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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new_face #designer_interview

가장 빛나는 별

editor 안미은 기자

2018. 02. 08

무한한 잠재력으로 빛나는 디자이너 정연찬. 그가 그리는 더 시리우스의 미래.

‘더 시리우스(The-sirius)는 어떤 브랜드인가. 

남성복을 기반으로 한 유니섹스 브랜드다. 현재와 미래가 공존하는 미래지향적인 패션을 추구한다. 

브랜드 이름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 

시리우스는 ‘밤하늘의 가장 빛나는 별’을 뜻한다. 패션이라는 광활한 우주에서 빛나는 별이 되겠다는 포부를 담았다. 동음이의어로 시리어스(Serious)가 있는데, 매사 진지하다는 약간의 말장난도 섞여 있다. 

요즘엔 성별 구분 없이 옷을 입는 게 트렌드다. 유니섹스 브랜드가 이렇게 각광 받은 적이 있나 싶을 정도다. 

사실 유니섹스라는 단어 자체가 뭔가를 규정지으려는 것처럼 들릴 때가 있다. 그럼에도 나에겐 앞으로도 계속해서 끌고 가야 할 중요한 키워드다. 더 시리우스를 통해 남녀 모두가 의복이라는 형태 안에서 자유로워지길 바란다.



여성복을 사서 입기도 하나. 

지금 입고 있는 이자벨 마랑 코트도 여성복 매장에서 샀다. 내가 먼저 나서서 “사실은 이거 여자 옷이에요”라고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른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멋을 갖고 있다. 그걸 찾았으면 한다. 지드래곤이 샤넬 트위드 재킷을 즐겨 입는 것처럼. 

더 시리우스를 구입하는 여성 구매자들도 있나. 

재미있는 사실은 남성보다 여성 구매자들이 더 많다는 거다. 남성의 슈트에서 따온 날 선 실루엣과 패턴, 소재 같은 것이 오히려 여성에게 더 패셔너블하게 다가오나 보다. 

올해로 스물여섯이 됐다고 들었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국제무대에 데뷔했다. 

더 시리우스는 꽤 오래전부터 차근차근 준비해온 브랜드다. 나이가 아닌 ‘시기’를 따져보면 그렇게 이르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분야가 다르긴 하지만, K팝 스타들과 견주어보자. 그들은 나보다 훨씬 일찍 사회에 뛰어든다. 마냥 어리다고 볼 순 없다. 

꿈과 열정이 그들을 이끄는 거겠지. 그렇다면 정연찬 디자이너가 패션에 대한 꿈을 갖게 된 건 언제인가. 

어느 정도 자라서 어머니와 누나를 따라 백화점을 갈 수 있게 됐을 때? 물론 내게 쇼핑에 대한 최종 결정권은 없었지만(웃음). 당시엔 쇼윈도에 걸린 옷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설렜다. 그런 잔잔한 자극들이 쌓이고 쌓여 패션 디자이너라는 막연한 꿈을 갖게 했다. 이후 대학에서 패션디자인을 전공하면서 ‘아! 내가 겁 없이 뛰어들었구나’ 하고 깨달았다. 

이미 실력을 검증받지 않았나. ‘런던패션위크 2017’의 인터내셔널 패션 쇼케이스에서 디자이너 어워드를 수상했고, 2018 S/S 컬렉션으로 밀란패션위크로 진출했다. 더 시리우스의 어떤 매력이 세계적으로 통한 걸까. 

퀄리티. 디자인할 때 형태는 물론이고 소재와 색상, 작은 디테일 하나까지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눈으로 보는 것보다 입었을 때 더 멋진 옷을 만들고 싶다. 패션뿐만 아니라 가구, 인테리어 분야까지 아우르는 토털 브랜드로 성장하길 바라고. 

이번 S/S 컬렉션 테마를 소개해달라. 

‘바캉스’라는 단순한 키워드에서 출발했다. 내리쬐는 태양과 반짝이는 해변, 색색의 과일, 일상을 내려놓은 사람들의 느긋함 같은 것들. 온화한 베이지 컬러를 메인으로 레몬, 라임 등 톡 쏘는 컬러를 곁들여 컬렉션을 부드럽게 풀어냈다. 풍요로운 러플과 레이스 장식, 건축적인 요소를 엿볼 수 있는 커팅, 스티치 등이 이번 시즌 두드러지는 특징이다.

창작이란 건 언제나 고통을 동반한다. 매 시즌 부담감이 크겠다. 


한 해 한 해 지나갈수록 나만의 묵직함을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낀다. 그래도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지고 있어 견딜 만하다. 부담감을 쫓아내기 위해선 즐거움을 택할 필요가 있다. 

더 시리우스는 예술 작품 같은 룩북으로도 유명하다. 포토그래퍼와 모델, 장소 헌팅부터 인쇄물 레이아웃과 종이 고르는 것까지 직접 디렉팅한다고 들었다. 

디렉팅이 즐거운 이유는 사람과의 관계가 주가 된다는 거다. 특히 포토그래퍼와의 소통이 중요하다. 지금껏 유명 해외 포토그래퍼와 작업했다. 이번 S/S 룩북은 이탈리아 친퀘테레의 바닷가에서 촬영했는데, 옷이 주가 아닌 스토리텔링 위주로 촬영해 만족도가 높았던 화보다. 패션 디자이너로서 가는 길이 너무 외로우면 디렉터의 길을 걷고 싶다는 생각도 가끔 한다. 

비주얼이 강조되는 시대다. 그게 실제로 구매로 이어지고 있고. 최근 만난 디자이너 중에서 가장 비주얼과 마케팅 감각이 뛰어나 보인다. 

신진 브랜드가 자리를 잡으려면 ‘이미지 메이킹’이 중요하다. 그래서 룩북이나 홈페이지, 인스타그램 포스팅 하나에도 민감하게 군다. 더 시리우스는 해외시장을 염두에 두고 출발했다. 모든 계정을 영문으로 통일한 것도 같은 이유다. 우리는 언어가 아닌 ‘이미지’로 소통한다. 이메일 문의에는 직접 일일이 답한다. 

어쩐지 인터뷰 요청을 했더니 5분 안 돼서 답장이 왔다. 

이런 것도 일종의 마케팅이라고 생각하니까(웃음). 

앞으로 어떤 사람들이 더 시리우스의 옷을 입어주길 바라나. 

자신만의 철학을 가진 사람들. 더 나아가 더 시리우스가 가진 브랜드 미학을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 입어줬으면 한다. 그게 내가 그리는 가장 큰 그림이다. 

사실 이건 지목 인터뷰다. 이달부터 연재하는 디자이너 소개 칼럼이기도 하고. 첫 시작을 함께했으니 다음 인터뷰이를 추천해달라. 

패션 디자이너 중에서는 민주 킴. 회화 작품 같은 그의 컬렉션을 보고 있으면
판타지의 세계로 끌려 들어가는 듯한 기분이다.

#The_Sirius
#정연찬

남성복을 기반으로 하는 유니섹스 브랜드. 2015년 론칭 후 2017년 서울패션위크 제너레이션 넥스트를 통해 공식 데뷔, 같은 해 ‘런던패션위크 2017’의 인터내셔널 패션 쇼케이스(IFS)에서 디자이너 어워드를 수상했다. 최근엔 2018 S/S 시즌 밀라노 컬렉션 데뷔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유럽 시장을 주 무대 삼아 활동 중이다.

photographer 홍중식 기자 designer 최정미
사진제공 더시리우스 제품협찬 더시리우스(www.the-siri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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