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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kids #solution

책을 못 읽는 우리 아이…조기 치료로 읽기·쓰기 어려움 극복

EDITOR 김건희

2019. 09. 16

글자를 알지만 읽지는 못하는 난독증. 지능이나 대인관계 면에서는 문제가 없기에 글을 읽거나 쓸 줄 모르는 문맹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 초등학생 20명 중 한 명이 앓고 있다는 난독증의 증상은 무엇일까. 그리고 어떻게 치료해야 할까.

CASE 1.
책 읽을 때마다 우는 아이

마음 여리고 툭 하면 눈물을 보이는 초등학교 3학년 동우(9·남·가명). 

늘 말없이 눈물만 뚝뚝 흘리는 통에 부모의 잔소리가 계속됐다. 부모가 동우에게 “책 읽어라” 말하면 아이는 두통과 눈부심 같은 신체 이상 증세를 호소했다. 조사를 빼고 읽는 일도 부지기수. 

“동우는 글을 잘 읽고 싶지만 읽기가 어려운 경우였어요. 심지어 읽기 테스트 때조차 ‘글자가 겹쳐 보여 머리가 아프다’며 제대로 읽지 못했죠.” 

동우를 상담하고 치료한 언어재활사 정영옥 씨의 말이다. 난독증을 가진 아이는 글자 형태와 음성의 연결이 동시에 이뤄지지 않아 글자가 어떤 소리를 갖는지 인식하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부모의 “책 읽으라”는 말이 아이의 두통과 눈부심을 유발했던 것. 

정씨는 동우에게 음운인식 교육을 시행하는 한편 동우 부모에겐 아이에게 책 읽어주기 숙제를 내주었다. 이후 8개월 동안 부모가 책을 읽어주고 그중 단어를 불러주면 아이가 받아쓰는 걸 반복했다. 동우는 이제 스스로 독서하는 습관을 들일 만큼 책에 큰 흥미를 보이고 있다. 



일각에선 책 읽어주기는 난독증의 직접적인 치료법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지만, 정씨는 난독증을 가진 아이의 어휘력 저하를 예방할 수 있는 좋은 활동이라고 강조한다. 이어 “동우처럼 해독에 어려움을 갖는 아이는 어휘에 노출되는 빈도가 또래 아이보다 떨어질 수 있다. 이는 어휘 능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부모가 책을 읽어줄 수 없을 땐 오디오 북(Audio Book) 들려주기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대화·그림·영상 같은 매체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CASE 2.
‘곰곰이’를 ‘돔돔이’로 읽는 아이

초등학교 1학년 지아(7·여·가명)는 글을 읽는 속도가 느리고 글자를 이상하게 소리 내는 난독증 아동이었다. 예컨대 ‘곰곰이’를 ‘돔돔이’로, ‘가기’를 ‘자기’라고 읽었다. ‘ㄱ’을 ‘ㄷ’ 또는 ‘ㅈ’으로 바꾸어 읽기도 했다. 의아한 건 지아가 이렇게 읽으면서도 내용을 이해한다는 것. 원인이 무엇일까. 

엄마 김연수 씨는 “지아의 음소인식 능력 부족이 원인이었다. 아이가 소리 ‘ㄱ’을 명료하게 인식하지 못해 나타나는 문제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부모와 선생의 권유보다 중요한 건 아이의 의지다. ‘난독증 치료는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을 위한 일’이라는 생각은 가장 큰 동력이 된다. 김씨도 그 부분에 초점을 맞춰 아이를 지도했다. 

“아이가 실제 내용을 다르게 읽는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식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하더라고요. 아이가 본 내용과 다르게 추측해 읽는다는 걸 스스로 알게 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한 공부 방법을 찾아보자는 식으로 아이의 이해를 도왔어요.” 

지아는 특수아동지도사의 지도 아래 혼자 소리 내어 읽는 방법을 택했다. 집에선 부모가 오디오 북을 이용해 아이가 단어를 듣고 쓰는 연습을 반복할 수 있게끔 도왔다. 3개월 후 결과는 대만족. 지아는 여전히 글을 읽는 속도가 느렸지만 부모는 음소인식 문제가 비교적 해결된 것이 가장 만족스러웠다고 했다. 특히 ‘ㄱ’과 ‘ㄷ’ 또는 ‘ㅈ’을 구분해 정확하게 입력하고 소리를 내는 것에 흡족해했다.

