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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interview #aphrozone

“줄기세포로 ‘토털 뷰티 솔루션’ 개발, 세계 최고 뷰티 기업 만들어야죠”

3전 4기 기업인, 아프로존 김봉준 회장

EDITOR 최호열 기자 김건희

2019. 07. 12

인체줄기세포배양액 함유 화장품으로 성공한 김봉준 회장. 그의 성공 뒤엔 젊은 시절 잇단 실패를 통해 쌓은 경험과 포기하지 않는 열정, 그리고 더불어 잘살겠다는 염원이 있었다. 올해 60세, 현재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또 다른 도전을 꿈꾸는 그의 진한 성공 스토리.

‘세포들의 공장’으로 불리는 줄기세포. 인체줄기세포배양액을 함유한 화장품은 뷰티 시장에 일대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되는 꿈의 아이템으로 불린다. 그런 줄기세포 배양액 함유 화장품을 글로벌 기업이 아닌 국내 기업, 그것도 ‘신생 토종’ 회사가 주도한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다들 의아해합니다. 하지만 에어브러시 시스템을 활용한 ‘뿌리는 방식’이 손으로 바르고 두드리는 기존 방식보다 화장품 성분을 더 잘 흡수시키니 우리의 시도와 도전이 화장품 업계 패러다임을 바꿨다고 할 수 있죠.” 

2012년 설립된 기능성 화장품 전문 기업 아프로존 김봉준(60) 회장은 네트워크마케팅을 통해 인체줄기세포배양액을 함유한 화장품 ‘루비셀’과 ‘아토락’으로 세칭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회사 설립 첫해에 3백8억원의 매출을 낸 이래 불과 3년 만인 2015년 1천35억원의 매출을 달성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꾸준히 7백억~8백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줄기세포 피부 과학 동종 업체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아프로존은 품질 면에서도 일찍부터 인정을 받아왔다. 세계 유명 품평회인 ‘2019 몽드셀렉션(Monde Selection)’ 화장품 부문에서 ‘루비셀 인텐시브 4U 앰플’이 올해까지 4년 연속 금상을 수상했다.

화장품 문화 바꾼 아프로존의 시도

김봉준 회장은 앞으로 기업공개를 하며 주식을 직원과 사회에 나눠줘 성공에 보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봉준 회장은 앞으로 기업공개를 하며 주식을 직원과 사회에 나눠줘 성공에 보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짧은 기간에 급성장을 이루고 이제는 안정기에 접어든 것으로 평가받는 아프로존의 김봉준 회장을 6월 17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본사 집무실에서 만났다. 2014년 완공한 사옥은 뷰티 기업답게 세련되고 산뜻한 감성을 자랑했다. 라운지는 아기자기한 테이블과 소파, 명화와 조각상, 카페테리아 등으로 갤러리 분위기를 자아낸다. 김 회장 집무실 곳곳엔 크고 작은 지구본 30여 개가 놓였는데, 그는 “‘전 세계를 아프로존으로 물들이겠다’는 각오로 해외로 출장 갈 때마다 하나씩 사 모은 것들”이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회사명이 독특합니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아프로’와 우리말 ‘앞으로’를 동시에 내포하고 있습니다. ‘미의 여신이 지키는 영역’이라는 뜻인 동시에 ‘앞으로 좋은’ 일이 많이 있으라는 바람을 담아 지었어요. 고령화 시대를 맞아 안티에이징에 대한 소비자의 니즈가 점점 커지는데, 그에 발맞춰 아프로존도 외적인 아름다움은 물론 내적인 아름다움까지 동시에 추구하고 있습니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김 회장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예술가로서의 꿈을 접고 제약 회사 영업사원이 되었다. 탁월한 영업 능력을 발휘하던 그는 ‘남의 돈 버는 일’보다 ‘내 돈 버는 일’을 하고 싶다는 욕심에 20대 후반 사표를 던지고 창업에 도전했다. 하지만 경험 부족으로 수차례 실패의 쓴맛을 봐야 했다. 김 회장은 “뭣도 모르고 세상에 나왔다가 값비싼 수업료를 치렀다”며 웃었다. 하지만 이때 경험이 훗날 성공의 든든한 밑천이 됐다고 말한다. 

