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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 육아 품앗이 공간, ‘공동육아나눔터’를 아시나요?

EDITOR 김지은

입력 2018.05.14 11:56:31

부모의 양육 부담을 덜고 일·생활 균형을 돕고자 여성가족부가 전국 곳곳에 만들어가고 있는 ‘공동육아나눔터’가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지역사회 육아 품앗이 공간, ‘공동육아나눔터’를 아시나요?
“자, 무당벌레가 어디 있을까? 숲속에 숨어 있는 무당벌레들을 찾아 나무에 붙여주는 거예요. 숲에서 나무로 갈 때는 이렇게 점프! 점프!” 

선생님의 시범에 아이들은 까르르 웃음보가 터졌다. 그러다 이내 친구의 어깨에 손을 얹고 나란히 줄을 서 무당벌레가 살고 있는 숲으로, 그리고 숲에서 다시 나무로 점프! 점프! 30분 남짓의 짧은 시간이지만 뛰고 구르고 소리치는 사이 아이들 이마엔 송골송골 구슬땀이 맺혔다. 얼굴엔 연신 함박웃음이다. 

“지난번 우리 아이가 보았던 책, 이제 실컷 보았는지 흥미가 없어졌나 봐. 다음에 가져다줄게.” 

“우리 애가 올해 유난히 훌쩍 커버려서 옷이 좀 작아졌는데 필요하면 둘째 입혀볼래요?” 

13명의 아이들이 선생님과 신나게 놀면서 공부하는 동안 부모들은 옆방에서 차를 마시며 대형 TV 화면을 통해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본다. 서로의 안부를 묻거나 육아 정보를 나누다 보면 시간이 금세 지난다. 이곳은 서울 서대문구 홍제1동 자치회관 공동육아나눔터. 아이들과 부모는 모두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이다. 

여성가족부 ‘공동육아나눔터’ 사업은 삭막해가는 도시 생활 속에서 지역 공동체 살리기와 돌봄을 결합하는 새로운 시도다. 이웃 간 돌봄 품앗이를 통해 ‘독박 육아’ 고충을 해소하고, 양육 친화적인 사회 분위기 조성을 위해 2010년 시범 사업으로 시작해 현재 전국 1백60개소가 운영 중이다. 여성가족부는 지난 3월 ‘공동육아나눔터 확대·운영 계획’을 발표하고, 맞벌이 가정과 비맞벌이 가정 각 이용자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맞춤형 서비스 강화와 국비 지원 지역의 전국 1백13개 시·군·구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공동육아나눔터에 대한 반응은 예상보다 뜨겁다. 전업주부들은 전업주부대로 ‘독박 육아’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하루 종일 아이에게만 매달려 지쳐가고, 워킹맘들은 몸은 일터에 있으면서도 아이 걱정에 노심초사하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기에 이처럼 집 가까운 곳에 믿을 만한 육아나눔터가 있다는 것은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서대문 공동육아나눔터에서 만난 채수진(42) 씨는 올해로 아홉 살, 여섯 살 두 딸을 둔 전업주부다. 그녀가 서대문 공동육아나눔터 문을 두드린 것은 지금으로부터 4년 전. 또래 아이를 둔 동네 엄마들과 서대문 공동육아나눔터에서 운영하는 ‘가족 품앗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부터다. 

“이웃에 있는 엄마들과 서로 재능 기부 형태로 한 명은 요리를 가르치고, 한 명은 만들기를 가르치는 식으로 각자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 품앗이를 하고 있어요. 혼자서만 아이를 돌보는 것에 비해 훨씬 효율적이고 교육적으로도 도움이 많이 됐죠. 그리고 이웃과 소통할 기회가 별로 없는데, 또래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과 함께하다 보니 육아를 소재로 대화를 나누고 정보도 교환할 수 있어서 좋아요.”


지역공동체 살리기와 돌봄을 결합

지역사회 육아 품앗이 공간, ‘공동육아나눔터’를 아시나요?
공동육아나눔터의 수준 높고 질 좋은 프로그램 덕분에 양육 부담과 육아 걱정을 덜었다는 두 아이의 엄마 채수진 씨.

