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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혈 배우 김남길

EDITOR 김지영 기자

입력 2019.06.06 17:00:01

촌철살인 대사로 시청자들에게 통쾌함을 안긴 드라마 ‘열혈사제’의 히어로 김남길. 배우 아닌 인간 김남길도 인터뷰 내내 거침없는 직설 화법으로 묘한 신선함과 설렘을 주었다.
열혈 배우 김남길
권선징악을 기반으로 한 코미디가 안방극장에서도 통했다. 익스트림 코믹 수사극을 표방한 드라마 ‘열혈사제’는 2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영화 ‘극한직업’ 못지않게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다. 이 작품의 인기를 견인한 일등 공신이 배우 김남길(38)이라는 데 이견이 없을 듯하다. 

‘열혈사제’에서 김남길은 국정원 요원 출신인 김해일 신부 역을 맡아 사제답지 않은 까칠한 카리스마, 조직폭력배들도 설설 기게 만드는 통쾌한 액션, 촌철살인 대사로 방영 내내 화제를 몰고 다녔다. 이로써 또 한 편의 대표작을 만든 그를 4월 말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열혈사제’ 출연진과 함께 4박 5일간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로 포상 휴가를 다녀온 직후였다.


영화 ‘모던보이’ 촬영 당시 김혜수가 카메라로 포착한 김남길의 다채로운 표정.

영화 ‘모던보이’ 촬영 당시 김혜수가 카메라로 포착한 김남길의 다채로운 표정.

얼굴이 전보다 그을린 것 같아요. 

코타키나발루에서 탔어요. 겨울 햇빛엔 안 타더니 거기선 금세 타더라고요. 

방송사에서 포상 휴가를 보내줄 만큼 드라마가 뜨거운 사랑을 받았어요. 그 비결이 뭘까요. 



극 중 이영준 신부의 불미스러운 죽음 등 무거운 내용을 작가가 거부감이 들지 않도록 유쾌하게 써줬고, 배우들이 그걸 잘 풀어낸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출연 배우 중 누구도 묻히지 않고 전부 캐릭터가 잘 살았거든요. 연기를 다 기본적으로 잘했고 모난 배우 하나 없이 서로 부족한 부분을 메꿔가며 조화를 이뤄 보는 재미를 배가시킨 것 같아요. 또 SBS에서 처음으로 금토드라마를 편성해 방송 전부터 적극 홍보한 점도 스타트를 잘 끊는 데 큰 힘이 됐고요. 하지만 촬영 전엔 이렇게 높은 시청률을 기록할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어요. 방영되는 동안에도 인기를 실감하지 못했고요. 

정말요? 김남길 씨 팬이 얼마나 많은데요. 지금 굉장히 핫한 배우예요. 

서울 중구 중림동에 있는 약현성당에서 약 6개월 동안 촬영했는데 사제복 아닌 평상복 차림으로 식당에 가면 못 알아보시더라고요. 또 사제복을 입었을 때와 사복을 입었을 때의 서비스가 상당히 달랐어요. 외출용으로 사제복을 맞춰야 할까 봐요. 하하하. 

김해일 신부의 명대사 중 기억에 남는 것을 떠올린다면요. 

김 신부가 구대영(김성균) 형사와 대화하면서 “성인에게도 과거는 있고, 죄인에게도 미래는 있다”고 한 말이랑, 방송 막바지에 많은 악행을 저지른 국정원 선배 중권(김민재)을 총으로 쏘려다 결국 쏘지 못하고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이라도 용서해야 한다”라고 한 대사요. 두 대사에 드라마가 가고자 하는 방향과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잘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성인에게도 과거가 있다는 건 지난날 과오를 범했더라도 성인이 될 수 있다는 얘기고, 죄인에게도 미래가 있다는 건 지금은 죄를 지었더라도 마음먹기에 따라 미래의 인생은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예요. 또 누군가에게 용서를 구하고 용서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제게 특정한 종교가 있는 건 아니지만 굉장한 힐링이 되는 느낌이었고요. 두 대사 모두 용서와 희망이 삶에 부여하는 가치를 되새겨보게 했어요. 

