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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급식, 백종원이 손대면 다를까

EDITOR 조윤

입력 2019.07.22 17:00:02

다양한 먹방을 통해 골목식당부터 학생식당까지 식문화를 바꾸고 있는 외식업의 제왕 백종원. 기발한 아이디어를 가진 고딩 셰프들과 그의 외식업 노하우가 버무려져 탄생한 급식은 어떤 ‘맛’일까.
학교 급식, 백종원이 손대면 다를까
외식업계의 큰손이자 먹거리 예능 프로그램(이하 먹방)의 시청률 보증수표로 불리는 백종원(53) 씨가 이번엔 학생들의 아이디어가 급식 판에 오르도록 돕고자 나섰다. 6월 8일 방송을 시작한 tvN ‘고교급식왕’은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발된 8팀의 고등학생들이 직접 개발한 급식 레시피로 요리 경연을 벌이는 프로그램이다. 이들 고딩 셰프의 멘토로 나선 백씨는 2012년부터 학교 법인 예덕학원(충남 예산고·예산예화여고)의 이사장을 지내며 학생들의 급식에 꾸준한 관심을 가져왔다. 그의 할아버지가 설립한 예덕학원은 예산고 학생들에게 한 달에 한 번 기부 형태로 특식을 제공해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된 바 있다. 

1993년 소규모의 쌈밥집으로 외식업에 뛰어든 그는 한신포차, 새마을식당, 빽다방 등 약 20개 브랜드를 국내외 1천5백여 매장으로 확장시키며 프랜차이즈 업계의 성공 신화를 썼다. 그가 ‘요섹남’으로 대중에게 각인되기 시작한 건 2015년 MBC 예능 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출연하면서다. ‘백주부’라는 이름표를 달고 나선 그의 간단하고 쉬운 집밥 요리는 ‘백종원 레시피’로 불리며 크게 유행했고 ‘참 쉽쥬~’와 같은 특유의 구수한 말투까지 인기를 끌었다. 앞서 2013년 15세 연하의 배우 소유진과 결혼한 사실도 새삼 주목을 끌었다. 두 사람의 슬하에는 현재 1남 2녀가 있다. 

이후 백씨는 ‘집밥 백선생’ ‘한식대첩’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 등에 출연하며 먹방계의 흥행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시리즈 격인 ‘백종원의 3대천왕’ ‘백종원의 푸드트럭’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연이어 출연하며 보다 전문가적인 면모를 보여줬다. 그는 소자본으로 요식업에 도전하는 청장년들에게 자신의 레시피와 노하우를 가감 없이 전수하며 업계 인식까지 바꿔놨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준비되지 않은 자는 외식업에 뛰어들지 말라”고 쓴소리를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백주부’에서 ‘백선생’, 그리고 이제는 ‘백교장’이다. 집밥과 길거리 음식, 고급 한식에 이어 학생들과 선보이는 급식으로 또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그를 만났다.


학교 급식, 백종원이 손대면 다를까
‘고교급식왕’에 출연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사학재단 이사장이 되면서 급식만큼은 정말 제대로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현실은 생각과 달랐어요. 음식점은 내가 수익을 덜 가져가서라도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데 급식은 제약이 많더라고요. 예전엔 급식을 왜 저렇게밖에 못 주나 생각했었는데 다 나름의 이유가 있었어요. 현재의 급식 문화를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이해하고 여럿이 아이디어를 내면 좋은 해결책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하던 차에 이 프로그램의 출연 제의를 받았어요. 외식업 종사자나 급식소 영양사, 조리사분들이 열심히 하고도 비난을 받는데 왜 그렇게밖에 할 수 없는지 대중이 이해할 수 있는 계기도 될 거라 봐요. 시청자도 그분들의 노고를 알게 되면 급식이 그만큼 좋아지지 않을까 싶어요. 

‘고교급식왕’은 독특한 콘셉트인데 이전 방송들과 비교해 어떤 차별성이 있나요. 

그동안 해왔던 방송이 성인 전문가들과 함께였다면 이번엔 비전문가인 청소년들과 함께한다는 점에서 가장 큰 차이가 나죠. 학생들의 요리 수준이 낮을 거라 생각했는데 깜짝 놀랄 정도로 높더라고요. 약간 과장해서 말하면 경쟁 상대로 여길 만큼 위기감을 느꼈어요. 한편으론 학생들을 보면서 우리나라 외식 산업의 미래가 밝다고 느꼈어요. 외식 문화가 발전하려면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음식 자체를 좋아해서 음식점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해요. 이 친구들 정도의 실력과 열정이면 10년, 20년 후 우리나라 외식업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농담 삼아 스카우트 하고 싶다고도 했죠(웃음). 