CASE 3.
통글자로 그림처럼 글자 인식하는 아이

“초등학교 3학년 세호(9·남·가명)의 알림장을 살펴보니 ‘내려 입고’를 ‘내려 잎고’로, ‘알갱이’를 ‘안갬이’로 썼더라고요. 주로 받침에 대한 실수가 많았어요. 음운인식 경로로 인식하지 않고 통글자로 그림처럼 인지하다 보니 이와 같은 쓰기 오류를 보이는 거죠.” 

언어재활사로 활동하고 있는 강유신 씨는 세호처럼 최근 4~5년 사이 음운인식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수학익힘’을 ‘수학이킴’이라고 썼다면 소리 나는 대로 적어 실수를 했다고 볼 수 있지만 ‘익힘’을 ‘임힉’이라고 쓰는 것은 난독아의 전형적인 증상에 해당한다는 것. 이처럼 난독아의 알림장이나 일기장을 잘 검토해보면, 쓰기 실수가 읽기와는 무관한 경우가 많다. 

강씨는 이런 경우에는 음소인식 교육을 통해 치료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소라’ ‘사자’는 첫소리가 ‘ㅅ’임을 아는 것이 음소인식 능력이에요. 아이가 ‘ㅅ’ 소리를 다른 소리 ‘ㄱ’과 비교, 분석해 차이를 인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음소인식 능력을 갖췄을 때 비로소 ‘ㅅ’ 소리가 들어간 다른 단어를 듣고 소리 나는 대로 쓸 수 있게 되고 처음 보는 ‘ㅅ’ 들어간 단어도 읽을 수 있답니다.”
1년 넘게 치료를 거듭할수록 세호의 음운인식 능력이 향상되고 있다. 치료 전에는 자신의 이름 ‘세’ 글자에서 모음 ‘ㅔ’만 소리를 내보라고 하면, ‘세’라고 했지만, 지금은 ‘에’라고 한다.

충북 단양군 다누리도서관에서 독서 삼매경에 빠진 아이들 모습.

충북 단양군 다누리도서관에서 독서 삼매경에 빠진 아이들 모습.

무조건 책 많이 읽는다고 해결되지 않아 

난독증은 말 그대로 읽기 장애다. 지능이나 대인관계 면에서는 문제없지만 글(문자)을 읽고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학습장애의 일종이다. 난독증 아이는 다양한 증상을 보인다. △읽는 속도가 또래 아이보다 느린 경우 △단어를 소리 나는 대로 읽기 어려워하는 경우 △받침을 틀리게 쓰는 경우 △글자 순서를 뒤섞어서 쓰는 경우 △읽었던 줄을 또 읽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난독증 원인을 ‘음소인식의 결손’ 때문으로 본다. 음소인식이란 음소(가장 작은 소리의 단위)를 조합해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내는 능력으로 어조나 억양, 강세, 장단을 가리킨다. 

읽기는 텍스트를 ‘판독’하고 ‘이해’하는 두 행위가 결합돼 이뤄지는데 판독을 담당하는 뇌 부위, 이해를 담당하는 뇌 부위, 이 둘을 연결하는 뇌의 회로 이 세 부위 중 한 곳 혹은 여러 곳에서 문제가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 즉, 난독증은 뇌의 문제이기 때문에 무조건 책을 많이 읽거나 일반적인 학습 방법으로는 읽기 능력이 향상되지 않는다. 

