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EOPLE

#interview #star

‘사극 왕’이 된 남자 여진구

EDITOR 김지영 기자

2019. 04. 15

이 정도면 ‘사극불패’라고 할 만하다. 영화 ‘쌍화점’과 드라마 ‘해를 품은 달’ ‘무사 백동수’에서 주인공의 아역을 연기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 여진구가 성인 배우로서도 사극으로 대표작을 만들었다.

아역 시절부터 여진구(22)는 사극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그가 아역으로 출연을 하면 같은 역할의 성인 배우도, 작품도 인기를 모았다. 드라마 ‘해를 품은 달’과 ‘무사 백동수’, 영화 ‘쌍화점’ 등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어느새 성인이 된 여진구는 그동안 견고하게 다져온 연기 내공으로 오래도록 여운이 가시지 않을 그 자신의 인생작을 낳았다. 최근 뜨거운 관심 속에서 해피 엔드로 마감한 tvN 드라마 ‘왕이 된 남자’가 그것이다. 

2012년 1천2백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이병헌 주연의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원작으로 한 이 드라마는 리메이크라고 하지만 새롭게 창작된 부분이 많다. 얼굴이 똑 닮은 광대 하선이 왕을 대신해 정사를 펼치는 설정만이 원작과 겹치는 정도다. 그럼에도 리메이크라는 특성상 극에서 폭군 이헌과 광대 하선을 오가며 1인 2역을 펼친 여진구는 원작의 주연과 비교될 수밖에 없었는데 이병헌에게 뒤지지 않는 열연으로 방영 내내 뜨거운 호평을 받았다. 

특히 왕좌에 오른 하선은 국정을 농단하고 백성을 괴롭히는 세력에게는 단호한 응징으로 맞서고, 사랑하는 여인에게는 연심을 숨기지 않는 순정남의 모습으로 직진해 이모뻘, 엄마뻘 되는 시청자들마저 ‘심쿵’하게 만들었다. 그 덕분에 생긴 별명이 ‘진구 오빠’다. 드라마는 막을 내렸지만 여전히 ‘진구 오빠’로 불리고 있는, 몸도 마음도 건강한 청년을 만났다.

‘왕이 된 남자’를 끝낸 소감이 남다를 것 같아요. 

아직 끝난 게 실감이 안 나요. 저한테 큰 변화를 가져오고, 오랜만에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정말 ‘애정하는’ 작품이었어요. 촬영 내내 많은 칭찬과 응원을 받은 선물 같은 작품이랄까요. 특히 제가 마음껏 연기를 펼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주신 김희원 PD님의 믿음이 자신감을 되찾는 데 큰 힘이 됐어요. PD님이 저를 100% 믿어주셔서 이헌과 하선 캐릭터를 더 깊이 연구하고, 제 연기에 대한 확신을 갖고 촬영에 몰입할 수 있었어요. 



1인 2역이 부담스럽진 않았나요. 

원작이 워낙 유명해 드라마로 리메이크하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 싶었는데 시놉시스를 보니 완전히 다른 작품이었어요. PD님도 원작을 의식하지 말고 “우리만의 호흡을 갖자”고 강조하셨고요. 단단히 마음먹고 촬영에 들어갔는데 첫 회가 방송되기 전까지 1인 2역에 대한 부담과 걱정을 떨칠 수 없었어요. 이헌처럼 괴팍하고 난폭한 캐릭터는 처음이어서 잘해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시청자들이 제가 연기하는 두 인물을 다르게 볼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거든요. 그러다 1회 엔딩을 보고 나서야 자신감을 얻었죠. 두 얼굴이 달라 보이더라고요. 

극 중 인물과 싱크로율이 높은 편인가요. 

왕이 되기 전 하선의 모습이 저와 닮은 점이 많아요. 하선은 저보다 훨씬 더 낙천적이고 인생을 즐길 줄 아는 사람 같아요. 제겐 이헌의 모습도 있어요. 누구나 마음속에 그런 사람 한 명쯤 있잖아요. 늘 억눌러온 불안한 자아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떠올린다면.

 
브로맨스 같은 케미를 살렸던 도승지 이규(김상경)가 죽어갈 때요. 15회 엔딩 신이었는데 그 장면을 찍으면서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TV로 시청하면서도 울컥했고요. 

로맨스 상대였던 중전 소운 역의 이세영 씨와 호흡은 어땠나요. 

세영 선배님도 아역 출신인데 작품으로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저보다 훨씬 일찍 데뷔하셨는데도 촬영하는 내내 저를 “왕 오빠”라고 부르셨어요. 그 덕분에 빨리 친해졌고 연기 호흡도 안 좋을 수가 없었어요. 사실 소운은 리액션을 많이 해야 하고, 마음을 삭이고 누르는 지점이 많은 역할이었는데도 제 감정을 잘 받아주셔서 너무나 감사했어요. 세영 선배님은 현장에서 항상 밝고 에너지가 넘치고 주변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분이에요. 일적으로도 굉장히 성실하고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이고요. 그러다 보니 본인을 질책하는 편이에요. 

여진구 씨도 스스로를 질책하는 스타일인가요. 

저는 좀 다른 것 같아요. 이왕이면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편이에요. 마음처럼 안 돼도 될 때까지 밀어붙이기보다 ‘이렇게 하면 되겠지? 될 거야!’ 하고 생각해요. 

하선과 소운의 로맨스가 방영 내내 시청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어요. 비결이 뭔가요. 

현장에서 감정에 몰입해 하선의 두근거림과 긴장감을 그대로 느끼면서 연기에 빠져들려고 했어요. 그래서 (소운이를 마주하면) 실제로 두근거릴 때가 많았어요. 그런 감정을 오롯이 카메라에 담으려고 노력했어요. 진짜 느낌을 살려야 많은 분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여진구 씨가 꿈꾸는 사랑은 어떤 건가요. 