어떻게 이번 드라마 출연을 결정했나요. 

캐릭터에 매료됐어요. 기본적으로 스토리보다 위대한 캐릭터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처음에 ‘열혈사제’에 대한 설명을 들었을 때는 스토리를 잊어버릴 만큼 캐릭터가 강렬하게 다가왔어요. 캐릭터 플레이가 많은 작품이거든요. 그냥 사제가 아닌 특수부대 엘리트 출신이란 점이 매력적이었어요. 사제가 된 후 특수부대 요원으로서의 능력을 그대로 발휘해 사건을 파헤친다는 설정이 굉장히 흥미로웠죠. 

김해일 신부와 닮은 점이 있나요. 

많죠. 작은 일에 욱하고, 큰일엔 대범하고, 나는 정의롭게 살지 않아도 정의롭고 싶고, 불의에 대한 화가 있고…. 사소하지만 기본적으로 배려해야 하는 것을 배려하지 않을 때, 너무 자기만 아는 이기적인 행동들과 마주했을 때 그냥 지나치질 못해요. 예를 들어 주차 라인을 밟고 주차를 해서 타인이 차를 대지 못하게 한다든지, 엘리베이터에서 사람들이 내리지도 않았는데 먼저 탄다든지 하면 발끈해서 한마디 하죠. 모자랑 마스크를 하고 있어서 저를 알아보지는 못하더라고요(웃음). 

평소 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하나 봐요. 

원래 잘 안 하는데 사람들과 같이 다닐 때는 주변에서 불편해해서 마스크와 모자를 착용해요. 요즘은 미세먼지 때문에 얼굴을 가리고 다니는 것이 이상한 일도 아니고요.


열혈 배우 김남길
촬영 중 부상을 입었다고 들었어요. 

대역을 하던 액션 배우가 저를 발로 차는 장면이었는데 뒤에 있던 다른 스태프와 다리가 엉키면서 제가 넘어졌어요. 창피를 당하지 않으려고 손으로 바닥을 짚었는데 손목뼈와 갈비뼈가 골절됐어요. 그걸 타박상인 줄 알고 마사지를 받았더니 열이 안 내리더라고요. 병원에서 검사해보니 골절된 갈비뼈가 더 벌어졌더군요. 염증 수치가 높아 입원 치료를 받았죠. 의사가 “참을 만했나 봐요” 하더라고요. 

치료가 다 끝났나요. 

다행히 갈비뼈는 잘 붙었는데 손은 안 쓸 수가 없으니 관리가 쉽지 않아요. 밀린 촬영과 인터뷰 등 급한 일정들을 마치면 병원에 다니면서 재활 치료를 받으려고요. 지금 치료를 안 해놓으면 두고두고 고생할 것 같아서요. 

시즌2를 기대하게 만드는 결말이었어요. 시즌2에 출연할 의향이 있는지요. 

이번에 함께한 배우들과 다시 시즌2를 찍는다면요. 왜냐면 이미 각 캐릭터의 장점이 다 드러났고, 기대치가 상당히 높아져 있기 때문에 배우들의 합을 무시하고 가는 건 안 하느니만 못할 듯싶어요. 현장 분위기도 정말 좋았거든요. 

배우들 간의 케미가 빛났다는 평이 많아요. 