뷰티 산업에 도전하게 된 계기는. 

“마지막으로 정수기 사업을 했어요. 사람이 사는 데 꼭 필요한 게 물이잖아요. 그래서 시작했는데 이내 대기업들이 뛰어들면서 경쟁이 안 되더라고요. 결국 망해서 공장까지 정리했죠. 상심해 있던 어느 날, 우연히 미세한 바늘을 이용해 줄기세포 배양액 성분을 피부에 빠르게 흡수시키는 ‘MTS(Microneedle Therapy System) 시술’을 보고 ‘아, 이거다’ 하는 생각을 한 거죠.” 

줄기세포는 여러 종류의 신체 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해 줄기세포를 얻는다. 성체줄기세포는 주로 성인에게서 얻는데, 배아줄기세포보다 활용도가 뛰어나 화장품 개발에도 응용된다. 특히 안티에이징 효과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점에 주목한 김 회장은 인체줄기세포배양액과 화장품 성분을 혼합한 ‘토털 솔루션’ 콘셉트의 화장품을 만들기로 결심하고, ‘내 인생의 마지막 기회’라며 도전장을 던졌다.
 
어떤 점에서 확신이 생기던가요. 

“인체줄기세포배양액을 활용한 화장품이라는 점에서 피부 개선 효과가 높다고 봤죠. 화학 물질을 기본 원료로 쓰는 기존 화장품은 물론 녹차, 벌꿀 등을 활용한 천연 재료 화장품과도 차별화돼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인체줄기세포배양액이 5% 함유된 앰플을 만들어 여성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제품 테스트를 하며 보습력, 흡수력, 번들거림, 향, 제형, 질감 등 다양한 피드백을 받아 보완했어요. 3개월 넘게 전국을 돌아다니며 그 일을 했죠.” 

한번 제품을 사용한 소비자들이 다시 찾는 것을 보며 성공을 확신한 김 회장은 2012년 6월 1일 방문판매 회사인 아프로존을 설립했다. 직원은 단 한 명, 그 자신이었다. 제품 디자인부터 포장지, 스티커 제작, 박스 구입까지 혼자 모든 일을 도맡아 처리하고 전국으로 물건을 팔러 다녔다. 주력 제품은 인체줄기세포배양액 함유 화장품 ‘루비셀’ 앰플. 루비셀은 7월 탄생석 루비(Ruby)와 셀 사이언스(Cell Science)의 합성어다. 

“아프로존을 설립했을 때 제 꿈이 한 달 매출 2억원이었어요. 물건 값과 판매원들 수당 주고 고정비를 제하면 10% 정도 남겠더라고요. 그 돈이면 몇 안 되는 직원들 월급 주고 저도 집에 생활비를 갖다 줄 수 있겠다 싶었죠. 그런데 꿈이 간절하면 이루어진다더니 첫 달 매출이 1억4천5백만 원, 두 번째 달 매출은 2억7천만원에 달했어요.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할 수 없었어요.”

성장 일등공신은 회원들과 제품 기술력

아프로존의 인기 제품 ‘루비셀 에어브러시 시스템’에는 김 회장의 경험과 지혜가 녹아 있다. 피부 미용에서 사용되는 MTS 시술은 화장품의 성분 흡수율은 좋지만 소비자들이 사용 과정에서 불편함을 호소하는 일이 많았다. ‘MTS보다 흡수율 높은 대체재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 김 회장은 정수기 제조 경험을 살려 흡수율 좋은 기능수를 개발하고, 미대 전공 이력을 십분 살려 분사력 좋은 에어브러시를 장착한 ‘뿌리는 방식’의 기기를 구상해냈다. 

