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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star #interview

예쁜 연수 씨, 올해는 더 자주 만나요

EDITOR 이혜민 기자

2019. 02. 18

단역으로 데뷔해 6년 만에 주연을 맡아 스크린에 복귀한 하연수. 이국적인 외모로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그는 영화 ‘그대 이름은 장미’에서 국민 첫사랑에 도전하고 있다.

딸에게는 잔소리 1등, 딸을 위해서는 오지랖 1등인 엄마 홍장미의 삶을 그린 영화 ‘그대 이름은 장미’. 녹즙기를 팔며 딸의 뒷바라지를 하던 엄마가 교통사고를 당해 첫사랑 유명환을 만나면서 감추고 싶은 과거가 드러나는 설정인데 극 중 하연수(29)는 바로 이 홍장미의 젊은 시절을 연기한다. 낮에는 공장에서 재봉틀을 돌리고, 밤에는 라이브 바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가수를 꿈꾸던 홍장미는 실력을 인정받아 레코드사에 발탁되지만 갑작스러운 임신으로 꿈을 접는 인물이다. 2013년 영화 ‘연애의 온도’로 데뷔한 이후 드라마 ‘감자별2013QR3’ ‘전설의 마녀’ ‘콩트 앤 더 시티’ 등에서 이국적이고 청순한 매력으로 사랑받던 그는 이번에도 아련한 첫사랑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처음으로 주연을 맡은 영화인데 소감이 어떤가요. 

제가 주연이라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유호정 선배님이 극을 이끌어 가시고, 저는 선배님 어린 시절로 잠깐 나오는 거니까요. 조석현 감독님이 부드러운 분이라서 그런지 현장에 배려가 넘쳤어요. 배우와 스태프가 추운 날씨에 고생해가면서 만든 작품이라 잘되면 좋겠어요. 

스크린으로 자신의 모습을 보는 느낌은 어떻던가요. 

영화를 보고 나니까 감동이 밀려와 눈물이 나더라고요. 전형적인 경상도 사람이라 무뚝뚝하고 잘 울지 않는 편인데 눈물이 나서 저 자신도 놀랐어요. 제가 나오는 장면에서는 울고 뭐고 할 것 없이 긴장하면서 봤죠. 좀 다르게 연기할걸, 싶어 아쉽기도 했고요. 



영화를 보면서 ‘하연수가 노래를 이렇게 잘하는 배우였나’ 했어요. 

감사해요. 제가 말하는 목소리는 허스키한 편인데 노래하는 목소리는 조금 다르거든요. 관객분들이 영화 속 노래를 듣고 다른 사람이 노래를 했나 생각하실 수 있는데 제가 부른 게 맞아요(웃음). 상큼하게 불러야 해서 목소리를 쥐어짜면서 불렀죠. 캐스팅이 되고 나서 감독님이 어느 날 “노래방에 가자”고 하시더라고요. 2차 오디션인가 싶어서 엄청 긴장하면서 불렀는데 “그래 나쁘지 않네, 조금만 더 하면 되겠다”고 하시고는 본인이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계속 부르시더라고요. 감독님이 그냥 노래가 하고 싶어서 가신 모양이에요(웃음). 제가 부른 노래가 배경 음악처럼 나와서 아쉽다고 말씀하는 분들도 계신데 음악 감독님이 여러 가지를 고려해 좋은 쪽으로 만드셨을 거라고 생각해요. 

노래를 1970년대 분위기에 맞게 표현하기 어렵진 않았나요. 

감독님이 추천해주신 그 시대 음악들을 유튜브로 보고 들으면서 공부했어요. 그 시대의 영상을 보면서 상큼하게 부르려고, 당시 가수들의 모습을 제 머리에 구겨 넣었어요. 

‘머리에 구겨 넣는다’는 흔하지 않은 표현인데. 말을 재미있게 하는 것 같아요. 

보통 사람과 조금 다르게 표현하는 것 같아요. 제가 후배한테 “넌 참 지혜롭다”고 했더니 “언니는 지혜롭다는 표현도 써?” 그러더라고요. 친구들은 저보고 진지한데도 웃기다고 하는데요. 다른 분들은 제 유머를 잘 몰라주세요(웃음). 

