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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VIP 등급 최하위라도 유지하려는 이유는?

vip shop therefore we are

EDITOR 정혜연 기자

2020. 01. 05

백화점 VIP 등급 가운데 가장 낮은 등급이 있다. 큰 혜택은 없어도 이를 받기 위해 해마다 애를 쓰는 소비자도 있다.

부산 해운대구에 거주하는 60대 주부 최모 씨는 수년째 신세계백화점 센텀점의 플래티넘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자녀들의 결혼과 이사, 가족 행사 등 집안의 대소사가 있을 때마다 백화점에서 각종 물품을 구입하다 보니 저절로 등급을 유지하게 됐다고. 그는 “발레파킹, 상시 할인 등 여러 혜택을 제공하니 자꾸 가게 된다. 걸어 다니기 힘들 때는 라운지에 앉아 직원에게 부탁해 원하는 물건을 보고 구입할 수 있는데, 가장 만족하는 서비스”라고 말했다. 

백화점마다 한 해 동안 구매 실적을 기준으로 이듬해 VIP 멤버를 선정하는 등급제를 운영하고 있다. VIP 고객은 백화점 전체 매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지난 12월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의 복합 매출은 9월 기준으로 전년 대비 5.6% 감소한 반면, 명품 브랜드 판매는 전년 대비 14.7% 증가했다. 이러한 이유로 백화점마다 씀씀이가 큰 VIP 고객을 대상으로 등급별 혜택을 제공하며 적극적으로 관리한다. 

우수고객 선정 기준과 혜택은 조금씩 다르지만 큰 틀에서 대동소이하다. 각 백화점은 대략 4천만원 이상 구매하는 우수고객을 대상으로 발레파킹 서비스와 무료 주차 서비스, 전용 라운지 무료 음료, 연간 10% 세일 혜택 등을 제공한다. 이외에도 백화점에 따라 호텔 숙박권이나 공연 바우처 제공, 퍼스널 쇼핑 서비스, 기념일 축하 선물, 해외 백화점 VIP서비스 등을 추가한다.

4백만원 이상 쓰면 제일 낮은 등급 부여

백화점마다 한 해 구매 실적 기준 5~6등급으로 나눠 고객을 관리한다.

백화점마다 한 해 구매 실적 기준 5~6등급으로 나눠 고객을 관리한다.

백화점마다 등급에 따라 부르는 명칭은 조금씩 차이가 있다. 롯데백화점은 연간 매출 1억원 이상 LENITH, 6천만원 이상 MVG-Prestige, 4천만원 이상 MVG-Crown, 1천8백만원 이상 MVG-Ace, 8백만원 이상 VIP+, 4백만원 이상 VIP 총 6등급으로 나눈다. 

현대백화점은 연간 매출 4천만원 이상 쟈스민, 2천만원 이상 플래티늄, 5백만원 이상 골드로 나눈다. 쟈스민보다 높은 등급인 쟈스민 블랙, 쟈스민 블루의 경우 연간 최소 구매 금액을 따로 두지 않고 내부적으로 책정해 분류한다. 쟈스민 블랙과 블루까지 합하면 총 5등급이다. 



신세계백화점도 연간 매출 6천만원 이상 다이아몬드, 4천만원 이상 플래티넘, 2천만원 이상 골드, 8백만원 이상 블랙, 4백만원 이상 레드 등급으로 나눈다. 1억원 이상 구매한 소비자 가운데 최상위 9백99명만 선정하는 트리니티 등급을 별도로 두고 있다. 트리니티까지 포함하면 모두 6등급이다. 

이 가운데 가장 낮은 등급에 관심을 가지는 고객도 적지 않다. 특히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레드 등급은 3가지 경우로 나눠져 어렵지 않게 획득할 수 있다. 연 24회 및 4백만원 이상 구매 시 1년간 유지, 분기에 1회 및 2백만원 이상 구매 시 3개월간 유지, 분기에 6회 및 1백만원 이상 구매 시 3개월간 유지된다. 이에 따르면 전자제품 하나만 사도 3개월간 레드 등급을 누릴 수 있는 셈이다. 

