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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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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치료는 내 소명"

김성원 대림성모병원장

EDITOR 정혜연 기자

2019. 11. 19

여성이라면 한 번쯤 걱정해봤을 유방암. 최근 유방암을 소재로 한 소설을 펴내 화제를 모으는 김성원 대림성모병원장에게 유방암에 대한 모든 것을 들었다.

암은 유전성 질환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부모가 암에 걸려도 자식들은 건강하게 천수를 누리기도 한다. 다만 유방암의 경우 전체 유방암의 5~10%가 유전성이고, 가족력이 있으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3배 정도 발병률이 높다. 모계 유방암 발병 이력이 있는 자녀의 경우 불안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예방법은 없지만 유전자 검사로 변이가 발견된 경우 유방암 발병률이 높아지는데 추적 검사와 적절한 치료로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20여 년 동안 유방암 수술 분야에서 권위를 쌓은 김성원 대림성모병원장은 막연한 불안감을 유발하는 유방암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쉽게 알리고자 지난 8월 소설 ‘시시포스의 후손들’을 출간했다. 넉 달 전 의학 서적 ‘유방암 희망 프로젝트’를 낸 적 있지만 소설은 처음이다. 유전성 유방암을 앓고 있는 주인공의 극복 과정을 다루면서 진단과 확진, 유전성 유방암의 특징, 검사 방법과 시기, 수술과 항암 치료, 예방적 유방 절제술 등 일반인들이 궁금해하는 의학 정보도 쉽게 녹였다. 그를 만나 소설을 쓰게 된 배경과 유방암에 대한 궁금한 이야기를 물었다.


유방촬영기 앞에서 환자를 돌보는 김성원 원장.

유방촬영기 앞에서 환자를 돌보는 김성원 원장.

소설 ‘시시포스의 후손들’을 출간했는데 어떻게 책을 쓰게 됐나요. 

유방암에 관한 상담과 교육을 자주 하는데 환자들의 내용 습득 정도가 낮고, 한두 달 지나면 이해를 못 하는 문제가 있더라고요.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실화를 바탕으로 한 스토리 안에 유방암 관련 정보를 녹여 소설을 써봤습니다. 소설로 분류돼 있지만 플롯, 캐릭터, 극적 긴장감 같은 것은 일반 소설에 비해 떨어지죠(웃음). 그러나 정보를 전달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쓴 작품입니다. 

어떤 스토리인지 간략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진 한 여성이 유방암 진단을 받고 수술과 치료를 하는 내용입니다. 유방암 진단부터 항암, 수술, 방사선 치료 등 기본적인 내용을 축으로 하고, 유전성 유방암이기 때문에 발병 전후로 벌어질 수 있는 여러 일들을 담았어요. 엄마나 여자 형제가 유방암으로 죽고, 남자 형제가 전립선암 진단을 받으면 본인뿐 아니라 자녀도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져 두려움을 느끼기 마련이거든요. 환자가 겪는 심리적 고통만큼 가족들이 겪는 고통도 크죠. 실제로 이혼하거나 자살하는 일도 발생하는데 그런 이야기도 하고 싶었어요. 

지난해 여름 생을 마감한 환우에게 영감을 받았다고 하는데, 소설의 모티프가 됐나요. 

15년 전 분당서울대학교병원에 근무할 때 저를 찾아왔던 자매 환자였어요. 언니가 유방암 진단을 받은 후 동생이 유전자 검사를 했는데 변이가 있는 것으로 나왔어요. 1년 뒤 결국 동생도 유방암이 발병했죠. 둘 다 30대였는데 환우회 활동도 열심히 하고 극복 의지도 강했어요. 언니는 다행히 건강을 되찾았는데 동생은 3년 전에 재발했고 안타깝게도 지난해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2015년 소설 초고를 완성하고 가깝게 지내는 환자들에게 이메일로 보여드렸는데 그분이 답변을 해주셨고, 서문에 그 내용을 담았어요. 책 나오는 날짜를 그분의 생일로 맞춰 첫 번째 책을 남편에게 헌정했어요. 



