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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health #interview

“유방암은 완치될 수 있습니다”

유방암 명의 김성원 대림성모병원 원장

EDITOR 김지은

2019. 05. 09

국내 여성 암 1위, 발병률 증가 세계 1위. 해가 갈수록 유방암 환자는 늘어나는데 확실한 예방과 치료법은 없는 것일까. 유방암 명의 김성원 대림성모병원 원장이 환자들이 궁금해하는 유방암의 모든 것에 관해 답했다.

“환자들은 암에 걸리면 버섯, 홍삼 같은 특정한 음식에 꽂힙니다. 하지만 세상에 암을 낫게 하는 특별한 음식 같은 건 없습니다. 오히려 건강할 때는 도움이 되던 음식이 암 환자에게 해가 되는 경우도 있고요. 그러니 잘못된 정보를 찾아 헤매지 말고, 궁금한 게 있으면 카카오톡 플러스 친구(@대림 성모병원 행복한 유방센터)를 열어 직접 물어보세요.” 

김성원(50) 대림성모병원 원장이 ‘유방암 명의의 유방암 희망 프로젝트’(동아일보사)를 펴낸 이유는 간단했다. 그리 무서워할 일만은 아니라는 걸 아무리 차근차근 말해도 두려움에 떨고 있는 환자들에게 유방암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기에는 진료 시간이 턱없이 짧았다. 인터넷 상담 게시판을 열고 카카오톡 아이디를 알려주며 궁금한 점이 있으면 언제든 물어보라 일렀지만 초조해진 환자들은 자꾸만 딴생각에 빠져들었다. 시간이 날 때마다 환자들의 질문에 답을 달고 메신저 대화에 응하면서도 환자들에게 유방암에 대해 차근차근 알기 쉽게 설명해줄 정리된 무언가가 필요했다. 

김성원 원장은 서울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 유방센터장을 거쳤으며 세계 3대 암센터 중 하나인 미국 뉴욕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에서 유전성 유방암을 연구했다. 현재는 대림성모병원 원장 및 유방센터장으로 재직 중이다.

젊은 유방암 환자가 증가하는 이유

지난 2016년 한 해 유방암 진단을 받는 여성의 수가 2만 명을 넘어서면서 유방암은 이제 갑상선암을 뛰어넘어 ‘우리나라 여성들이 가장 많이 걸리는 암’으로 기록되고 있다. 지난 10년간 유방암 환자의 수는 2배 넘게 증가했다. 유방암 발병률이 꾸준히 증가하는 첫 번째 이유로는 서구화된 식생활과 비만을 꼽을 수 있다. 유방암의 발병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노출 기간, 즉 생리 횟수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임신과 출산, 모유 수유 등을 경험한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상대적으로 생리 횟수가 적어 유방암 발병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고된다. 즉 늦은 결혼과 출산율 저하, 모유 수유 감소 등 여성들에게 찾아온 전반적인 라이프스타일 변화가 유방암 발병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뜻이다. 물론 여성들이 스스로의 건강에 관심을 갖고 자가 검진과 정기검진을 충실히 하면서 발견 빈도가 높아진 것도 통계상의 수치를 높인 이유다. 

특이하게도 우리나라는 50대 이하 여성들의 유방암 발병 비율이 높은 것으로 보고된다. 다른 나라에서는 연령이 높아질수록 유방암 발병률이 증가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 또한 우리나라 젊은 여성들이 50대 이후 여성들에 비해 서구화된 식습관과 라이프스타일의 영향을 많이 받은 세대이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성원 원장은 유전성 유방암의 국내 최고 권위자로 손꼽힌다. 유전성 유방암은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가 가계 내에 유전돼 생기는 유방암으로, 젊은 나이에 발병하고 발견됐을 때는 병기가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다. 전체 유방암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5~10% 정도다. 