재미있는 말투도 그렇지만 빼어난 외모도 글로 전하기는 쉽지 않아요. 20대 초반의 인형 같은 외모예요. 

과찬이세요. 이렇게 주름 많은 20대가 어디 있겠어요. 5년 전만 해도 학생으로 봐주시는 분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서너 살 어리게 봐주세요. 제 실제 나이와 다른 분들이 제 외모를 보고 예상하는 나이가 점점 비슷해지고 있어요. 

처음에는 홍장미의 딸인 현아 역할을 하고 싶어했다고 들었어요. 

제가 경험하지 못한 세대보다 잘 아는 세대를 연기하고 싶었거든요. 학생을 연기할 마지막 기회란 생각도 들었고요. 앞으로 학생 배역은 더 이상 들어오지 않을 것 같아요. 연기를 위해서라면 삭발이든 모히칸 스타일이든 다 할 수 있으니 기회만 주세요! 

이번 촬영을 할 때 어떤 부분을 염두에 두고 연기했나요. 

무엇보다 배우로서 본분을 다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감독님이 키를 잡고 가시는 분이니 그분과 소통을 많이 했죠. 감독님이 따뜻한 데다, 어떤 일이 있어도 화를 내지 않는 분이거든요. 그래서 더 자주 상의했던 것 같아요. 따귀를 맞는 장면에서 감정이 올라오지 않아 그냥 펑펑 울었더니 감독님이 “준비됐을 때 하라”면서 다독여주셨어요. 

1970년대를 살아가는 인물을 연기하기 위해서 어떻게 노력했나요. 

그 시대를 사신 엄마와 이야기를 나눴어요. “엄마, 어릴 때 사진 좀 도봐라(줘봐라)”해서 엄마 사진도 보고, “엄마 아(아이) 낳으면 진짜 아프나” 물었더니 엄마가 덤덤하게 “아 느그(네) 오빠 낳았을 때 좀 아팠는데 너는 그냥 낳았지” 하시더라고요. 엄마와 나눈 대화가 연기할 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 것 같지는 않아요(웃음). 묶은 머리에 꽂아둔 연필을 뽑고 머리를 풀어 헤치고 가는 신을 찍을 때는 좀 쑥스러웠어요. 제가 몸매가 좋지 않은 편이라 나팔바지를 입으면 난쟁이처럼 보일 줄 알았는데 다행히 잘 어울린다고 하시더라고요. 감독님의 의도대로 영화에 그 시절의 감성이 잘 스며든 것 같아요. 

극 중 남자 친구로 나오는 두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요. 

(최)우식이가 연기를 잘해서 이끌어주니까 편했어요. 우식이는 베테랑이라서 애드리브도 잘 하거든요. (이)원근이는 같은 소속사에 있었기 때문에 잘 아는 사이인데 이런 (애정) 연기를 하려니 서먹했죠. 나중에는 친구처럼 편하게 연기했어요. 

연기를 안 할 때는 뭘 하며 지내세요. 

저는 일도 중요하지만 제 일상도 소중하다고 봐요. 배우는 누군가가 불러주지 않으면 시간을 공허하게 보낼 수 있거든요. 그 시간을 무엇을 하며 채울까 고민했는데 그림을 그리는 게 좋겠더라고요. 미술은 어릴 때부터 공부했거든요. 고등학교 때는 하루 4시간씩 자고 그림에 열중했고요. 그림을 그리며 집중하는 그 시간이 소중해요. 저를 치유해주니까 좋죠. 제가 죽어도 그림은 남아 있다는 점도 좋고요. 친구도 많이 만나요. 

미술학도가 갑자기 연기하게 된 계기는 뭔가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스무 살 때까지 그림만 그렸는데 미대 입시를 준비하면서 그림만으로는 먹고살기 힘들다는 걸 알고 충격을 받았어요. 어릴 때는 그림을 열심히 그리면 유명한 작가가 될 줄 알았는데, 세상이 만만치 않더라고요. 세상 물정을 안 이후에는 생활비를 벌려고 온라인 쇼핑몰 피팅 모델을 5년 정도 했어요. 

연예계 입문은 어떻게 하게 된 건가요. 

