 작품을 활용한 벽지와 이탈리아산 빈티지 타일, 금빛 몰딩 등을 활용해 꾸민 사무실 안쪽 공간. 3 문은 거울로 장식해 밝고 공간이 넓어 보이는 효과를 줬다. 4 독특한 디자인의 시계와 인테리어 소품으로 각광받고 있는 사슴 헌팅 트로피. 조 대표는 명품 아이템과 저렴한 아이템을 다양하게 매치할 것을 조언한다.

1 우드슬랩 테이블과 컬러 및 디자인이 다른 의자 여러 개로 카페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 조 대표의 사무실. 테이블 조명은 빛이 자연스럽게 퍼지면서 전구가 직접 눈에 보이지 않는 반원형 디자인을 선택했다. 2 장 폴 고티에의 작품을 활용한 벽지와 이탈리아산 빈티지 타일, 금빛 몰딩 등을 활용해 꾸민 사무실 안쪽 공간. 3 문은 거울로 장식해 밝고 공간이 넓어 보이는 효과를 줬다. 4 독특한 디자인의 시계와 인테리어 소품으로 각광받고 있는 사슴 헌팅 트로피. 조 대표는 명품 아이템과 저렴한 아이템을 다양하게 매치할 것을 조언한다.

조 대표는 고정관념을 버리라는 말을 수차례 반복했다. ‘우리 집은 작아서 안 된다’ ‘이 가구는 꼭 여기에 둬야 한다’ 같은 고정관념만 버려도 인테리어의 폭이 훨씬 넓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가장 좋은 예가 바로 TV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거실 TV의 위치는 창문 옆 벽면이다. TV를 벽면에 놓으면 자연스레 그 반대편에는 소파를 배치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모든 집의 거실 인테리어가 판에 박은 듯 비슷해진다. 요즘엔 다양한 디자인의 스탠딩 TV가 나오는 만큼 꼭 벽면에 배치할 필요가 없고 아예 거실 밖에 놓는 방법도 있다. 그러면 소파와 책장만으로 라운지처럼 꾸밀 수도 있고 창밖을 향해 소파를 둘 수도 있다. 거실 전체에 ㄷ자 형태로 소파를 배치하는 방식도 있다. 식구가 많은 조 대표는 거실의 한 면 전체를 붙박이장으로 장식장처럼 만들었다. 

다만 그는 많은 이들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소파는 과감히 절약 정신을 발휘해도 좋다고 설명한다. 부피는 큰데 의외로 수명이 짧고 이사할 때마다 집 구조와 분위기에 따라 애물단지가 되기 일쑤인 탓이다. 예전처럼 꼭 4인용 가죽 소파만 고집할 필요도 없다. 기능성 패브릭 소파 등 소재가 무척 다양한 데다 1인용 소파 여러 개를 함께 배치하면 구조에 구애받지 않고 어떤 집이든 인테리어를 하기 쉬워진다. 색깔은 전체적으로 무채색 계열로 하되 색이 있는 1인용 의자로 포인트를 주면 좋다. 조 대표는 “인테리어를 처음 시작한다면 사야 할 것이 많기 때문에 이처럼 계속 가져가야 할 것과 바꿔야 할 것을 구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하나 힘을 빼도 좋은 가구는 침대 프레임이다. 침실 인테리어는 디자인보다 기능에 초점을 두라는 조언이다. 침대 프레임은 단순한 것으로, 아예 헤드가 없는 것도 좋다. 헤드가 큰 침대는 매장에선 멋져 보이지만 오히려 공간이 답답해 보일 수 있다. 반대로 매트리스는 숙면과 직결되므로 가장 많은 예산을 투입해야 할 아이템이다. 수면 습관에 따라 스프링이나 폼을 선택하고 통기성과 항균성도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 기능을 중심에 두면 침실이 꼭 가장 큰 방일 필요도 없다. 작은 방을 침실로 하고 큰 방은 서재나 취미방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하는 아이디어를 발휘해볼 수 있다. 빛 차단이 중요한 만큼 암막 커튼과 조명에도 신경 써야 한다. 조 대표는 “최근 나오는 암막 커튼은 컬러와 소재가 다양해 선택의 폭이 넓지만 아주 저렴한 것은 빛이 투과될 가능성이 있어 피해야 한다. 조명은 누워서도 손쉽게 끄고 켤 수 있는 클립형이 좋다”고 귀띔했다.