“루비셀 에어브러시 시스템은 가정에서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홈케어 기기입니다. 저렴하지 않은 가격(14만원)에도 지금까지 30만 대 넘게 판매됐지요. 이를 통해 ‘제품이 좋으면 소비자로부터 사랑받는다’는 게 아프로존의 철학이 됐습니다.” 

비교적 짧은 기간에 급성장할 수 있었던 요인을 꼽자면. 

“욕심을 내서 무리한 경영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2015년 매출 1천억원을 돌파했지만 그 이후에도 직원들에게 ‘매출액에 연연하지 마라’고 말합니다. 급성장을 감당할 체력과 역량이 안 되는데 무리하게 매출을 늘리려다 보면 무너지기 쉽습니다. ‘흑자도산’이 그런 거죠. 뭐니 뭐니 해도 아프로존의 성장 일등공신은 회원들입니다. 그분들의 노력이 아프로존을 오늘날 이 자리에 올려놓았습니다. 회원들이 물건을 홍보하면서 자신과 함께 영업 활동을 할 또 다른 회원을 데려오니까요. 회사는 이분들이 최선을 다해 일할 수 있도록 경쟁력 갖춘 양질의 제품을 생산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습니다. 제품 기술력을 뒷받침하기 위해 매출의 10%를 연구개발(R&D)에 투자했어요. 박사급 인재들을 대거 채용하고요. 이처럼 회사와 회원이 각자 맡은 역할을 잘 분담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봅니다.” 

드러그스토어가 화장품 유통의 핵심으로 떠오른 지 오래입니다. 새로운 유통 판로 개척의 일환으로 드러그스토어에 진출할 생각은 없나요. 

“지금도 그렇지만 대부분의 MD(Merchandiser·상품기획관리자)들이 소비자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핑계로 잘 팔리는 제품만 취급합니다. 제조사들은 제품을 선택받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MD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어요. 우리가 직접 오프라인 편집숍 형태의 드러그스토어를 개설하는 것도 생각해봤지만 이미 좋은 자리는 대기업들이 차지한 상황이라 시기적으로 늦어 보입니다. 저는 오히려 방문판매 사업에서 네트워크마케팅으로 빠르게 전향한 게 성공 비결이 아닐까 합니다.” 

방문판매로 시작한 아프로존은 2013년 네트워크마케팅(다단계판매)으로 전환했다. 2012년 8월 국회에서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을 전면 개정하면서 방문판매 방식 일부를 이 법에 적용해 다단계판매업으로 등록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다단계판매업으로 등록하려면 자본금 5억 원을 마련해야 하고, 소비자피해보상보험계약 체결 명목으로 공제조합에 담보금도 내야 한다. 김 회장은 이 얘기를 하다 해탈한 듯 웃음을 지었다. 

“당시엔 그런 큰돈을 구할 데가 없어 하루하루 피가 마르는 기분이었죠. 이 사람, 저 사람을 붙들고 이야기해봤지만 투자 유치도 못 한 채 사람만 다 잃었어요. 결국 스스로 고비를 헤쳐나가기로 마음먹고 더 열심히 일에 매진했어요. 발이 부르트도록 많은 사람을 만나 제품을 설명하고 회원을 확보했죠. 그러다 보니 그 큰돈이 만들어지더군요. 그래서 지금 제도권 안에서 정상 영업을 하고 있고요(웃음).” 

네트워크마케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여전히 ‘미운 오리 새끼’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론상으로는 훌륭한데 사회적 인식이 안 좋은 이유에 대해 생각하다가 ‘미국의 새로운 유통 방식이 한국으로 들어오는 과정에서 사람을 끌어 모아 투자를 유도했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한탕주의를 꿈꾸는 이들에 의해 이미지가 손상된 것이죠. 사업을 꾸준히 선량하게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인식이 좋아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다만 우리 사회가 이 영업 방식을 배척하고 불신할 때 미국의 암웨이와 뉴스킨이 전 세계 시장을 장악했다는 점은 두고두고 아쉬워요.” 

