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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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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영 쌤의 자존감 높은 아이로 키우는 공식

EDITOR 정혜연 기자

2019. 11. 17

공부보다 어려운 게 학교생활이다. 자존감 높은 아이는 학교생활도 잘해내기 마련. 엄마가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 14년 차 현직 초등학교 교사에게 들었다.

초등학교 교실은 하나의 작은 사회다. 교사의 지도 아래 아이들은 공부는 물론 공동체 생활의 기본을 배운다. 저학년은 보호받고 이해받기만 했던 가정에서 벗어나 스스로 해나가야 하는 학교생활에 당황해하고,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다. 시간이 흐르면 교우 관계가 난관이다. 자아가 형성되기 시작한 고학년일수록 친구들 사이에 크고 작은 트러블이 생긴다. 학부모들은 자녀가 어리면 어린 대로, 크면 큰 대로 고민이 깊다. 

그러면 어떤 아이가 학교생활을 잘해낼까. 14년 차 현직 초등학교 교사 윤지영(37) 선생은 “조건이나 환경에 흔들리지 않고 긍정적인 자기 확신을 지닌, 자존감이 높은 아이일수록 잘해낸다”고 말한다. 많은 학부모가 아이가 학교 수업을 잘 따라가도록 선행 학습을 시키고, 칭찬으로 자신감을 불어넣지만 자존감은 다른 문제다. 자신감이 있는 아이라도 자존감은 낮을 수 있다. 

윤 선생은 자녀의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에 대해 현직 교사의 경험을 녹여 자신의 블로그에 써왔고 노하우를 묶어 최근 ‘초등 자존감 수업’이라는 책을 냈다. 블로그 구독자 1만5천여 명, 관련 글 스크랩 횟수 1천5백 회 이상일 정도로 인기를 얻었던 만큼 책에 대한 반향도 뜨겁다. 그가 생각하는 초등학생 자존감 높이는 법은 무엇일까.

책 ‘초등 자존감 수업’이 학부모 사이에 호평받고 있습니다. 어떻게 책을 내게 됐나요. 

블로그에 초등 입학, 친구 문제, 공부 방법 등 다양한 주제로 글을 썼어요. 많은 분이 제 블로그 글을 읽고 인터넷 카페 게시판에 내용을 올리는 등 공유를 해주셨죠. 그걸 본 여러 출판사 편집인들께서 출간 제의를 하셨고 기획안을 써봤어요. 원래 4가지 정도의 기획안이 나왔는데, 가장 먼저 ‘아이들의 자존감’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현직 교사인데 어떤 계기로 블로그를 운영하게 됐나요. 

교사들은 수업 자료를 만들어야 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자료가 쌓이자 찾지 못할 정도가 됐어요. 그러던 중 인터넷에서 한 선생님이 과목별로 자료 정리를 해둔 블로그를 발견했고 좋은 방법 같아서 저도 그렇게 정리하기 시작했죠. 그래서 블로그 운영자 이름도 누구 엄마가 아닌 ‘오뚝이쌤’이에요. 초반에는 타 학교 선생님들만 방문해주셨어요. 그러다가 지난해 7월 처음으로 선생님이 아닌 엄마로서 글을 써봤어요. 아이의 친구 문제에 있어 ‘부모로서 하지 말아야 할 3가지, 해야 할 3가지’라는 글이 맘카페와 SNS를 통해 많이 퍼졌어요. 사흘 만에 1천 명 넘게 구독자가 늘었죠. 그 글에 공감이 된다는 댓글이 많았어요. 이후로 엄마의 시각에서 여러 글을 썼고 많은 학부모가 공감해줬어요. 



특별히 초등학생의 자존감에 포커스를 둔 이유가 있나요. 

자존감은 자기가 자기에게 내리는 점수예요. 다른 사람으로부터 낮은 점수를 받아도 최종적으로 평가를 내리는 주체는 자기 자신이죠. 애들도 다 알아요. 부모가 칭찬을 많이 해줘도 초등학생부터는 비교가 시작되고 ‘내가 최고가 아니네!’라는 걸요. 그러면 ‘나는 별로인가?’ 하고 위축되기도 하죠. 영유아기에 부모의 사랑을 통해 자신을 소중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게 자존감의 출발이라면 초등학교부터는 자신의 욕구를 스스로 충족시키는 경험을 통해 자존감을 높여나가야 해요. 