비교적 진입 장벽이 낮은 하위 등급이지만 매년 실적을 맞추기 위해 전략적으로 소비하는 고객도 상당수다. 지난 12월 중순, 명품 관련 한 인터넷 카페에는 ‘올해 실적이 부족해 내년 VIP가 되기 어렵다. 내후년 VIP 실적을 위해 12월 구매한 영수증을 1월에 취소하고 재결제할 생각’ ‘매년 연말연시에는 재결제 소비자들이 백화점마다 문전성시다’ ‘연간 구매 실적은 달성했는데 구매 일수가 모자라 연말까지 매일 백화점에 출석 도장을 찍는 중’ 등 다양한 글들이 올라왔다. 


사실 가장 낮은 등급의 우수고객에게 제공하는 혜택은 미미한 수준이다. 5% 상시 할인, 지정된 1개 지점에서 3시간 무료 주차, 월 10회 무료 음료, 문화센터 5~10% 할인 정도다. 이는 백화점과 제휴를 맺은 카드사에서도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크게 매력적인 혜택은 아니다. 그런데 왜 일부 소비자는 낮은 등급이라도 획득하려는 것일까. 

용산구 이촌동에 거주하는 30대 주부 김모 씨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한 달에 두세 번씩 방문하는데 생필품을 제외한 웬만한 물건은 매장에서 구매해 분기별로 레드 등급을 유지하려는 편이다. 레드 등급에서 제공하는 3시간 무료 주차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다. 강남은 주차하기가 힘든데 꼭 백화점을 방문하지 않아도 차를 대놓고 인근에 볼일을 볼 때 유용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비자는 일반 고객과는 다르다는 인식을 즐긴다고도 했다. 부산시 남구에 거주하는 30대 워킹맘 이모 씨는 “롯데백화점 센텀점을 주로 이용하는데 VIP가 되면 차량 앞 유리에 붙일 수 있는 VIP 전용 스티커를 받을 수 있다. 별것 아니지만 스티커를 차에 붙여놓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색다르다. 또 가끔 쉬는 날 백화점을 둘러본 뒤 전용 바에서 무료 음료를 마시는 것만으로도 힐링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하위 등급이라도 잠재적 상위 등급 고객”

백화점마다 상위 등급 고객에게는 발레파킹 서비스를 제공한다.

백화점마다 상위 등급 고객에게는 발레파킹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번 VIP에 올랐던 경험을 바탕으로 추후 낮은 등급이라도 유지하려는 이도 있었다. 서초구 반포동에 거주하는 30대 주부 김모 씨는 “5년 전 결혼할 때 신세계 백화점 강남점에서 예물로 1천5백만원짜리 시계를 하나 사고 냉장고와 세탁기, TV도 구입했다. 이듬해 골드 등급을 받았는데 1년 동안 발레파킹 서비스, 전용 라운지 이용, 문화센터 강좌 할인, 상시 할인 등 다양한 혜택을 누렸다. 이후에는 특별히 비싼 물건을 살 일이 없어 아쉬운 대로 레드 등급을 유지하는 데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화점마다 가장 낮은 등급을 유지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하위 등급 고객을 잠재적인 상위 등급 고객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원래 5등급만 유지하다가 2017년 최하위인 레드 등급을 신설했다. 당시 신세계백화점 측은 “레드 등급 신설은 20~30대 럭셔리 고객을 선점해 현재와 미래의 매출을 모두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밝혔다. 전략은 2년 뒤 공개된 실적을 통해 성공 여부가 여실히 드러났다. 레드 등급 고객 수가 연간 79% 증가했고, 이 가운데 20~30대 소비자 비중은 66%로 상당히 높았다. 이들은 전체 명품 브랜드 매출 실적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됐다. 

롯데백화점 역시 2019년 기존 MVG 등급 이외에 VIP와 VIP+ 등급을 신설했다. 마찬가지로 경제력이 있는 젊은 고객층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였다. 롯데백화점 홍보팀 관계자는 “1천8백만원 이상 구매한 MVG 고객의 경우 다양한 혜택이 제공되는 데 반해 VIP와 VIP+ 고객은 혜택이 적은 편이다. 그래도 한 해 동안 백화점을 꾸준히 찾아준 고객에 보답하는 차원에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또 이렇게 한번 멤버십에 오른 고객은 지속적으로 멤버십을 유지하려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고객 관리 차원에서도 장기적으로 해당 등급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사진 박해윤 홍중식 기자 디자인 최정미 사진제공 각사 홈페이지 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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