(이)하늬와는 2013년 ‘상어’라는 드라마를 같이했어요. 그 작품에선 제 비서로 나왔었는데 오랜만에 다시 만나니 풋풋하던 그때와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었어요. 둘 다 그동안 잘 견디고 버텨왔기에 현장에서 무언의 믿음 같은 것이 있었다고 할까요. (김)성균이는 원래 알던 사이가 아닌데도 주변 사람들에게 하도 얘기를 많이 들어 처음 만난 사람 같지가 않았어요. 모든 게 다 통할 것 같고 남자인데도 계속 붙어 있고 싶은 스타일이랄까요. 고준(전직 조폭 보스 출신 황철범 역) 형은 재능이 많은 분인데 동생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잘 수용해줬고요. 금새록(서승아 형사 역)은 모든 면에서 열정적이었어요. 다른 배우들과 쉽게 어우러지고 그 안에서 잘 묻어났어요. 다른 배우들도 모두 합이 좋았어요. 앙상블의 힘이 컸어요. 이런 배우들을 다시 만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금새록 씨가 김남길 씨를 두고 “인생 선생님이자 연기의 길라잡이”라고 밝혔어요. 

무슨 그런 막말을요, 하하하. 저는 큼직큼직하게 던져줬을 뿐이에요. 제 얘기를 듣고 성균이가 한두 마디 보태면 하늬가 자리에 앉혀놓고 자기 경험담을 바탕으로 부연 설명을 덧붙였죠. 그렇게 3단 지도가 진행되면 제가 “빨리해. 밥 먹게” 그러고(웃음). 새록이가 ‘열혈사제’에 출연하기 전 여러 영화에서 좋은 선배들에게 영향을 받았어요. 오디션 거쳐 단역도 많이 했고요. 대형 기획사에 들어가면 대접받으려는 병에 걸리는 배우도 있는데 새록이에겐 그런 면이 없어요. 근데 또 모르죠. 이러다 “남길 씨 요즘 뭐 해?” 그럴지도. 하하하. 

예전 인터뷰에서 인기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요즘도 그런가요. 


시청률이나 흥행에 무관하게 항상 좋은 작품, 좋은 연기를 하려고 할 뿐이에요. 이러다 CF가 많이 들어와 건물주가 되면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다행히도 감사한 건, 그럴 기회가 없었어요. 인지도나 작품의 인기에 비해 돈을 번 적이 별로 없어요. 9년 전 ‘나쁜 남자’라는 드라마로 뭘 좀 해보려고 하니 입영통지서가 날아왔고, 지금도 제가 가장이다 보니 챙겨야 할 사람이 많아요. 가족 한 사람이 잘되면 그 우산 밑으로 엄청 많이 들어오거든요. 비를 피하려고요. 성균이도 가장이고 장남이다 보니 공감이 되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가끔은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느낌이 들어 화가 날 때도 있죠. 그래도 명품이나 액세서리에 대한 관심이나 욕심이 별로 없어서 좀 여유가 생기면 가족 위주로 먼저 생각하게 되고, 시청률이 잘 나오면 ‘기분이 좋아!’ 정도로 보상받아요.


드라마 ‘열혈사제’에서 국정원 대테러 특수팀의 에이스 출신 다혈질 사제인 김해일 신부 역으로 열연한 김남길.

드라마 ‘열혈사제’에서 국정원 대테러 특수팀의 에이스 출신 다혈질 사제인 김해일 신부 역으로 열연한 김남길.

CF 제의가 많이 들어오지 않았나요. 

드라마 ‘선덕여왕’(2009년 방영작으로, 그는 비담 역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이후에도 출연한 CF가 별로 없어요. CF가 들어와 몸값을 좀 받아보려고 하면 요즘 배우들 몸값이 너무 높다는 기사가 나더라고요. 또 작품 반응이 좋아서 CF가 들어오려나 하면 요즘 경기가 어려워 CF 시장이 죽었다는 얘기가 돌고요. 하하하. 아무래도 저는 연기만 하면서 착실히 살아야 할 것 같아요.

특별히 욕심나는 CF가 있다면요. 

딱히 없어요. 불러만 주면 달려갑니다. 하하하. 

