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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interview #pregnancy

“암·치매처럼 난임도 국가책임제 필요”

이성구 대구마리아의원 원장

EDITOR 최호열 기자

입력 2019.05.06 17:00:01

출산을 기피하는 초저출산 사회라지만 임신을 위해 적극적으로 난임 전문 병원을 찾는 이들만 연간 20만 쌍에 달한다. ‘여성동아’는 난임 부부들의 임신 성공을 돕고, 우리 사회에 남아 있는 난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 개선을 위해 대구마리아의원 이성구 원장과 함께 ‘아이 만드는 난임 치료 Q&A’를 진행한다.
“암·치매처럼 난임도 국가책임제 필요”
‘여성동아’에 이달부터 ‘아이 만드는 난임 치료 Q&A’를 연재하는 대구마리아의원 이성구(58) 원장은 우리나라에서 시험관아기 시술을 가장 많이 한 의사로 손꼽힌다. 1994년 대구에서 마리아의료재단 분원을 연 후 25년간 7만 사례(2017년 12월) 이상의 시험관아기 시술(IVF)을 진행했으며, 그의 손으로 잉태시킨 생명이 4만여 명에 달한다. 최근 10년 동안은 해마다 2천 명 이상이 그의 미다스 손에 의해 생명을 얻었다. 2014년부터 해마다 세계 3대 인명사전인 마퀴스 후스후(Marquis Who’s Who)에 등재되는 이유다. 

최근 정부에서 난임 부부들의 요구를 적극 수용해 오는 7월부터 체외수정 시술(시험관아기 시술) 건강보험 적용 횟수를 기존 신선배아 4회, 동결배아 3회, 인공수정 3회에서 각각 7회, 5회, 5회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건강보험 지원 연령 기준도 없애기로 했다. 이제 만 44세 이상 난임 여성도 의사로부터 임신 가능성 여부에 대해 긍정적인 의학적 판단을 받으면 시술과 치료에 건강보험 혜택을 입을 수 있게 됐다. 

부정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일각에서는 “나이가 많을수록 임신 확률 및 출생률이 급감하고 유산율이 증가하는 등 의학적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높다”면서 “45세 출산율은 0.7%밖에 안 된다. 자칫 가계 빚만 늘릴 수 있다”고 비판한다. 

이성구 원장은 ‘나이 제한 해제’부터 화제에 올렸다. 이 원장을 찾는 환자들 중에는 40세 이상이거나 난소 기능 최악의 상태(폐경 위기)인 난임 여성이 상당수이기 때문이다.


“암·치매처럼 난임도 국가책임제 필요”
7월부터 만 44세 이상 여성에게도 난임 시술 건강보험이 적용됩니다. 여기서 ‘의사의 의학적 판단을 거쳐 필요한 경우’라는 제한이 어떤 의미인가요. 



우선적으로 난소 기능을 따져봐야겠지요. 그렇지 않아도 나이 제한이 폐지된다는 뉴스를 듣고 병원을 찾는 1970년대 초반생들이 늘었어요. 요즘은 40대 후반이라도 자기 관리를 잘해서 그런지 외모도 젊어 보이고, 난소에 원시난포(예비 난자)가 남아 있는 경우도 꽤 많아요. 난소 기능을 정확하게 알려면 초음파 외에 피검사로 AMH(Anti-mullerian Hormone·항뮐러관호르몬) 수치를 체크해봐야 합니다. AMH는 난소 안에 있는 원시난포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난포 수가 많으면 수치가 높게 나와요. 45세인데 AMH 수치가 0.5(ng/ml)면 폐경까지 4년 남았다고 봐요. 사실 난자가 꽤 남아 있는데도 과배란유도 주사에 무반응인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난자가 1~2개라도 잘 자라준다면 해볼 만한데, 산부인과 교과서에는 포기시키라고 나와요. 

만 44세 이상 여성에겐 난임 시술 지원을 해도 출산율 향상엔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도 있어요. 