공동육아나눔터의 수준 높고 질 좋은 프로그램 덕분에 양육 부담과 육아 걱정을 덜었다는 두 아이의 엄마 채수진 씨.

공동육아나눔터는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가족 품앗이와 같은, 이웃들과 함께할 수 있는 육아 나눔의 장으로서의 기능도 해내고 있다. 가족 품앗이란 이웃 간에 육아 정보를 나누고 서로의 상황과 장점을 살려 학습, 체험, 등·하교 등을 함께하는 그룹 활동이다. 놀이를 통해 아이들의 사회성과 신체 발달을 증진시키는 놀이 품앗이, 부모들이 직접 교사가 되어 공부를 도와주는 학습 품앗이, 부모의 역할과 자녀 양육 기술에 대해 알려주고 자녀 양육 사례 공유와 공감대를 형성하는 부모 교육 품앗이 등 지역과 상황에 따라 종류도 다양하다. 

부모들의 자녀 양육 부담을 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학습과 사회성 발달을 도울 수 있어 호응도 또한 무척 높은 편이다. 뿐만 아니라 가족 품앗이에서의 재능 기부 경험을 살려 강사 활동을 이어나가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경력 단절 여성들이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새로운 기회를 찾아가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공동육아나눔터에서 진행하는 부모 교육 프로그램도 인기다. 육아에 대해 조언을 구하거나 도움을 청할 데가 없는 초보 부모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기회다. 일방적으로 강의를 듣는 방식에서 벗어나 부모양육행동검사 등의 개별 검사를 통해 각자의 행동 양식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상담과 교육, 조언이 이뤄져 실제 육아에 많은 도움이 된다. 또한 부모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동안 아이들은 공동육아나눔터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배려해 아이들을 신경 쓰지 않고 부모가 각자의 시간에 집중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채수진 씨 경우 남편이 공동육아나눔터 프로그램 참여에 더 적극적이다. 항상 바쁜 남편에게 ‘좋은 아빠 되기’는 마음속에 묵혀둔 숙제 같았다. 하지만 공동육아나눔터에 참여한 후 그런 마음의 부담을 덜고 아이들과 더 잘 지낼 수 있게 됐다. 채씨는 “무엇보다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무언가가 늘어나고 있다는 게 즐겁다”고 말했다. 

서대문구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 사회복지사로 근무하는 윤민순(40) 씨는 “공동육아나눔터에 참여하다 보면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들도 이웃과 함께 성장하는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육아에 서툴던 부모들이 모여 유대감을 형성하고 서로의 도움으로 함께 아이를 키워나가면서 부모로서,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서의 성장을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여성가족부는 최근 대우건설, LH(한국토지주택공사), 경기도시공사 등 민간·공공 건설사와 협력해 아파트단지 내에 더욱 많은 공동육아나눔터를 설치함으로써 이용자 접근성을 높여가고 있다. 앞으로는 퇴직 교직원들이 공동육아나눔터에서 돌봄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게 된다. 서울시교육청의 ‘교육인생이모작지원센터’ 소속 퇴직 교직원들이 공동육아나눔터에서 공간 내 아동 안전 관리, 등·하교 지원, 학습 지원 등에 참여하게 된다. 여성가족부는 퇴직 교직원들이 이곳에서 자신들의 재능을 활용해 인생의 새로운 보람을 느끼고, 부모와 아이들은 지역사회 돌봄 공간을 더욱 신뢰하며 활발히 이용하게 되리라 기대하고 있다. 

공동육아나눔터는 취학 전후 어린 자녀를 동반한 부모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을 기본으로 하고 지역 주민들 수요에 따라 평일 야간이나 주말에도 문을 여는 곳이 많다. 지역 내 공동육아나눔터 위치와 정보가 궁금하다면 여성가족부 홈페이지(www.mogf.go.kr) 시설찾기를 통해 검색하거나 해당 지역 건강가정지원센터에 문의해보자. 

문의 www.familynet.or.kr


기획 김지영 기자 사진 박해윤 기자 디자인 김영화


여성동아 2018년 5월 65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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