학교에서 자존감이 낮아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를 얼마나 접하나요. 

생각보다 많아요. 특히 학령기 아이들은 자존감이 자라는 중이다 보니 높다고 말할 수 있는 경우가 드물죠. 갈등 상황에서 눈물부터 흘리고, 상황에 대한 거절을 존재에 대한 거절로 받아들여요. 학령기 자존감은 반복적인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통해 다듬어지는데 고학년 들어서야 마음이 단단한 아이가 눈에 보여요. 

자존감 낮은 아이들은 부모의 양육 방식이 원인인 경우가 많나요. 

자녀를 사랑하는 마음은 모두 같지만 방식에서 차이가 나죠. 아이의 미숙한 부분을 대신해주고, 좋은 친구를 붙여주고, 아이와 함께 엄마들을 집으로 초대해 아이끼리 친해지게 하면 당장은 문제가 없어요. 그러나 그 시기에 중요한 건 너도나도 친구를 스스로 만들어보는 거예요. 부모가 다 해주면 친구 만드는 법을 늦게 깨우치게 되죠. 또 아이가 친구와 싸우는 걸 걱정하는 부모도 있는데, 싸우는 과정도 필요해요. 통상 하는 말인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가 불가능한 나이예요. 잘 싸우고 잘 화해하는 걸 배워야 관계를 다져나갈 수 있어요. 책의 부제가 ‘불안을 이기는 엄마가 아이의 자존감을 키운다’인데 아이를 믿어주고 불안해하지 않는 부모 아래 자란 아이가 자존감이 높다고 봐요. 

그러면 자존감 높은 아이로 키우기 위해 부모가 어떻게 해야 하나요. 

말 그대로 아이를 ‘믿어주는’ 것이 필요해요. 아이가 사달라고 하면 휴대전화, 장난감 등을 손에 쥐여주지만 정작 믿음을 주지 않는 부모가 많아요. 그다음으로 아이가 자기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대신해주지 않고, 못 하는 일은 도와주고, 위험한 일이라면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주고, 안 하려는 일이라면 격려하고 기다리는 4가지 공식만 지키면 돼요. 남매를 키워보니 상황이 달라도 4가지 공식이면 정리가 되더라고요. 저희 아이들에게 이 공식을 적용했을 때 변화가 있었어요. 

학업 성취도와 자존감은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나요. 

학업은 자신감에 영향을 줘요. 예를 들어 받아쓰기 시험을 계속 100점 받으면 자신감은 높아지지만 자존감이 높아지는지는 생각해볼 문제죠. 실패를 경험하더라도 자기가 소중한 사람이라는 마음이 합쳐져야 자존감이 높아져요. 성공과 실패를 균형 있게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해요. 요즘은 ‘경험 불균형’이라고 할 정도로 엄마가 성공을 만들어주는 경우가 많아요. 그냥 자연스럽게 한 걸음 뒤에서 지켜봐주셨으면 해요. 

저학년은 학교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시기인데 자존감을 높여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학년은 가장 불안한 시기라 믿어주기 힘들겠지만 그래도 믿어줘야 해요. 그 나이 아이들은 선생님이 말하는데 끊고 뜬금없는 얘길 할 정도로 통제가 어렵죠. 부모들은 아이 친구들을 자기 집으로 부를지언정 아이를 남에 집에 보내지 않아요. 그런 불안은 엄마의 불안이지 아이는 불안해하지 않아요. 해결사를 자처하며 나서는 게 바로 자존감을 키울 여지를 박탈하는 거예요. 저학년 아이들도 놔두면 서툴지만 점점 나아져요. 해볼 수 있게 격려해주고 잘하지 못해도 괜찮다고 말해주세요. 

고학년은 내적 성장을 겪는 시기로 부모와의 소통도 어려운데 어떻게 지도해야 하나요. 

고학년은 또래 관계가 절대적인 시기예요. 특히 여학생은 생존과 직결될 정도죠. 공부는 못해도 살지만 친구 없이는 못 살아요(웃음). 친구가 좋다는 틴트를 바르고 밤새 메신저를 하며 좋은 관계를 만들기 위해 온 힘을 바치죠. 남학생은 스포츠나 게임이 주된 관심사죠. 부모는 아이에게 이것이 절실한 문제임을 이해해줘야 해요. 