“미국에선 배우 안젤리나 졸리처럼 유전자 변이가 있는 건강한 여성의 30% 정도가 유방암 예방을 위해 유방절제술을 선택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은 약 1% 정도만이 유방절제술을 선택하지만 그 숫자는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유방절제술을 받은 여성들의 피드백은 상당히 긍정적인데, 언제 발병할지 모르는 암에 대한 심리적 부담과 불안을 덜 수 있기 때문입니다.” 

폐경기 여성들이 흔히 복용하는 여성호르몬제, 젊은 여성들이 피임용으로 복용하는 경구용 피임약도 5~10년 이상 장기 복용할 경우 유방암 발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야간 근무 등으로 늦은 밤까지 잠들지 않는 습관도 에스트로겐 분비를 촉진해 유방암에 걸릴 위험도를 높인다. 지나친 다이어트, 몸에 맞지 않는 속옷을 착용하는 것도 문제다. 

“고지방 고단백 다이어트, 말도 안 되게 나쁜 겁니다. 건강해지려면 골고루 먹는 것이 최선이거든요. 브래지어의 와이어가 유방암을 유발한다는 것도 그릇된 속설에 불과합니다. 속옷을 입지 않아 유방의 움직임이 많아지면 유방 통증을 유발하는 인자를 키우는 꼴이 되고, 반대로 너무 타이트한 속옷은 부종을 유발하고 혈액순환을 방해합니다. 따라서 평소 몸에 잘 맞는 속옷을 착용하고, 운동할 때는 가슴의 움직임을 잡아주는 스포츠 브라를 착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너무 이른 나이에 유방 X선 촬영 피해야

건강한 생활 습관이 유방암 예방의 첫 번째라면 두 번째는 자가 검진과 정기검진을 통한 2차 예방이다. 한국유방암학회에서는 만 30세 이상은 매달 자가 검진, 만 35세 이상은 매달 자가 검진과 2년마다 유방 전문의 진찰, 만 40세 이상은 매달 자가 검진과 1~2년마다 유방 전문의 진찰 및 영상 검사가 필요하다고 권고하고 있다. 단, 특별한 증상이 없는 한 너무 이른 나이부터 X선 촬영을 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는 것이 김 원장의 조언이다. 

“20, 30대는 유방 조직이 치밀해 X선 촬영을 통한 진단율이 매우 낮을 뿐 아니라 오히려 유방암 발병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2018년 대림성모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적 있는 만 24~34세 여성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이들의 70%가 유방 X선 촬영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의심스러운 증상이 있어서 검사를 받았다고 응답한 사람은 11%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대부분 직장 건강검진 등을 통해서였습니다. 유방암에 대한 두려움은 크지만 검진 방법이나 예방법 등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행인 것은 우리나라의 유방암 치료 수준과 성과가 선진국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높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유방 전체를 절제하지 않는 유방보존술의 비중이 커지고 유방재건술이 발달하면서 유방암 환자의 삶의 질도 높아지고 있다. 고용량 방사선 치료법을 통해 방사선 치료 횟수와 기간을 줄일 수 있게 되면서 장기간 치료의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사례도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유방암 치료에 왕도는 없습니다. 평소 운동을 꾸준히 하고 채소와 과일, 단백질과 탄수화물 등 고른 영양 섭취를 하는 바른 생활 습관이 가장 중요합니다. 특정한 음식이나 특별한 라이프스타일로 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생각에 빠져 생활 습관을 무리하게 바꾸려 들면 스트레스만 깊어집니다. 스트레스는 암의 또 다른 원인이 될 수 있고요.” 

수많은 유방암 환자를 만나면서 그가 가장 답답하고 애가 탔던 것은 조바심이었다. ‘완치될 수 있다’는 의사의 희망 메시지를 불신하고 처방과 가이드를 뛰어넘는 무언가가 있으리라는 그릇된 믿음에 빠지는 순간 환자들은 스스로를 망치는 길을 걷게 된다. 

“항암 치료는 의학이고, 과학입니다. 의사를 믿고, 상식을 따르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기획 김명희 기자 사진 김성남 기자 디자인 김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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