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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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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다섯, 슬로에이징을 계획할 나이 한의사 최혜미

3040, 거울 앞에 서다

EDITOR 이나래

2019. 12. 10

서른다섯, 여자의 몸에 변화가 시작되는 나이다.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갱년기 이후의 건강과 삶의 질이 결정된다.

한의사 최혜미(38)는 여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것들을 두루 섭렵한 카운슬러다. 서울대 의류학과 졸업 후 패션 잡지에서 4년간 에디터로 일했고, 건강상의 이유로 퇴직한 20대 후반에는 대학으로 돌아가 한의학을 공부했다. 한의사(달과궁한의원 대표원장)가 된 그는 자신과 친구들이 겪었던 여성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을 찾는 환자들을 살뜰히 돌봤다. 이 과정에서 모두가 다른 증상으로 고생하지만, 비슷한 궁금증을 가지고 답을 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환자나 친구들이 던지는 질문을 차곡차곡 모아 다음카카오 브런치에 여성 건강 칼럼을 연재했고, 연재 당시 누적 조회 수 3백만 회라는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최근에는 ‘서른다섯, 내 몸부터 챙깁시다’라는 책을 펴낸 그를 만나 ‘노화가 시작되는 시기, 여성의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에 대해 물었다.

패션지 에디터 출신의 한의사라는 독특한 이력을 지녔어요. 직업을 바꾸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에디터로 일한 것은 매우 즐거운 경험이었어요. 다만, 일을 하면 할수록 결과물이 좋아지는 직업이라는 게 문제였어요. 조금 더 취재하고, 한 번 더 퇴고하고, 다시 촬영하면 작업이 나아지는 게 눈에 보이니 일에 매달리게 되더라고요. 잠을 줄이고 건강을 해쳐가면서요. 욕심을 내려놓으면 일과 건강을 다 지킬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러기는 싫었고요. 직업의 특성상 동료들이 모두 여자였는데 다들 한 군데씩은 아팠어요. 소화 장애가 있는 동기, 알레르기가 있는 후배, 유산을 한 선배…. 이대로 평생 일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을 때 한의학으로 눈을 돌렸죠. 

브런치를 통해 연재한 ‘요즘 여자 건강 백서: 달과궁 프로젝트’가 큰 화제였습니다. 그만큼 건강 문제로 고생하는 여성들이 많다는 이야기일 것 같아요. 

30대 중반의 여성이라면 전업주부나 워킹맘 할 것 없이 모두 여러 가지 건강 문제를 가지고 있어요. 생리불순이나 생리통은 아주 흔한 케이스고, 자궁근종이나 자궁경부암도 낯설지 않죠. 

연재의 첫 번째 주제는 월경 전 증후군(PMS)이었어요. 월경불순, 생리통, 수족냉증, 부종, 체지방과 나잇살, 자궁근종과 절제, 임신까지 술술 순서를 정해 연재를 이어갔는데, 마치고 나서 목차를 되짚어보니 무척 두서없이 느껴지더라고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여성들이 많이 걸리는 질환의 빈도순이었어요. 연재가 화제가 된 건 “참으면 나아요” 아니면 “원래 다 그런 거예요”라는 말 대신 상세한 설명이 듣고 싶은 분들이 많았기 때문이고요. 

책에서 여자 몸이 달라지는 시기를 35세로 꼽았는데, 이 시기가 분기점인 이유는 무엇인가요. 

대체로 30대 중반이 되면 여성호르몬의 분비량은 감소하기 시작해요. 호르몬은 여성의 몸에 큰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요소죠. 평생 경험하는 월경, 월경 전 증후군, 임신과 출산이 모두 호르몬의 영향 아래 있으니까요. 에스트로겐으로 대표되는 여성호르몬은 여성이 임신과 출산을 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 역할을 하고 태아를 잘 길러낼 수 있도록 노화를 예방하거나, 체지방이 너무 쌓이지 않도록 조절하기도 하죠. 여성호르몬은 결국 여성이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셈이에요. 그런데 35세가 지나면 여성호르몬이 감소하기 시작해요. 산부인과에서는 35세 이상 산모들을 노산으로 분류하는데 실제로 임신이 어려워지고, 기형아를 낳을 가능성도 높아지는 데다 출산 후 회복하는 시간도 오래 걸리기 때문이죠. 