사람 일은 정말 모릅니다. 10년 전만 해도 난소 기능 저하가 심한(AMH 수치 0점대) 여성은 포기를 시켰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자연임신이 되어 오는 경우가 있어요. 이번 나이 제한 폐지가 특히 45~48세 여성들에게 재도전의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난자가 안 좋게 나와도 수정 이후 괜찮아지는 경우가 있거든요. 우연찮게 1개 난자가 잘 자랄 수도 있고요. 자궁내막증, 선근종, 자궁근종 같은 골치 아픈 질환이 있어도 임신을 포기해선 안 됩니다.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난임 전문 의사들은 속단하지 말아야 해요. 단, 고령 여성들에게는 무조건적인 희망보다는 확률과 통계를 반드시 설명하고 시작해야 합니다. 

최근 조기 폐경을 맞는 30대 여성이 늘고 있는데 원인이 무엇인가요. 

유전적인 영향인 경우가 많아요. 후천적으로 난소기형종, 난소낭종 등으로 난소를 절제했거나 나팔관과 난소가 다른 장기와 유착해 기능이 저하될 수 있고요. 하지만 선천적인 부분이 더 클 겁니다. 옛날 여성들은 일찍 결혼해서 다산으로 난소가 자주 쉬었어요. 임신이 되면 출산까지 배란이 안 되니까 난소는 휴식이거든요. 아이 대여섯 낳으면 마흔 살이 되어도 난소는 괜찮은 거죠. 요즘 여성들은 너무 빨리 초경을 시작하고, 쉬지 않고 난자를 배란으로 다 써버리고, 결혼까지 늦어져서 건강한 난자가 부족해요. 

난임 시술 관련해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2013년 EBS ‘명의’라는 프로그램 촬영 때였어요. 온 국민이 보는 방송에서 시술 전 과정을 보여줘야 했거든요. 서울에서 8~9차례 실패한 너무 힘든 케이스를 시술했는데 기적처럼 단번에 성공했어요. 그때 방송으로 임신 결과까지 공개해야 해서 어찌나 조마조마했던지…. 꿈에서 가위에까지 눌리더라고요(웃음). 임신을 확인했을 때 다리에 힘이 빠지고 온몸에 맥이 풀리는 기분이었어요. 예쁜 딸을 낳았는데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더라고요. 

기적을 가능케 한 특별한 비법이 있었나요. 

공배양 덕을 본 것 같아요. 시험관아기 시술에서는 배아가 체외에서 며칠간 버텨내야 합니다. 비실비실한 배아가 배양 기술의 힘으로 억지로 버티는 게 아니에요. 배아 스스로 세포분열을 하면서 버티도록 환경을 만들어줘야 하는 거죠. 배아가 체외지만 체내(나팔관 내)인 줄 알고 역량을 다 발휘하게끔 해야 성공한 배양입니다. 자, 보세요. 자연임신에서는 정자와 난자가 나팔관에서 수정이 돼요. 배아가 자궁으로 내려가기 전에 나팔관에서 머뭅니다. 이때 나팔관 상피세포가 배아가 배설한 독성 물질을 제거해주고, 성장에 필요한 성장인자도 공유하면서 서로 긍정적인 상호관계를 유지하거든요. 배양액이 나팔관 체액과 비슷합니다. 일반 배양에서는 합성 배양액만 쓰지만 공배양에서는 합성 배양액에 난자 자체 난포액을 첨가하고 자기 난자의 난구세포를 배양에 이용합니다.
 
자기 주위세포에서 분비된 물질이 자기세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원리를 최대한 이용하는 거죠. 실제로 난자의 난구세포가 정자를 유인하는 역할을 해요. 그 밖에 밝혀지지 않은 자연의 섭리가 꽤 있을 거라고 봅니다. 환자 수가 많아지면서 공배양을 포기할까도 생각했지만 난자가 안 좋거나 난소 기능 저하인 여성은 공배양으로 임신이 되니까 포기가 안 되더라고요. 

일반 배양보다 공배양 방식이 힘든 이유는. 

배양 연구원으로서는 번거롭고 힘든 일이죠. 우리 병원의 경우 배양실에서 한 달에 다루는 난자 수가 4천~5천 개쯤 됩니다. 하루 평균 2백여 개예요. 그 많은 난자들의 난구세포를 버리지 않고 같이 배양을 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에요. 다행히 우리 병원은 배양실 멤버가 25년간 그대로입니다. IVF만 7만 사례 이상 해봐서 이제는 척척 해내는 거죠. 