이제 사랑을 꿈꾸지 못할 것 같아요. 여러 작품을 통해 사랑을 간접 경험하다 보니 이렇게 멋진 사랑을 현실에서도 할 수 있을까 싶어요. 이번 작품을 할 때도 ‘나는 과연 하선이처럼 사랑하는 이를 위해 대신 화살을 맞아줄 수 있을까. 나는 과연 목숨을 버릴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더라고요. 정말 그런 생각이 드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싶지만, 만나고 싶긴 해요(웃음).

닮고 싶은 롤 모델이 있나요. 

배울 점이 있는 멋있는 배우들은 너무 많죠. 하지만 특정인을 롤 모델로 정해 그 길을 따라가기보다는 제 자신과 계속 싸우면서 저의 부족함을 메우고 발전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려면 제 자신을 잘 컨트롤해야 해요. 저를 가장 괴롭히는 것은 제 자신이라는 생각이 들어 스스로를 해하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에요. 

일이 맘처럼 되지 않아 답답할 때는 어떻게 해소하나요. 

친한 감독님이나 선배님을 찾아가요. 그분들은 제게 필요한 조언을 알고 계시거든요. 이번 드라마에서는 PD님과 김상경 선배님이 제게 길잡이가 돼주셨어요. 왕이 된 하선의 감정선을 갈수록 표현하기가 어려워 현장에서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PD님은 “오늘 꼭 하지 않아도 된다. 너무 힘들면 다음으로 미뤄도 된다”는 말로 저를 위로해주셨어요. 김상경 선배님은 제가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디테일한 팁을 주셨고요. 그런 분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어요. 

차기작이 이미 정해졌더군요. tvN ‘호텔 델루나’라는 새 드라마에서 가수 아이유 씨를 상대역으로 만나게 됐다죠. 


이번 드라마가 끝나갈 무렵 출연을 결정했어요. 극 중 직업은 호텔리어예요. 이헌이나 하선과는 또 다른 남성미를 지닌 캐릭터고요. 자기 고집이 강한데 맹한 표현을 자주 쓰고 차가워 보이지만 마음은 부드러운 인간미의 소유자죠. 

촬영이 3월 말이나 4월 초에 시작된다고 들었어요. 그때까지 뭘 할 계획인가요. 

친구들도 만나고, 팬미팅 계획도 세우고, 작품 준비도 하면서 바쁘게 지낼 것 같아요. 학교(중앙대 연극영화학과)는 지금 휴학 중이에요. 1학년 마치고 휴학했어요. 

대학 입시를 준비 중이던 고3 때, ‘여성동아’와 인터뷰를 하면서 20대엔 새로운 도전을 즐기길 소망했어요. 지금도 유효한가요. 


제가 하는 모든 작품이 잘될 거라고 생각지도 않고, 잘될 가능성을 기대하며 한 장르 안에 저를 가두고 싶지도 않아요. 저는 장르를 불문하고 다 소화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계속 도전을 거듭해 배역의 크고 작음을 떠나 여러 장르를 넘나들 수 있는 배우가 되기를 꿈꾸고 있어요. 그러기 위해 새로운 캐릭터, 참신한 작품을 경험하려는 노력을 멈출 수 없을 것 같아요. 그리고 그런 도전을 계속하게끔 만드는 것이 연기의 매력인 것 같아요. 

제 주변에 여진구 씨의 목소리에 반한 사람이 많아요. 사춘기를 겪었을 텐데 변성기에 관리를 잘했나 봐요. 


변성기를 아주 힘들게 보냈어요. 사춘기엔 어디 가서 말을 하기 두려울 정도로 목소리가 콤플렉스였어요. 목소리 때문에 촬영을 취소한 적도 있어요. 소리를 지르면 너무 듣기 싫은 음성이 나왔거든요. 그럼에도 연기가 너무 하고 싶으니까 괴로운 마음을 억누르며 촬영에 임했는데 언제부턴가 목소리 덕분에 칭찬을 듣게 되더라고요. 그때의 경험이 어떤 낯선 장르를 만나도 그 시간을 잘 견디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생기게 하더라고요. 

이번 작품을 하며 얻은 ‘진구 오빠’라는 애칭은 마음에 드나요. 

황송하죠. 앞으로도 잘 지켜나가야죠. ‘오빠’라는 호칭을 갈수록 듣기 힘들 테니까요. 전북 남원에서 드라마를 촬영할 때 현장을 구경하러 온 여중생들이 저를 “아저씨”라고 부르더라고요. 그때 정말 ‘진구 오빠’의 소중함을 알게 됐어요. 하하하. 

앞으로 어떤 배우로 각인되기를 소망하는지요. 

배우 여진구가 아닌 사람 여진구의 삶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둘을 떨어뜨릴 수는 없을 것 같아요. 배우 여진구를 더 가다듬고 열심히 연기하고 싶은 게 자연인 여진구의 소망이기도 하니까요. 저는 “여진구, 잘 컸네”라는 말을 들을 때 기분이 굉장히 좋아요. 제가 성장해갈수록 많은 분들이 더 좋아해주실 것 같아요. 저를 아껴주시는 팬들에게 오늘보다 내일이 기대되는 여진구로 각인되고 싶고, 여진구라는 성장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즐거움을 드리고 싶어요. 

인터뷰를 마치고 가장 하고 싶은 건 뭔가요. 

저 혼자만의 여행을 하고 싶어요. 그동안 가족들이나 소속사 식구들과 함께 다녔었는데 이번에는 짧게나마 혼자만의 휴식을 위한 여행을 즐기고 싶어요.

디자인 이지은 사진제공 JANUS ENT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