그만큼 공부를 놓는 아이들이 많은데 마냥 믿어줘서 될까요. 

이 시기에는 제대로 된 공부법을 알려줘서 효율적으로 시간을 활용하도록 하는 게 좋아요. 공부할 내용은 학원이나 학교에서 배울 수 있지만 방법을 알려주는 곳은 없어요. 그래서 고학년 담임을 맡을 때마다 방법을 알려줘요. 아이들 중에 “선생님 저는 공부할수록 할 게 늘어나요”라고 하는데 잘못된 방법으로 하니까 그런 거예요. 방대한 내용을 한 권의 노트에 정리해 요약하는 법을 알려줬는데 많은 아이들이 도움을 받았어요. 몇 해 전 음악가가 꿈인 6학년 남학생 하나가 1년 내내 잠만 자면서 공부를 등한시했어요. 노트 공부법을 지루해하고 제일 못 따라왔죠. 중학생이 되고 나서 저를 찾아왔는데 “선생님 저 사회 시험 100점 받았어요. 가르쳐주신 노트 공부법대로 하니까 되던데요!”라고 하더라고요. 또 원래 공부를 잘하던 한 여학생은 중학교에 올라가서 노트 공부법을 전 과목에 적용해 전교 1등을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럴 땐 정말 뿌듯하죠. 


선생님 본인 자녀들의 자존감을 높여주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궁금합니다. 

저희 애들은 생일도 늦고 느린 아이들이라 뭘 잘하지는 못해요. 반면 저는 원래도 불안이 많은 사람이라 아이 낳기 전까지 매사 완벽하게 준비해 불안감을 낮추고, 삶을 통제하며 살아온 터라 힘들었죠. 아이들은 제 마음대로 되지 않고, 따라와주지도 않더라고요. 어느 날 그게 ‘내 불안’에서 비롯됐다는 걸 깨닫고 ‘일단 믿어주자’는 쪽으로 돌아섰어요. 앞서 말씀드린 4가지 공식 가운데 1~3번을 매번 실천하니 4번까지 갈 상황은 오지 않더라고요. 그러면서 차차 자존감이 올라간 것 같아요. 

선생님은 어린 시절 자존감이 높은 편이었나요. 

불안을 많이 느꼈던 만큼 자존감도 낮은 편이었어요. 학교에서 선생님이 ‘나와서 풀어볼 사람’을 찾으면 정답을 알지만 손만 만지작거리는 아이였죠. 어른이 됐다고 자존감이 높아지는 건 아니잖아요. 아이를 키울 때도 불안을 없애려 육아서를 정말 많이 봤는데 그게 상처로 돌아오더라고요. 분명히 육아서대로 이유식을 만들었는데 아이는 먹지를 않는 거예요. 그래서 출간 제의를 받았을 때도 제가 쓴 책을 읽고 상처 입은 독자가 생길까 봐 망설여졌어요. 그런데 블로그 구독자들이 ‘냉장고 앞에 붙여놓고 늘 읽는다’는 등 격려를 해줘서 용기를 낼 수 있었죠. 제게 있어 ‘높은 자존감’은 평생의 숙원이에요. 

마지막으로 초등학교 학부모에게 남기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요즘 초등학생은 주변에 평가자가 너무 많아요. 옛날엔 평가자가 선생님 정도였지만 지금은 반 친구, 친구의 엄마, 심지어 음식점에서도 남을 의식해야 하죠. 아이들을 향한 평가가 많은 건 비극이에요. 엄마 입장에서는 평판이 불안할 수밖에 없죠. 아이를 끊임없이 조심시키고 단속하고 통제하죠. 그러면 아이가 아이답게 자라지 못해요. 요즘 사회가 아이다움을 이해해주지 못하고 애어른을 요구하는 걸 보면 ‘이 사회가 정말 아이 낳기를 원하는가’ 하는 의문이 생겨요. 어른도 두세 번의 기회가 필요하잖아요. 아이들은 완성품이 아니니까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주길 부탁드려요. 또 내 아이뿐 아니라 다른 아이의 실수를 너그럽게 이해해주는 문화가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사진 김도균 디자인 최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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