난임 시술에서 임신 성공에 배양 기술이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라고 할 수 있나요. 

60~70% 정도 됩니다. 의사가 아무리 경험이 풍부해도 배양 기술이 받쳐주지 않으면 임신 성공률을 높일 수 없어요. 배아 자체가 부실하면 배양 기술력과 상관없이 실패하겠지만 괜찮은 배아라면 배양 기술력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배아가 체외 스트레스로 인해 안 좋아질 수 있고, 배아 선별력이 떨어질 수도 있어요. 배아의 퀄리티는 정자와 난자의 결과물이지만 경험이 풍부하고 노련한 배양 연구원에 의해 배아의 역량 발휘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겁니다. 

난임 시술에서 의사의 역할이 별로 없는 것처럼 들립니다. 

요즘 실력 있는 의사들이 좀 많습니까. 제 능력으로 임신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는 그저 자신 있게 끌고 가는 편입니다. (저의) 자신감에 전염이 되는 것 같아요. 환자 스스로가 자신감에 도취되면 더 임신이 잘되거든요. 실패해도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 재도전합니다. 의사 입장에서도 환자가 믿고 따라주면 자신감이 생겨요. 의심에 찬 눈빛보다 긍정적 자기 암시가 착상 환경을 더 좋게 만들어요. 최근 유행하는 ‘저를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라는 표현에 무릎을 쳤습니다. (환자가) 의사 말을 전적으로 믿고 따라오면 의사도 책임감을 더 느낍니다. 

임신이 잘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결국 혈액순환이 잘되어야 해요. (임신을 원하면) 운동을 해야 합니다. 어떤 분은 ‘운동하면 난소 기능이 좋아지나요?’라고 묻던데 그건 아니고요. 운동이 주사에 대한 반응을 증가시켜주는 것 같아요. 운동으로 몸에 근육량이 늘어나면 기초대사량이 증가하고, 증가한 기초대사는 더 많은 혈액 공급을 필요로 합니다. 운동으로 심장 기능이 향상되고 혈류 개선이 이루어지는 거죠. (혈류 개선으로) 난소와 자궁으로의 혈액량이 증가해 주사제의 효과가 커져요. 자궁으로의 산소나 영양 공급이 원활해지면 임신이 더 잘됩니다. 실제로 어떤 논문에서는 도플러라는 기계를 이용해 자궁으로의 혈액량을 측정한 결과, 혈액량이 많았던 주기에서는 시험관아기 성공률이 높았고 자궁으로의 혈액량이 적은 주기에서는 성공률이 낮다고 보고하고 있어요. 난임 의사들이 비아그라를 질정으로 처방하는 이유도 자궁으로의 혈류를 늘리기 위해서였거든요. 

특별히 권하는 운동이 있다면. 

매일 백팔배를 해보라고 권해요. 종교를 떠나서 운동의 의미인 거죠. 반복적인 절 동작이 골반과 다리 근육 같은 온몸의 근육을 써야 해서 운동량이 엄청납니다. 매일 백팔배를 해서 변비가 사라지고 혈류 개선으로 손발이 차고 저린 증상이 개선됐다는 분들이 많아요. 무엇보다 매일 제대로 하면 골반을 바로잡을 수 있어요. 골반이 틀어지면 혈액순환이 잘 안 되거든요. 

운동을 열심히 하면 도리어 임신이 안 된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뭐든 과하면 안 되듯이 갑자기 운동을 무리하게 하면 안 돼요. 스스로 체력에 맞게 시작해야죠. 평소 운동 잘 안 하는 분들이 갑자기 심하게 하면 안 됩니다. (운동량을) 조금씩 늘려가야죠. 요즘 워낙 운동 부족인 분들이 많아서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거예요. 특히 난자를 키우는 동안에는 무리한 운동이 안 좋을 수 있어요. 쉬는 동안에는 약간 무리한 정도의 운동은 괜찮지만요. 또 저체중인 사람은 운동을 자제하는게 좋아요. 과체중인 분은 운동량을 늘려도 좋고요. 

의사마다 다른 의학적 소신에 소비자(환자) 입장에선 선택이 힘들 때가 있어요. 