난독증 관련 증상을 보이는 국내 초등학생 수는 2만3천4백91명(교육부, 2016년 기준). 난독증을 겪는 아이는 초등학교 입학 후 학습과 평가가 주로 ‘글’로 이뤄지다 보니 도움을 받지 않으면 학년이 올라갈수록 어려움을 겪는다. 일반적으로 난독증은 만 10세 이전에 발견하면 치료가 가능하다. 하지만 국내에는 난독증에 대한 인식이 미미해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양민화 국민대 교육학과 교수(국민대 읽기쓰기클리니컬센터장)는 “난독증은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등 다른 학습장애와 동반되는 경우가 흔한데, 이 경우엔 음소인식 교육과 한글 파닉스(Phonics·단어가 가진 소리와 발음을 배우는 교수법) 교육, 어휘와 읽기 이해 교육을 병행해 한글을 배우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ADHD 아동은 컨디션에 따라 집중력 차이를 보이는 경향이 있어 일반 난독아보다 교육을 더 자주 반복해야 한다. 다만 아이가 지루해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양 교수는 “게임 형식을 빌려 역동적인 교수 학습법을 적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난독증을 겪는 아이들을 치료해본 엄마들과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난독증은 극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조기에 발견해 적절한 읽기 교육을 실시하면 예방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난독증 선별 체크리스트가 개발돼 있다. 교육부 등에서 개발한 ‘난독증 선별 체크리스트’를 통해 가정에서도 아이의 기초 읽기, 쓰기 능력이 또래 아이와 비교해 지체되고 있는지를 확인해볼 수 있다. 

전문가의 면밀한 진단을 받으려면 관련 기관을 이용해야 한다. 언어재활사가 있는 기관이나 교육학(특수교육) 전공 치료사가 있는 기관, 소아정신과 전문의가 있는 의료 기관이 여기에 해당된다. 난독증 진단 검사는 유료로 진행되는데, 전국 시·도교육청의 바우처 사업 지원 대상자에 신청해 선정되면 진단 검사는 물론 치료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자존감 높여주고, 정독으로 흥미 높여야 

아이가 난독증 판정을 받았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얻어 음소인식 교육을 시작으로 음운인식 교육, 파닉스, 자음과 모음 읽기, 읽기 유창성 순으로 치료를 한다. 또한 발음 중심의 체계적인 읽기 교육을 시행한다. 2014년 소아정신의학회에 따르면 난독증 아동에겐 음운인식 교육, 체계적 발음 중심 교수, 해독(독해) 훈련, 철자법, 유창성(막힘없이 읽는 것) 훈련이 결합된 치료가 가장 효과적이다. 

그렇다면 자녀의 난독증을 치료하기 위해 집에서 어떤 식으로 지도해야 할까. 김중훈 한국난독증협회 이사는 “난독증을 겪는 아이를 학습부진아 취급하는 건 금물”이라고 조언했다. “학습장애와 학습부진을 혼동하면 안 된다”는 것. 학습부진아는 빈곤한 가정환경 등 환경적 요인으로 학습에 지장을 받아 학업 성적이 낮은 반면 학습장애는 가정의 상황에 관계없이 학생이 읽기, 쓰기, 수학 등 특정 영역에서 문제를 겪는다. 읽고 쓰는 데 어려움이 있을 뿐 오히려 다양한 재능을 가진 경우가 많으니, 이 점을 독려하는 것이 좋다고. 아이의 창의성이나 독창성을 칭찬하면 아이의 자존감이 회복될 수 있다. 

특히 가정에선 아이가 자주 보고 사용하는 단어를 활용해 자음과 모음의 소릿값을 알려주고, 이를 조합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이 좋다. 예컨대 아이 이름이나 반려동물 이름, 만화 주인공 이름, 자주 보는 표지판이나 간판의 단어를 글자로 가르쳐주는 식이다. 단어가 반복적으로 나오는 동요를 들려주고 단어를 적게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책을 읽을 땐 아이가 그림이나 내용에 대해 어떤 생각과 느낌을 가지고 있는지 물어보고, 아이가 보이는 다양한 호기심에 적극적으로 반응해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책을 꼼꼼히 읽도록 가르치는 것도 하나의 방법. 책 ‘나의 책 읽기 수업’의 저자 송승훈 남양주 광동고 교사는 “책을 많이 읽으면 제대로 읽는 능력이 생길 수 있지만, 다독보단 정독을 하는 것이 좋다. 이와 별개로 책을 제대로 읽는 버릇을 길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린이 도서관 어디까지 가봤니?
이색 어린이 도서관 4選

어린이 도서관은 이제 그 자체로 한 권의 책이 되어 어린이들을 기다린다. 난독아의 책 읽기에 도움이 되는 서비스뿐 아니라 서당 수업 같은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가기에 좋은 이색 어린이 도서관 4곳을 모았다.