유방암은 정기적으로 검사하는 것 이외 예방법이 없나요. 

유전자 변이가 있어도 유방암에 걸리지 않기도 합니다.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는 사람은 무조건 유방암에 걸린다’고 하면 논의할 필요도 없이 절제하면 되죠. 하지만 그 확률이 40~80%고 인종과 비만도, 식이 습관 등에 따라 차이가 생기기 때문에 확실한 결론을 이야기 해줄 수 없어요. 유전자 검사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있거든요. 사실 의심 환자라도 100% 유전자 검사를 할 필요는 없어요. “우리 가족이 낙인찍히고, 아이들이 불안해하는 것이 싫다”고 거부하는 경우도 분명 있거든요. 본인이 판단하는 것이고 의사는 그 판단을 도울 뿐이죠. 

그러면 가족력이 있더라도 유전자 검사를 반드시 할 필요는 없나요. 

유전자 검사의 부정적 측면도 있거든요. 그래서 유전자 검사를 비롯해 예방술, 약물 복용 등을 절대적으로 권하지는 않습니다. 그보다 환자와 상담할 때 당사자의 의사와 어떻게 가족을 관리해야 하는지 등에 신경을 쓰죠. 가족력이 있는 여성이 유전자 검사를 앞두고 두려움에 자살한 경우도 있어요. 유전자 검사 상담 환자의 가족에게 미치는 영향까지 많이 고민할 수밖에 없죠. 

안젤리나 졸리처럼 외국에서는 유방암 유전자 변이가 있는 경우 가슴 절제술을 받기도 하는데 실효성이 있나요. 

난소암의 경우 절제하면 사망률이 낮아진다는 보고가 있어요. 40~45세에 절제술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죠. 물론 절제하면 폐경이 빨리 오지만 5~10년간 호르몬 치료를 동반하면 생활하는 데 문제는 없어요. 하지만 유방암 절제술과 발병률 감소의 상관관계에 대한 확실한 데이터는 없어요. 우리나라는 한쪽 유방암에 걸렸을 경우 반대편을 제거하겠다고 하면 보험은 되는데, 그에 따른 사망률을 보면 수치가 줄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어요. 마찬가지로 양쪽 유방 절제술이 사망률을 낮춘다는 보고도 없죠. 물론 유방암 환자들은 항암 치료를 다시 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본인이 안도감을 느끼기 위해서라면 절제술 받는 걸 막지 않아요. 

몇 해 전 SBS 드라마 ‘질투의 화신’에서 남자 주인공이 유방암에 걸려 관심이 높았는데 실제로 그런 경우가 있나요. 

제가 해당 드라마 자문을 했죠. 남성 유방암 환자도 1년에 1백 명가량 발생합니다. 그중에 20%는 유전자 변이가 있는 경우예요. 일반 남성 가운데 유방암에 걸릴 확률은 0.1%에 불과합니다. 유방암 가족력이 있는 가계의 남성은 유방암보다 전립선암 발병률이 일반 남성에 비해 높아요. 환자 가운데 딸이 유방암 확진 판정을 받고 아버지가 유전자 검사를 했는데 양성 판정을 받은 후 전립선암에 걸린 경우가 있었어요. 


김성원 원장이 환자에게 유방 절제술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김성원 원장이 환자에게 유방 절제술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전공을 유방암으로 선택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아버지께서 외과 의사여서 1995년 서울대병원에서 레지던트를 앞두고 외과를 전공으로 택했어요.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운영하시는 대림성모병원에서 가업을 이어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클수록 외과 가운데서도 어떤 분야를 선택해야 하는지 고민이 됐죠. 레지던트를 할 때 외과 중에서도 배를 여는 간암, 위암 수술이 제일 위대해 보였어요. 유방은 마이너리티였죠. 그러나 대림성모병원 규모에서 잘할 수 있는 분야는 무엇인가 고민했고 유방 분야를 특화할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었어요. 유방암 환자 수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였는데 1990년대 1년에 3천 명에서 지금은 1년에 2만 명, 앞으로 10년 뒤에는 4만 명까지 늘어날 걸로 전망되고 있죠. 많은 환자를 돕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유방을 전공으로 택했고, 누나가 둘이라 어릴 때부터 성향이 차분하고 여성과 어울리는 게 편하기도 했어요. 

