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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star #interview

다시 찾은 전성기 김승현, 가족의 힘

#싱글 대디 #연예대상 우수상

EDITOR 이혜민 기자

2019. 02. 11

하이틴 스타로 인기를 누리다가 싱글 대디임을 고백했던 김승현.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기 위한 선택이었지만 스물두 살 미혼부에게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렇게 대중에게 잊혔던 그는 딸과 함께 출연한 방송을 계기로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2018년 12월 22일 ‘KBS 연예대상’ 시상식. 버라이어티 부문 우수상 수상자가 발표되는 순간 김승현(38)의 가족이 오열하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이후 김승현의 어머니 백옥자 씨는 가족이 출연하는 KBS 2TV 예능 프로그램 ‘살림하는 남자들 시즌2’(이하 ‘살림남’)에서 “같이 활동했던 동료들은 다 성공했는데, 우리 승현이는 언제 저런 상을 타보나 싶어서 그간 연말 시상식은 보지도 못했다. 승현이가 그동안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모른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승현과 그 가족의 마음고생이 어느 정도였는지 고스란히 전해져 보는 이들의 가슴도 아릿해졌고, 싱글 대디라는 꼬리표를 달고 대중의 관심에서 잊힌 지 15년 만에 연예계의 중심으로 귀환한 그에게 응원이 이어졌다. 

김승현은 훤칠한 키와 ‘꽃미남’ 외모로 인기를 모은 원조 하이틴 스타다. 1997년 잡지 ‘렛츠’ 모델로 데뷔한 뒤 의류 브랜드 ‘스톰’ 모델과 KBS ‘뮤직뱅크’ MC로 활약했고, 드라마 ‘나 어때’ ‘흐린 날에 쓴 편지’, 영화 ‘질주’ ‘주글래 살래’ 등에 출연했다. 하지만 2003년 기자회견을 열고 ‘세 살 된 딸(수빈)이 있는 싱글 대디’란 사실을 공개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부모는 아이를 그의 동생으로 입적하려고 했지만, 김승현은 부끄러운 아빠가 되지 않기 위해 아이의 존재를 세상에 밝혔다. 그럼에도 그에게 돌아온 건 미혼부라는 꼬리표와 싸늘한 시선. 청춘스타의 이미지는 한순간에 사라지고 이후 여러 영화에 단역과 조연으로 출연했지만 별로 빛을 보지 못했다. 

그러던 차 2017년 가족과 함께 출연한 ‘살림남’이 인기를 끌면서 재기의 발판이 됐다. 말끝마다 ‘뼈대 있는 광산 김씨 가문’을 앞세우는 바람에 권위적인 듯하지만 알고 보면 속정 깊은 아버지, 유쾌한 어머니, 무심한 듯 시크한 딸 등 가족 구성원들의 케미가 보는 이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고 있는 것. 가족이라는 울타리 덕분에 재기에 성공한 김승현은 수상 소감에서 “가족과 딸이 있어서 지금까지 잘 버티고 열심히 살아왔다. 방송(‘살림남’)을 허락해준 수빈이한테 너무 고맙다. 우리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남동생 등 가족 모두가 받는 상이라고 생각한다”며 가족에게 공을 돌렸다. “저와 같이 아이를 홀로 키우시는 싱글 대디, 싱글맘들에게 조금이나마 희망이 됐으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김승현은 요즘 연극 ‘스캔들’의 주연을 맡아 대학로 무대에 오르고 있다. ‘스캔들’은 연극 ‘뉴 보잉보잉’으로 3백만 관객을 돌파한 손남목 연출가의 작품으로, 바람둥이 남녀의 이야기를 그린다. 아내 몰래 바람을 피우다 걸리는 조성기 역을 맡아 열연 중인 그를 무대 뒤에서 만났다.

KBS 연예대상 우수상 수상을 축하드려요. 소감이 인상적이었어요. 



상을 받으러 나갈 때 그동안 감사했던 분들이 머릿속에서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더라고요. 저와 함께 모델로 활동하고, 연예계 데뷔를 도와준 최창민(최제우로 개명)이 가장 먼저 떠올랐는데 감사 인사를 못 했어요. 그리고 제가 데뷔 초 KBS 예능 프로그램 ‘자유선언 오늘은 토요일’의 게스트 MC였는데 그 프로그램의 막내 작가였다가 ‘살림남’의 메인 작가가 되신 심은하 작가님께도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어요. 저를 잊지 않고 찾아주신 덕분에 제가 다시 방송을 한 거니까요. 