목표는 하나지만 그 목표를 향해 가는 길이 여러 가지일 수 있어요. 의사마다 서로 경험이 다르니 해법도 다를 수 있어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케이스를 만나면 아마추어 의사들은 교과서에 적힌 대로 말하게 됩니다. 동일한 케이스를 임신시켜보았다면 소신에 찬 설명을 하겠지요. 뉴욕에 한 번 갔다 온 사람이 뉴욕을 자주 가는 사람보다 더 아는 척을 하는 것과 같아요. 반면, 다(多)경험 의사들은 말을 아낍니다. ‘한번 해 봅시다’가 의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표현입니다. 정말 한번 해봐야 알아요.


“암·치매처럼 난임도 국가책임제 필요”
출산율이 좀처럼 오르지 않습니다. 

출산율 저하는 정부가 책임져야 합니다. 이토록 저출산 사회가 된 것이 모두 역대 정부 책임 아닙니까. 1970년대에는 전국 방방곡곡에 가족계획 요원 파견해서 피임 교육시키고 콘돔 나눠줬습니다. TV만 틀면 아이 낳지 말라고 했어요. 2명도 많다, 1명만 낳으라고 했습니다. 지금 어떻게 되었습니까. 여성 합계출산율이 1명당 0.98명이 되었어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6개국 중에서 최하위일 뿐 아니라 전 세계 2백24개국 중에서 2백19위예요. 심각한 문제입니다. 고령 여성들이 아이 낳겠다고 말한다면 국가가 큰절하면서 지원해야 합니다. 정말이지 정부는 아이 낳겠다는 난임 부부들에게 고마워해야 해요. 

그래서 7월부터 난임 지원을 확대하는 것은 옳은 정책으로 보입니다. 

난임 치료비 지원만으로는 안 됩니다. 난임 치료도 암 치료나 치매 치료처럼 국가책임제로 가는 등 여러 방법들을 구상해야 합니다. 한해 80만 명 이상 은퇴하는데 신생아는 30만 명도 채 안 태어납니다. 고령화와 복지를 누가 책임집니까. 최근 헝가리가 넷 이상 출산하는 여성에게 소득세를 평생 안 받겠다고 선언했어요. 유럽 각국도 세금 감면을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최근 정부가 사실혼 부부의 난임 시술에도 건강보험을 적용시켜주기로 결정했어요. 앞으로 출산을 부추기기 위한 기발한 아이디어가 많이 나와야 합니다. 

이달부터 ‘여성동아’와 난임과 관련한 Q&A를 진행합니다. 

요즘은 정보가 넘쳐납니다. 웬만한 궁금증은 인터넷에 접속하면 다 알 수 있어요. 난임 분야도 마찬가지예요. 하지만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어설프게 알면 도리어 근심 걱정이 쌓이고 불안해질 수 있거든요. 걱정을 자꾸 하면 임신에 도움이 안 됩니다. 난임 분야는 산부인과에서도 생식내분비 쪽이고, IVF를 직접 해봐야 알 수 있어요. 내분비 쪽은 의사들도 어려워하는 분야이고, 더구나 생식내분비 쪽은 정확한 프로토콜이 밝혀지지 않은 게 많습니다. 아직까지도 연구 중이고 원인이 불분명한 케이스들이 수두룩해요. 특히 여성의 인체는 여심(女心)만큼 변화가 다양하고 이해하기 어려워요. IVF는 다른 분야보다 역사가 짧고 급진적으로 의술이 발전했어요. 그래서 의사도 환자를 통해 배울 때가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난임 시술을 받으려는 분들은 정확한 정보, 의학적 기전을 제대로 알아야 시술을 받으면서 불안하지 않고 예방도 할 수 있습니다. ‘여성동아’에서 진행하는 Q&A가 알차고 좋은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여 답변하겠습니다. 모쪼록 난임 부부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사진 지호영 기자 디자인 김영화
사진제공 픽사베이


‘난임 멘토’ 이성구 원장의 아이 만드는 난임 치료 Q&A

과배란유도 주사제 위험성은 없나요?