유방암 환자 수는 빠르게 느는데 그만큼 치료법도 발전했는지 궁금합니다. 

1995년에 유방암을 유발시키는 데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진 BRCA 1,2 유전자가 발견됐는데 당시로서는 획기적이었죠. 해당 유전자에 변이가 있으면 유방암 발병 확률이 높아지거든요. 그것만으로도 큰 진전이죠. 이후 관련 검사법과 예방법에 연구 초점이 맞춰졌고 효과를 보이는 약물이 나왔어요. 유전자 변이가 있는 사람에게만 효과를 나타내는 약물로 특히 말기암 환자에게 사용했을 때 호전됐고, 3기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 중이에요. 위험인자에서 치료를 예측할 수 있는 인자로 바뀐 것만 해도 다른 암에 비해 큰 발전입니다. 요즘은 BRCA 1,2 유전자를 비롯해 80개 유전자 검사를 해서 다른 원인 유전자를 찾고 있어요. 원인을 찾으면 유방암 치료에 더 도움을 받을 수 있겠죠. 

국내 환자에 맞춘 유방암 돌연변이 유전자 계산기를 개발했다고 들었는데 어떤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건가요. 

전국 규모의 유전성 유방암 연구 단체인 KOHBRA(코브라)에서 총괄책임을 맡고 있는데 그곳에서 연구한 산물이에요. 일반 여성을 대상으로 위험 인자 정보 몇 가지를 넣으면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나오죠. 대상자 나이, 가족력 등 다양한 항목이 있어요. 원래 외국에서 많이 쓰는데 그 계산기가 우리나라에 맞지 않았어요. 외국은 유방암 발병률이 우리나라보다 높기 때문에 그 계산기에 우리나라 사람의 정보를 입력하면 확률이 과소평가되거든요. 그런 이유로 한국인에 맞는 계산기를 개발했고, 2010년부터 여러 병원에서 사용되고 있어요. 

대림성모병원장으로 부임하고 5년을 맞았습니다. 그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환자 수로 병원 현황을 평가할 순 없지만 부임 이후 유방암 환자 진료 건이 25배 정도 증가했어요. 사실 유방암만큼 ‘닥터 쇼핑’ 경향이 큰 병도 드물죠. 환우회도 이렇게 큰 경우가 없어요. 서울대병원에 있을 때 평판이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대림성모병원으로 옮기면 반응이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없었어요. 이후 의원급에서는 궁금증을 해소하지 못하고, 대학병원은 소견서가 없어서 갈 수 없는 환자군을 적극적으로 수용했어요. 또 당일 초음파 검사, 당일 결과 확인과 조직 검사 시행까지 원스톱 시스템을 적용해 환자들의 대기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였어요. 유방암은 협진해야 할 과가 많은데 영상의학과, 병리과, 외과, 내과, 정신과, 정형외과, 성형외과까지 모두 확보되어야 해요. 지난 5년간 관련 팀을 꾸리기 위해 내실을 다졌고 지금은 유방 전문 병원으로 자리를 잡았어요. 

마지막으로 유방암 발병을 예방하기 위해 평소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알려주세요. 

한 가지만 꼽으라면 운동할 것을 권합니다. 유방암 발병 위험 인자로 비만이 꼽히거든요. 똑같은 몸무게라도 운동을 하는 사람은 유방암 발병 확률이 낮아요. 식습관도 기름진 음식을 지양하는 것이 좋죠. 정말 기본적이지만 사람들이 잘 실천하지 못해요. 그래서 ‘유방암 예방에 좋다는 음식’을 찾으시는데 그런 건 없습니다. 꾸준히 운동하면서 식습관 관리를 하길 바랍니다.

사진 김도균 디자인 김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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