외국어와 놀며 톡톡(talk talk) 터지는 ‘송도국제어린이도서관’

송도국제어린이도서관

송도국제어린이도서관

인천 연수구 송도동 새아침공원을 거닐다 보면 돔 형식의 지붕과 은빛 벽이 어우러진 송도국제어린이도서관을 만날 수 있다. 송도국제도시 특성을 고려해 설계한 ‘외국어 특화 도서관’이다. 어린이자료실, 외국어자료실, 독서토론실로 구성돼 있다. 외국어자료실엔 영어, 중국어, 일본어로 제작된 그림책과 동화책 2만7천 권이 있다. 난독증을 겪는 아이의 책 읽기에 도움이 되어줄 1천8백 개의 이북(E-book), 오디오 북도 비치돼 있다. 

운영 시간 평일·주말 오전 10시~오후 6시(목요일은 오후 8시까지), 매주 월요일 휴관 위치 인천시 연수구 컨벤시아대로 43

책과 음악이 있는 10대 열린 공간 ‘월곡꿈그림도서관’

월곡꿈그림도서관

월곡꿈그림도서관

2017년 개관한 성북구 첫 번째 ‘청소년 특화 도서관’인 월곡꿈그림도서관은 10대를 위한 공간이다. 은은한 베이지색 옷을 입은 좌우 기다란 단층 건물에 큰 유리창으로 개방감을 선사하고, 평상형 나무 마루, 열람실형 테이블, 1인 소파, 창가 좌석 등이 알차게 배치돼 있어 책 읽기에 좋다. 서가엔 일반 도서, 청소년 도서, 만화책 1만7천 권이 비치돼 있다. ‘라이브스트리밍 창틈’이란 이름을 가진 고음질 음원 서비스 좌석은 이곳의 자랑거리.

운영 시간 평일·주말 오전 9시~오후 6시(수·금요일은 오후 8시까지), 매주 일·월요일 휴관 위치 서울시 성북구 화랑로13길 17



도심 속 전통 한옥 체험 가능한 ‘글마루 한옥어린이도서관’

글마루 한옥어린이도서관

글마루 한옥어린이도서관

국내 어린이 도서관으로는 최초로 전통 한옥으로 지은 글마루 한옥어린이도서관은 3만3천 권의 그림책, 동화, 어린이 소설이 서가를 메우고 있다. 곳곳에 걸린 각양각색 하회탈과 도서관 뒤뜰에 전시된 솥·절구·장독대·우물을 직접 체험하며 전통문화의 매력을 알게 된다. 사자소학과 전통 놀이를 무료로 배우는 ‘서울까치서당’은 매주 수요일에 열린다(사전 예약 필수). 

운영 시간 평일 오전 9시~오후 7시(수·금요일은 오후 8시까지)·주말 오전 10시~오후 5시, 매주 화요일 휴관 위치 서울시 구로구 고척로27바길 7 

그림책으로 해독 능력 키우는 ‘현대어린이책미술관’

현대어린이책미술관

현대어린이책미술관

현대백화점 판교점 5~6층에는 국내 최초 책을 주제로 한 ‘현대어린이책미술관’이 있다. 6층 ‘열린서재’에는 국내외 우수 그림책 6천 권을 비치했다. 아이가 어떤 그림책을 볼지 모르겠다면 그림책 속 주제를 분석해 도출한 ‘키워드 지도’를 활용하자. 어린이 인지발달 단계에 맞춰 열린서재 왼쪽부터 오른쪽 방향으로 키워드 70개를 제시한다. 수요일부터 일요일 오후 3시에는 그림책을 읽은 뒤 스토리를 이해하는 ‘미니활동’도 진행된다. 입장료는 6천원(만 3세는 무료). 

운영 시간 평일·주말 오전 10시~오후 7시, 매주 월요일 휴관 위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 146번길 20

기획 정혜연 기자 사진 박해윤 기자 디자인 김영화 사진제공 각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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