그동안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출연한 적은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사실 ‘로코’는 남녀가 만들어내는 연기 호흡과 케미가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제가 상대 배우를 많이 타는 스타일이에요. 오랜 시간 편하고 친하게 알아온 사이거나 연기를 너무 잘해서 처음 만났는데도 척척 맞는 배우를 만난다면 모를까 로코를 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요. 그래서 예전에 한 영화감독님도 제게 “넌 좋은 배우랑 작품을 많이 해야 해” 그러셨어요. 

연기 호흡이 가장 잘 맞았던 상대 배우를 꼽는다면. 

하늬도 잘 맞고, 영화 ‘무뢰한’을 같이한 전도연 누나와도 케미가 좋았어요. ‘상어’와 영화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을 같이한 (손)예진이랑도 호흡이 잘 맞았고요. 영화 ‘판도라’를 같이한 (최)강희와 ‘나쁜 남자’에서 호흡을 맞춘 (오)연수 누나도요. 상대 여배우 중 모난 사람은 없었던 것 같아요. 상대역은 아니었지만 제가 연기 외적으로 좋은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배우는 영화 ‘모던 보이’를 같이한 (김)혜수 누나예요. 

김혜수 씨의 어떤 면에 영향을 받았는지 궁금해요. 


혜수 누나는 워낙 스마트하기도 하고, 어떤 장면에 대해 제가 이야기를 막 하고 있으면 구구절절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하는 게 아니라 궤도를 벗어나지 않게 톡톡 쳐서 가운데로 다시 오게 만들었어요. 또 인터뷰나 촬영을 할 때 배우로서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도 배웠고요. 

요즘도 SNS를 안 하나요. 

예전에 어떤 선배가 삶이라는 것은 그 자체가 나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바라봐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내재돼 있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그럴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기도 해요. 하지만 저는 사적인 제 생활을 드러내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고, 고리타분한 이야기긴 하지만 배우니까 연기적인 소재로 소통하고 싶어요. 

그럼 김남길 씨는 스마트폰으로 뭘 하죠. 

전화하고, 웹툰과 유튜브를 봐요. 예전에는 팬들에게 이메일이 오면 일일이 답장을 했는데 그것도 한계가 있었어요. 또 회사 SNS를 소통 창구로 활용한 적도 있는데 반응을 잘해줘야 한다는 강박증이 생겨 그 스트레스가 엄청나더라고요. 

팬들에게 ‘영감님’으로 불리는 것도 아날로그적인 취향 때문 아닌가요.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제가 변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건 맞아요. 개인적 삶에서 변화는 부지런해져야 가능한 일이에요. 지금은 게을러서 변하기가 힘들 듯해요. 

앞으로 호흡을 맞춰보고 싶은 여배우가 있나요. 

특정하긴 힘들어요. 상대 배우가 그저 좋은 사람이길 바라요. 서로 배려하고 이해하면서 맞춰갈 수 있는 사람이면 좋잖아요. 

올해 꼭 이루고 싶은 소망은요. 

좋은 연기를 할 수 있는 좋은 작품을 만날 기회를 많이 얻었으면 해요. 이건 올해뿐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이루고픈 소망이에요. 어릴 땐 작품에 임하면서 이걸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강박이 심했다면, 지금은 잘 마무리할 수 있는 작품을 만날 기회가 주어지는 것에 감사하며 살다 보니 전보다 덜 피곤해요. 인기는 작품에 성실히 임하다 보면 따라오는 선물 같은 것이더라고요. 

자연인 김남길이 바라는 것은 뭔가요. 

돈을 많이 벌면 좋겠어요. 농담 아니고 진심이에요. 예전에는 배가 부르면 연기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 반감될 거라 생각했는데 지금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면 더 열심히 본분에 충실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제가 바라는 부의 수준은 거창하지 않아요. 부모님에게 용돈을 드리고,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밥을 사줄 수 있는 정도랍니다.


디자인 최정미 사진제공 씨제스엔터테인먼트 SBS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여성동아 2019년 6월 66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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