수상을 어느 정도 예상했나요. 

전혀요. 다만 시상식장에 온 가족을 초대해주셔서 부모님께는 상을 주시지 않을까 기대했죠. 실제로 부모님이 ‘베스트 커플상’을 받으셨는데 그것만으로도 감사했어요.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제가 버라이어티 부문 우수상 후보에 오르더라고요. 후보(김승현, 고지용, 봉태규, 윤시윤, 정준영)가 모두 쟁쟁한 분들이어서 상을 받기는 힘들겠구나 싶어 고개를 숙이고 있었는데 제 이름이 불려서 깜짝 놀랐어요. 

‘살림남’ 촬영을 하기 전에는 어떻게 지냈나요. 

2003년 기자회견 이후 많이 힘들었어요. 소속사를 옮겨 다녔고, 소송에도 휘말린 적이 있어요. 길을 가다가 모르는 사람에게 험담을 듣거나 손가락질을 받기도 했고요. 그렇게 5년 정도 힘들어하면서 시간을 허비한 것 같아요. 그리고 군대에 다녀왔죠. 

힘이 돼준 분들이 있었을 것 같아요. 

아, 그분이 생각나네요. 군대 제대 후 허름한 포장마차에서 혼자 소주를 자주 마셨거든요. 어느 날 주인 할머니가 제 등을 딱 치시면서 “우리 딸이 당신 팬이라서 당신 나오면 엄청 좋아해. 유명한 연예인이던데 요즘 왜 텔레비전에 안 나와. 자네가 우리 가게 단골손님이라고 온 동네에 소문냈어. 빨리 복귀해”라고 하시는데 기분이 묘해지더라고요. 누군가가 나를 기억해준다는 것도 감사하고, 연예인으로서 사명감 같은 감정도 들었죠. 그 말씀을 듣고 힘을 얻어 일어선 것 같아요. 

가족도 큰 힘이 됐을 것 같아요. 

물론이죠. 특히 딸이 큰 힘이 됐어요. 사실 그동안 딸과 같이 살지 않았거든요. 저는 혼자 살고, 수빈이는 저의 부모님과 같이 살았죠. 저는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만 집에 가고 그랬으니까 딸과 추억을 별로 만들지 못했어요. 딸이 어릴 때 같이 놀아주지 못해서 미안해요. 부모님께 생활비를 드리려면 뭐라도 해서 돈을 벌어야 했으니까 아이와 놀 여유가 없었어요. 딸이 대여섯 살일 때는 아이 엄마와 왕래가 있었어요. 저와는 헤어졌지만 기념일에는 만나곤 했거든요. 지금 딸아이 엄마와 저는 아예 보지 않는 사이가 됐지만, 그때 다 함께 만나 사진을 찍은 일은 기억나요. 

‘살림남’이 딸과의 추억 쌓기에 도움이 됐겠어요. 


맞아요. ‘살림남’ 하면서 딸과 그동안 못 해본 것들을 해보고 있거든요. 딸과 놀이공원도 가고 해외여행도 가고 있어요. 방송이 고맙죠. 시청자들이 제 이야기를 듣고 공감해주실까 걱정했는데 방송이 거듭될수록 시청자들이 많이 봐주시고 좋은 댓글도 써주셔서 감사해요. 사실 방송에 출연하기 전에는 수빈이와 어색한 사이였어요. ‘살림남’을 통해서 일주일마다 만나야 하니까 대화도 많이 하게 됐죠. 그렇게 살가운 아이가 아니었는데, 이제는 아빠가 텔레비전에 나오는 걸 모니터링해주더라고요. 저의 공연을 보고 나서 칭찬도 해주고요. 제가 상을 받을 때 수빈이가 많이 울었는데, 힘든 시기를 잘 이겨냈다는 의미의 눈물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가족분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셔서 호응이 컸던 것 같아요. 