돈 버는 일 못지않게 나눔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는 게 김 회장의 지론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는 1억원 넘게 기부한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으로 등록돼 있다. 회사 차원에서 제품 판매액 1%를 기부하는 ‘공익연계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는 태어나자마자 베이비박스에 남겨진 아이를 지원하는 ‘품다’ 캠페인 사업을, 월드비전에는 국내 아동 지원 사업인 ‘꿈날개클럽’을 지원하고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체계적인 사회 환원을 위해 복지재단 설립도 구상하고 있다. 

“처음엔 ‘먹고살기 위해’ 사업을 시작한 제가 이 자리에 있게 된 것이 기적과도 같은 일 아닌가요. 제 능력으로 이룬 것이 아닙니다. 소외된 이들을 찾아 보은하는 것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인 것이죠.”

오너에 좌우되지 않아야… 기업공개 추진

김봉준 회장은 올해 2월 9일 신년음악회를 열어 수익금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했다(위). 지난 6월 3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몽드셀렉션 시상식에서 루비셀 인텐시브 4U 앰플이 금상을 수상했다.

김봉준 회장은 올해 2월 9일 신년음악회를 열어 수익금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했다(위). 지난 6월 3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몽드셀렉션 시상식에서 루비셀 인텐시브 4U 앰플이 금상을 수상했다.

이르면 2020년에 기업공개(IPO)를 준비한다고 들었습니다. 

“현재 아프로존과 다산씨엔텍(화장품 제조업체)에는 외부 지분이 하나도 없습니다. 제가 두 회사 모든 지분을 가지고 있지만, 이 회사의 주인은 직원들이기에 임직원을 위해 주식 보상 시스템을 도입할 생각이에요. 철저한 정도 경영으로써 직원들을 위한 회사가 돼야 한다는 것이 제 소신입니다. 도입 검토 중인 주식 보상 시스템은 우리사주제도와 스톡옵션 등이고, 오는 2020년 이후 상장을 목표로 IPO 절차를 추진할 예정이에요. 회사는 오너에 의해 좌우돼서는 안 되기에 IPO를 추진하려 합니다.” 

아프로존은 2013년 미국 법인을 설립해 해외에 진출한 후 일본, 말레이시아, 태국, 홍콩, 인도 등 6곳에 해외 지사 법인을 세웠다. 중국은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하는 ‘B2C’ 방식으로 진출할 예정이다. 베트남 진출도 준비 중에 있다. 그는 “차근차근 해외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현지인을 파트너로 삼는 것으로 전략을 수정했습니다. 그들에게 판권이나 총판 등의 권한을 주고 회사는 로열티만 받을 생각이에요. 그렇게 되면 판매자들이 전 세계 어딜 가더라도 마음껏 활동할 수 있게 돼요. 올해 준비 과정을 거쳐 내년부터는 동남아 지역 7개국에 본격 진출할 계획입니다. 올 7월부터 국내 경영은 전문경영인(CEO)에게 맡기고, 제가 직접 베트남으로 가서 상주하며 업무를 일일이 챙길 생각입니다.” 

향후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요. 

“서울 강서구 마곡산업지구 내 부지에서 연구 시설을 건립 중입니다. 2020년 가을 다산씨엔텍R&D중앙연구소(가칭)가 들어설 예정이에요. 매출액 대비 R&D 투자액을 계속 늘려 세계 최고 품질의 화장품을 위한 개발·생산·유통 체제를 완비할 겁니다.” 

그의 비전은 끝이 없었다. 올해로 환갑, ‘제2의 인생’의 출발점에 선 그의 얼굴엔 청년의 패기로 가득했다.

사진 박해윤 기자 디자인 김영화 사진제공 아프로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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