“암·치매처럼 난임도 국가책임제 필요”
우리나라의 지난해 출산율은 0.98명으로, 출생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7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중에서도 가장 낮은 수치다. 출산을 기피하는 시대라고 하지만, 간절히 아이를 원해도 임신이 안 돼 고민하는 난임 부부가 연 20만 쌍에 달한다. 이에 난임과 난임 시술에 대한 궁금증을 풀고, 난임 부부들의 임신을 돕는 기획을 마련했다. 도움말을 줄 대구마리아의원 이성구 원장은 7만 사례 이상의 시험관아기 시술을 한 대표적인 난임 전문의다.

시험관아기 시술(IVF/체외수정술) 과정에서 처방하는 과배란유도 주사제는 인체에 해가 되지 않나요. 

여성의 몸(난소)에서 난자를 여러 개 키워내는 과배란유도 주사제는 주성분이 FSH(난포자극호르몬)입니다. 인간의 뇌에는 뇌하수체라는 내분비기관(배란중추·사령부)이 있습니다. 난소는 뇌하수체에서 분비하는 FSH에 의해 난자를 키워내고 배란을 합니다. 과배란유도 주사제 주성분은 뇌하수체가 분비하는 FSH와 똑같은 것으로, 인체에 거의 해가 없습니다.

과배란유도 주사제로 인해 자칫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다고 하던데요. 

과배란유도 주사제를 과다하게 처방해서 너무 많은 난자를 키워낼 경우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난소과자극증후군입니다. 모세혈관 투과성이 증가해서 복수가 차고, 혈전 등으로 피가 끈끈해질 수 있습니다. 갑자기 너무 많은 난자가 자라면 여성호르몬(E2) 수치가 급상승합니다. 또한 난자 채취 후에 난소 표면에서 물이 새어 나와 복수가 차고, 심하면 폐에도 물이 찰 수 있습니다. 피에는 액체성분(혈장)과 고체성분(적혈구, 백혈구 등의 세포)이 함께 있어서 적당한 점도가 유지되는데, 갑자기 혈관 내 액체성분이 혈관 밖으로 빠져나가 피가 끈끈해질 수도 있습니다. 이로 인해 탈수와 혈전으로 혈관이 막히는 색전 현상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되면 호흡곤란이나 뇌경색, 심장마비 등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의사는 난소과자극증후군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난소가 과자극 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과배란유도 주사제 용량 조절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최근 난소과자극을 예방하기 위한 약제가 출시되었으며, 배양 기술력의 발전으로 난소과자극증후군 위험군인 다낭성난소증후군 여성들을 위한 미성숙난자 시험관아기 시술도 있습니다.

과배란유도 주사에 부작용이 있거나 무반응이면 시험관아기 시술을 포기해야 하나요. 

주사제로 제작된 호르몬제에는 주성분 외에 약간의 부성분(용해제 등)이 포함이 되어 있습니다. 드물게는 그러한 부성분 때문에 경미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만, 걱정할 정도는 아닙니다. 또한 주사제 무반응 환자군이 있습니다. 과배란유도 주사제의 주성분인 FSH의 최종 타깃 기관은 난소입니다. 난소가 FSH를 수용해서 난포를 키워내야 하는데, 난소 기능 저하가 심할 경우 난소가 FSH에 자극을 받지 않습니다. 난소에 원시난포가 없다면 FSH에 더 이상 반응을 하지 않고요. 

최근 자연주기 시험관아기 시술이 인기입니다. 자연배란이 되는 1개 난자를 채취해 체외수정을 하기에 매달 시술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굳이 과배란유도 주사제로 여러 개의 난자를 키워내는 방식을 고집할 필요가 있을까요. 

임신율 향상을 위해서입니다. 시험관아기 시술은 자연수정이 힘든 부부에게 체외수정이라는 획기적인 기회를 제공합니다. 체외에서 체내와 똑같은 환경을 만들어 배아를 배양합니다. 이때 여러 개의 난자를 키우면 여러 개의 배아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기왕이면 여러 개의 배아 중에서 착상 확률이 높은 배아를 선택해 자궁 내에 이식하는 것이 체외수정의 목표입니다. 자연주기 시험관아기 시술에서는 난자 1개만을 채취할 수 있습니다. 난자 채취 또는 수정에 실패를 하면 배아 이식 자체가 무산되고, 배아 이식에 성공하더라도 더 좋은 배아를 고를 선택의 기회가 없습니다.