30대 중반, 여성의 몸에서 진행되는 변화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다양한 건강 지표들이 35세를 주기로 나빠지기 시작해요. 이는 여러 통계와 논문으로도 밝혀져 있는 사실이에요. 뼈나 근육, 피부 등 온몸을 구성하는 물질들이 서서히 빠져나가는 것도 이즈음이에요. 이런 현상을 우리가 노화라고 느끼게 되는 거고요. 물론 사람에 따라 차이는 있죠. 건강한 사람은 30대 후반부터 노화가 시작되기도 하고, 30대 초·중반이나 빠르게는 20대 후반부터 노화가 시작되는 사람도 있어요. 35세는 말 그대로 평균적인 시기라고 봐야 해요. 

노화가 진행되면 기초대사량이 떨어지면서 과거에 비해 살이 잘 빠지지 않는데요. 특히 출산을 경험했다면 더욱 그렇고요. 30대 중반 이후의 다이어트는 특별한 방법이 있을까요. 

여성의 몸이 가장 크게 변화하는 시기가 바로 산후와 갱년기예요. 특히 출산을 겪은 여성의 몸은 완전히 풀어헤쳐졌다가 재조립된 상태에 가까워요. 그런데 출산을 하자마자 다이어트를 한다면, 당연히 후유증이 올 수밖에 없겠죠. 

저는 산모들에게 ‘출산 후 3개월까지는 몸을 회복하는 데 집중하라’고 조언해요. 6개월 정도 지나면 임신으로 인한 부종이나 체형 변화가 임신 전으로 돌아가고, 늘어났던 뱃가죽도 제자리를 찾으니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라고요. 하지만 출산 6개월 이후에도 쭉 남아 있는 살은 실제로 임신기에 먹어서 찐 체중이기 때문에 운동과 식이 조절이 필요하죠. 산후 다이어트의 골든타임은 1년이에요. 페이스를 정해서 완만하게 체중을 감소하는 것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지름길이고요. 

사실 다이어트를 할 때는 운동보다 식이요법의 영향이 훨씬 커요. 나이가 드는 데도 먹는 양이 꾸준하다면, 살이 찔 수밖에 없죠. 게다가 갱년기 전후에는 여성호르몬이 감소하면서 체중이 증가하는데, 이때는 몸의 좋은 성분이 빠져나가는 시기이기 때문에 식이 조절을 급격하게 하면 몸이 상할 수 있어요. 잘 먹으면서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 모순된 상황이 생기죠. 이 시기에는 PT나 필라테스가 도움이 돼요. 특히 필라테스는 재활을 위해 만들어진 운동이기 때문에 이른바 ‘나잇살’이라고 불리는 특정 부위를 관리하는 데 좀 더 효과적이에요. 


모든 여성이 한 번쯤은 경험했거나 경험할 갱년기, 어떻게 대비하는 것이 좋을까요. 

갱년기를 피해갈 수는 없어요. 하지만 충격을 완화할 방법은 있죠.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갑자기 떨어지는 것보다는, 서서히 미끄러져 내려오는 것이 덜 아프겠죠? 그러려면 평소 체력을 잘 만들어두어야 해요. 제가 첫 번째 꼽는 것은 소화 기능이에요. 체력이 떨어져 진료실을 찾았다가도, 입맛이 돌도록 처방을 하면 뒷걸음질을 치세요. 하지만 영양소를 잘 섭취하는 것부터가 건강관리의 시작이거든요. 소화 기능을 바탕으로 건강한 식생활을 유지하고 규칙적인 생활과 운동을 통해 에너지, 즉 체력을 높이는 거죠. 너무 뻔한 답변 같지만, 젊다는 것은 곧 에너지가 많다는 말과 같아요. 나이가 들면 같은 음식, 같은 양을 먹어도 소화 기능이 약해지면서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는 원리거든요. 소화 기능, 신체 기능, 운동 능력을 적절히 관리하면서 에너지를 되도록 넉넉히 갖춰두면 갱년기가 되더라도 급격한 건강 악화를 예방할 수 있어요. 