저희는 진짜 상황을 그대로 보여드리거든요. 얼마나 솔직한가 하면 아버지가 촬영 중 제가 과거 사귀었던 연예인의 실명을 거론하실 정도였어요. 본의 아니게 방송에 실명이 나가서 그 친구에게 미안해요. 

연극은 언제부터 시작했나요. 

2012년 즈음 후배가 연극 ‘옆방 웬수’ 출연 제안을 해준 게 계기가 됐어요. 그때 대학로 무대에 오르면서 연기의 기본인 발성부터 새로 배웠죠. 공연은 관객들과 가까이에서 소통할 수 있어서 좋더라고요. 무대 청소 같은 허드렛일을 하면서 선후배들에게 진심으로 다가가려고 노력했고, 그렇게 조금씩 인정받아 다른 작품도 하게 됐죠. 

대학로에서 올린 연극 가운데 기억나는 것이 있다면요. 

김태수 작가님의 작품인 ‘엄일탁! 우리 아부지’(2014)가 기억에 많이 남아요. 사극 장르인 ‘인조, 길 끝에서’(2016) 연극도 좋았고요. 두 작품을 하면서 연출가분들께 많이 배웠어요. 배우로서 한 단계 올라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번에 맡은 배역이 천하의 바람둥이라고 들었어요. 자신이 맡은 배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렇게 살면 안 되죠(웃음). 저는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어요. 딸을 이해해주고 저를 인정해주는 사람을 만나면 좋죠. 딸이 “이제는 아빠가 새로운 이성을 만나서 잘 살면 좋겠다”고 하던데, 배려심 있는 딸로 자라줘서 고마워요. 

배우라는 직업에 끌린 이유가 뭘까요. 


사실 제가 드라마, 영화 대표작은 없어요. KBS ‘출발 드림팀’에 출연해서 운동 잘하는 친구로 각인됐죠. 당시 제가 연기를 너무나 못했고요. 그런데 하면 할수록 어렵지만 매력적이에요. 역할을 소화했을 때 성취감도 크고요. 사람들과 어울려서 하는 작업이라 보람되거든요. 지금도 연기를 잘한다고 할 수 없지만 최선을 다하는 배우라고 자평하고 싶어요. 

연극배우로 생활하면서 생계는 어떻게 꾸려갔나요. 

쇼핑몰도 했었고 아는 형의 포장마차에서 영업도 하고 서빙도 했어요. 행사도 가리지 않고 많이 뛰었죠. 결혼식, 돌잔치, 팔순 잔치, 칠순 잔치 사회를 봤어요. ‘뮤직뱅크’ MC를 한 것이 큰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먹고살기 위해서 지금도 여러 일을 하고 있어요. 

부모님은 승현 씨가 배우의 꿈을 이어가는 모습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부모님은 제 결정을 존중해주시는 스타일이에요. 제가 배우로서 미흡하다고 생각해 그동안 가족을 극장에 초대하지 않다가 이번에 ‘살림남’을 촬영하면서 처음으로 극장에 모셨는데, 다행히 좋아해주셨어요. 배우란 꿈을 중도에 포기할 수 있었지만, 딸한테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기 위해서 앞만 보고 갔던 것 같아요. 

앞으로 수빈이와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요. 

수빈이가 이번에 대학생이 됐어요. 미용학과에 진학했는데, 수빈이가 취업하면 같이 살자고 제안해보려고요. 그런데 지금 제가 살고 있는 옥탑방에서는 같이 살 수 없을 것 같아요. 봄·가을은 괜찮은데 여름과 겨울엔 너무 힘들거든요. 좀 더 좋은 집을 얻어서 딸과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올해 이루고 싶은 목표나 계획이 있나요. 


구체적인 목표는 없지만 ‘살림남’ 외에 MBN ‘알토란’에도 고정 출연하게 됐으니 잘해보고 싶어요. 지난해 찍은 영화 두 편이 올해 개봉돼요. 정인봉 감독님의 ‘질투의 역사’에 조연으로 출연했고, 유성호 감독님의 미스터리 공포물 ‘한주’에서 친구 최창민과 오랜만에 호흡을 맞췄거든요. 한국과 몽골 합작드라마 ‘패션모델 실종사건’에도 출연했는데 이 작품도 곧 공개될 예정이에요. 올해는 더 즐겁게 지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진 지호영 기자 디자인 김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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