임신을 하기 위해 난임 전문 병원을 방문하는데 피임약을 처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유가 뭔가요. 

난임 전문 병원에서 처방하는 피임약은 ‘피임의 효과가 있는 호르몬제’라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난임 전문 병원에서는 여러 목적에 의해 호르몬제를 처방합니다. 호르몬제가 투입되면 생식기는 자체적으로 해야 할 일을 쉬게 됩니다. 즉, 난소가 난자를 키우고 배란하는 일을 잠시 멈추게 되어서 결과적으로 난소가 쉬게 됩니다. 또한 난임 시술을 위해 생리 주기를 조절할 수 있으며, 냉동배아 이식에서는 호르몬제 처방으로 난자가 키워지고 배란이 되는 자궁 환경을 임의로 재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시험관아기 시술은 한두 번 만에 임신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러 차례 시술을 하면 몸이 축나지 않을까요. 

아무래도 갑작스럽게 난자가 많이 자라면서 난소 사이즈가 커지고 여성호르몬 수치가 높아지면 마치 임신 초기와 같은 나른함과 피곤함 등을 느낄 수 있습니다. 난자 채취 후에 경미하게나마 복수가 차서 육체적으로 힘들 수도 있습니다. 또한 주삿바늘로 난소를 찔러서 난포를 흡입하는 난자 채취 방식에 의해 난소에 경미한 출혈이 생길 수 있고, 난자 채취 후에 난소 꼬임과 복부 불편 등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험관아기 시술에서 가장 큰 스트레스는 결과(임신 성공)에 대한 마음고생이 아니겠는가 여겨집니다. 

시험관아기 시술엔 신선배아 이식과 냉동배아 이식이 있습니다. 냉동배아 이식 임신율이 더 높다고 하던데 사실인가요. 


결론은 ‘임신율이 비슷하다’입니다. 냉동배아 이식의 임신율이 다소 높게 나오는데, 그 이유는 배아군에 있습니다. 신선배아 이식의 임신율 통계엔 고령, 난소 기능 저하 등 여러 원인의 배아군들이 포함되는 반면, 냉동배아 이식의 임신율 통계에는 냉동배아 선발에서 이미 난자 퀄리티가 떨어지거나 난소 기능 저하 등이 걸러진 배아군만 포함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냉동배아 이식 임신율이 더 높게 나올 수 있습니다. 또한 병원들의 배양 시스템(시설)과 배양 기술의 발전으로 포배기 배아(수정 5~6일째)에서 동결 보존될 배아를 선발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포배기 배아는 그 이전 배아보다 정보 분석이 좀 더 명확해 포배기 배아에서 선발된 냉동배아일수록 퀄리티가 보장되고 착상 확률이 높습니다. 단, 임신율 향상을 위해 배아 상태를 무시하고 무조건 포배기까지 체외 배양해선 안 됩니다. 고령 여성이거나 난소 기능 저하로 인해 배아 수가 적을 경우 선별의 의미가 없으며 자칫 길어진 체외 배양일로 인해 배아 스트레스가 커질 수 있습니다.

시험관아기 시술에서 의사의 선택만큼이나 배양 기술력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배양 기술력을 가늠하는 기준이 무엇인가요. 

배양 기술 R&D(연구개발)는 배양 시설과 배아 경험입니다. 배아를 많이 다뤄보고 배양해본 경험이 기술발전에 밑거름이 될 수 있습니다. 정자와 난자가 수정이 된 후에 3~5일까지 체외에서 무사히 세포분열을 하고, 여러 배아들 중에서 질 좋은 배아를 선발하려면 1차적으로 배아가 건강해야겠지만 배양 기술력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다행히 지난 10년간 국내 난임 전문 병원 배양 기술력이 눈부시게 발전해왔습니다.


“암·치매처럼 난임도 국가책임제 필요”
이성구 대구마리아의원 원장. 서울대 의대 및 대학원 졸업. 국내 최다 시험관아기 시술(2017년 12월 7만 사례 돌파). 2014년부터 세계 3대 인명사전인 마퀴스 후스후(Marquis Who’s Who) 등재.


디자인 김영화 사진제공 픽사베이




여성동아 2019년 5월 66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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