출산과 육아로 인한 스트레스와 우울감은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출산은 대단한 응급 상황이에요. 내가 1순위였던 삶이 사라지고 아이를 최우선으로 두게 되죠. 몸은 가장 약해진 상태인데 할 일은 많고요. 출산 후 느끼는 우울감은 호르몬의 영향이기도 해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사라지죠. 하지만 공감은 필수적이니, 주변에 마음을 나누고 서로를 이해할 출산 육아 선배가 있으면 제일 좋겠죠. 가족들도 적극적으로 육아에 동참해야 하고요. 엄마가 하루에 30분이라도 아이와 분리되어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을 추천해요. 엄마가 건강해야 아이를 건강하게 키울 수 있다는 사실을 온 가족이 항상 기억해야 해요. 

바쁜 일상과 스트레스로부터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지키는 원장님만의 비법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규칙적으로 생활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겨요. 20대에는 밤낮없이 일하다 보니 제때 자고, 제때 먹는 일에 소홀했어요. 하지만 바이오리듬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것은 건강에 매우 큰 영향을 끼쳐요. 특히 호르몬과 생리 주기의 영향을 받는 여성이라면 더더욱요. 진료실에서 만난 환자 중에 20대인데도 몸 상태가 매우 악화된 케이스를 보면 3교대 간호사, 승무원, 야간 도매시장 근무자가 손에 꼽혀요. 몸의 밸런스는 한번 무너지면 회복하기가 무척 어려워요. 가능하면 너무 늦지 않게 자고, 적당히 먹고, 적절하게 운동해야 해요. 

또 한 가지는 자신의 몸을 꼼꼼히 관찰하는 거예요. 많은 분들이 통증이 나타난 후, 그러니까 질병이 시작된 후에 병원을 찾아요. 하지만 몸은 한순간에 나빠지지 않거든요. 아프지는 않지만 건강하지는 않은 상태를 한의학에서는 ‘미병(未病)’이라고 해요. 이 시기에 병원을 찾으면 병에 걸리기 전에 예방을 할 수 있지만, 때를 놓치면 병을 키우게 되는 거죠. 그러려면 평소에 자신의 몸을 꼼꼼히 관찰하고 세심하게 돌봐야 해요. 20대 또는 미혼 여성들은 건강을 과신하는 경우가 많고, 30대 이후의 기혼 여성들은 본인의 몸보다 아이나 남편의 몸에 관심이 더 많아요. 하지만 엄마가 아프면 가정이 위태롭다는 생각을 가지고 스스로를 돌봐야 해요. 몸무게가 급격히 늘거나 줄지는 않는지, 생리 주기가 불규칙하지는 않은지, 유독 피로도가 높아지지는 않는지를 잘 관찰하세요. 건강검진에서 별문제가 없었다고 안심해선 안 돼요. 건강검진은 암과 같은 중증 질환 또는 병이 이미 생긴 상태를 확인하는, 건강의 마지노선이라고 보는 것이 좋아요. 평소 자신의 몸을 돌보는 습관을 들여야 해요. 

‘여성동아’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생활 속 건강관리 팁이 있나요. 

나만의 주치의를 두라고 권하고 싶어요. 주치의는 드라마 속 재벌 회장님한테만 있는 존재는 아니에요. 동네에 있는 가까운 병원 원장님도 나의 주치의가 될 수 있어요. 물론 아플 때만 가끔 가거나, 몇 년에 한 번 가면 주치의가 되긴 어려우니 평소 병원과 친해져야겠죠. 몸에 변화가 있을 때마다 병원을 찾아 꾸준히 상담하고 궁금한 내용을 묻다 보면, 의사도 환자의 병력을 알게 되고 좀 더 넓은 시각으로 조언이 가능해지죠. 의사 선생님과 친해지기 어렵다는 환자들도 있는데, 주치의를 찾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관찰해보면 분명 나와 케미스트리가 맞는 의사 선생님을 만날 수 있을 거예요. 미용실을 고를 때도 자신과 잘 맞는 헤어 디자이너를 찾기 위해 발품을 팔잖아요. 건강을 관리해주는 의사를 찾는 데도 좀 더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기획 김명희 기자 사진 김도균 디자인 최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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