피팅 모델을 마흔 살까지 할 수는 없을 것 같아 다른 일을 알아보려던 시기에 BH엔터테인먼트에서 연락이 왔어요. 사무실에 갔더니 이병헌 선배님이 ‘지.아이.조 - 전쟁의 서막’에서 입었던 갑옷이 진열돼 있더라고요. 담당자께서 “배우를 해볼 생각이 있느냐”고 물으셨는데 전혀 생각지 않았던 일이라 “안녕히 계세요” 하고 돌아왔어요. 그럼에도 계속 연락을 주시고 영화 시사회에도 불러주셨어요. 영화를 보면서 ‘멋있다. 나도 나중에 이런 걸 할 수 있을까?’ 싶었죠. ‘내가 직접 연기하면 스크린에서 저렇게 비칠 수 있구나’ 싶어 호기심에 “하겠다”고 했어요. 잘 안되면 그만둘 생각이었는데 하다 보니까 여기까지 왔네요(웃음). 

데뷔 초의 작품인 ‘감자별 2013QR3’도 인상적으로 봤어요. 재기 발랄한 연기가 기억나요. 

그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연기했어요. 오디션을 보고 나서 뽑히긴 했지만 많은 대사를 암기하지 못해 NG도 여러 번 냈죠. 그때도 좋은 연기가 뭔지 몰랐지만 지금도 잘 모르겠어요. 완벽주의 성향이 있어서 그런지 제 연기에 대해서 더 냉철하게 보려고 해요. 늘 제 스스로에게 아쉽고 그래요. 

배우로서 롤 모델이 있다면. 

김현주, 김민희 선배님을 좋아하고 최근에는 MBC 드라마 ‘내 뒤의 테리우스’에 출연한 정인선 님 연기가 참 인상적이었어요. 텔레비전을 잘 안 보는데 그분 때문에 드라마를 끝까지 봤어요. 배우로서 마인드만 놓고 보자면 제레미 아이언스가 롤 모델이에요. 한 인터뷰에서 기자가 “다작하시는 이유가 뭔가” 묻자 그분이 “성을 샀는데 유지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다작한다”고 답했는데, 그 위트가 너무 좋아 보이더라고요. 저도 나중에 나이 들면 센스 있게 성을 사고 싶네요(웃음). 

하연수 씨도 나이 들면 더 매력적인 배우가 될 거라 믿어요. 2017년에는 포토그래퍼 리에와 함께 ‘On the way home’이라는 사진집을 펴내 화제가 됐어요. 

2015년 드라마 ‘전설의 마녀’를 끝내고 원형 탈모가 와서 두 달 정도 쉬었어요. 디지털카메라를 급하게 사서 여행을 다니며 사진을 찍었는데 나중에 보니까 사진이 너무 별로인 거예요. 그래서 리에 언니와 유럽 여행을 다니면서 사진을 배웠고 그 사진들과 언니 사진들을 엮어서 알프스, 포르투갈, 폴란드 여행 사진집을 냈죠. 책 표지, 속지도 직접 고르고 미팅도 여러 번 하면서 만든 사진집이어서 그런지 애착이 가요. 

두 번째 사진집은 언제 나오나요. 


요즘은 러시아에 관심이 가요. 관심과 애정을 많이 기울이면 사진도 잘 나오더라고요. 나중에 한 달 정도 그곳으로 가서 사진을 찍고 싶어요. 리에 언니랑 같이 가고 싶지만 언니는 러시아에 관심이 없어서, 이번 작업은 다른 친구랑 하거나 혼자 할 것 같아요. 그냥 좋아서 하는 일이에요(웃음).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요. 

친구들이랑 행복, 진로, 미래 이런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친구들 대부분이 그림을 그리는데, 그중 한 명이 “어느 정도 돈을 모아서 시골에 내려가 그림을 그리며 살겠다”고 하는데 멋있더라고요. 저는 언제나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싶어요. 제 직업은 배우니까 이 일에 충실하면서도 사진이든 그림이든 열중할 수 있는 환경에서 살면 좋겠어요. 아, 그리고 엄마에게 효도하기. 그게 저의 큰 목표예요.

디자인 박경옥
사진제공 리틀빅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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