그간 먹방의 멘토나 심사위원으로 활약했는데 이번 프로그램에선 어떤 역할인가요. 

학생들의 레시피가 대량 조리가 가능하도록 아이디어를 발전시켜주거나, 적정 가격을 넘어갔을 때 단가를 조정해주는 등의 역할을 해요. 녹화 초기엔 학생들의 아이디어가 지나치게 독특해서 급식으로 만들기 불가능할 정도로 손이 가는 것들이 많았어요. 반면에 이 친구들의 학습 속도는 엄청나게 빨라요. 급식에 맞는 탄수화물·단백질·지방의 비율이나 단가, 열량을 알려주면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습득해요. 준결승까지 올라간 메뉴는 급식에 굉장히 최적화된 것이에요. 

요리 주체가 고등학생이어서 여느 방송과는 다른 방식으로 조언을 해야 할 듯해요. 

사실 다른 먹방에서는 스트레스 엄청 많이 받았어요. 싫은 소리도 해야 하니까요.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제가 욕을 많이 해요. 사고 위험이 있는 칼, 불을 다루기 때문에 굉장히 예민해져 있는데 다행히 제작진이 편집을 잘해줬죠. 근데 ‘고교급식왕’에선 욕할 일이 없어요. ‘골목식당’에서는 짜증 내면서 가르쳐주는데 여기서는 너무 재미있어요. 학생들이 너무 예쁘고 기특하고 짠하기도 해서 제작진이 시키지도 않은 요리 시범을 보이고 자꾸 가르쳐주게 돼요. 제가 결혼을 제때 했으면 지금 저런 자식들이 있었겠죠(웃음). 그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면 우리 집에 데려가 가르치고 싶을 정도예요. 

기억에 남는 기발한 메뉴가 있나요. 

그 얘기를 해드리면 방송을 안 볼 것 아니에요. 하하. 좋은 아이디어가 정말 많기도 했지만 급식실 조리 선생님들과 영양사분들이 협업해서 다소 황당할 수도 있는 메뉴를 급식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줬어요. 저도 옆에서 감탄하면서 좋은 경험을 했죠. 

함께 출연하는 은지원 씨는 백종원 대표에 대해 “무서울 줄 알았는데 굉장히 친근한 분”이라고 평하더군요. 개그맨 문세윤, 걸 그룹 에이프릴의 이나은 등 함께 출연하는 연예인들과의 호흡은 어떤가요. 

(특유의 눈 웃음을 지으며) 좋쥬. 허허. 

다둥이 아빠로서 급식에 넣고 싶은 아이들 반찬이 있다면요. 

아이들이 없을 땐 튀김, 고기 위주의 요리를 많이 해 먹었어요. 학생들도 고기 좋아하고 튀김 좋아하는 건 저랑 똑같더군요. 가끔 그런 것도 먹어야죠. 방송을 하며 느낀 건, 영양사분들이 정말 영양소 분배를 제대로 해주시더군요. 저희 애들이 급식 먹을 나이가 되면 정부에서 급식 칼로리 기준을 현실적으로 조정해주시면 좋겠어요. 좋은 메뉴들이 이 칼로리 기준에서 걸려요. 급식은 700kcal 전후로 맞춰야 하는데 이게 참 어려워요. 정부는 학생들이 비만이 될까 봐 그렇다고 하는데 대부분의 학생들이 급식을 먹고도 부족해 간식을 사 먹는다고 하더군요.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생하시는 영양사, 조리사 선생님들께 힘내시라는 응원의 메시지가 잘 전달됐으면 좋겠어요. 또 학생들이 주인공이기 때문에 실수하는 부분들이 나올 수 있는데 예쁘게 봐주시길 바라요. 요즘 먹방이 너무 많다고 하는 분들도 있는데, 사람 사는 데서 먹는 걸 빼면 뭐가 없잖아요. 먹는 것, 먹는 걸 만드는 것에 관심 갖는 사람이 많아지면 경쟁력 있는 외식 문화도 생길 거라고 봐요.


기획 김지영 기자 사진 홍태식 디자인 김영화 사진제공 tvN




여성동아 2019년 7월 6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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