전셋집 핵심은 ‘조명’

소품이 많은 주방과 아이방 인테리어의 핵심은 그것들을 ‘잘 숨기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디에 그 많은 잡동사니를 숨겨야 할까. 우선 주방에선 아일랜드 식탁을 별도로 구매해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아일랜드 식탁은 요리와 식사를 위한 용도뿐 아니라 소가전 수납용으로도 좋고, 복잡한 주방 공간을 적절히 분리하는 데도 활용도 만점이다. 디자인과 브랜드, 기능별로 제품이 다양한데, 조 대표는 평소엔 접어두고 손님이 오면 펼 수 있는 익스텐션이 가능한 것을 추천했다. 

아이방은 대개의 경우처럼 하얀색 플라스틱 박스에 장난감을 모조리 집어넣고 쌓아두면 이삿짐처럼 보이기 십상이다. 카페 등에서 볼 수 있는 커피 푸대 등 예쁜 그림이 그려진 자루를 박스 대신 이용하면 수납과 디자인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 아이들은 장난감을 다 쏟아서 놀기 때문에 굳이 각진 수납함이 필요하진 않다. 특히 조 대표는 “아이만을 위한 가구를 굳이 살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장롱은 손잡이만 따로 구입해 키에 맞게 달아주거나 침대는 가드만 설치해주면 처음부터 성인용 가구를 써도 무리가 없단 뜻이다. 알록달록한 장난감과 동화책 등 컬러 포인트 요소가 많기 때문에 가구는 파스텔 톤으로 선택하면 좋다. 

한편 공간에 상관없이 조 대표가 가장 중시하는 인테리어 요소는 ‘조명’이다. 어떤 색깔의 조명을 어느 곳에 비추는지에 따라 집 안의 모습을 전혀 다르게 연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 대표는 “조명은 단순히 빛을 내는 물건이 아니다. 대부분 바닥에 치우친 가구로부터 시선을 분산해 인테리어 전체 균형을 잡는 역할을 한다. 겨울철엔 카펫 등을 활용한 웜 인테리어를 하라고 하는데 전구 컬러만 바꿔도 연출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이유로 공사를 마음대로 하기 어려운 전세 가구라면 조명은 더없이 좋은 인테리어 아이템이다. 예산이 빠듯하거나 깔끔한 인테리어를 추구하는 미니멀리스트의 경우에도 ‘원픽’은 조명이다. 큰 가구를 먼저 배치하고 소가구는 나중에 배치하는 게 인테리어의 원칙이지만 조명만큼은 우선순위에서 예외를 둬도 좋다. 

요즘은 전기배선 공사 없이 설치할 수 있는 펜던트 조명과 충전식 조명도 많다. 최근 인기 많은 갓 없이 전구 모양을 그대로 드러낸 일명 ‘에디슨 전구’로 집 안을 꾸미는 방법도 무척 다양하다. 식탁 위에는 펜던트 조명 하나만 달고 나머지는 스탠드와 테이블 조명을 적절히 배치하면 된다. 비슷한 디자인을 한꺼번에 모아 하나의 그룹처럼 달면 더욱 트렌디하게 보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조 대표는 첫 인테리어에 앞서 조바심을 버릴 것을 당부했다. 컬렉션을 만들어가듯 조금씩 집 안을 디자인해가다 보면 자신만의 스타일이 완성된다는 조언이다. 

“라이프스타일이 다양해지면서 취향대로 인테리어를 하는 것 자체가 트렌드가 됐어요. 한곳에서 모든 가구를 구입하던 시대도 지났죠. 빈티지 재킷에 명품 브로치 하나만 달아도 패셔너블해지듯이 인테리어도 저렴한 아이템과 명품 아이템을 다양하게 매치하는 게 팁이에요. 인테리어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은 한 번에 ‘짠’ 하고 보여주고 싶어 하죠. 스스로의 취향을 알아가면서 조금씩 집 안을 바꾸다 보면 어느새 자신만의 컬렉션이 만들어질 거예요.”

기획 한여진 기자 사진 김도균 디자인 이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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